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150권, 선조 35년 5월 17일 무인 2/3 기사 / 1602년 명 만력(萬曆) 30년
지평 원경이 허균을 파직토록 아뢰다
국역
지평 윤경(尹絅) 【대사헌 이광정(李光庭), 집의 김대래(金大來), 장령 홍식(洪湜)·이구징(李久澄), 지평 이심(李愖). 】 등이 와서 아뢰기를,
"병조 정랑(兵曹正郞) 허균(許筠)이 문사 낭청(問事郞廳)으로 엊그제 궁궐 뜰에서 국문할 때에 대신 앞에 나아가 기초(起草)하고 있었는데, 판부사(判府事) 심희수(沈喜壽) 역시 고할 일이 있어 대신 앞에 나갔더니, 허균이 희수를 물러가라고 하자 희수가 노하여 물러갔습니다. 국청에는 조정 백관이 모두 모였고, 찬성(贊成)은 높은 품계에 있는 중신(重臣)인데 일개 낭관인 허균이 감히 내쫓듯이 하여 물리쳤으니 체면을 너무 손상시켰습니다. 파직하소서." 【그때 추국의 일로 제신들이 회의하고 있었는데 희수가 밖에서 들어와 대신 앞에 나아가 말하기를 ‘이들은 강아지나 쥐새끼 같은 도둑의 무리에 불과하고 인증하는 것은 대부분 실상이 없는 거짓 기록인데 역옥으로 덮어씌워 다스리면 국가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자, 허균이 곁에서 기초하다가 희수에게 ‘영감(令監)의 말씀이 잘못되었으니 물러가 쉬시오.’ 하였다. 대개 허균의 뜻은 역옥은 엄중한 것인데 희수의 말이 지나치다 여기고 희수가 자기에게 가깝게 해주는 자라고 생각되어 귀에 대고 말한 것인데, 희수가 노하여 일어나면서 ‘네가 어떻게 감히 물러나라고 하는가.’ 하고, 다시 대신 앞으로 나아가 물러가기를 요구하면서 ‘균이 비록 은대(銀帶)를 띠고 있으나 나이 어리고 경망스러운 사람이다.’라고 하며, 숨가쁜 목소리와 노기찬 얼굴로 불평의 빛이 가득하였다. 이덕형(李德馨)의 설득으로 무마되었다. 】
사신은 논한다. 허균의 경망함은 말할 것 없으나 희수가 맞서 시비하였으니 자못 대신의 체통을 잃었다.
전부(典簿)는 왕자의 아문 낭청(衙門郞廳)이므로 그 소임이 아주 중합니다. 송처중(宋處中)은 영관(伶官)093) 출신으로 추잡한 인물인데 이 벼슬을 제수하자, 모두들 놀라 이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체차하소서. 군기 판관(軍器判官) 김극충(金克忠)은 사람됨이 어리석고 경망한 데다가 분수에 벗어난 짓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는 감히 사사로운 혐의 때문에 본사(本司)의 제조(提調)를 헐뜯고 있어 듣는 사람마다 분개하고 있습니다. 파직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고 허균을 추고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9책 150권 6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83면
- [註 093] 영관(伶官) : 음악을 맡은 악관(樂官).
원문
○持平尹絅 【大司憲李光庭。 執義金大來、掌令洪湜、李久澄、持平李愖。】 來啓曰: "兵曹正郞許筠, 以問事郞廳, 頃日於庭鞫時, 方進于大臣前起草, 而判府事沈喜壽, 亦有所告事, 進于大臣前, 則筠乃令喜壽退去, 喜壽怒而退焉。 鞫廳, 朝廷大會, 贊成, 崇班重臣。 筠以一郞官, 敢令退而去之, 有若揮斥者然, 其虧損體面甚矣。 請命罷職。 【時, 推鞫諸臣方會議, 沈喜壽自外入諸大臣前言曰: "此賊不過狗鼠輩强竊之雄, 而所引多鬼錄, 無實狀。 諉以逆獄, 而深治之, 無乃有損於國體乎?" 筠在房起草, 謂喜壽曰: "令鑑言, 誤矣。 令鑑退休矣。" 蓋筠意, 逆獄嚴重, 以喜壽言爲過, 而自以喜壽親己, 附耳語也。 喜壽怒而起曰: "爾何敢令我退還?" 詣大臣前求退曰: "筠雖帶銀, 筠, 年少輕妄人也’。 疾言遽色, 多有不平之狀。 李德馨解留之。】
【史臣曰: "筠之妄, 不足道, 而喜壽乃與之較, 殊失大臣之體。"】
典簿, 乃王子衙門郞廳也。 其任最重。 宋處中, 發身伶官, 人物麤雜。 今授是職, 物情莫不駭怪。 請命遞差。 軍器判官金克忠, 爲人愚妄, 加以汎濫, 敢以自己私嫌, 詆毁本司提調。 聞者莫不痛憤。 請命罷職。" 答曰: "依啓。 許筠推考。"
- 【태백산사고본】 89책 150권 6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83면
선조 35년 (1602) 5월 17일
선조실록150권, 선조 35년 5월 17일 무인 2/3 기사 / 1602년 명 만력(萬曆) 30년
지평 원경이 허균을 파직토록 아뢰다
국역
지평 윤경(尹絅) 【대사헌 이광정(李光庭), 집의 김대래(金大來), 장령 홍식(洪湜)·이구징(李久澄), 지평 이심(李愖). 】 등이 와서 아뢰기를,
"병조 정랑(兵曹正郞) 허균(許筠)이 문사 낭청(問事郞廳)으로 엊그제 궁궐 뜰에서 국문할 때에 대신 앞에 나아가 기초(起草)하고 있었는데, 판부사(判府事) 심희수(沈喜壽) 역시 고할 일이 있어 대신 앞에 나갔더니, 허균이 희수를 물러가라고 하자 희수가 노하여 물러갔습니다. 국청에는 조정 백관이 모두 모였고, 찬성(贊成)은 높은 품계에 있는 중신(重臣)인데 일개 낭관인 허균이 감히 내쫓듯이 하여 물리쳤으니 체면을 너무 손상시켰습니다. 파직하소서." 【그때 추국의 일로 제신들이 회의하고 있었는데 희수가 밖에서 들어와 대신 앞에 나아가 말하기를 ‘이들은 강아지나 쥐새끼 같은 도둑의 무리에 불과하고 인증하는 것은 대부분 실상이 없는 거짓 기록인데 역옥으로 덮어씌워 다스리면 국가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자, 허균이 곁에서 기초하다가 희수에게 ‘영감(令監)의 말씀이 잘못되었으니 물러가 쉬시오.’ 하였다. 대개 허균의 뜻은 역옥은 엄중한 것인데 희수의 말이 지나치다 여기고 희수가 자기에게 가깝게 해주는 자라고 생각되어 귀에 대고 말한 것인데, 희수가 노하여 일어나면서 ‘네가 어떻게 감히 물러나라고 하는가.’ 하고, 다시 대신 앞으로 나아가 물러가기를 요구하면서 ‘균이 비록 은대(銀帶)를 띠고 있으나 나이 어리고 경망스러운 사람이다.’라고 하며, 숨가쁜 목소리와 노기찬 얼굴로 불평의 빛이 가득하였다. 이덕형(李德馨)의 설득으로 무마되었다. 】
사신은 논한다. 허균의 경망함은 말할 것 없으나 희수가 맞서 시비하였으니 자못 대신의 체통을 잃었다.
전부(典簿)는 왕자의 아문 낭청(衙門郞廳)이므로 그 소임이 아주 중합니다. 송처중(宋處中)은 영관(伶官)093) 출신으로 추잡한 인물인데 이 벼슬을 제수하자, 모두들 놀라 이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체차하소서. 군기 판관(軍器判官) 김극충(金克忠)은 사람됨이 어리석고 경망한 데다가 분수에 벗어난 짓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는 감히 사사로운 혐의 때문에 본사(本司)의 제조(提調)를 헐뜯고 있어 듣는 사람마다 분개하고 있습니다. 파직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고 허균을 추고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9책 150권 6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83면
- [註 093] 영관(伶官) : 음악을 맡은 악관(樂官).
원문
○持平尹絅 【大司憲李光庭。 執義金大來、掌令洪湜、李久澄、持平李愖。】 來啓曰: "兵曹正郞許筠, 以問事郞廳, 頃日於庭鞫時, 方進于大臣前起草, 而判府事沈喜壽, 亦有所告事, 進于大臣前, 則筠乃令喜壽退去, 喜壽怒而退焉。 鞫廳, 朝廷大會, 贊成, 崇班重臣。 筠以一郞官, 敢令退而去之, 有若揮斥者然, 其虧損體面甚矣。 請命罷職。 【時, 推鞫諸臣方會議, 沈喜壽自外入諸大臣前言曰: "此賊不過狗鼠輩强竊之雄, 而所引多鬼錄, 無實狀。 諉以逆獄, 而深治之, 無乃有損於國體乎?" 筠在房起草, 謂喜壽曰: "令鑑言, 誤矣。 令鑑退休矣。" 蓋筠意, 逆獄嚴重, 以喜壽言爲過, 而自以喜壽親己, 附耳語也。 喜壽怒而起曰: "爾何敢令我退還?" 詣大臣前求退曰: "筠雖帶銀, 筠, 年少輕妄人也’。 疾言遽色, 多有不平之狀。 李德馨解留之。】
【史臣曰: "筠之妄, 不足道, 而喜壽乃與之較, 殊失大臣之體。"】
典簿, 乃王子衙門郞廳也。 其任最重。 宋處中, 發身伶官, 人物麤雜。 今授是職, 物情莫不駭怪。 請命遞差。 軍器判官金克忠, 爲人愚妄, 加以汎濫, 敢以自己私嫌, 詆毁本司提調。 聞者莫不痛憤。 請命罷職。" 答曰: "依啓。 許筠推考。"
- 【태백산사고본】 89책 150권 6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383면
원본
선조 35년 (1602)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