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룡이 정여립과의 관련 여부에 대해 해명하는 상소를 올리고 대죄하다
백유양의 초사(招辭)에 착오가 많았다. 역적에게 보낸 서찰 중에 조정의 남북(南北)에 관한 말이 있었다. 상이 비로소 조정이 또 분당한 것을 알고 유양에게 묻기를,
"이른바 남인 북인은 누구인가?"
하니, 백유양이 아뢰기를,
"북인은 이발·이길·정언신·정언지 및 정적(鄭賊)075) 과 신(臣) 유양(惟讓) 등 모두 10인입니다."
하고, 조인후(趙仁後)가 승지로 입시하였는데 유양이 아뢰기를,
"인후는 곧 북인입니다."
하였다. 조인후는 물러나서 대죄(待罪)하였는데 근심과 두려움으로 실성하여 죽었다. 유양의 서찰에 여립에게 ‘입시할 때에 유성룡을 불러 환조(還朝)하기를 청하라.’고 권한 말이 있었다. 유성룡이 상소하여 대죄하였는데, 그 대략에,
"신이 10여 년 전에 호남에 정여립이란 자가 독서와 학문에 부지런하다는 것으로 자못 이름이 났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어 듣건대, 그는 인품이 고상함을 스스로 내세우면서 큰소리쳐서 당할 자가 없고 망령되이 자기 소견으로 선정(先正)을 능멸한다 하였습니다. 신이 이 말을 듣고 이미 그를 좋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 뒤 명성이 점차 성대하여지고 전하는 자가 더욱 많아지자, 모두 요로에 천거하려고 하면서 오래도록 용비(冗卑)한 자리에 침체되는 것을 굴억(屈抑)으로 여겼는데, 오직 고(故) 집의 이경중(李敬中)만이 그를 극력 배척하였습니다. 그때 경중이 이조 좌랑으로 있었는데 하루는 신이 우연히 서로 만나 여립의 인품에 대해 물으니, 경중은 ‘그의 인품은 내가 자세히 아는 바이다. 조년(早年)에 그와 관학(館學)에 같이 거처하면서 그가 하는 것을 살펴보았는데 대단히 무상(無狀)하다. 독서하는 것을 명예로 삼고 있으나 기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옛 사람도 오히려 어렵게 여겼다. 타고난 자질이 이미 그러한데 어찌 하찮은 독서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만일 그를 쓰면 반드시 조정을 어지럽히고 사림(士林)에게 욕을 끼치게 될 것이다. 내가 이미 이러한 것을 분명히 아는데 어찌 진용(進用)할 수 있겠는가. 이로써 탄핵을 받더라도 근심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그의 말이 매우 확고하였습니다.
신이 그때까지 역적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경중의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또한 그가 결단코 좋은 사람이 아님을 알았으나 또한 감히 어떠한지는 단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로부터 외정(外庭)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모두 경중이 선사(善士)를 시기하고 미워한다고 하였습니다. 신사년076) 여름에 헌부에서 ‘아름다운 선비를 가로막았다.’고 발론하여 마침내 이경중을 전조(銓曹)에서 내쳤는데 이른바 아름다운 선비란 곧 여립입니다.
조정에 길이 한번 열린 뒤부터 번갈아가며 서로 추천하여 점차 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신은 전일의 견해로써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역적이 정언으로 있을 때에는 조정에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제배(儕輩)로서 경중의 말을 들은 자는 대부분 그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여립이 신들에 대해 기필코 기회를 노려 재앙을 전가시키려 하면서 신을 거간(巨奸)이라 지척하여 제거하려 하였으니 그 말이 매우 참혹합니다. 또 자신의 자취를 엄호하기 위하여 도리어 거간이란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붙였던 것입니다. 그의 인품이 이와 같으니 또한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하겠습니까.
이 역적이 사우(師友)들을 따라다니며 감히 궤사(詭詐)한 행동으로 한 세상을 현혹시켰는데, 간혹 그의 은미(隱微)함을 엿본 자가 있기도 하였으나 단지 그가 반복되어 안정치 못한 것을 근심하였을 뿐이지 어찌 악한 짓이 이처럼 극도에 이를 줄이야 알았겠습니까. 이제 와서 살펴보건대 여립의 간상(奸狀)을 미리 안 사람은 오직 이경중 한 사람뿐입니다. 만일 환난을 미연에 말한 공을 논한다면 경중이 거기에 해당되고, 나머지 사람은 취한 듯 바보인 듯하여 전후 사류(士類)가 일체 그의 술책에 떨어져서 그럭저럭 날짜를 보냈을 뿐 명백하게 발거(發擧)하지 못하였습니다. 도깨비 같은 간계가 이미 우정(禹鼎)에서 드러났건만, 아래에 있는 사람이 그 싹을 미리 꺾지 못하였으므로 사직(社稷)의 근심을 위로 군부에게 끼치게 하였고 더러운 수치를 조정에 연루되게 하였습니다. 사람의 계책이 선하지 못한 것도 하늘이 시키는 것이라, 생각하자니 마음이 아파 차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신이 역적에게는 전에 10년 동안 취하지 않는 마음이 있었고 뒤에 은미함을 살피고 드러난 것을 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조정에 벼슬할 적에 도도히 뒤섞인 채 일찍이 한마디 말로 그의 간사한 정상을 피력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앞 일을 미리 내다보는 밝은 지혜는 멀리는 장구령(張九齡)에게 부끄럽고 간사함을 억제하는 힘은 가까이 경중에 밑도니, 이로써 나라를 저버린 죄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유방(流放)되고 찬배(竄配)되고 죽이는 벌을 실로 마음에 달게 여기는 바입니다. 성은(聖恩)으로 신의 심적(心迹)을 어여삐 여겨 죄를 말감(末減)시켜 전리(田里)로 돌아가 문을 닫고 허물을 반성함으로써 인신(人臣)의 경계로 삼도록 해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상이 위로해 답하였다. 【성룡은 그의 이름이 백유양이 역적에게 보낸 서찰 중에 나왔을 뿐이고 애당초 역옥(逆獄)에는 간여됨이 없었다. 그러나 이때에 조신이 역모의 일을 빚어낸 것을 한쪽의 사류(士類)에게 죄를 돌렸으므로 성룡이 상소하여 여립의 사상(事狀)을 두루 진달하여 여립을 끊지 않은 죄는 피차가 다름이 없음을 밝혔을 뿐이다. 정인홍이 이로 인하여 죄를 얻어 드디어 성룡과 틈이 벌어져 남·북의 사이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5책 23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589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정변(政變) /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
○白惟讓置辭多錯。 與賊書中, 有朝廷南北之說。 上始知朝廷又分黨問: "惟讓所謂南北人爲誰?" 惟讓對以: "北人是李潑、李洁、鄭彦信、彦智及鄭賊與臣惟讓, 凡十人。" 時, 趙仁後以承旨入侍, 惟讓曰: "仁後是北人。" 仁後退而待罪, 憂悸失性而死。 惟讓書中有勸汝立, 入侍時請召柳成龍還朝之語。 成龍上疏待罪, 略曰:
臣於十餘年前, 聞湖南有鄭汝立者, 頗以讀書勤學爲名, 而未知其爲何如人。 繼聞其爲人, 高自標置, 大言無當, 妄以己見, 凌駕先正。 臣聞此, 已不喜其人。 厥後聲稱漸盛, 傳者益多, 皆欲薦入要路, 以久沈冗卑爲屈, 惟故執義李敬中, 極力排之。 其時敬中爲吏曹佐郞, 一日臣偶與相値, 問汝立之爲人, 敬中曰: "渠之爲人, 吾所詳知。 早年嘗同處於館學, 觀其所爲, 大段無狀。 雖以讀書爲譽, 變化氣質, 古人猶難之。 稟賦旣如此, 豈區區讀書之力, 所能變化耶? 萬一用之, 必亂朝廷, 而貽辱士林。 吾旣明知如此, 何可進用? 雖以此被彈, 亦所不恤。" 其言甚確。 臣, 時尙未見賊面, 故聞敬中之言, 心亦疑其定非吉人, 亦不敢斷其如何也。 自是外庭喧嘩, 皆以敬中爲忌嫉善士。 至於辛巳夏, 憲府以防塞佳士發論, 竟斥敬中於銓曹, 所謂佳士, 卽汝立也。 自廷路一開, 更相推擧馴致, 不可沮抑。 然臣猶以前日之見, 不喜其人, 故當逆賊爲正言時, 同在朝中, 而未嘗相見。 臣之儕輩聞敬中之說者, 亦多不取。 以此, 汝立於臣等, 必欲乘時嫁禍, 指臣爲巨奸, 而欲去之, 其說甚慘。 又欲掩護其迹, 反以巨奸之名, 指屬他人。 其爲人如此, 亦何所不至耶? 此賊追隨師友之間, 敢爲詭詐之行, 眩惑一世, 間或有窺見其微者, 而徒憂其反覆不靖而已, 豈知爲惡之至於此極乎? 以今觀之, 先知汝立奸狀者, 惟敬中一人而已。 若論曲突徙薪之功, 則敬中當之矣。 而餘人方且如醉如痴, 前後士類, 一切墮其術中, 因循度日, 不能明白發擧。 魑魅之奸, 已露於禹鼎, 而在下之人, 無以逆折萌芽, 使社稷之憂, 上貽於君父; 汚衊之羞, 連累於朝廷。 人謀不臧, 亦天所爲, 思之痛心, 尙忍言哉? 臣於逆賊, 前有十年不取之心, 後有察微知著之機, 而立朝之時, 滔滔混迹, 不早以一言, 披露其奸狀。 先見之明, 遠愧於九齡; 抑奸之力, 近下於敬中, 以此負國罪, 無所逃, 流放竄殛, 實所甘心。 萬一聖恩, 憐臣心迹, 罪應末減, 則放歸田里, 使之杜門省愆, 以爲人臣之戒, 幸甚。
上慰答之。 【成龍特名出白惟讓與逆賊書中耳, 初無干預於逆獄。 而特以是時朝臣, 以醞釀逆節, 歸罪於一邊士類, 故成龍歷陳汝立事狀, 以明不絶汝立之罪, 彼此無異而已。 鄭仁弘因此獲罪, 遂與成龍成隙, 南北之釁決矣。】
- 【태백산사고본】 5책 23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589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정변(政變) /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