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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211권, 선조 40년 5월 5일 정묘 4/5 기사 / 1607년 명 만력(萬曆) 35년

허균 탄핵, 정업원 거주자 철거, 곽재우 탄핵 등에 관한 헌부의 상소문

국역

헌부가 아뢰기를,

"어제 삼가 성비(聖批)를 받들건대 ‘예로부터 문장을 좋아하는 자는 혹 불경을 섭렵하였으니, 허균의 심사 역시 이런데 불과할 것이다.’ 하셨습니다. 허균의 소행이 진실로 무리한 일이라면, 성상의 생각이 어찌 옳지 않겠습니까. 보통의 사대부집 자제들도 눈과 귀로 보고 들어 성명의 세상에 오히려 이런 일이 없는데, 더군다나 균의 아비는 학문에 힘써 도(道)를 위호(衛護)하고 이단(異端)을 물리쳐 사류(士類)의 영수(領袖)가 되었으니, 평생 동안 양육(養育)하고 교회(敎誨)하는 즈음에 어찌 일찍이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문장을 좋아하고 학문을 일삼는 자라면 누가 이서(異書)를 섭렵하여 견문을 넓히지 않겠습니까만, 허균이 불경을 외고 읽는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밥을 먹을 때면 반드시 식경(食經)을 외고, 항상 작은 부처를 모셔두고는 새벽이면 반드시 설위(設位)하고 치의를 입고 염주를 걸고서 절하고 염불(念佛)하면서 불제자(佛弟子)라 자칭하니, 승려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니 사람을 대하여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일이 없다는 것은 반드시 부연하여 전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 사람은 비록 미세하지만 관계된 바가 가볍지 않고 지금의 사풍(士風)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으니, 빨리 파직하고 서용하지 말라고 명하시어 천백의 사람을 경계하소서.

하찮은 몇몇 늙은 비구니들이 초가집을 지어놓고 사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마는 그 땅으로 말하면 선왕(先王)의 후궁(後宮)이 거주하던 옛터이니 아무나 함부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곳이며, 그 사람으로 말하면 승복을 입고 머리를 깎고서 윤상(倫常)을 멸시하고 예(禮)를 무시하는 무리이므로 왕자(王者)가 반드시 내쫓아야 할 백성인데 어찌 숨겨두고 덮어주어 요사한 무리가 불어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집을 철거하고 내쫓는 것이 집을 불태우고 불상(佛像)을 허물어뜨리고 승도(僧徒)를 내치는 과격한 일과는 같지 않을 뿐더러 실로 대체(大體)에 관계가 되니, 빨리 유사에게 명하여 철거하고 내쫓아 후일의 폐단을 막으소서.

전 우윤(右尹) 곽재우(郭再祐)의 괴벽한 행동을 감히 다시 번거롭게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시골의 하찮은 사람이라면 어찌 입에 올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치지 도외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난리 중에 자못 의기(義氣)가 있어 그의 이름이 사대부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고, 더군다나 지금은 몸이 재상(宰相)의 반열에 있어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으니, 만약 책벌(責罰)을 가하여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면 장래의 화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청컨대 빨리 파직하여 서용하지 마소서. 사자(士子)들 가운데 신선(神仙)이 되는 것을 배우는 무리들 중에 이 사람을 영수로 삼는 자가 있어 혹술(惑術)을 중외(中外)에 전하고 있으니, 사관(四館)으로 하여금 적발하여 정거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허균과 곽재우의 일은 포용하여 그대로 두는 것이 마땅하니, 죄를 줄 필요가 없다. 정업원 일은 스스로 안에다 집을 짓고 의지할 곳을 삼은 것이니 국가에서 알 일이 아니다. 지금 만약 철거하여 내쫓는다면 비록 곤충 같은 미물일지라도 거소를 잃을 염려가 없지 않으니, 방치해 두는 것이 또한 체모를 얻는 일이다. 정거(停擧)하는 일은 윤허한다."

하였다.

원문

○憲府啓曰: "昨日伏承聖批: ‘自古喜文章者, 或涉獵佛經, 筠之心事, 不過如此。’ 許筠所爲, 固是無理之事, 則聖意所及, 豈不然乎? 尋常士夫家子弟, 耳聞目見, 聖明之世, 尙無此事。 況筠之父, 力學衛道, 排斥異端, 爲士類領袖, 平生養育敎誨之際, 何嘗慮有此事? 喜文章事學問者, 誰不涉獵異書, 以廣見聞? 筠之誦讀, 非此之謂也。 食則必誦《食經》, 常儲少佛, 晨必設位, 穿緇衣、掛念珠, 納拜念佛, 自稱奉佛弟子, 非僧而何? 對人無羞諱之事, 不必敷衍而傳之。 其人雖微, 所係非輕, 今之士習, 不可不正。 請亟命罷職不敍, 以警千百。 幺麽數三老尼, 草構栖身, 有何所關? 但以言其地, 則先王後宮居住之舊基, 有非人人所可擅立房屋; 以言其人, 則緇衣髡首, 滅倫逃禮, 爲王者所必逐之民, 何可匿置掩畜, 以滋妖醜乎? 撤屋驅出, 非焚方社、毁佛像、黜僧徒過擧之比, 而實關於大體, 請亟命攸司, 撤去驅出, 以杜後弊。 前右尹郭再祐迂怪之行, 不敢更瀆, 而渠若草澤微眇之人, 則何必掛於齒牙間乎? 宜置之矣。 亂離之中, 頗有義氣, 姓名行於士夫間。 況今身爲宰列, 人所仰望, 若不加之以責罰, 以示他人, 則將來之禍, 有不可勝言。 請亟命罷職不敍。 士子之中, 亦有學仙之徒, 以此人爲其袖領者, 惑傳中外, 請令四館, 摘發停擧。" 答曰: "許筠、郭再祐事, 包容置之爲宜, 不必加罪。 淨業院事, 自中搆屋, 以爲依止之所, 非國家所知。 今若毁撤, 而驅逐之, 則雖曰昆蟲之微, 不無失所之慮。 此何足效乎? 置之度外, 亦得體矣。 停擧事, 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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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211권, 선조 40년 5월 5일 정묘 4/5 기사 / 1607년 명 만력(萬曆) 35년

허균 탄핵, 정업원 거주자 철거, 곽재우 탄핵 등에 관한 헌부의 상소문

국역

헌부가 아뢰기를,

"어제 삼가 성비(聖批)를 받들건대 ‘예로부터 문장을 좋아하는 자는 혹 불경을 섭렵하였으니, 허균의 심사 역시 이런데 불과할 것이다.’ 하셨습니다. 허균의 소행이 진실로 무리한 일이라면, 성상의 생각이 어찌 옳지 않겠습니까. 보통의 사대부집 자제들도 눈과 귀로 보고 들어 성명의 세상에 오히려 이런 일이 없는데, 더군다나 균의 아비는 학문에 힘써 도(道)를 위호(衛護)하고 이단(異端)을 물리쳐 사류(士類)의 영수(領袖)가 되었으니, 평생 동안 양육(養育)하고 교회(敎誨)하는 즈음에 어찌 일찍이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문장을 좋아하고 학문을 일삼는 자라면 누가 이서(異書)를 섭렵하여 견문을 넓히지 않겠습니까만, 허균이 불경을 외고 읽는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밥을 먹을 때면 반드시 식경(食經)을 외고, 항상 작은 부처를 모셔두고는 새벽이면 반드시 설위(設位)하고 치의를 입고 염주를 걸고서 절하고 염불(念佛)하면서 불제자(佛弟子)라 자칭하니, 승려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니 사람을 대하여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일이 없다는 것은 반드시 부연하여 전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 사람은 비록 미세하지만 관계된 바가 가볍지 않고 지금의 사풍(士風)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으니, 빨리 파직하고 서용하지 말라고 명하시어 천백의 사람을 경계하소서.

하찮은 몇몇 늙은 비구니들이 초가집을 지어놓고 사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마는 그 땅으로 말하면 선왕(先王)의 후궁(後宮)이 거주하던 옛터이니 아무나 함부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곳이며, 그 사람으로 말하면 승복을 입고 머리를 깎고서 윤상(倫常)을 멸시하고 예(禮)를 무시하는 무리이므로 왕자(王者)가 반드시 내쫓아야 할 백성인데 어찌 숨겨두고 덮어주어 요사한 무리가 불어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집을 철거하고 내쫓는 것이 집을 불태우고 불상(佛像)을 허물어뜨리고 승도(僧徒)를 내치는 과격한 일과는 같지 않을 뿐더러 실로 대체(大體)에 관계가 되니, 빨리 유사에게 명하여 철거하고 내쫓아 후일의 폐단을 막으소서.

전 우윤(右尹) 곽재우(郭再祐)의 괴벽한 행동을 감히 다시 번거롭게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시골의 하찮은 사람이라면 어찌 입에 올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치지 도외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난리 중에 자못 의기(義氣)가 있어 그의 이름이 사대부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고, 더군다나 지금은 몸이 재상(宰相)의 반열에 있어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으니, 만약 책벌(責罰)을 가하여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면 장래의 화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청컨대 빨리 파직하여 서용하지 마소서. 사자(士子)들 가운데 신선(神仙)이 되는 것을 배우는 무리들 중에 이 사람을 영수로 삼는 자가 있어 혹술(惑術)을 중외(中外)에 전하고 있으니, 사관(四館)으로 하여금 적발하여 정거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허균과 곽재우의 일은 포용하여 그대로 두는 것이 마땅하니, 죄를 줄 필요가 없다. 정업원 일은 스스로 안에다 집을 짓고 의지할 곳을 삼은 것이니 국가에서 알 일이 아니다. 지금 만약 철거하여 내쫓는다면 비록 곤충 같은 미물일지라도 거소를 잃을 염려가 없지 않으니, 방치해 두는 것이 또한 체모를 얻는 일이다. 정거(停擧)하는 일은 윤허한다."

하였다.

원문

○憲府啓曰: "昨日伏承聖批: ‘自古喜文章者, 或涉獵佛經, 筠之心事, 不過如此。’ 許筠所爲, 固是無理之事, 則聖意所及, 豈不然乎? 尋常士夫家子弟, 耳聞目見, 聖明之世, 尙無此事。 況筠之父, 力學衛道, 排斥異端, 爲士類領袖, 平生養育敎誨之際, 何嘗慮有此事? 喜文章事學問者, 誰不涉獵異書, 以廣見聞? 筠之誦讀, 非此之謂也。 食則必誦《食經》, 常儲少佛, 晨必設位, 穿緇衣、掛念珠, 納拜念佛, 自稱奉佛弟子, 非僧而何? 對人無羞諱之事, 不必敷衍而傳之。 其人雖微, 所係非輕, 今之士習, 不可不正。 請亟命罷職不敍, 以警千百。 幺麽數三老尼, 草構栖身, 有何所關? 但以言其地, 則先王後宮居住之舊基, 有非人人所可擅立房屋; 以言其人, 則緇衣髡首, 滅倫逃禮, 爲王者所必逐之民, 何可匿置掩畜, 以滋妖醜乎? 撤屋驅出, 非焚方社、毁佛像、黜僧徒過擧之比, 而實關於大體, 請亟命攸司, 撤去驅出, 以杜後弊。 前右尹郭再祐迂怪之行, 不敢更瀆, 而渠若草澤微眇之人, 則何必掛於齒牙間乎? 宜置之矣。 亂離之中, 頗有義氣, 姓名行於士夫間。 況今身爲宰列, 人所仰望, 若不加之以責罰, 以示他人, 則將來之禍, 有不可勝言。 請亟命罷職不敍。 士子之中, 亦有學仙之徒, 以此人爲其袖領者, 惑傳中外, 請令四館, 摘發停擧。" 答曰: "許筠、郭再祐事, 包容置之爲宜, 不必加罪。 淨業院事, 自中搆屋, 以爲依止之所, 非國家所知。 今若毁撤, 而驅逐之, 則雖曰昆蟲之微, 不無失所之慮。 此何足效乎? 置之度外, 亦得體矣。 停擧事, 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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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1
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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