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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50권, 선조 35년 5월 22일 계미 1/1 기사 / 1602년 명 만력(萬曆) 30년

병조 판서 신잡이 올린 비밀 차자의 내용

국역

병조 판서 신잡이 비밀 차자로 아뢰기를,

"호서(湖西)의 적에 대한 소문이 파다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한현(韓絢) 【이몽학(李夢鶴)의 난 때 괴수였다. 】 등이 복주된 뒤로 상벌(賞罰)이 분명치 않고 인심이 안정되지 않아 영변(寧邊)·해주(海州)에 흉서(兇書)가 나붙어도 단서를 알지 못하고, 당진(唐津)·면천(沔川)에 큰 도적이 숨어 있으나 체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거사(居士)라고 부르는 자가 만인 동갑회(萬人同甲會)를 열자 온 도내가 물밀듯이 몰려들어 온 경내를 가득히 메웠는데, 체찰사(體察使) 이덕형(李德馨)이 그때 남도(南道)에 있으면서 포고(布告)하여 엄금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오늘날 적도의 무리가 붙잡혀 숨김없이 자복해 훙계가 이미 드러나고 보니, 신 등이 【신잡이 그전에 경연(經筵)에서 아뢰었다고 한다. 】 지난날 염려하였던 것이 빈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도적이 만일 흉악스런 강도의 무리였다면 반드시 괴수가 되었을 것인데, 이 역졸(驛卒)이란 미천한 자에게 어찌 뭇 도적들이 의지하여 추장으로 삼겠습니까. 비록 무리를 불러모아 굳게 뭉쳤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조금 질서가 있었다면 일개 수령이 체포할 문제입니다. 단지 아주 흉악 간교한 자가 이름을 바꾸고 종적을 감추어 뭇 도적을 지휘하였다면 일이 발각된 지금에 어찌 예사로 체포하려는 자에게 잡히겠습니까. 지금 적을 체포하는 일로 충청(忠淸)·경기(京畿) 일대의 모든 백성들이 놀라고 여러 고을이 유랑하여 산골짜기로 숨는 등 임진란 초기보다 심합니다. 만약 일찍이 진정시키지 않으면 금년 가을을 넘기기 전에 선량한 백성들이 모두 도적에게 투신할 것입니다. 신이 생각해 보니, 오늘의 가장 좋은 대책은 급히 어사를 보내 특별히 덕음(德音)을 펴서 선무(宣撫)하여 어리석은 백성을 감동시키는 일입니다. 또 현상금을 걸고 적을 체포하되 진짜 괴수를 붙잡았을 때는 공신에 녹하고 높은 벼슬을 준다고 하면 나머지 적은 저절로 흩어져 없어질 것입니다. 체찰사 이덕형이 이제 전제(專制)의 명을 받들었으니 조만(早晩)을 정하지 않고 계책을 세워 기어이 잡도록 하면 오늘과 같은 소요에 이르지 않고도 훙적의 괴수를 얼마 안 되어 체포하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성명께서는 살피소서."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읽고, 국가를 위한 정성을 매우 가상히 생각한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천근의 쇠뇌는 여우나 쥐를 잡기 위해 쓰지 않는 법이다. 서로 모여 약탈 살인한 도적을 역란으로 치죄하였으니, 이미 국가를 체통을 잃었다고 하겠다. 신잡이 또 상신(相臣)이 몸소 가 체포하도록 하고자 함은 무엇 때문인가? 신잡이 지난 병신년 중 어전에 입시하였을 적에 비변사 제신들이 앞을 다투어 계책을 아뢰는데, 신잡은 ‘영변(寧邊)은 나중에 피란할 만한 곳이니 장 담그는 일만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니, 그때 사람들이 출장 입상(出將入相)이라고 하였다. 【장(將)자와 장(醬)자의 음이 같으며 그 전에 신잡이 평안 병사(平安兵使)를 지냈기 때문에 한 말이다. 】 오늘의 차자가 이러하니 옛날에는 어찌 그토록 비겁하였으며 오늘은 어찌 이처럼 용맹스러운가.

원문

○癸未/兵曹判書申磼, 上秘密箚曰:

湖西賊奇。 謄播有久矣。 韓絢 【李夢鶴時逆魁。】 等伏誅之後, 賞罰不明, 人心不定, 寧海有兇書之捉, 而莫識端倪, 有大盜之伏, 而不能跟捕, 至有居士爲號者, 設萬人同甲之會, 一道奔波, 擧境塡咽, 體察使李德馨, 時在南中, 行文嚴禁。 何幸今者, 賊徒就捕, 供辭無隱, 兇謀已著, 則臣等 【磼曾於筵席, 亦有所啓云。】 前日之慮, 恐或非虛也。 然此賊若是獷悍殺越之徒, 則必爲之魁矣。 此驛卒之微賤者, 群盜, 豈能依附, 而爲酋長哉? 雖或嘯聚團束, 而國家少有紀律, 則不過一長吏之所捕矣。 但如大兇巨猾, 變名藏蹤, 指揮諸盜者, 則今已事覺, 豈尋常追捕者之斯得哉? 今以逮捕之故, 而湖、甸一路, 齊民驚駭, 列邑蕩(拆)〔析〕 , 逃匿山谷, 有甚壬辰之初。 若不早爲鎭定, 則不出今秋, 良民盡投於盜賊也。 以臣思之, 今日之策, 莫如急遣御史, 特降德音, 宣撫鎭定, 感動愚氓, 又設法購捕, 如得眞魁, 錄勳高爵, 則餘賊自然散落矣。 體察使李德馨, 方受專制之命, 不定早晩, 使之設機必捕, 則不至今日之騷擾, 而兇賊之魁, 指日可捕矣。 伏願聖明留神焉。

答曰: "省箚, 深嘉爲國之誠。

【史臣曰: "千鈞之弩, 不當爲狐鼠發也。 嘯聚殺越之寇, 以逆亂治之, 已失國體矣, 又欲令相臣, 親往捕之, 何哉? 在丙申年間, 入侍上前, 備邊諸臣, 爭獻謨畫, 奏曰: ‘寧邊, 他日避亂之地, 沈醬一事, 不可不預備也。’ 時人謂之入相出將。 【以將與醬音相似, 而磼曾爲平安兵使云。】 今箚乃如是, 昔何怯, 今何勇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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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50권, 선조 35년 5월 22일 계미 1/1 기사 / 1602년 명 만력(萬曆) 30년

병조 판서 신잡이 올린 비밀 차자의 내용

국역

병조 판서 신잡이 비밀 차자로 아뢰기를,

"호서(湖西)의 적에 대한 소문이 파다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한현(韓絢) 【이몽학(李夢鶴)의 난 때 괴수였다. 】 등이 복주된 뒤로 상벌(賞罰)이 분명치 않고 인심이 안정되지 않아 영변(寧邊)·해주(海州)에 흉서(兇書)가 나붙어도 단서를 알지 못하고, 당진(唐津)·면천(沔川)에 큰 도적이 숨어 있으나 체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거사(居士)라고 부르는 자가 만인 동갑회(萬人同甲會)를 열자 온 도내가 물밀듯이 몰려들어 온 경내를 가득히 메웠는데, 체찰사(體察使) 이덕형(李德馨)이 그때 남도(南道)에 있으면서 포고(布告)하여 엄금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오늘날 적도의 무리가 붙잡혀 숨김없이 자복해 훙계가 이미 드러나고 보니, 신 등이 【신잡이 그전에 경연(經筵)에서 아뢰었다고 한다. 】 지난날 염려하였던 것이 빈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도적이 만일 흉악스런 강도의 무리였다면 반드시 괴수가 되었을 것인데, 이 역졸(驛卒)이란 미천한 자에게 어찌 뭇 도적들이 의지하여 추장으로 삼겠습니까. 비록 무리를 불러모아 굳게 뭉쳤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조금 질서가 있었다면 일개 수령이 체포할 문제입니다. 단지 아주 흉악 간교한 자가 이름을 바꾸고 종적을 감추어 뭇 도적을 지휘하였다면 일이 발각된 지금에 어찌 예사로 체포하려는 자에게 잡히겠습니까. 지금 적을 체포하는 일로 충청(忠淸)·경기(京畿) 일대의 모든 백성들이 놀라고 여러 고을이 유랑하여 산골짜기로 숨는 등 임진란 초기보다 심합니다. 만약 일찍이 진정시키지 않으면 금년 가을을 넘기기 전에 선량한 백성들이 모두 도적에게 투신할 것입니다. 신이 생각해 보니, 오늘의 가장 좋은 대책은 급히 어사를 보내 특별히 덕음(德音)을 펴서 선무(宣撫)하여 어리석은 백성을 감동시키는 일입니다. 또 현상금을 걸고 적을 체포하되 진짜 괴수를 붙잡았을 때는 공신에 녹하고 높은 벼슬을 준다고 하면 나머지 적은 저절로 흩어져 없어질 것입니다. 체찰사 이덕형이 이제 전제(專制)의 명을 받들었으니 조만(早晩)을 정하지 않고 계책을 세워 기어이 잡도록 하면 오늘과 같은 소요에 이르지 않고도 훙적의 괴수를 얼마 안 되어 체포하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성명께서는 살피소서."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읽고, 국가를 위한 정성을 매우 가상히 생각한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천근의 쇠뇌는 여우나 쥐를 잡기 위해 쓰지 않는 법이다. 서로 모여 약탈 살인한 도적을 역란으로 치죄하였으니, 이미 국가를 체통을 잃었다고 하겠다. 신잡이 또 상신(相臣)이 몸소 가 체포하도록 하고자 함은 무엇 때문인가? 신잡이 지난 병신년 중 어전에 입시하였을 적에 비변사 제신들이 앞을 다투어 계책을 아뢰는데, 신잡은 ‘영변(寧邊)은 나중에 피란할 만한 곳이니 장 담그는 일만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니, 그때 사람들이 출장 입상(出將入相)이라고 하였다. 【장(將)자와 장(醬)자의 음이 같으며 그 전에 신잡이 평안 병사(平安兵使)를 지냈기 때문에 한 말이다. 】 오늘의 차자가 이러하니 옛날에는 어찌 그토록 비겁하였으며 오늘은 어찌 이처럼 용맹스러운가.

원문

○癸未/兵曹判書申磼, 上秘密箚曰:

湖西賊奇。 謄播有久矣。 韓絢 【李夢鶴時逆魁。】 等伏誅之後, 賞罰不明, 人心不定, 寧海有兇書之捉, 而莫識端倪, 有大盜之伏, 而不能跟捕, 至有居士爲號者, 設萬人同甲之會, 一道奔波, 擧境塡咽, 體察使李德馨, 時在南中, 行文嚴禁。 何幸今者, 賊徒就捕, 供辭無隱, 兇謀已著, 則臣等 【磼曾於筵席, 亦有所啓云。】 前日之慮, 恐或非虛也。 然此賊若是獷悍殺越之徒, 則必爲之魁矣。 此驛卒之微賤者, 群盜, 豈能依附, 而爲酋長哉? 雖或嘯聚團束, 而國家少有紀律, 則不過一長吏之所捕矣。 但如大兇巨猾, 變名藏蹤, 指揮諸盜者, 則今已事覺, 豈尋常追捕者之斯得哉? 今以逮捕之故, 而湖、甸一路, 齊民驚駭, 列邑蕩(拆)〔析〕 , 逃匿山谷, 有甚壬辰之初。 若不早爲鎭定, 則不出今秋, 良民盡投於盜賊也。 以臣思之, 今日之策, 莫如急遣御史, 特降德音, 宣撫鎭定, 感動愚氓, 又設法購捕, 如得眞魁, 錄勳高爵, 則餘賊自然散落矣。 體察使李德馨, 方受專制之命, 不定早晩, 使之設機必捕, 則不至今日之騷擾, 而兇賊之魁, 指日可捕矣。 伏願聖明留神焉。

答曰: "省箚, 深嘉爲國之誠。

【史臣曰: "千鈞之弩, 不當爲狐鼠發也。 嘯聚殺越之寇, 以逆亂治之, 已失國體矣, 又欲令相臣, 親往捕之, 何哉? 在丙申年間, 入侍上前, 備邊諸臣, 爭獻謨畫, 奏曰: ‘寧邊, 他日避亂之地, 沈醬一事, 不可不預備也。’ 時人謂之入相出將。 【以將與醬音相似, 而磼曾爲平安兵使云。】 今箚乃如是, 昔何怯, 今何勇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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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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