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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10권, 광해 즉위년 11월 6일 기축 1/3 기사 / 1608년 명 만력(萬曆) 36년

홍문관 부교리 이준의 상소문

국역

홍문관 부교리 이준(李埈)이 상소하기를,

"삼가 아룁니다. 신이 듣건대, 좋은 옥(玉)은 반드시 다듬어야만 이루어지고 정금(精金)은 반드시 연마를 거쳐야 하며, 성왕(聖王)의 아름다운 자질은 반드시 전후 좌우에서 갈고 물들여 바른 도(道)로 밑받침해주고 도와주어야만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신하가 바르면 그 군주가 능히 바루어진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군주가 덕 있게 되는 것도 신하에 달려 있고 부덕하게 되는 것도 신하에게 달려 있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바른 시종과 노복들이 아침 저녁으로 그 군주를 받들어주고 인도해주므로 출입하고 거동하는 일들이 신중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군주를 잘 보양(輔養)하는 자는 반드시 반 걸음을 떼는 순간에도 바른 사람이 곁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군주의 덕성을 함양시키고 도심(道心)을 개발시켜 종묘 사직과 생민들을 위해 영원한 계책을 삼고자 해서인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정사를 잘 다스리고자 하여, 아침 일찍부터 밤 늦도록 정신을 가다듬으시어 맨 처음 어진이를 찾는 전교를 내려 등용되지 못하고 숨어 있는 이를 찾으셨습니다. 그리고 또 백성을 구휼하시는 글을 내려 포흠(逋欠)을 면제해 주시니, 분위기가 한 번 새로워지면서 사람들이 기뻐하고 감복되어 모두가 전하께서 큰 일을 해보려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하늘에는 겨울에 우레가 치고 살별이 나타나 재난으로 꾸짖음을 보이고 있으며, 백성들에 있어서는 기근이 들어 뿔뿔이 흩어져 어려움과 걱정되는 일들이 눈앞에 가득차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상서롭지 않은 징조입니다.

전하께서 피폐된 정사를 경장(更張)하여 혁신시키고 치도(治道)를 널리 펴서 어지신 옛 왕의 뜻을 뒤따라 구현해 보고자 하신다면, 역시 학문을 강론하여 마음을 기르는 데에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 이른바 학문을 강론한다는 것은, 훌륭한 선비들을 맞이해 아침 저녁으로 함께 거처하면서 옛날의 바른 학문을 찾고 일심으로 체험하여 사사로운 뜻에 의혹되지 않는 것입니다.

신은 논사(論思)의 직책에 있기에 전하께서 어지신 덕을 갖춘 군주가 되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오직 잠깐의 잘못이라도 있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상 중에 졸곡(卒哭)이 이미 지나갔는데도 학문을 강론하는 자리를 한 번도 열지 않아 궁중은 아득히 멀기만 하여 전하를 오랫동안 뵐 수가 없으니, 어쩌면 전하께서 학문의 강론을 거상(居喪)하는 일보다 소홀히 여기셔서 그런 게 아닙니까?

임금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들이 여러 가지인데, 뜻은 언제나 게을러지고 중간에 끊기는 것이 걱정이며, 버릇 또한 그럭저럭 구태의연한 데에서 오류를 답습합니다. 그리하여 사람을 등용할 때에는 어진이와 어질지 않은 이가 뒤섞이고, 정사를 시행할 때에는 상벌이 뒤바뀌며, 사물이 번갈아 느끼면 마음이 쉽게 끌리고, 이해가 분분하게 이르면 쉽게 현혹됩니다. 학문을 강론하지 않음으로 해서 생겨나는 폐단이 이와 같은데, 더구나 지금 왕위를 물려받은 초기에 여러 달 동안 학문을 폐지하여, 하루에 세 번씩 신하를 접견하는 날이 언제 있을지 까마득하여 열흘의 추위만이 늘 이르고 있습니다.122)

신은, 전하께서 깊은 궁중에 오래 침체되어 계실수록 전하의 병환이 쾌히 회복되는 날이 더욱 더디어지고, 거기다 시중을 드는 자들 가운데 참소하고 교묘히 꾸미는 자들이 그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 그른 예(禮)로 유혹하고 불의로 인도한다면, 훗날의 근심이 이루 다 말할 수 없게 될까 염려됩니다.

지금 전하의 건강이 좋지 못하고 날씨마저 매우 추우므로 감히 자주 나와 날마다 경연에 납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신의 욕심으로는 전하께서 시험삼아 날씨가 따뜻할 때 때때로 측근의 신료들을 부르시되, 꼭 날짜나 시간을 한정하지 말고 번거로운 예의도 차릴 것 없이 정성스럽게 접견하고 온화한 얼굴로 대해, 경술(經術)을 강론하고 치도(治道)를 물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위아래가 서로 믿고 사람들마다 자기들의 마음을 다 쏟을 것이므로, 장차 전하의 덕이 날로 새로워져 하늘의 상서가 많이 나타나고 이변이 사라져 온화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어찌 현재의 어려운 형편만 크게 구제될 뿐이겠습니까. 옛 성왕들이 하늘에 국운을 영구히 가도록 빌었던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전하께서 신료들을 접견하지 않으신 지 반년에 다달아 기주관(記注官)들이 무엇을 기록했는지 적막하게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시기를 만나 만일 정자(程子) 같은 신하가 있다면, 반드시 깊이 걱정하고 더없이 염려해 정성을 들여서 전하의 마음을 바루어 이처럼 오랫동안 신하들을 접견하지 않게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의 벼슬이 강관(講官)의 명칭을 띠고 있으면서도 정성이 전하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해 상의 용안을 뵈올 길이 없어 군덕(君德)을 도운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는 재주라고는 유명한 무당만 못하고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숙위(宿衛)들 사이에 뒤섞여 있는데, 이는 논사(論思)의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인도하는 방법이 없었던 소치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신의 직책을 등한히 한 죄를 물어 내치고 다시 단정하고 어진 선비를 신중히 선발하여 가까운 반열에다 발탁해 두고 실지의 효과가 있도록 책임지우소서. 이게 또한 오늘날 성상의 몸을 보양하고 치도(治道)의 바탕으로 만드는 제일가는 일인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학문을 강론하여 마음을 수양하고 공경을 지켜 마음을 간직하고 군자들을 친근히 하여 이 마음을 유지하소서. 이렇게 하여 스스로 깨달은 뒤에 이를 정사에 반영시켜 근원과 흐름, 근본과 지엽을 차츰차츰 강구해 나가고, 이어 유사(有司)로 하여금 학교의 규범을 닦아 밝히게 하고 향약(鄕約)을 서울과 지방에 반포케 하고 예와 사양을 학교에서 가르치게 하여, 크게 무너진 풍속을 변화시키어 옛날의 도(道)를 회복하소서. 교화(敎化)를 변경시키는 요점은 이것에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의 충성을 바치고자 하는 순수한 일념 때문에 전하 앞에서 바로 간하는 죄를 피하지 않고 감히 입에 쓴 약과 같은 말들을 진달하였습니다. 성명께서는 살펴 받아들이소서."

하니, 답하기를,

"오랜 병으로 침울해 있던 중 약석(藥石)과 같은 말을 모두 읽고 내 가상히 여겨 탄식하였다. 마땅히 마음에 새겨두겠다."

하였다.

  • [註 122] 세 번씩 신하를 접견하는 날이 언제 있을지 까마득하여 열흘의 추위만이 늘 이르고 있습니다. : 세 번의 접견은 《주역(周易)》 진괘(晉卦)의 괘사(卦辭)의 말로서 신하가 군주에게 총애를 입어 자주 서로 만나 주는 것을 이른 말이며, 열흘의 추위는 일포 십한(一暴十寒)의 준말로 《맹자(孟子)》 고자(告子)에 "천하에 아주 쉽게 자라는 물건이 있다 할지라도 하루 동안 햇볕이 쬐이고 열흘간 춥게 한다면 능히 자랄 것이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임금을 뵙는 것이 또한 드물고 내가 물러나오면 임금의 마음을 차갑게 하는 자들이 이르르니, 싹이 돋아난들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원문

○戊申十一月初六日己丑 弘文館副校理李埈上疏曰: 伏以臣聞"良玉必成於追琢, 精金必資於砥礪, 聖王美質, 必賴左右前後磨礲濡染, 資益正道, 然後得以成就。" 故曰: "僕臣正, 厥后克正。" 又曰: "后德, 惟臣; 不德, 惟臣。" 又曰: "侍御、僕從罔非正人, 以朝夕承弼厥辟, 出入起居, 罔有不欽。" 是以古之善輔養人主者, 必欲跬步, 不離正人。蓋所以涵養其性德、開發其道心, 爲宗社、生靈久長之計而已。 恭惟主上殿下臨政圖理, 夙夜勵精, 首下求賢之敎, 搜訪遺逸。 又降恤民之書, 蠲除逋欠, 觀聽一新, 人情悅服, 皆知殿下有大有爲之志矣。 然所遇之時, 在天則冬雷、星孛災眚示譴, 在人則歲饑民離, 艱虞溢目。 玆二者, 皆不祥之兆也。 殿下欲更革弊政, 恢張治道, 有追述哲王之志, 則亦在乎講學以養其心而已。 所謂講學, 在乎招延儒雅, 朝夕與處, 稽古正學, 一心體驗, 不爲私意之惑者也。 臣職忝論思, 期殿下爲令德之主, 惟恐有毫忽之不純。 殿下於亮闇之中, 卒哭已過, 而講學之筵, 未嘗一開, 法宮深邃, 威顔久違, 豈殿下視法從有疎於彼乎? 人主一心攻之者衆, 志常患於怠忽間斷, 習亦謬於荏苒因循。 用人則賢否混淆, 爲政則賞罰例置, 事物交感而易移, 利害紛至而易惑。 學之不講而其弊如此, 況今嗣服之初, 曠月廢學, 三接無期, 十寒常至。 臣恐深宮之沈鬱愈久, 玉候之快復愈遲, 加以侍御僕從讒巧之人, 雜處其間, 誘之以非禮, 導之以不義, 末梢之憂, 有不可言。 卽今玉候未豫, 天時極寒, 雖未敢便乞頻出日御經幄, 臣愚欲望殿下試於溫和之日, 時召近密之臣, 不必限其日時、煩其禮貌, 接以誠意, 假以溫顔, 講論經術, 咨詢治道。 庶幾上下交孚, 人得盡情, 將見聖德日新, 天休滋至, 變異潛消, 和氣旁達, 豈但弘濟時艱而已乎? 古昔聖王祈天永命之圖, 亦不外是矣。 今殿下之不接臣僚, 行且半年, 記注所書, 寂寥無聞。 當此之時, 有臣如程子, 則必深憂而極慮, 積誠以格心, 召對之曠, 必不至此也。 臣官以講爲名, 誠未得徹天, 淸光之獲侍無繇, 君德之贊襄蔑效。 執藝不如工祝, 充位混於宿衛, 誠由論思失職, 輔導無方所致。 伏乞斥臣瘝曠之罪, 愼選端良之士, 擢置邇列以責實效。 亦今日養聖躬、資治道之第一件事也。 伏願殿下講學以養此心, 持敬以存此心, 親近君子, 以維持此心。 自得之餘, 推以爲政, 源流、本末以漸講求, 仍令有司修明學規, 頒鄕約於都鄙, 講禮讓於庠序, 大變頹風, 挽回古道。 更化之要, 無越諸此。 臣志在納忠一念如丹, 不避犯顔之罪, 敢陳苦口之言。 惟聖明察納焉。 答曰: "久病沈頓之餘, 具悉藥石之言, 予用嘉歎。 當體念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광해군일기[중초본]10권, 광해 즉위년 11월 6일 기축 1/3 기사 / 1608년 명 만력(萬曆) 36년

홍문관 부교리 이준의 상소문

국역

홍문관 부교리 이준(李埈)이 상소하기를,

"삼가 아룁니다. 신이 듣건대, 좋은 옥(玉)은 반드시 다듬어야만 이루어지고 정금(精金)은 반드시 연마를 거쳐야 하며, 성왕(聖王)의 아름다운 자질은 반드시 전후 좌우에서 갈고 물들여 바른 도(道)로 밑받침해주고 도와주어야만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신하가 바르면 그 군주가 능히 바루어진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군주가 덕 있게 되는 것도 신하에 달려 있고 부덕하게 되는 것도 신하에게 달려 있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바른 시종과 노복들이 아침 저녁으로 그 군주를 받들어주고 인도해주므로 출입하고 거동하는 일들이 신중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옛날에 군주를 잘 보양(輔養)하는 자는 반드시 반 걸음을 떼는 순간에도 바른 사람이 곁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군주의 덕성을 함양시키고 도심(道心)을 개발시켜 종묘 사직과 생민들을 위해 영원한 계책을 삼고자 해서인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정사를 잘 다스리고자 하여, 아침 일찍부터 밤 늦도록 정신을 가다듬으시어 맨 처음 어진이를 찾는 전교를 내려 등용되지 못하고 숨어 있는 이를 찾으셨습니다. 그리고 또 백성을 구휼하시는 글을 내려 포흠(逋欠)을 면제해 주시니, 분위기가 한 번 새로워지면서 사람들이 기뻐하고 감복되어 모두가 전하께서 큰 일을 해보려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하늘에는 겨울에 우레가 치고 살별이 나타나 재난으로 꾸짖음을 보이고 있으며, 백성들에 있어서는 기근이 들어 뿔뿔이 흩어져 어려움과 걱정되는 일들이 눈앞에 가득차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상서롭지 않은 징조입니다.

전하께서 피폐된 정사를 경장(更張)하여 혁신시키고 치도(治道)를 널리 펴서 어지신 옛 왕의 뜻을 뒤따라 구현해 보고자 하신다면, 역시 학문을 강론하여 마음을 기르는 데에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 이른바 학문을 강론한다는 것은, 훌륭한 선비들을 맞이해 아침 저녁으로 함께 거처하면서 옛날의 바른 학문을 찾고 일심으로 체험하여 사사로운 뜻에 의혹되지 않는 것입니다.

신은 논사(論思)의 직책에 있기에 전하께서 어지신 덕을 갖춘 군주가 되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오직 잠깐의 잘못이라도 있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상 중에 졸곡(卒哭)이 이미 지나갔는데도 학문을 강론하는 자리를 한 번도 열지 않아 궁중은 아득히 멀기만 하여 전하를 오랫동안 뵐 수가 없으니, 어쩌면 전하께서 학문의 강론을 거상(居喪)하는 일보다 소홀히 여기셔서 그런 게 아닙니까?

임금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들이 여러 가지인데, 뜻은 언제나 게을러지고 중간에 끊기는 것이 걱정이며, 버릇 또한 그럭저럭 구태의연한 데에서 오류를 답습합니다. 그리하여 사람을 등용할 때에는 어진이와 어질지 않은 이가 뒤섞이고, 정사를 시행할 때에는 상벌이 뒤바뀌며, 사물이 번갈아 느끼면 마음이 쉽게 끌리고, 이해가 분분하게 이르면 쉽게 현혹됩니다. 학문을 강론하지 않음으로 해서 생겨나는 폐단이 이와 같은데, 더구나 지금 왕위를 물려받은 초기에 여러 달 동안 학문을 폐지하여, 하루에 세 번씩 신하를 접견하는 날이 언제 있을지 까마득하여 열흘의 추위만이 늘 이르고 있습니다.122)

신은, 전하께서 깊은 궁중에 오래 침체되어 계실수록 전하의 병환이 쾌히 회복되는 날이 더욱 더디어지고, 거기다 시중을 드는 자들 가운데 참소하고 교묘히 꾸미는 자들이 그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 그른 예(禮)로 유혹하고 불의로 인도한다면, 훗날의 근심이 이루 다 말할 수 없게 될까 염려됩니다.

지금 전하의 건강이 좋지 못하고 날씨마저 매우 추우므로 감히 자주 나와 날마다 경연에 납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신의 욕심으로는 전하께서 시험삼아 날씨가 따뜻할 때 때때로 측근의 신료들을 부르시되, 꼭 날짜나 시간을 한정하지 말고 번거로운 예의도 차릴 것 없이 정성스럽게 접견하고 온화한 얼굴로 대해, 경술(經術)을 강론하고 치도(治道)를 물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위아래가 서로 믿고 사람들마다 자기들의 마음을 다 쏟을 것이므로, 장차 전하의 덕이 날로 새로워져 하늘의 상서가 많이 나타나고 이변이 사라져 온화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어찌 현재의 어려운 형편만 크게 구제될 뿐이겠습니까. 옛 성왕들이 하늘에 국운을 영구히 가도록 빌었던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전하께서 신료들을 접견하지 않으신 지 반년에 다달아 기주관(記注官)들이 무엇을 기록했는지 적막하게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시기를 만나 만일 정자(程子) 같은 신하가 있다면, 반드시 깊이 걱정하고 더없이 염려해 정성을 들여서 전하의 마음을 바루어 이처럼 오랫동안 신하들을 접견하지 않게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의 벼슬이 강관(講官)의 명칭을 띠고 있으면서도 정성이 전하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해 상의 용안을 뵈올 길이 없어 군덕(君德)을 도운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는 재주라고는 유명한 무당만 못하고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숙위(宿衛)들 사이에 뒤섞여 있는데, 이는 논사(論思)의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인도하는 방법이 없었던 소치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신의 직책을 등한히 한 죄를 물어 내치고 다시 단정하고 어진 선비를 신중히 선발하여 가까운 반열에다 발탁해 두고 실지의 효과가 있도록 책임지우소서. 이게 또한 오늘날 성상의 몸을 보양하고 치도(治道)의 바탕으로 만드는 제일가는 일인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학문을 강론하여 마음을 수양하고 공경을 지켜 마음을 간직하고 군자들을 친근히 하여 이 마음을 유지하소서. 이렇게 하여 스스로 깨달은 뒤에 이를 정사에 반영시켜 근원과 흐름, 근본과 지엽을 차츰차츰 강구해 나가고, 이어 유사(有司)로 하여금 학교의 규범을 닦아 밝히게 하고 향약(鄕約)을 서울과 지방에 반포케 하고 예와 사양을 학교에서 가르치게 하여, 크게 무너진 풍속을 변화시키어 옛날의 도(道)를 회복하소서. 교화(敎化)를 변경시키는 요점은 이것에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의 충성을 바치고자 하는 순수한 일념 때문에 전하 앞에서 바로 간하는 죄를 피하지 않고 감히 입에 쓴 약과 같은 말들을 진달하였습니다. 성명께서는 살펴 받아들이소서."

하니, 답하기를,

"오랜 병으로 침울해 있던 중 약석(藥石)과 같은 말을 모두 읽고 내 가상히 여겨 탄식하였다. 마땅히 마음에 새겨두겠다."

하였다.

  • [註 122] 세 번씩 신하를 접견하는 날이 언제 있을지 까마득하여 열흘의 추위만이 늘 이르고 있습니다. : 세 번의 접견은 《주역(周易)》 진괘(晉卦)의 괘사(卦辭)의 말로서 신하가 군주에게 총애를 입어 자주 서로 만나 주는 것을 이른 말이며, 열흘의 추위는 일포 십한(一暴十寒)의 준말로 《맹자(孟子)》 고자(告子)에 "천하에 아주 쉽게 자라는 물건이 있다 할지라도 하루 동안 햇볕이 쬐이고 열흘간 춥게 한다면 능히 자랄 것이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임금을 뵙는 것이 또한 드물고 내가 물러나오면 임금의 마음을 차갑게 하는 자들이 이르르니, 싹이 돋아난들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원문

○戊申十一月初六日己丑 弘文館副校理李埈上疏曰: 伏以臣聞"良玉必成於追琢, 精金必資於砥礪, 聖王美質, 必賴左右前後磨礲濡染, 資益正道, 然後得以成就。" 故曰: "僕臣正, 厥后克正。" 又曰: "后德, 惟臣; 不德, 惟臣。" 又曰: "侍御、僕從罔非正人, 以朝夕承弼厥辟, 出入起居, 罔有不欽。" 是以古之善輔養人主者, 必欲跬步, 不離正人。蓋所以涵養其性德、開發其道心, 爲宗社、生靈久長之計而已。 恭惟主上殿下臨政圖理, 夙夜勵精, 首下求賢之敎, 搜訪遺逸。 又降恤民之書, 蠲除逋欠, 觀聽一新, 人情悅服, 皆知殿下有大有爲之志矣。 然所遇之時, 在天則冬雷、星孛災眚示譴, 在人則歲饑民離, 艱虞溢目。 玆二者, 皆不祥之兆也。 殿下欲更革弊政, 恢張治道, 有追述哲王之志, 則亦在乎講學以養其心而已。 所謂講學, 在乎招延儒雅, 朝夕與處, 稽古正學, 一心體驗, 不爲私意之惑者也。 臣職忝論思, 期殿下爲令德之主, 惟恐有毫忽之不純。 殿下於亮闇之中, 卒哭已過, 而講學之筵, 未嘗一開, 法宮深邃, 威顔久違, 豈殿下視法從有疎於彼乎? 人主一心攻之者衆, 志常患於怠忽間斷, 習亦謬於荏苒因循。 用人則賢否混淆, 爲政則賞罰例置, 事物交感而易移, 利害紛至而易惑。 學之不講而其弊如此, 況今嗣服之初, 曠月廢學, 三接無期, 十寒常至。 臣恐深宮之沈鬱愈久, 玉候之快復愈遲, 加以侍御僕從讒巧之人, 雜處其間, 誘之以非禮, 導之以不義, 末梢之憂, 有不可言。 卽今玉候未豫, 天時極寒, 雖未敢便乞頻出日御經幄, 臣愚欲望殿下試於溫和之日, 時召近密之臣, 不必限其日時、煩其禮貌, 接以誠意, 假以溫顔, 講論經術, 咨詢治道。 庶幾上下交孚, 人得盡情, 將見聖德日新, 天休滋至, 變異潛消, 和氣旁達, 豈但弘濟時艱而已乎? 古昔聖王祈天永命之圖, 亦不外是矣。 今殿下之不接臣僚, 行且半年, 記注所書, 寂寥無聞。 當此之時, 有臣如程子, 則必深憂而極慮, 積誠以格心, 召對之曠, 必不至此也。 臣官以講爲名, 誠未得徹天, 淸光之獲侍無繇, 君德之贊襄蔑效。 執藝不如工祝, 充位混於宿衛, 誠由論思失職, 輔導無方所致。 伏乞斥臣瘝曠之罪, 愼選端良之士, 擢置邇列以責實效。 亦今日養聖躬、資治道之第一件事也。 伏願殿下講學以養此心, 持敬以存此心, 親近君子, 以維持此心。 自得之餘, 推以爲政, 源流、本末以漸講求, 仍令有司修明學規, 頒鄕約於都鄙, 講禮讓於庠序, 大變頹風, 挽回古道。 更化之要, 無越諸此。 臣志在納忠一念如丹, 不避犯顔之罪, 敢陳苦口之言。 惟聖明察納焉。 答曰: "久病沈頓之餘, 具悉藥石之言, 予用嘉歎。 當體念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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