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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21권, 광해 1년 10월 26일 갑술 4/4 기사 / 1609년 명 만력(萬曆) 37년

사직하기를 청한 좌찬성 정인홍이 올린 차자의 내용

국역

의정부 좌찬성 정인홍이 상차하여 사직하였는데, 그 대략에,

"〈삼가 아룁니다. 이달 3일에 내리신 유지를 신이 12일에 병든 몸을 부축받으며 겨우 받들었는데 감격스럽고 황공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이 지니고 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 진달하였으므로 전하께 다시 아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건대, 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으면서 성명께 실정을 숨길 수 없으므로, 아무리 병에 시달리는 처지에 있더라도 한 마디 말을 써서 올리고 죽지 않을 수 없으니, 성명께서 가엾게 여기시어 살펴주소서.

신이, 전후 하유하신 것을 삼가 보건대 ‘그대가 오기를 기다려 경연을 열려고 하니 조리하고서 올라오도록 하고 중도에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라.’ 하셨고, 또 ‘음증 양증의 병으로 어찌하여 중도에 머무르게 되었는가. 하늘이 우리 백성들로 하여금 혜택을 입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가. 편안한 마음으로 조리하고 질병을 참고 올라오라.’고 하시고 끝내 체면시키는 윤음을 내리지 않으셨는데, 신은 더욱 불안하여 두려움을 견딜 수 없을 뿐더러 몸둘 곳을 모르겠습니다. 신이 아무리 형편없는 인물이지만 충의(忠義)의 천성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더없이 은혜를 주시는 이때에 은둔할 생각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삼가 스스로 반성해 보건대, 어떠한 학술을 지녔기에 성명께서 고문하시는 데에 대비할 수 있으며, 어떠한 도덕을 지녔기에 성명께서 맡겨주신 책임을 감당할 수 있으며, 어떠한 재국을 지녔기에 국가의 위급함을 부지하고 백성들의 생명을 살필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신에게 기대하시는 것은 형편없는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조정에 뛰어난 인재로서 훌륭한 의논을 할 수 있는 선비들이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한번 경연을 열어 그들과 강구해 보시고 널리 자문하신다면 전하의 학문이 날로 새로워지고 공정한 도리가 날로 펴지며 모든 일이 날로 잘되고 태평시대가 날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이처럼 하지 않으시고 신에게만 기대하시며 가까운 곳을 버려두고 먼 곳에서 구하려고 하시니, 대소 관원으로서 가까이 모시는 사람들이 서로 맥이 풀리고 잘못된 처사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비난할 뿐만 아니라 신도 무슨 마음으로 스스로 헤아리지 않고 늙고 추한 모습으로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회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도에서 돌아가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니고 옷을 찢어 발을 싸매고 길을 나서는 것도 신이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신은 듣건대, 원고(袁固)가 80세에 임금의 부름을 받고 나가자 공손홍(公孫弘)이 곁눈질로 보았다고 합니다. 공손홍이 곁눈질을 한 것은 자기보다 훌륭한 것을 시기하고 총애받는 것을 질투한 것이 아니라, 늙은 나이에 출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은택을 받기 위하여 천리길을 온 것에 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신의 나이가 원고와 별 차이가 없고 무식한 것이 또한 심한데 길을 떠나 도성으로 들어가서 대신들의 반열에 버젓이 얼굴을 들고 서게 된다면 젊은 관료들이 서로 비평할 것이고 여러 사람들이 흘겨볼 것이니, 어찌 공손홍 한 사람뿐이겠습니까. 이러한 것은 실지로 신 자신이 염치없는 짓을 하여 멸시를 받게 된 것인데 어떻게 사람들이 추하게 대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신의 성품이 소활하고 고집스러우며 재능이 기용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말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은 전하께서 상세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신에게 은총을 베푸시고 물러가는 것을 윤허하지 않으시니, 신은 참으로 성상의 뜻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신의 마음에 부끄럽고 스스로 망설이는 첫째 사항입니다.

신은 듣건대, 《예기(禮記)》에 ‘자신이 임금을 섬길 수 있는지의 여부를 헤아려본 뒤에 조정에 들어가 벼슬한다.’고 하였는데 신이 스스로 헤아려보기를 분명히 하였고, 《역경(易經)》에 ‘자신이 한 일을 살펴보아 진퇴를 결정한다.’고 하였는데 신이 자신의 한 일을 살펴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스스로 헤아려보기를 분명히 하였고 자신이 한 일을 살펴본 지 오래되었는데도 또 애써 나가려고 한다면, 신 역시 한 사람의 비천한 자이고 은택을 구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신 스스로 평소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전하께서 이러한 인물을 기용하여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고 시대에 어떤 유익함이 있겠습니까. 이러한 경우 여러 사람들의 비난이 있지 않더라도 신 스스로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신이 몹시 쇠약하고 병이 심한 것에 대해서 시골 사람들이 모두 알고 사대부와 온 나라 사람이 다 알고 있으며 의관이 자세히 살폈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길을 떠나 중도에서 죽거나 서울에서 죽어, 살아서 떠나갔다가 죽어서 돌아오게 된다면 한 시대의 사람들이 모두 침을 뱉으며 추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천하 후세의 사람들도 신의 이름에 대해서 매도하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평생에 수련한 학문이 이에 이르러 모두 허사로 돌아갈 것인데 신 스스로 애석하게 여기지 않더라도 전하께서 어찌 가엾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진정 신이 매우 노쇠하지 않았고 질병도 없으며 재질이 성명의 시대에 얼마쯤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여러 번 조정의 명을 거역하여 성상의 은총을 저버리고 부귀를 싫어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참으로 인정에 근사하지 않은 것으로서 전하께서도 의심하실 것입니다. 지금 만약 병든 몸으로 억지로 길을 떠나 죽음을 초래할 경우 전하께서 소명에 응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시더라도 신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신이 스스로 망설이는 둘째 사항입니다.

신이 본직을 체면시켜 주시기를 청하는 데 있어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소장을 올린 것이 10여 번으로서 옛날에 20번 올린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데 아직 윤음을 받지 못했으니, 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전하께서 유일(遺逸)의 인재를 수용하는 것이 바로 조정의 훌륭한 일이기 때문에 우선 곽외(郭隗)로부터 시작한 것처럼086) 하시어 풍성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겠으며, 어쩌면 신의 의향이 정직하고 지조가 올바르다고 하여 다른 것은 묻지 않고 단지 신의 마음가짐만을 가상하게 여기시어, 성인이 국가가 보존하고 망하는 데 있어서 군자를 먼저하고 소인을 나중에 하는 뜻을 보이시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러한 것이라면 조정에도 그러한 사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리를 당했을 때 몹시 걱정하며 정성을 다해 울부짖기를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하였으나 난리가 끝난 뒤에 현직에 오르지 못한 자들에 대해서 신이 몇몇 사람을 알고 있는데, 이들을 선발하여 위임할 경우 인망(人望)을 수습할 수 있는 것으로서 노쇠하여 쓸모없는 신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잘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의 생각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이것이 신이 스스로 망설이는 셋째 사항입니다.

신이 듣건대, 전하께서 지난번에 편당을 감싸주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분부를 내리시어 정원을 배척하셨다고 하는데, 신의 생각에 한편으로는 전하에 대해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지고 한편으로는 전하를 위해서 걱정스러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신이 편당이란 말에 대해서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대체로 편당이란 것은 필시 소인들만이 갖는 것이 아니라 군자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소인들이 군자를 모함하려고 할 때 억지로 지적하여 명목을 붙여 일망 타진하려는 계책을 삼기 때문에 편당이란 말은 태평 시대에는 들을 수 없고 항상 어지러운 시대에 발생하는데 과거 역사를 상고해 보면 손바닥을 보듯이 환히 알 수 있습니다. 신이 지난번 조정에 있을 때 관료들이 3, 4개의 당파로 분열되어 서로 배척하고 모함하는 풍조가 조성된 것을 보았습니다. 이에 신은 실지로 전하께서 이러한 습관을 매우 증오하시어 이번에 엄한 분부를 내리신 것도 이런 습관을 제거시키려는 뜻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신이 매우 다행스럽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오랜 세월을 거쳐 고질화된 습관을 제거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군자와 소인을 환히 알고 분명히 선택하여 호오(好惡)와 취사(取舍)에 있어서 매우 엄정하게 하며, 한번 직임을 맡긴 이상 의심하거나 교체시키지 말고 10년의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한 뒤에야 그른 풍습을 개혁시킬 수 있고 선비들의 풍조를 변화시킬 수 있어서 편당이 절로 제거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하지 않을 경우 옳은 사람과 그른 사람이 서로 현혹하고 사악한 자와 정직한 자가 서로 싸우게 되어 사악한 자를 정직한 사람으로, 소인을 군자로 인식하고 끝내는 역적을 자식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니, 이것이 바로 신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천하의 사물(事物)이 유(類)로 모이고 무리로 나누어지는 데 있어서 길흉(吉凶)이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군자는 군자끼리 무리가 되고 소인은 소인끼리 무리가 되어 같은 유로 모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것입니다. 그리고 군자는 도리로써 모이기 때문에 길하고 소인은 이익으로 모이기 때문에 흉한 것인데, 이것 역시 변할 수 없는 이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엄하게 하여 멀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소인의 무리이고 친애하여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군자의 무리인 것입니다. 《역경(易經)》의 태괘(泰卦) 초구 효사(初九爻辭)에 ‘띠뿌리가 연결되듯 하여 무리로 나간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세 사람의 군자가 윗자리로 올라가 화평한 상을 이루는 것으로서 편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쾌괘(夬卦)의 단사(彖辭)에 ‘임금의 조정에서 호령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다섯 사람의 군자가 한 사람의 소인을 물리치는 것이 결단을 내리는 상이 되는 것으로서 역시 편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임금은 군자의 무리에 대해서 서로 교제하고 성의로 신임하여 같은 편당인 것처럼 한 뒤에야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송나라 신하인 주희(朱熹)는 ‘편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또 자기 임금으로 하여금 군자의 편당이 되게 하고자 한 것이 바로 때문이었습니다. 이리하여 임금은 군자들이 편당을 갖지 않을까 염려하고 또한 자신도 그들의 편당에 들어가지 못할까 염려했습니다. 예컨대 주즙(舟楫)이 되고 염매(鹽梅)가 되라고 하여 상 고종(商高宗)부열(傅說)의 편당이 되었고, 내외에 정사를 펴게 하여 주 선왕(周宣王)방숙(方叔)·소호(召虎)·윤길보(尹吉甫)의 편당이 되었고, 배운 뒤에 신하로 삼은 것은 제 환공(齊桓公)관중(管仲)의 편당이 된 것이고, 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다고 한 것은 한 소열(漢昭烈)제갈양의 편당이 된 것인데, 이들이 이러했기 때문에 사업을 성취하여 천고에 빛나게 되고 후대의 임금들이 따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말세(末世)의 임금들은 가노(家奴)를 친애한 자가 있고 척리(戚里)들에게 편혹된 자도 있으며 간흉들의 명령에 따른 자도 있었는데, 이들도 편당이 있었으나 같은 편이 되는 즉시 난망(亂亡)의 일이 뒤따랐습니다. 진실로 만약 임금이 소인을 편애하는 마음으로 군자를 편애한다면 왕망(王莾)이 도성을 옮기고 왕위를 차지한 일, 조고(趙高)가 찬탈한 일, 변방의 오랑캐가 침범하는 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질 것이고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절충하여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편당해서 안 되는 것은 소인들이고 편당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군자들인데 임금도 어찌 편당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전하께서 전대 임금들이 잘하고 잘못한 것을 전감(前鑑)으로 삼으시어 갑자기 편당이란 명목으로 관료들을 배척하지 마소서. 그리고 자신의 덕을 밝히시어 인물을 알아보시는 데 있어서 분명히 하시고 관료를 선발하시는 데 있어서도 세심하게 하시며, 호오(好惡)와 취사(取舍)를 엄하게 하소서. 이리하여 훌륭한 보필의 신하를 얻어 자신의 편당으로 삼으실 것을 생각하신다면 하늘이 반드시 세상에 명성을 떨칠 인재를 내보내어 전하와 편당이 되어서 함께 태평시대를 이루게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을 꿈에 점지해주고 때로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할 것인데 어찌 그러한 사람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신은 쓸모없는 인물이었는데 전하께서 잘못 아시고 수용하여 불러주심을 받아 제격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래 있었으나 산과 바다 같은 은덕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더러 죄가 천지에 용납할 수 없는데 우매한 소견을 아뢰면서 편당을 지지하는 말을 하였으니, 이것이 신이 주위를 돌아보며 주저하면서 스스로 망설이는 넷째 사항입니다.

이상의 망설이는 사항이 앞을 가로막고 질병이 뒤에서 끌어당기는 듯하여 물러갈 수도 없고 길을 나설 수도 없기에 다시 답답하고 절박한 사정에 대해서 모두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신은 듣건대, 병을 조리하는 방법은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순조롭고 마음이 편안하고 기운이 순조로우면 음식을 잘 먹게 되어 병이 나아지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온갖 병을 치료하는 묘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은 직명을 아직 지니고 있으면서 오래도록 소명에 응하지 못했기에 산을 지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늘 걱정스러워서 자다가 꿈속에서도 놀라는데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고 한들 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또 의관이 왔는데 전하께서 분부하시기를 ‘지금 가더라도 그의 곁을 떠나지 말고 간호하여 그의 병이 낫기를 기다려 함께 올라오도록 하라.’고 하셨다 하니, 신은 더욱 놀랍고 황송하여 잠을 잘 수 없고 입맛도 없는데 아무리 안심하려고 한들 될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신의 직명을 체면시키고 의관이 오래 머무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으시더라도 신자의 분의에 있어 어떠한 심정이겠습니까. 신이 전하의 후한 은혜를 받았으므로 전하를 한번 뵙고 시골집으로 돌아가 죽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어떻게 직명이 있고 없는 것으로 떠나거나 떠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병에 써야 할 약이 있는 것이라면 병이 낫고 심해지는 것이 어찌 의관이 오래 머물며 간호하는 데에 달려 있는 것이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 신의 직명을 체면시키고 내의를 소환하신다면 신의 심기가 화평해지고 침과 약으로 병을 치료하여 빠른 시일에 회복되어서 길을 떠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은 속병이 발생하여 점점 고질이 될 것이니, 직명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내의가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마치 기름을 뿌리며 불을 끄려 하고 불을 때면서 물이 끓는 것을 멈추게 하려는 격으로서 병이 회복될 날이 없고 길을 떠날 가망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러할 경우 신이 평소의 소원을 영원히 저버릴 뿐만 아니라 마침내 성명께서 수용하여 불러주신 의도가 허사로 돌아갈 것이기에 신은 실로 안타깝습니다. 전하께서 유념해 주소서."

하였는데, 답하기를,

"나는 날마다 경이 나를 버리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사직하는 소장을 보게 되어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종이를 가득 채운 충언이 모두가 나의 혼매한 것을 깨우쳐주고 인도해주는 말들이기에 내가 유념하여 가슴에 새겨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조정 신하들이 어찌 경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또한 공손홍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 염려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경의 병이 낫지 않았으니 의관이 경의 곁을 떠날 수 없는 것이고 국시(國是)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경이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체직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참으로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평생에 한번 만나보려고 하니, 멀리 떠날 생각을 갖지 말고 조리하고 올라오도록 하라."

하였다. 【정인홍이 왕의 편당을 증오하는 유지가 이이첨에게 미칠까 두려워하여 이런 논의를 하여 지지했던 것이다. 그리고 난리를 당하여 매우 걱정하고 정성을 다해 울부짖었다는 것은 바로 이이첨 등이 유영경(柳永慶)을 공척한 일을 지적한 것이다. 】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86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6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 [註 086] 곽외(郭隗)로부터 시작한 것처럼 : 전국(戰國) 때 연 소왕(燕昭王)이 자신을 낮추고 예물을 후하게 하여 어진 선비를 초빙하기 위하여 곽외에게 묻자, 곽외가 말하기를 "왕께서 어진 선비를 초빙하시는 데 있어 우선 곽외로부터 시작하신다면 곽외보다 훌륭한 사람이 천리길을 멀다 하겠습니까." 하였다. 《사기(史記)》 권34 연세가(燕世家).

원문

(伏以月初三日諭旨, 臣以十二日力疾扶曳僅僅祗受, 感激驚惶, 罔知所爲。 臣所帶疾病, 陳達已盡, 不敢更塵天日之鑑也。 竊念臣僅有朝夕之息, 不容有隱情於聖明之下, 雖在病困中, 不得不强就紙筆, 一言而死也。 惟聖明少垂憐察焉。 臣伏見前後下諭, 有曰"將待以開筵, 須調理上來, 毋作中途返歸之計", 又曰"陰陽之寇, 胡泥於中途? 天不欲使吾民蒙惠耶? 安心調理, 力疾上來", 而終閟遞免之音。 臣尤不勝蹙然驚懼, 無所容措。 臣雖無狀, 蜂蟻之性亦得於天, 曷嘗有遁思於不世恩遇之日也? 第以竊自環顧, 有何學術可以備聖明之顧問, 有何道德可以當聖明之責任, 有何才局可以扶國家之急、活蒼生之命? 而殿下之望於臣者, 有非無狀之身所敢當者, 而滿朝髦俊訏謨宏議之士, 不爲不多。 殿下試爲之開筵講究, 廣加諮訪, 則聖學日新, 公道日伸, 庶績日熙, 治平日臻矣。 殿下不此而望於臣, 舍近而求諸遠, 不獨大小近侍之人相與解體而竊議其謬, 臣亦何心, 曾不自量, 敢以耄荒老醜之物, 偃然當之而不自廻避也? 中途而返, 非臣之志也; 裂裳裹足而行, 亦非臣之所敢也。)議政府左贊成鄭仁弘上箚辭職。 略曰: 臣聞袁固年八十而被徵, 公孫弘側目視之。 之側目也, 未必是忌克而妬寵也, 蓋未必不曰不自量于其衰朽不合仕進, 千里干澤而來也。 今臣牛馬之齒, 與袁固多少無幾, 空空又甚, 而行入國門, 靦面鵷鷺之班, 則黑頭時流必相譏議而衆目睽睽, 豈獨公孫子一人而已? 是臣實自冒昧而取笑侮, 何怪人之鄙薄也? (況臣之迃疎偏滯, 才不適於施用, 言不合於時宜, 殿下之所詳知。 而眷眷至此, 不許其退, 臣實不知聖意之所在。 此臣心實羞愧, 又自疑外者一也。 臣聞"《記》曰"量而後入", 臣量之審矣; 《易》曰"觀其生進退", 臣觀其生久矣。 自量已審, 觀生旣久, 猶復黽勉而行, 臣亦一鄙夫耳, 干澤人耳。 不獨臣自負平生之志, 殿下用此等人物, 何補於國, 何益於時? 此不待衆人之非議而自不安於心。 況臣之衰朽已甚, 癃病已甚, 鄕曲之所共見, 搢紳之所共聞, 國人之所共知, 醫官之所審視也。 若復强勢前進, 或殞於中途, 或斃都下, 生 而死歸, 則不惟一時之人皆見唾鄙, 天下後世亦將罵名而不饒。 平生所學, 至此而掃地盡矣, 臣雖不自惜, 殿下豈得不爲之悶然也? 誠使臣不甚衰朽, 又無疾病, 才地亦可少補於明時, 而屢違朝命, 孤恩寵而厭富貴, 則是誠大不近於人情, 殿下固亦疑之。 今若抱病强進, 徒取一死而已, 則殿下雖許其趨命, 亦未必不疑其心。 此臣深自疑外者二也。) 臣之請遞本職, 自上年以至于今, 章疏十數上, 與古之二十上者不相遠, 而迄未蒙一兪之音, 臣反覆思惟, 莫知其由。 殿下豈不以收用遺才寔朝廷美事, 姑從始, 樹之風聲也? 豈不以臣所向者正, 所守者義, 不問其餘, 只賞其心, 以示聖人存亡先後之意也? 若果如此, 則朝廷之上, 亦不無其人。 臨難深憂, 竭誠號咷, 實先於同人, 而未顯於後笑者, 臣知若干人。 若得闡幽而委信, 則亦可以收係人望, 不必待衰朽無用一介臣然後可也。 聖意所在, 臣不敢知, 此臣尤自疑外者三也。 又曰臣竊聞殿下頃日以不免護黨之習斥政院, 以臣愚見, 一以爲殿下幸, 一以爲殿下慮也。 臣請就黨之一字而究其說焉。 夫黨者, 非必小人有之, 君子亦所不免也。 小人將陷君子而强斥爲名, 以爲打盡之一網。 故黨之說, 未聞於治平之世, 恒起於衰亂之時, 考之前史, 明如視掌也。 嘗見搢紳分裂, 三四其黨, 互排軋, 轉成傾險之風。 臣固知殿下深惡此習, 而嚴威之敎亦出於欲去之意。 臣之深以爲幸者, 此也。 然此不足以去積久沈痼之習。 必知之明, 擇之審, 好惡取舍極其嚴, 勿疑勿貳, 持以十年之久, 然後習非可革, 士風可變, 而群黨自去矣。 不然, 是非相眩, 邪正相戰, 將不免認邪爲正, 認小人爲君子, 終至於認賊爲子者多矣。 臣之不能不爲慮者, 此也。 答曰: "予日望卿不我棄也, 又見辭章, 不勝缺然。 滿紙忠言, 無非啓發昏蔽、開示指南之說, 予當留省而佩服。 但予廷臣, 寧有議卿之人, 而至有公孫子之虞耶? 卿病未差, 醫不可離, 國是靡定, 卿不可歸, 何以遞職? 且予誠不自量, 平生思欲一見, 毋作遐心, 調理勉來。" 【仁弘疑王惡黨之旨, 或及於爾瞻, 爲此論以持之。 且所謂臨亂深憂、謁誠號咷者, 李爾瞻等攻柳永慶事也。】 (臣嘗聞孔子曰: "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 君子與君子爲群, 小人與小人爲群, 以類而群聚, 自然之理也。 君子以同道而吉, 小人以同利而凶, 此亦不易之理也。 然不可不威而遠之者, 小人之黨也; 不可不親而近之者, 君子之黨也。 《易》泰之初九曰: "拔茅茹以其彙征", 三君子上交而成泰, 固可謂之黨也。 夬之彖曰: "揚于王庭", 五君子決一小人而爲夬, 亦不可不謂之黨也。 國君於君子之黨, 上下交而誠意孚, 有若黨者, 然後方可以有爲。 故朱熹自謂其不免爲黨, 又欲使其君亦爲君子之黨者, 正爲此也。 故人主唯恐君子之不黨, 又當恐其身不得入於其黨。 舟楫、鹽梅, 而 高宗傅說之黨; 敷政內外, 而 宣王吉甫之黨; 學而後臣之, 之黨管仲也; 猶魚之有水, 昭烈之黨諸葛也。 夫如是, 故其事業成就輝映千古而不可及也。 衰末之君, 或私昵於家奴, 或偏感惑於戚里, 或聽命於奸兇, 此亦黨也, 纔與爲黨, 而亂亡隨至。 誠使以所黨於小人者黨君子, 則賊之移鼎當塗, 之篡奪, 裔戎之呑噬, 潛消於不見中, 而折衝於尊俎間矣。 故不可黨者小人也, 不可不黨者君子也, 人君亦豈得無黨也? 今殿下鑑前代得失之迹, 無遽以黨字斥搢紳。 而自昭明德, 知之必欲其明, 擇之必求其審, 好惡取舍必得其嚴。 而思得良弼以爲之黨, 則天必生名世之人, 以與殿下爲黨, 共濟治平, 或賚於夢卜, 或隕之自天, 何患不得其人也? 如臣無用之物, 謬被收召, 久忝匪據, 涓埃無補於山海, 罪戾不容於天地。 而妄效愚見, 言涉右黨, 此臣環顧廻遲, 深自疑外者四也。 疑外阻於前, 疾病掣於後, 不能退, 不能遂, 敢復以悶迫之情, 冒萬死傾倒焉。 臣聞凡調病之術, 要在平心, 心平則氣和。 心平而氣和, 則食自進而病可已, 此乃百疾之妙劑也。 臣職名猶在, 而久未趨命, 如負丘山, 心常憂悶, 夢寐猶驚, 雖欲平心得乎? 今又醫來, 聞有"雖今上去, 不離看護, 待其病差, 一時上來"之敎云。 臣尤自驚惶, 目不得眠, 口不思食, 雖欲安心得乎? 殿下雖不以職名之仍遞、醫官之久留爲意, 在臣子分義, 何以爲心? 臣受殿下厚恩, 常願竊仰天顔, 歸死田廬, 則曷嘗以職名之有無爲行止也? 如有對病之藥, 宿病之差劇, 亦豈係於醫官看護之久速也? 伏願殿下命遞職名, 召還內醫, 則臣庶得平心, 以召和氣, 鍼藥以攻疾病, 時月之間, 宜召差復之望, 而登途自當有日矣。 不然, 臣心病必作, 轉至沈痼, 職名之仍帶、內醫之久留, 如投膏以救火、揚湯以止沸, 差復無期, 登途無望。 不獨臣永負平素之願, 終亦虛聖明收召之意, 臣實悶焉。 惟殿下留意焉。)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86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6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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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21권, 광해 1년 10월 26일 갑술 4/4 기사 / 1609년 명 만력(萬曆) 37년

사직하기를 청한 좌찬성 정인홍이 올린 차자의 내용

국역

의정부 좌찬성 정인홍이 상차하여 사직하였는데, 그 대략에,

"〈삼가 아룁니다. 이달 3일에 내리신 유지를 신이 12일에 병든 몸을 부축받으며 겨우 받들었는데 감격스럽고 황공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이 지니고 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 진달하였으므로 전하께 다시 아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건대, 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으면서 성명께 실정을 숨길 수 없으므로, 아무리 병에 시달리는 처지에 있더라도 한 마디 말을 써서 올리고 죽지 않을 수 없으니, 성명께서 가엾게 여기시어 살펴주소서.

신이, 전후 하유하신 것을 삼가 보건대 ‘그대가 오기를 기다려 경연을 열려고 하니 조리하고서 올라오도록 하고 중도에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라.’ 하셨고, 또 ‘음증 양증의 병으로 어찌하여 중도에 머무르게 되었는가. 하늘이 우리 백성들로 하여금 혜택을 입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가. 편안한 마음으로 조리하고 질병을 참고 올라오라.’고 하시고 끝내 체면시키는 윤음을 내리지 않으셨는데, 신은 더욱 불안하여 두려움을 견딜 수 없을 뿐더러 몸둘 곳을 모르겠습니다. 신이 아무리 형편없는 인물이지만 충의(忠義)의 천성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더없이 은혜를 주시는 이때에 은둔할 생각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삼가 스스로 반성해 보건대, 어떠한 학술을 지녔기에 성명께서 고문하시는 데에 대비할 수 있으며, 어떠한 도덕을 지녔기에 성명께서 맡겨주신 책임을 감당할 수 있으며, 어떠한 재국을 지녔기에 국가의 위급함을 부지하고 백성들의 생명을 살필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신에게 기대하시는 것은 형편없는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조정에 뛰어난 인재로서 훌륭한 의논을 할 수 있는 선비들이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한번 경연을 열어 그들과 강구해 보시고 널리 자문하신다면 전하의 학문이 날로 새로워지고 공정한 도리가 날로 펴지며 모든 일이 날로 잘되고 태평시대가 날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이처럼 하지 않으시고 신에게만 기대하시며 가까운 곳을 버려두고 먼 곳에서 구하려고 하시니, 대소 관원으로서 가까이 모시는 사람들이 서로 맥이 풀리고 잘못된 처사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비난할 뿐만 아니라 신도 무슨 마음으로 스스로 헤아리지 않고 늙고 추한 모습으로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회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도에서 돌아가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니고 옷을 찢어 발을 싸매고 길을 나서는 것도 신이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신은 듣건대, 원고(袁固)가 80세에 임금의 부름을 받고 나가자 공손홍(公孫弘)이 곁눈질로 보았다고 합니다. 공손홍이 곁눈질을 한 것은 자기보다 훌륭한 것을 시기하고 총애받는 것을 질투한 것이 아니라, 늙은 나이에 출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은택을 받기 위하여 천리길을 온 것에 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신의 나이가 원고와 별 차이가 없고 무식한 것이 또한 심한데 길을 떠나 도성으로 들어가서 대신들의 반열에 버젓이 얼굴을 들고 서게 된다면 젊은 관료들이 서로 비평할 것이고 여러 사람들이 흘겨볼 것이니, 어찌 공손홍 한 사람뿐이겠습니까. 이러한 것은 실지로 신 자신이 염치없는 짓을 하여 멸시를 받게 된 것인데 어떻게 사람들이 추하게 대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신의 성품이 소활하고 고집스러우며 재능이 기용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말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은 전하께서 상세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신에게 은총을 베푸시고 물러가는 것을 윤허하지 않으시니, 신은 참으로 성상의 뜻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신의 마음에 부끄럽고 스스로 망설이는 첫째 사항입니다.

신은 듣건대, 《예기(禮記)》에 ‘자신이 임금을 섬길 수 있는지의 여부를 헤아려본 뒤에 조정에 들어가 벼슬한다.’고 하였는데 신이 스스로 헤아려보기를 분명히 하였고, 《역경(易經)》에 ‘자신이 한 일을 살펴보아 진퇴를 결정한다.’고 하였는데 신이 자신의 한 일을 살펴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스스로 헤아려보기를 분명히 하였고 자신이 한 일을 살펴본 지 오래되었는데도 또 애써 나가려고 한다면, 신 역시 한 사람의 비천한 자이고 은택을 구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신 스스로 평소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전하께서 이러한 인물을 기용하여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고 시대에 어떤 유익함이 있겠습니까. 이러한 경우 여러 사람들의 비난이 있지 않더라도 신 스스로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신이 몹시 쇠약하고 병이 심한 것에 대해서 시골 사람들이 모두 알고 사대부와 온 나라 사람이 다 알고 있으며 의관이 자세히 살폈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길을 떠나 중도에서 죽거나 서울에서 죽어, 살아서 떠나갔다가 죽어서 돌아오게 된다면 한 시대의 사람들이 모두 침을 뱉으며 추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천하 후세의 사람들도 신의 이름에 대해서 매도하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평생에 수련한 학문이 이에 이르러 모두 허사로 돌아갈 것인데 신 스스로 애석하게 여기지 않더라도 전하께서 어찌 가엾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진정 신이 매우 노쇠하지 않았고 질병도 없으며 재질이 성명의 시대에 얼마쯤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여러 번 조정의 명을 거역하여 성상의 은총을 저버리고 부귀를 싫어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참으로 인정에 근사하지 않은 것으로서 전하께서도 의심하실 것입니다. 지금 만약 병든 몸으로 억지로 길을 떠나 죽음을 초래할 경우 전하께서 소명에 응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시더라도 신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신이 스스로 망설이는 둘째 사항입니다.

신이 본직을 체면시켜 주시기를 청하는 데 있어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소장을 올린 것이 10여 번으로서 옛날에 20번 올린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데 아직 윤음을 받지 못했으니, 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전하께서 유일(遺逸)의 인재를 수용하는 것이 바로 조정의 훌륭한 일이기 때문에 우선 곽외(郭隗)로부터 시작한 것처럼086) 하시어 풍성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겠으며, 어쩌면 신의 의향이 정직하고 지조가 올바르다고 하여 다른 것은 묻지 않고 단지 신의 마음가짐만을 가상하게 여기시어, 성인이 국가가 보존하고 망하는 데 있어서 군자를 먼저하고 소인을 나중에 하는 뜻을 보이시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러한 것이라면 조정에도 그러한 사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리를 당했을 때 몹시 걱정하며 정성을 다해 울부짖기를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하였으나 난리가 끝난 뒤에 현직에 오르지 못한 자들에 대해서 신이 몇몇 사람을 알고 있는데, 이들을 선발하여 위임할 경우 인망(人望)을 수습할 수 있는 것으로서 노쇠하여 쓸모없는 신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잘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의 생각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이것이 신이 스스로 망설이는 셋째 사항입니다.

신이 듣건대, 전하께서 지난번에 편당을 감싸주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분부를 내리시어 정원을 배척하셨다고 하는데, 신의 생각에 한편으로는 전하에 대해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지고 한편으로는 전하를 위해서 걱정스러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신이 편당이란 말에 대해서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대체로 편당이란 것은 필시 소인들만이 갖는 것이 아니라 군자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소인들이 군자를 모함하려고 할 때 억지로 지적하여 명목을 붙여 일망 타진하려는 계책을 삼기 때문에 편당이란 말은 태평 시대에는 들을 수 없고 항상 어지러운 시대에 발생하는데 과거 역사를 상고해 보면 손바닥을 보듯이 환히 알 수 있습니다. 신이 지난번 조정에 있을 때 관료들이 3, 4개의 당파로 분열되어 서로 배척하고 모함하는 풍조가 조성된 것을 보았습니다. 이에 신은 실지로 전하께서 이러한 습관을 매우 증오하시어 이번에 엄한 분부를 내리신 것도 이런 습관을 제거시키려는 뜻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신이 매우 다행스럽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오랜 세월을 거쳐 고질화된 습관을 제거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군자와 소인을 환히 알고 분명히 선택하여 호오(好惡)와 취사(取舍)에 있어서 매우 엄정하게 하며, 한번 직임을 맡긴 이상 의심하거나 교체시키지 말고 10년의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한 뒤에야 그른 풍습을 개혁시킬 수 있고 선비들의 풍조를 변화시킬 수 있어서 편당이 절로 제거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하지 않을 경우 옳은 사람과 그른 사람이 서로 현혹하고 사악한 자와 정직한 자가 서로 싸우게 되어 사악한 자를 정직한 사람으로, 소인을 군자로 인식하고 끝내는 역적을 자식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니, 이것이 바로 신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신은 듣건대,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천하의 사물(事物)이 유(類)로 모이고 무리로 나누어지는 데 있어서 길흉(吉凶)이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군자는 군자끼리 무리가 되고 소인은 소인끼리 무리가 되어 같은 유로 모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것입니다. 그리고 군자는 도리로써 모이기 때문에 길하고 소인은 이익으로 모이기 때문에 흉한 것인데, 이것 역시 변할 수 없는 이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엄하게 하여 멀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소인의 무리이고 친애하여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군자의 무리인 것입니다. 《역경(易經)》의 태괘(泰卦) 초구 효사(初九爻辭)에 ‘띠뿌리가 연결되듯 하여 무리로 나간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세 사람의 군자가 윗자리로 올라가 화평한 상을 이루는 것으로서 편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쾌괘(夬卦)의 단사(彖辭)에 ‘임금의 조정에서 호령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다섯 사람의 군자가 한 사람의 소인을 물리치는 것이 결단을 내리는 상이 되는 것으로서 역시 편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임금은 군자의 무리에 대해서 서로 교제하고 성의로 신임하여 같은 편당인 것처럼 한 뒤에야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송나라 신하인 주희(朱熹)는 ‘편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또 자기 임금으로 하여금 군자의 편당이 되게 하고자 한 것이 바로 때문이었습니다. 이리하여 임금은 군자들이 편당을 갖지 않을까 염려하고 또한 자신도 그들의 편당에 들어가지 못할까 염려했습니다. 예컨대 주즙(舟楫)이 되고 염매(鹽梅)가 되라고 하여 상 고종(商高宗)부열(傅說)의 편당이 되었고, 내외에 정사를 펴게 하여 주 선왕(周宣王)방숙(方叔)·소호(召虎)·윤길보(尹吉甫)의 편당이 되었고, 배운 뒤에 신하로 삼은 것은 제 환공(齊桓公)관중(管仲)의 편당이 된 것이고, 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다고 한 것은 한 소열(漢昭烈)제갈양의 편당이 된 것인데, 이들이 이러했기 때문에 사업을 성취하여 천고에 빛나게 되고 후대의 임금들이 따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말세(末世)의 임금들은 가노(家奴)를 친애한 자가 있고 척리(戚里)들에게 편혹된 자도 있으며 간흉들의 명령에 따른 자도 있었는데, 이들도 편당이 있었으나 같은 편이 되는 즉시 난망(亂亡)의 일이 뒤따랐습니다. 진실로 만약 임금이 소인을 편애하는 마음으로 군자를 편애한다면 왕망(王莾)이 도성을 옮기고 왕위를 차지한 일, 조고(趙高)가 찬탈한 일, 변방의 오랑캐가 침범하는 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질 것이고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절충하여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편당해서 안 되는 것은 소인들이고 편당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군자들인데 임금도 어찌 편당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전하께서 전대 임금들이 잘하고 잘못한 것을 전감(前鑑)으로 삼으시어 갑자기 편당이란 명목으로 관료들을 배척하지 마소서. 그리고 자신의 덕을 밝히시어 인물을 알아보시는 데 있어서 분명히 하시고 관료를 선발하시는 데 있어서도 세심하게 하시며, 호오(好惡)와 취사(取舍)를 엄하게 하소서. 이리하여 훌륭한 보필의 신하를 얻어 자신의 편당으로 삼으실 것을 생각하신다면 하늘이 반드시 세상에 명성을 떨칠 인재를 내보내어 전하와 편당이 되어서 함께 태평시대를 이루게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을 꿈에 점지해주고 때로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할 것인데 어찌 그러한 사람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신은 쓸모없는 인물이었는데 전하께서 잘못 아시고 수용하여 불러주심을 받아 제격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래 있었으나 산과 바다 같은 은덕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더러 죄가 천지에 용납할 수 없는데 우매한 소견을 아뢰면서 편당을 지지하는 말을 하였으니, 이것이 신이 주위를 돌아보며 주저하면서 스스로 망설이는 넷째 사항입니다.

이상의 망설이는 사항이 앞을 가로막고 질병이 뒤에서 끌어당기는 듯하여 물러갈 수도 없고 길을 나설 수도 없기에 다시 답답하고 절박한 사정에 대해서 모두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신은 듣건대, 병을 조리하는 방법은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순조롭고 마음이 편안하고 기운이 순조로우면 음식을 잘 먹게 되어 병이 나아지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온갖 병을 치료하는 묘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은 직명을 아직 지니고 있으면서 오래도록 소명에 응하지 못했기에 산을 지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늘 걱정스러워서 자다가 꿈속에서도 놀라는데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고 한들 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또 의관이 왔는데 전하께서 분부하시기를 ‘지금 가더라도 그의 곁을 떠나지 말고 간호하여 그의 병이 낫기를 기다려 함께 올라오도록 하라.’고 하셨다 하니, 신은 더욱 놀랍고 황송하여 잠을 잘 수 없고 입맛도 없는데 아무리 안심하려고 한들 될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신의 직명을 체면시키고 의관이 오래 머무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으시더라도 신자의 분의에 있어 어떠한 심정이겠습니까. 신이 전하의 후한 은혜를 받았으므로 전하를 한번 뵙고 시골집으로 돌아가 죽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어떻게 직명이 있고 없는 것으로 떠나거나 떠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병에 써야 할 약이 있는 것이라면 병이 낫고 심해지는 것이 어찌 의관이 오래 머물며 간호하는 데에 달려 있는 것이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 신의 직명을 체면시키고 내의를 소환하신다면 신의 심기가 화평해지고 침과 약으로 병을 치료하여 빠른 시일에 회복되어서 길을 떠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은 속병이 발생하여 점점 고질이 될 것이니, 직명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내의가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마치 기름을 뿌리며 불을 끄려 하고 불을 때면서 물이 끓는 것을 멈추게 하려는 격으로서 병이 회복될 날이 없고 길을 떠날 가망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러할 경우 신이 평소의 소원을 영원히 저버릴 뿐만 아니라 마침내 성명께서 수용하여 불러주신 의도가 허사로 돌아갈 것이기에 신은 실로 안타깝습니다. 전하께서 유념해 주소서."

하였는데, 답하기를,

"나는 날마다 경이 나를 버리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또 사직하는 소장을 보게 되어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종이를 가득 채운 충언이 모두가 나의 혼매한 것을 깨우쳐주고 인도해주는 말들이기에 내가 유념하여 가슴에 새겨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조정 신하들이 어찌 경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또한 공손홍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 염려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경의 병이 낫지 않았으니 의관이 경의 곁을 떠날 수 없는 것이고 국시(國是)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경이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체직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참으로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평생에 한번 만나보려고 하니, 멀리 떠날 생각을 갖지 말고 조리하고 올라오도록 하라."

하였다. 【정인홍이 왕의 편당을 증오하는 유지가 이이첨에게 미칠까 두려워하여 이런 논의를 하여 지지했던 것이다. 그리고 난리를 당하여 매우 걱정하고 정성을 다해 울부짖었다는 것은 바로 이이첨 등이 유영경(柳永慶)을 공척한 일을 지적한 것이다. 】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86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6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 [註 086] 곽외(郭隗)로부터 시작한 것처럼 : 전국(戰國) 때 연 소왕(燕昭王)이 자신을 낮추고 예물을 후하게 하여 어진 선비를 초빙하기 위하여 곽외에게 묻자, 곽외가 말하기를 "왕께서 어진 선비를 초빙하시는 데 있어 우선 곽외로부터 시작하신다면 곽외보다 훌륭한 사람이 천리길을 멀다 하겠습니까." 하였다. 《사기(史記)》 권34 연세가(燕世家).

원문

(伏以月初三日諭旨, 臣以十二日力疾扶曳僅僅祗受, 感激驚惶, 罔知所爲。 臣所帶疾病, 陳達已盡, 不敢更塵天日之鑑也。 竊念臣僅有朝夕之息, 不容有隱情於聖明之下, 雖在病困中, 不得不强就紙筆, 一言而死也。 惟聖明少垂憐察焉。 臣伏見前後下諭, 有曰"將待以開筵, 須調理上來, 毋作中途返歸之計", 又曰"陰陽之寇, 胡泥於中途? 天不欲使吾民蒙惠耶? 安心調理, 力疾上來", 而終閟遞免之音。 臣尤不勝蹙然驚懼, 無所容措。 臣雖無狀, 蜂蟻之性亦得於天, 曷嘗有遁思於不世恩遇之日也? 第以竊自環顧, 有何學術可以備聖明之顧問, 有何道德可以當聖明之責任, 有何才局可以扶國家之急、活蒼生之命? 而殿下之望於臣者, 有非無狀之身所敢當者, 而滿朝髦俊訏謨宏議之士, 不爲不多。 殿下試爲之開筵講究, 廣加諮訪, 則聖學日新, 公道日伸, 庶績日熙, 治平日臻矣。 殿下不此而望於臣, 舍近而求諸遠, 不獨大小近侍之人相與解體而竊議其謬, 臣亦何心, 曾不自量, 敢以耄荒老醜之物, 偃然當之而不自廻避也? 中途而返, 非臣之志也; 裂裳裹足而行, 亦非臣之所敢也。)議政府左贊成鄭仁弘上箚辭職。 略曰: 臣聞袁固年八十而被徵, 公孫弘側目視之。 之側目也, 未必是忌克而妬寵也, 蓋未必不曰不自量于其衰朽不合仕進, 千里干澤而來也。 今臣牛馬之齒, 與袁固多少無幾, 空空又甚, 而行入國門, 靦面鵷鷺之班, 則黑頭時流必相譏議而衆目睽睽, 豈獨公孫子一人而已? 是臣實自冒昧而取笑侮, 何怪人之鄙薄也? (況臣之迃疎偏滯, 才不適於施用, 言不合於時宜, 殿下之所詳知。 而眷眷至此, 不許其退, 臣實不知聖意之所在。 此臣心實羞愧, 又自疑外者一也。 臣聞"《記》曰"量而後入", 臣量之審矣; 《易》曰"觀其生進退", 臣觀其生久矣。 自量已審, 觀生旣久, 猶復黽勉而行, 臣亦一鄙夫耳, 干澤人耳。 不獨臣自負平生之志, 殿下用此等人物, 何補於國, 何益於時? 此不待衆人之非議而自不安於心。 況臣之衰朽已甚, 癃病已甚, 鄕曲之所共見, 搢紳之所共聞, 國人之所共知, 醫官之所審視也。 若復强勢前進, 或殞於中途, 或斃都下, 生 而死歸, 則不惟一時之人皆見唾鄙, 天下後世亦將罵名而不饒。 平生所學, 至此而掃地盡矣, 臣雖不自惜, 殿下豈得不爲之悶然也? 誠使臣不甚衰朽, 又無疾病, 才地亦可少補於明時, 而屢違朝命, 孤恩寵而厭富貴, 則是誠大不近於人情, 殿下固亦疑之。 今若抱病强進, 徒取一死而已, 則殿下雖許其趨命, 亦未必不疑其心。 此臣深自疑外者二也。) 臣之請遞本職, 自上年以至于今, 章疏十數上, 與古之二十上者不相遠, 而迄未蒙一兪之音, 臣反覆思惟, 莫知其由。 殿下豈不以收用遺才寔朝廷美事, 姑從始, 樹之風聲也? 豈不以臣所向者正, 所守者義, 不問其餘, 只賞其心, 以示聖人存亡先後之意也? 若果如此, 則朝廷之上, 亦不無其人。 臨難深憂, 竭誠號咷, 實先於同人, 而未顯於後笑者, 臣知若干人。 若得闡幽而委信, 則亦可以收係人望, 不必待衰朽無用一介臣然後可也。 聖意所在, 臣不敢知, 此臣尤自疑外者三也。 又曰臣竊聞殿下頃日以不免護黨之習斥政院, 以臣愚見, 一以爲殿下幸, 一以爲殿下慮也。 臣請就黨之一字而究其說焉。 夫黨者, 非必小人有之, 君子亦所不免也。 小人將陷君子而强斥爲名, 以爲打盡之一網。 故黨之說, 未聞於治平之世, 恒起於衰亂之時, 考之前史, 明如視掌也。 嘗見搢紳分裂, 三四其黨, 互排軋, 轉成傾險之風。 臣固知殿下深惡此習, 而嚴威之敎亦出於欲去之意。 臣之深以爲幸者, 此也。 然此不足以去積久沈痼之習。 必知之明, 擇之審, 好惡取舍極其嚴, 勿疑勿貳, 持以十年之久, 然後習非可革, 士風可變, 而群黨自去矣。 不然, 是非相眩, 邪正相戰, 將不免認邪爲正, 認小人爲君子, 終至於認賊爲子者多矣。 臣之不能不爲慮者, 此也。 答曰: "予日望卿不我棄也, 又見辭章, 不勝缺然。 滿紙忠言, 無非啓發昏蔽、開示指南之說, 予當留省而佩服。 但予廷臣, 寧有議卿之人, 而至有公孫子之虞耶? 卿病未差, 醫不可離, 國是靡定, 卿不可歸, 何以遞職? 且予誠不自量, 平生思欲一見, 毋作遐心, 調理勉來。" 【仁弘疑王惡黨之旨, 或及於爾瞻, 爲此論以持之。 且所謂臨亂深憂、謁誠號咷者, 李爾瞻等攻柳永慶事也。】 (臣嘗聞孔子曰: "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 君子與君子爲群, 小人與小人爲群, 以類而群聚, 自然之理也。 君子以同道而吉, 小人以同利而凶, 此亦不易之理也。 然不可不威而遠之者, 小人之黨也; 不可不親而近之者, 君子之黨也。 《易》泰之初九曰: "拔茅茹以其彙征", 三君子上交而成泰, 固可謂之黨也。 夬之彖曰: "揚于王庭", 五君子決一小人而爲夬, 亦不可不謂之黨也。 國君於君子之黨, 上下交而誠意孚, 有若黨者, 然後方可以有爲。 故朱熹自謂其不免爲黨, 又欲使其君亦爲君子之黨者, 正爲此也。 故人主唯恐君子之不黨, 又當恐其身不得入於其黨。 舟楫、鹽梅, 而 高宗傅說之黨; 敷政內外, 而 宣王吉甫之黨; 學而後臣之, 之黨管仲也; 猶魚之有水, 昭烈之黨諸葛也。 夫如是, 故其事業成就輝映千古而不可及也。 衰末之君, 或私昵於家奴, 或偏感惑於戚里, 或聽命於奸兇, 此亦黨也, 纔與爲黨, 而亂亡隨至。 誠使以所黨於小人者黨君子, 則賊之移鼎當塗, 之篡奪, 裔戎之呑噬, 潛消於不見中, 而折衝於尊俎間矣。 故不可黨者小人也, 不可不黨者君子也, 人君亦豈得無黨也? 今殿下鑑前代得失之迹, 無遽以黨字斥搢紳。 而自昭明德, 知之必欲其明, 擇之必求其審, 好惡取舍必得其嚴。 而思得良弼以爲之黨, 則天必生名世之人, 以與殿下爲黨, 共濟治平, 或賚於夢卜, 或隕之自天, 何患不得其人也? 如臣無用之物, 謬被收召, 久忝匪據, 涓埃無補於山海, 罪戾不容於天地。 而妄效愚見, 言涉右黨, 此臣環顧廻遲, 深自疑外者四也。 疑外阻於前, 疾病掣於後, 不能退, 不能遂, 敢復以悶迫之情, 冒萬死傾倒焉。 臣聞凡調病之術, 要在平心, 心平則氣和。 心平而氣和, 則食自進而病可已, 此乃百疾之妙劑也。 臣職名猶在, 而久未趨命, 如負丘山, 心常憂悶, 夢寐猶驚, 雖欲平心得乎? 今又醫來, 聞有"雖今上去, 不離看護, 待其病差, 一時上來"之敎云。 臣尤自驚惶, 目不得眠, 口不思食, 雖欲安心得乎? 殿下雖不以職名之仍遞、醫官之久留爲意, 在臣子分義, 何以爲心? 臣受殿下厚恩, 常願竊仰天顔, 歸死田廬, 則曷嘗以職名之有無爲行止也? 如有對病之藥, 宿病之差劇, 亦豈係於醫官看護之久速也? 伏願殿下命遞職名, 召還內醫, 則臣庶得平心, 以召和氣, 鍼藥以攻疾病, 時月之間, 宜召差復之望, 而登途自當有日矣。 不然, 臣心病必作, 轉至沈痼, 職名之仍帶、內醫之久留, 如投膏以救火、揚湯以止沸, 差復無期, 登途無望。 不獨臣永負平素之願, 終亦虛聖明收召之意, 臣實悶焉。 惟殿下留意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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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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