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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 15권, 선조 14년 5월 1일 계해 6번째기사 1581년 명 만력(萬曆) 9년

경연에 나아가매, 이이 등이 세입 조절과 인재를 얻는 일로 아뢰다

상이 경연에 나아갔다. 시신들에게 이르기를,

"해마다 흉년이 들었는데 서도(西道)가 더욱 극심하다. 기근이 겹친데다 병란이 일어난다면 어떠한 계책을 써야 하겠는가?"

하니, 박순이 아뢰기를,

"미리 재력을 비축하여 구제해야 할 것입니다."

하고, 이이는 아뢰기를,

"폐법(弊法)을 변통시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지 않고 단지 곡식만을 옮겨 백성들을 구제하려고 한다면 곡식 또한 핍절되어 옮길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나라의 형세가 매우 위태로우니 상께서는 변통시키는 계책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경비의 수요도 재량하여 감소시켜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용도는 별로 증가시킨 것이 없이 예전 규례대로 준행하였을 뿐인데도 부족한 것은 어째서인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조종조에서는 세입(稅入)이 매우 많았지만 지금은 해마다 흉작이어서 세입이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 경비만은 예전 규례를 그대로 존속해 나가고 있으니 어떻게 궁핍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국가의 경비를 풍족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헤아려 세공(稅貢)을 더 배정해야 할 것 같지만 민생이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서 부가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쌓인 고통을 해소시켜 민심을 기쁘게 해준 다음에야 조세(租稅)를 거두는 데 있어 적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공안(貢案)은 민호(民戶)의 성쇠와 전결(田結)의 다소를 고려하지 않고 난잡스럽게 분정하였는가 하면 바치는 물건도 모두가 토산물이 아닌 것이기 때문에 방납(防納)하는 무리들만이 이익을 취득하므로 백성들만 곤궁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공안(貢案)을 개정하는 데 있어 민호와 전결을 참작하여 균등하고 공평하게 배정하고 토산물로만 바치게 한다면 백성들이 쌓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유성룡이 아뢰기를,

"이 일을 속히 시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무엇보다도 인재를 얻어야만 폐단을 구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민의 휴척(休戚)은 수령의 현부에 달려 있고 감사는 수령의 근만(勤慢)을 규찰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자주 교체되기 때문에 모두가 구차스럽게 세월만 보내면서 정사에 대해서는 마음을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려는 자가 있기도 하나 그들 역시 어떠한 일을 시행하지는 못합니다. 큰 고을에 감영(監營)을 설치하고 감사로 하여금 그 고을 수령을 겸임하게 하되 가족을 데리고 가서 다스리게 하여 책임을 완성하도록 위임시키되 조정의 신하들 중에 백성을 거느려 다스릴 만한 재주를 지녔거나 공보(公輔)의 임무를 감당할 만한 자를 별도로 선발하여 제수하면 필시 공효가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구임(久任)시키면 권세를 부리고 독단하는 폐단이 있지 않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그점에 있어서는 인재를 얻는 데 달려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주현(州縣)이 너무 많기 때문에 수령을 정하게 뽑을 수 없다. 나는 병합시켜 줄이고 싶은데 어떻겠는가?"

하니, 군신들이 모두 대답하기를,

"성상의 분부가 지당하십니다. 만일 몹시 잔폐된 고을을 병합시켜 다른 고을에 붙인다면 백성들의 부역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개혁하는 데에는 폐단이 있게 마련인데 경솔하게 거행할 수 없다. 나는 그러한 명칭을 거론하지 않고 단지 한 고을 수령이 두세 고을을 겸하여 다스리게 하고 싶은데 어떠할는지 모르겠다."

하니, 박순이 아뢰기를,

"조종조에서도 자주 개혁한 일이 있었으니 이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였다. 이이는 상의 뜻이 재변을 걱정하고 다스려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물러나와 동료들과 함께 차자를 올려 폐법(弊法)을 변통시킬 것, 공안(貢案)을 개정할 것, 주현(州縣)을 병합시킬 것, 감사(監司)를 구임시킬 것 등을 청하고, 또 현자를 등용하여 인재를 진작시킬 것, 몸을 닦음으로써 치본(治本)을 맑게 할 것, 붕당을 제거시킴으로써 조정을 화합시킬 것을 청하였는데, 상이 답하기를,

"차자를 보았는데 참으로 가상하다. 구법(舊法)을 변통시키는 일은 경솔하게 의논할 수 없는 것인 듯하다. 그러나 대신들에게 의논하여 처리하도록 하겠다."

하고, 소장은 정부에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3책 1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49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과학-천기(天氣) / 정론(政論) /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

○上御經筵, 謂侍臣曰: "凶歉連歲, 西道尤甚。 因之以飢饉, 加之以師旅, 則計將安出?" 領相朴淳曰: "當預蓄財力以救之。" 李珥曰: "若不變通弊法, 以濟艱難, 而只欲移粟救民, 則粟亦已乏, 無可移者矣。 國勢岌岌, 自上須思變通之策。 凡經費之需, 亦當裁減。" 上曰: "用度別無增加, 只遵舊規, 而猶不足, 奈何?" 曰: "祖宗朝稅入甚多, 今則年歲不登, 稅入甚少。 而經費猶存舊規, 安得不乏? 似當酌宜加定, 以裕國用, 而民生方困, 勢不可加。 必須先解積苦, 以悅民心, 然後收稅, 始可得中矣。 我國貢案, 不度民戶殘盛、田結多少, 而胡亂分定, 皆非土産, 故防納之徒, 得以牟利, 而民始困矣。 今須改定貢案, 量其民戶、田結, 均敷平定, 而使之必貢土産, 則民解積苦矣。" 柳成龍曰: "此事可速施行。" 曰: "必須得人, 乃可救弊。 且生民休戚, 係於守令賢否, 監司所以察守令勤怠者。 而以其數易, 故皆苟經歲月, 莫肯留心政事, 間有盡職者, 亦未及施措。 須以大邑爲營, 使監司兼宰其邑, 率家往釐, 委任責成, 而別擇廷臣有制治之才, 可堪公輔者授之, 則必有其效矣。" 上曰: "久任無乃有招權專擅之弊乎?" 對曰: "此則在於得人。" 上曰: "我國州縣甚多, 故不能精擇守令。 予欲倂省之, 未知如何。" 群臣皆對曰: "上敎當矣。 若倂省極殘之邑, 附於他邑, 則民役甚寬矣。" 上曰: "沿革之弊, 不可輕擧。 予欲不擧其名, 而只以一邑之宰, 兼治數三邑, 未知如何。" 曰: "祖宗朝頻有沿革, 此非重難事也。" 李珥知上意悶災思治, 退與同僚上箚請變通弊法、改定貢案、倂省州縣、久任監司, 且請用賢以作人材; 修己以淸治本; 去私朋以和朝廷, 上答曰: "省箚良用嘉尙。 舊法之變, 似難輕議, 然當議大臣處之。" 乃下章于政府。


  • 【태백산사고본】 3책 1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49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과학-천기(天氣) / 정론(政論) /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