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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32권, 선조 31년 7월 1일 갑신 1/4 기사 /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최천건을 진주사로 삼아 경리 양호를 변호하는 주문을 보내다

국역

최천건(崔天健)을 진주사(陳奏使)로 삼았는데, 그 주문에 이르기를,

"경리도찰원(經理都察院) 사후 배신(伺候陪臣) 한응인(韓應寅)이 말하기를 ‘본원(本院)이 사직하는 상소를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신(臣)이 삼가 외간(外間)의 말을 들으니 ‘양 도야(楊都爺)가 도산(島山)의 싸움에서 병마(兵馬)가 손상을 많이 당하였는데도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다는 정 주사(丁主事)의 참주(參奏)를 당하였고, 마 제독(麻提督)도 함께 참주를 다하였다.’ 하기도 하고, 혹은 말하기를 ‘공(功)을 서훈(叙勳)함이 공정하지 못하여 공을 많이 기록하지 않았다.’ 하기고 하고, 혹은 ‘경리와 제독이 가등청정(加藤淸正)과 더불어 강화(講和)하였다.’ 하고, 혹은 ‘경리가 조선에 성을 쌓았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하고, 혹은 ‘왜노(倭奴)의 원래 숫자가 많지 않았는데 경리가 장황하게 거짓 보고하였으니, 군사와 식량을 감해야 한다.’고 했다 합니다. 비록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말이 점점 전파되어 원근(遠近)이 의혹되고 있습니다.

신은 삼가 생각하건대, 나라가 망하여 화패(禍敗)를 당한 나머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형세였는데, 특별히 황상(皇上)께서 소방(小邦)의 민망하고 절박한 사정을 간곡히 살펴주시는 은전을 입었으니, 교활한 왜노(倭奴)의 정상을 통찰하시어 군사를 내고 군량을 운반해 주신 것은 모두 슬기로운 결단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찍이 직산(稷山)에서 한번 승리하자 경성(京城)이 완전하게 되었고, 다시 청산(靑山)으로 몰아내자 호서(湖西)와 경기 지방이 완전하게 되고, 세 번째 도산(島山)에서 무찌르니, 적은 이미 혼이 빠졌습니다. 신은 홍은에 감격하여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은혜 갚기를 도모하려 합니다.

지금은 대군(大軍)이 일제히 모여 예기(銳氣)를 축적하고서 출동을 기다리며, 신은 바야흐로 군자와 식량을 공급하면서 깨끗이 소탕하는 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 무신(撫臣) 양호(楊鎬)가 사직하는 상소를 올리고 장차 이임(離任)하여 서쪽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신은 처음에는 의심하였고, 중간에는 괴이하게 여겼으며 나중에는 크게 놀랐습니다. 그 참소(參疏)에서 논한 바는 비록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다만 소문에 의거하면 사실에 가깝지 않은 뜻밖의 말이 많고, 조선 사람이 말한 바라고 한 것도 온 나라가 일찍이 알지 못한 것입니다.

삼가 보건대, 무신 양호는 명을 받자 마음을 가다듬고 동쪽 일에 힘써서 독신(督臣) 형개(邢玠), 안신(按臣) 진효(陳效)와 더불어 협모(協謀)하여 힘을 펴고, 사려(思慮)를 다하여 용감히 곧바로 나아가, 원망을 자신이 받으며 과감히 한 것이 그의 가장 훌륭한 점이었습니다. 또 직책에 있은 지 여러 해에 본국(本國)의 잔패(殘敗)한 실상을 잘 알아 무뢰배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폐단을 통렬히 징계하여 다스렸고, 약속이 매우 간결하고, 청렴함으로 자신을 단속하였으니, 이는 저희 나라의 삼척동자(三尺童子)도 탄복했던 바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적추(賊酋) 소서행장(小西行長)이 남원(南原)을 공격해 함락시키고 가등청정(加藤淸正)이 대군을 이끌고 합세하여, 흉봉(兇鋒)이 한강(漢江) 남쪽에 이르자 도성(都城) 백성들이 물고기나 새처럼 놀라 흩어졌습니다. 그러자 양호가 단거(單車)로 재빨리 위험을 무릅쓰고 성으로 달려들어와 남은 백성을 위유(慰諭)하고, 장사(將士)를 신칙하니, 인심이 신뢰하게 되어 적이 이를 두렵게 여겨 중지하였고, 마침내 담소(談笑)하며 지휘하는 사이에 적을 물리쳤으니 도성이 오늘날 보전된 것은 모두 그의 힘입니다.

도산의 전투에서 양호가 문관출신 대관으로 갑옷을 입고 진(陣)에 올라 적의 소굴을 공격하여 제독 및 여러 장수와 기세를 가다듬어 싸움을 독려해서 내외의 울타리를 불태우고 1천여 급을 참획(斬獲)하였습니다. 그러자 가등청정이 소굴에서 궁지에 몰려 목 마르고 굶주려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불행히 비가 내기고 갑작스런 추위로 사졸(士卒)이 많이 상하여 아군의 형세가 지친 데다, 적의 원병이 크게 몰려들어 참으로 앞과 뒤에서 적을 받는 근심이 있게 되었습니다. 양호는 마귀(麻貴)와 사세를 치밀하게 살펴 후퇴를 명하고 마군(馬軍)을 뽑아 자신이 전(殿)005) 이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그때의 시종 상황입니다. 정벌해 소탕한 실정은 배신(陪臣)과 여러 장수들이 모두가 목견하여 알고 있는 사실이니, 공과 죄를 밝히는 것은 자연 공론(公論)이 있기 마련이고, 위에 하늘의 해와 같은 성상이 계신데 어찌 거짓으로 속이겠습니까. 신은 그 당시 공적(功績)을 가지고 주문(奏聞)하려 했는데, 양호가 지나치게 겸손하여 극력 말려서 신은 그것을 서운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의논이 이처럼 분분할 줄은 일찍이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일을 맡은 신하는 사람들의 시비를 당하기가 쉬우며, 공과 죄를 논하는 것은 사람들마다의 마음에 만족하게 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성감(聖鑑)이 매우 밝으시어 만리를 보시니, 그 시비와 허실(虛實)을 마침내 통찰하실 터이니, 어찌 신의 번거로운 호소가 필요하겠습니까. 이어 생각하건대 기미(覊縻)하자는 설(說)은 저들의 계책에 떨어진 것으로 여러 번 사기(事機)를 그르쳤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적의 정상이 더욱 드러나고, 신은 더욱 쇠약해졌습니다. 만약 천조(天朝)에서 저들과 강화(講和)하고자 한다면 목전(目前)의 일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천하가 그 우환을 당하게 될 것이므로 그릇된 일임을 우부 우부(愚夫愚婦)라도 모두 알고 있는데, 몸소 동쪽 일을 담당한 양호가 그것을 몰랐겠습니까.

작년 2월에 가등청정(加藤淸正)이 한 명의 왜노(倭奴)와 포로되었던 사람을 보내와 제독에게 글을 올리려 한다고 거짓 핑계하면서 우리의 허실을 탐지하려 했는데, 양호가 즉시 왜노를 붙잡아 남병 부장(南兵副將) 오유충(吳惟忠)에게 보내 임의로 처치하게 하였습니다. 또 초여름에 행장(行長)이 주원례(朱元禮)와 요시라(要時羅) 등을 보내어 강화를 핑계해 몰래 우리의 작전지연을 도모하여 제독 이하 각 아문에 글을 보내고, 또 소방의 예조(禮曹)에도 글을 보냈습니다. 양호가 몰래 그들이 예조에 보낸 글을 보고서 사연이 흉악하고 또 우리의 작전을 지연하면서 저들의 신병(新兵)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그의 간교한 계책으로서 경계해야 할 것임을 양호가 환히 알고는 그 사신을 잡아 가두고 그 글을 보내지 않고 장차 기회를 보아 계책을 시행하여 만전의 승리를 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으로 강화하였다고 죄를 주는 것은 역시 억울합니다. 그리고 옛날 우리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께서 소방에 칙서(勑書)를 내려 ‘왕(王)의 나라는 왜와 이웃하고 있으니, 경도(京都)와 연해 지방에 성을 쌓으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소방은 동해(東海)의 울타리이고 전라도와 경상도는 소방의 문호(門戶)이니, 반드시 먼저 설비하여야 이 적을 막는 데 이롭습니다. 양호가 성을 쌓아 둔수(屯守)하여 장원한 계책을 삼았으니 이는 경리의 직분 가운데 중요한 책무입니다. 그런데 이를 잘못이라 하여 죄를 삼고 소방이 후일 화를 끼칠까 의심하니, 고황제께서 조유(詔諭)하신 뜻과는 크게 다릅니다. 이 적은 동쪽으로 울산(蔚山)에서부터 서쪽으로 순천(順天)에 이르기까지 둔영(屯營)이 연달아 9백여 리에 뻗쳐 있으면서, 성을 쌓고 호(壕)를 파고 둔전(屯田)을 경작하여 곡식을 저장하며 구병(舊兵)을 교체시키고 정병(精兵)을 증원하니, 어찌 아무 생각없이 그러겠습니까. 적의 수효와 기세는 이에 의하여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왜군이 적으므로 군사와 식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니, 신은 참으로 어디에 중점을 둔 계책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신은 또 들으니, 이 적들이 장차 초가을에 다시 군사를 내어 바다를 건너 중국 군사를 죽이고 명년(明年)에는 풍신수길(豊臣秀吉)이 대병을 이끌고 진격하여 요좌(遼左)를 범하려고 한다 하니, 지금이 바로 먼저 상대를 제압할 계책을 내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유언(流言)이 한번 퍼지자 군정(軍政)이 크게 변하여 먼저 온 자는 해이해져 돌아가기를 생각하고, 후에 온 자는 기운이 저상되어 격려되지 않고 있으니 만일 적들이 이런 형세를 안다면 반드시 박수를 치며 서로 경하(慶賀)하면서 일어날 것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침에 어찌 한심스럽지 않겠습니까. 신이 더욱 깊이 마음 아파하는 것은 대병(大兵)이 이미 출동하였고 식량을 이미 운반하였으며 양호가 방금 사무를 요리(料理)하여 계책을 청하였으므로 신은 스스로 적을 멸망시킬 기회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는데, 하늘이 돕지 않고 일이 또 실패하게 되어 여러 해 동안 경영해 온 일이 모두 무너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뜬 의논이 안정되지 않고 변방 정세를 아뢸 수 없다면 신의 멸망은 말할 것이 없고 천하의 대계(大計)가 이로써 잘못 될까 두렵습니다."

하였는데, 천건(天健)이 이 주문을 가지고 갔다.

원문

○朔甲申/以崔天健爲陳奏使。 其奏文曰:

經理都察院伺候陪臣韓應寅啓稱: "本院上疏辭職。" 臣竊聞外間之言, 或說: "楊都爺被丁主事參奏, 島山之役, 兵馬多致損傷, 匿不以報, 麻提督亦竝被參。" 或說: "敍功不分, 功多不錄。" 或說: "經理、提督, 與淸正講和。" 或說: "經理築城朝鮮也, 是大錯。" 或說: "倭奴原數不多, 經理張皇瞞報, 兵糧當減。" 雖未知其眞的, 而群言漸播, 遠近疑惑。 臣竊念, 臣以覆亡禍敗之餘, 無復有自振之勢, 而特蒙皇上曲察小邦悶迫之情, 洞燭倭奴兇狡之狀, 發兵運餉, 皆出睿斷。 蓋嘗一捷於稷山而京城全; 再蹙於靑山而湖甸完; 三鏖於島山而賊已褫魄矣。 臣感激洪造, 糜粉圖酬。 今者大軍齊集, 蓄銳待發, 臣方供給資糧, 佇看廓淸之擧, 不意撫臣楊鎬上疏辭職, 將離任西還, 臣始而疑中而訝, 終乃大駭。 其參疏所論, 雖不得詳, 第據其流聞, 則多是情外不近之說, 亦有朝鮮人所言, 而通國之未曾知者也。 伏見, 撫臣楊鎬自膺簡命, 銳意東事, 與督臣邢玠、按臣陳效, 協謀宣力, 殫竭思慮, 而勇往直前, 任怨敢爲, 最其長處也。 且莅任多年, 諳委本國殘敗之狀, 痛懲棍徒科擾之弊, 約己甚簡, 氷蘗自飭, 此則小邦三尺童子, 亦所歎服。 去年秋, 賊酋行長攻陷南原, 淸正領大衆來會, 兇蜂已迫漢南, 都城之民魚駭鳥竄。 鎬單車疾驅, 冒入危城, 慰諭餘氓, 申飭將士, 使人心依賴, 賊情畏沮, 遂却敵於談笑指揮之間, 都城得保今日, 皆其力也。 島山之役, 鎬以文職大官, 環甲上陣, 暴露虎穴, 與提督及諸將, 勵氣督戰, 焚燒內外寨柵, 斬獲千餘級。 淸正窮蹙一穴, 渴餒幾斃, 而不幸天雨急寒, 士卒多傷, 我勢已疲, 而賊援大集, 固將有腹背受敵之患。 鎬與麻貴密察事機, 宣令左次, 排選馬軍, 身自爲殿, 卽其事狀, 終始如此。 若征勦實績, 則陪臣及諸將, 皆目見而知之, 功罪査覈, 自有公論, 天日在上, 豈容虛誑? 臣於其時, 擬將勞績, 具奏上聞, 鎬過執謙遜, 力寢其奏, 臣嘗以是爲欿, 曾不料今日之論, 紛紛至此。 自古當事之臣, 易招人議, 功罪之間, 難適衆情。 聖鑑孔昭, 明見萬里, 其是非虛實, 終必洞察, 奚待臣之煩籲哉? 仍念, 羈縻之說, 爲伊計所中, 屢致差了事機。 到今賊之情形益露, 臣之削弱滋甚。 若天朝欲與之講和, 則非但敗目前之事, 而天下受其憂矣。 愚夫愚婦皆知其非, 曾謂楊鎬身當東事, 而不料此耶? 去年二月, 淸正差一倭奴與被虜人, 假稱奉書提督, 探我虛實, 鎬卽執倭奴, 送于南兵副將吳惟忠, 任其處置。 又於夏初, 行長遣朱元禮、要時羅等, 托以講和, 潛圖緩兵, 有書於提督以下各衙門, 又有書於小邦禮曹。 鎬潛發其遺禮曹之書, 書辭可惡, 且緩我而待新兵, 乃伊之奸計, 已事可戒。 鎬洞見此狀, 拘囚其使, 不發其書, 將欲臨機行計, 取勝萬全, 今執此而罪講和, 則亦冤矣。 昔我太祖高皇帝賜小邦勑書有曰: "王國與倭爲隣, 京都及沿海地方, 設築城子。" 今小邦, 藩蔽東海, 而全、慶爲小邦門戶, 必先設備, 利禦此寇。 鎬欲築城屯守, 以規遠計, 此是經理職內要務。 乃以是爲罪, 而錯疑小邦, 貽他日之患, 其亦與高皇帝詔諭旨意, 大相遠矣。 此賊東自蔚山, 西至順天, 連營列屯九百餘里, 築城堀壕, 屯田積穀, 更換舊兵, 添調精卒, 其志豈徒然哉? 賊之多寡盛衰, 據此可知。 今乃謂倭衆本少, 要減兵糧, 臣誠未知其定計之所在也。 臣又聞, 此賊將以秋初, 再調兵衆過海, 要與天兵厮殺, 明年, 秀吉領大兵, 進犯遼左, 此正先發制人之秋。 玆者流言一播, 軍政大變, 先者懈而思還, 後者沮而不發, 倘伊賊詗此勢, 則抵掌相慶而起, 念至于此, 寧不寒膽? 抑臣所深痛者, 大兵已發矣, 糧餉已運矣, 鎬方料理事務, 已有定算, 臣自幸滅賊有期。 天不見祐, 事又敗意, 累年經營, 皆將壞了。 萬一浮議未定, 邊情莫白, 則臣之滅亡, 有不暇顧, 而竊恐天下大計, 自此去矣。

天健遂齎奏而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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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32권, 선조 31년 7월 1일 갑신 1/4 기사 /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최천건을 진주사로 삼아 경리 양호를 변호하는 주문을 보내다

국역

최천건(崔天健)을 진주사(陳奏使)로 삼았는데, 그 주문에 이르기를,

"경리도찰원(經理都察院) 사후 배신(伺候陪臣) 한응인(韓應寅)이 말하기를 ‘본원(本院)이 사직하는 상소를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신(臣)이 삼가 외간(外間)의 말을 들으니 ‘양 도야(楊都爺)가 도산(島山)의 싸움에서 병마(兵馬)가 손상을 많이 당하였는데도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다는 정 주사(丁主事)의 참주(參奏)를 당하였고, 마 제독(麻提督)도 함께 참주를 다하였다.’ 하기도 하고, 혹은 말하기를 ‘공(功)을 서훈(叙勳)함이 공정하지 못하여 공을 많이 기록하지 않았다.’ 하기고 하고, 혹은 ‘경리와 제독이 가등청정(加藤淸正)과 더불어 강화(講和)하였다.’ 하고, 혹은 ‘경리가 조선에 성을 쌓았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하고, 혹은 ‘왜노(倭奴)의 원래 숫자가 많지 않았는데 경리가 장황하게 거짓 보고하였으니, 군사와 식량을 감해야 한다.’고 했다 합니다. 비록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말이 점점 전파되어 원근(遠近)이 의혹되고 있습니다.

신은 삼가 생각하건대, 나라가 망하여 화패(禍敗)를 당한 나머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형세였는데, 특별히 황상(皇上)께서 소방(小邦)의 민망하고 절박한 사정을 간곡히 살펴주시는 은전을 입었으니, 교활한 왜노(倭奴)의 정상을 통찰하시어 군사를 내고 군량을 운반해 주신 것은 모두 슬기로운 결단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찍이 직산(稷山)에서 한번 승리하자 경성(京城)이 완전하게 되었고, 다시 청산(靑山)으로 몰아내자 호서(湖西)와 경기 지방이 완전하게 되고, 세 번째 도산(島山)에서 무찌르니, 적은 이미 혼이 빠졌습니다. 신은 홍은에 감격하여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은혜 갚기를 도모하려 합니다.

지금은 대군(大軍)이 일제히 모여 예기(銳氣)를 축적하고서 출동을 기다리며, 신은 바야흐로 군자와 식량을 공급하면서 깨끗이 소탕하는 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 무신(撫臣) 양호(楊鎬)가 사직하는 상소를 올리고 장차 이임(離任)하여 서쪽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신은 처음에는 의심하였고, 중간에는 괴이하게 여겼으며 나중에는 크게 놀랐습니다. 그 참소(參疏)에서 논한 바는 비록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다만 소문에 의거하면 사실에 가깝지 않은 뜻밖의 말이 많고, 조선 사람이 말한 바라고 한 것도 온 나라가 일찍이 알지 못한 것입니다.

삼가 보건대, 무신 양호는 명을 받자 마음을 가다듬고 동쪽 일에 힘써서 독신(督臣) 형개(邢玠), 안신(按臣) 진효(陳效)와 더불어 협모(協謀)하여 힘을 펴고, 사려(思慮)를 다하여 용감히 곧바로 나아가, 원망을 자신이 받으며 과감히 한 것이 그의 가장 훌륭한 점이었습니다. 또 직책에 있은 지 여러 해에 본국(本國)의 잔패(殘敗)한 실상을 잘 알아 무뢰배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폐단을 통렬히 징계하여 다스렸고, 약속이 매우 간결하고, 청렴함으로 자신을 단속하였으니, 이는 저희 나라의 삼척동자(三尺童子)도 탄복했던 바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적추(賊酋) 소서행장(小西行長)이 남원(南原)을 공격해 함락시키고 가등청정(加藤淸正)이 대군을 이끌고 합세하여, 흉봉(兇鋒)이 한강(漢江) 남쪽에 이르자 도성(都城) 백성들이 물고기나 새처럼 놀라 흩어졌습니다. 그러자 양호가 단거(單車)로 재빨리 위험을 무릅쓰고 성으로 달려들어와 남은 백성을 위유(慰諭)하고, 장사(將士)를 신칙하니, 인심이 신뢰하게 되어 적이 이를 두렵게 여겨 중지하였고, 마침내 담소(談笑)하며 지휘하는 사이에 적을 물리쳤으니 도성이 오늘날 보전된 것은 모두 그의 힘입니다.

도산의 전투에서 양호가 문관출신 대관으로 갑옷을 입고 진(陣)에 올라 적의 소굴을 공격하여 제독 및 여러 장수와 기세를 가다듬어 싸움을 독려해서 내외의 울타리를 불태우고 1천여 급을 참획(斬獲)하였습니다. 그러자 가등청정이 소굴에서 궁지에 몰려 목 마르고 굶주려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불행히 비가 내기고 갑작스런 추위로 사졸(士卒)이 많이 상하여 아군의 형세가 지친 데다, 적의 원병이 크게 몰려들어 참으로 앞과 뒤에서 적을 받는 근심이 있게 되었습니다. 양호는 마귀(麻貴)와 사세를 치밀하게 살펴 후퇴를 명하고 마군(馬軍)을 뽑아 자신이 전(殿)005) 이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그때의 시종 상황입니다. 정벌해 소탕한 실정은 배신(陪臣)과 여러 장수들이 모두가 목견하여 알고 있는 사실이니, 공과 죄를 밝히는 것은 자연 공론(公論)이 있기 마련이고, 위에 하늘의 해와 같은 성상이 계신데 어찌 거짓으로 속이겠습니까. 신은 그 당시 공적(功績)을 가지고 주문(奏聞)하려 했는데, 양호가 지나치게 겸손하여 극력 말려서 신은 그것을 서운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의논이 이처럼 분분할 줄은 일찍이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일을 맡은 신하는 사람들의 시비를 당하기가 쉬우며, 공과 죄를 논하는 것은 사람들마다의 마음에 만족하게 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성감(聖鑑)이 매우 밝으시어 만리를 보시니, 그 시비와 허실(虛實)을 마침내 통찰하실 터이니, 어찌 신의 번거로운 호소가 필요하겠습니까. 이어 생각하건대 기미(覊縻)하자는 설(說)은 저들의 계책에 떨어진 것으로 여러 번 사기(事機)를 그르쳤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적의 정상이 더욱 드러나고, 신은 더욱 쇠약해졌습니다. 만약 천조(天朝)에서 저들과 강화(講和)하고자 한다면 목전(目前)의 일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천하가 그 우환을 당하게 될 것이므로 그릇된 일임을 우부 우부(愚夫愚婦)라도 모두 알고 있는데, 몸소 동쪽 일을 담당한 양호가 그것을 몰랐겠습니까.

작년 2월에 가등청정(加藤淸正)이 한 명의 왜노(倭奴)와 포로되었던 사람을 보내와 제독에게 글을 올리려 한다고 거짓 핑계하면서 우리의 허실을 탐지하려 했는데, 양호가 즉시 왜노를 붙잡아 남병 부장(南兵副將) 오유충(吳惟忠)에게 보내 임의로 처치하게 하였습니다. 또 초여름에 행장(行長)이 주원례(朱元禮)와 요시라(要時羅) 등을 보내어 강화를 핑계해 몰래 우리의 작전지연을 도모하여 제독 이하 각 아문에 글을 보내고, 또 소방의 예조(禮曹)에도 글을 보냈습니다. 양호가 몰래 그들이 예조에 보낸 글을 보고서 사연이 흉악하고 또 우리의 작전을 지연하면서 저들의 신병(新兵)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그의 간교한 계책으로서 경계해야 할 것임을 양호가 환히 알고는 그 사신을 잡아 가두고 그 글을 보내지 않고 장차 기회를 보아 계책을 시행하여 만전의 승리를 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으로 강화하였다고 죄를 주는 것은 역시 억울합니다. 그리고 옛날 우리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께서 소방에 칙서(勑書)를 내려 ‘왕(王)의 나라는 왜와 이웃하고 있으니, 경도(京都)와 연해 지방에 성을 쌓으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소방은 동해(東海)의 울타리이고 전라도와 경상도는 소방의 문호(門戶)이니, 반드시 먼저 설비하여야 이 적을 막는 데 이롭습니다. 양호가 성을 쌓아 둔수(屯守)하여 장원한 계책을 삼았으니 이는 경리의 직분 가운데 중요한 책무입니다. 그런데 이를 잘못이라 하여 죄를 삼고 소방이 후일 화를 끼칠까 의심하니, 고황제께서 조유(詔諭)하신 뜻과는 크게 다릅니다. 이 적은 동쪽으로 울산(蔚山)에서부터 서쪽으로 순천(順天)에 이르기까지 둔영(屯營)이 연달아 9백여 리에 뻗쳐 있으면서, 성을 쌓고 호(壕)를 파고 둔전(屯田)을 경작하여 곡식을 저장하며 구병(舊兵)을 교체시키고 정병(精兵)을 증원하니, 어찌 아무 생각없이 그러겠습니까. 적의 수효와 기세는 이에 의하여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왜군이 적으므로 군사와 식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니, 신은 참으로 어디에 중점을 둔 계책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신은 또 들으니, 이 적들이 장차 초가을에 다시 군사를 내어 바다를 건너 중국 군사를 죽이고 명년(明年)에는 풍신수길(豊臣秀吉)이 대병을 이끌고 진격하여 요좌(遼左)를 범하려고 한다 하니, 지금이 바로 먼저 상대를 제압할 계책을 내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유언(流言)이 한번 퍼지자 군정(軍政)이 크게 변하여 먼저 온 자는 해이해져 돌아가기를 생각하고, 후에 온 자는 기운이 저상되어 격려되지 않고 있으니 만일 적들이 이런 형세를 안다면 반드시 박수를 치며 서로 경하(慶賀)하면서 일어날 것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침에 어찌 한심스럽지 않겠습니까. 신이 더욱 깊이 마음 아파하는 것은 대병(大兵)이 이미 출동하였고 식량을 이미 운반하였으며 양호가 방금 사무를 요리(料理)하여 계책을 청하였으므로 신은 스스로 적을 멸망시킬 기회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는데, 하늘이 돕지 않고 일이 또 실패하게 되어 여러 해 동안 경영해 온 일이 모두 무너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뜬 의논이 안정되지 않고 변방 정세를 아뢸 수 없다면 신의 멸망은 말할 것이 없고 천하의 대계(大計)가 이로써 잘못 될까 두렵습니다."

하였는데, 천건(天健)이 이 주문을 가지고 갔다.

원문

○朔甲申/以崔天健爲陳奏使。 其奏文曰:

經理都察院伺候陪臣韓應寅啓稱: "本院上疏辭職。" 臣竊聞外間之言, 或說: "楊都爺被丁主事參奏, 島山之役, 兵馬多致損傷, 匿不以報, 麻提督亦竝被參。" 或說: "敍功不分, 功多不錄。" 或說: "經理、提督, 與淸正講和。" 或說: "經理築城朝鮮也, 是大錯。" 或說: "倭奴原數不多, 經理張皇瞞報, 兵糧當減。" 雖未知其眞的, 而群言漸播, 遠近疑惑。 臣竊念, 臣以覆亡禍敗之餘, 無復有自振之勢, 而特蒙皇上曲察小邦悶迫之情, 洞燭倭奴兇狡之狀, 發兵運餉, 皆出睿斷。 蓋嘗一捷於稷山而京城全; 再蹙於靑山而湖甸完; 三鏖於島山而賊已褫魄矣。 臣感激洪造, 糜粉圖酬。 今者大軍齊集, 蓄銳待發, 臣方供給資糧, 佇看廓淸之擧, 不意撫臣楊鎬上疏辭職, 將離任西還, 臣始而疑中而訝, 終乃大駭。 其參疏所論, 雖不得詳, 第據其流聞, 則多是情外不近之說, 亦有朝鮮人所言, 而通國之未曾知者也。 伏見, 撫臣楊鎬自膺簡命, 銳意東事, 與督臣邢玠、按臣陳效, 協謀宣力, 殫竭思慮, 而勇往直前, 任怨敢爲, 最其長處也。 且莅任多年, 諳委本國殘敗之狀, 痛懲棍徒科擾之弊, 約己甚簡, 氷蘗自飭, 此則小邦三尺童子, 亦所歎服。 去年秋, 賊酋行長攻陷南原, 淸正領大衆來會, 兇蜂已迫漢南, 都城之民魚駭鳥竄。 鎬單車疾驅, 冒入危城, 慰諭餘氓, 申飭將士, 使人心依賴, 賊情畏沮, 遂却敵於談笑指揮之間, 都城得保今日, 皆其力也。 島山之役, 鎬以文職大官, 環甲上陣, 暴露虎穴, 與提督及諸將, 勵氣督戰, 焚燒內外寨柵, 斬獲千餘級。 淸正窮蹙一穴, 渴餒幾斃, 而不幸天雨急寒, 士卒多傷, 我勢已疲, 而賊援大集, 固將有腹背受敵之患。 鎬與麻貴密察事機, 宣令左次, 排選馬軍, 身自爲殿, 卽其事狀, 終始如此。 若征勦實績, 則陪臣及諸將, 皆目見而知之, 功罪査覈, 自有公論, 天日在上, 豈容虛誑? 臣於其時, 擬將勞績, 具奏上聞, 鎬過執謙遜, 力寢其奏, 臣嘗以是爲欿, 曾不料今日之論, 紛紛至此。 自古當事之臣, 易招人議, 功罪之間, 難適衆情。 聖鑑孔昭, 明見萬里, 其是非虛實, 終必洞察, 奚待臣之煩籲哉? 仍念, 羈縻之說, 爲伊計所中, 屢致差了事機。 到今賊之情形益露, 臣之削弱滋甚。 若天朝欲與之講和, 則非但敗目前之事, 而天下受其憂矣。 愚夫愚婦皆知其非, 曾謂楊鎬身當東事, 而不料此耶? 去年二月, 淸正差一倭奴與被虜人, 假稱奉書提督, 探我虛實, 鎬卽執倭奴, 送于南兵副將吳惟忠, 任其處置。 又於夏初, 行長遣朱元禮、要時羅等, 托以講和, 潛圖緩兵, 有書於提督以下各衙門, 又有書於小邦禮曹。 鎬潛發其遺禮曹之書, 書辭可惡, 且緩我而待新兵, 乃伊之奸計, 已事可戒。 鎬洞見此狀, 拘囚其使, 不發其書, 將欲臨機行計, 取勝萬全, 今執此而罪講和, 則亦冤矣。 昔我太祖高皇帝賜小邦勑書有曰: "王國與倭爲隣, 京都及沿海地方, 設築城子。" 今小邦, 藩蔽東海, 而全、慶爲小邦門戶, 必先設備, 利禦此寇。 鎬欲築城屯守, 以規遠計, 此是經理職內要務。 乃以是爲罪, 而錯疑小邦, 貽他日之患, 其亦與高皇帝詔諭旨意, 大相遠矣。 此賊東自蔚山, 西至順天, 連營列屯九百餘里, 築城堀壕, 屯田積穀, 更換舊兵, 添調精卒, 其志豈徒然哉? 賊之多寡盛衰, 據此可知。 今乃謂倭衆本少, 要減兵糧, 臣誠未知其定計之所在也。 臣又聞, 此賊將以秋初, 再調兵衆過海, 要與天兵厮殺, 明年, 秀吉領大兵, 進犯遼左, 此正先發制人之秋。 玆者流言一播, 軍政大變, 先者懈而思還, 後者沮而不發, 倘伊賊詗此勢, 則抵掌相慶而起, 念至于此, 寧不寒膽? 抑臣所深痛者, 大兵已發矣, 糧餉已運矣, 鎬方料理事務, 已有定算, 臣自幸滅賊有期。 天不見祐, 事又敗意, 累年經營, 皆將壞了。 萬一浮議未定, 邊情莫白, 則臣之滅亡, 有不暇顧, 而竊恐天下大計, 自此去矣。

天健遂齎奏而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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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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