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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43권, 선조 34년 11월 17일 신해 1/2 기사 / 1601년 명 만력(萬曆) 29년

원접사 이정구와 조사를 영접하는 예에 대해 논하다

국역

상이 별전에 나아가 원접사 이정구를 인견(引見)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이 이 처럼 추운 절기에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는가?"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소신이 재주가 없는 몸으로 중임을 맡아 필시 감당하지 못할 듯하여 전후 계사를 올렸으나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억지로 행공(行公)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또 조사(詔使)가 나옴을 만났으니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극히 민망스럽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찌 그럴 리가 있겠는가. 다만 조사가 더디게 나오면 오히려 제대로 할 수 있겠는데, 만일 조칙(詔勅) 반포하는 데 있어 해를 넘길 수 없다고 하여 겨울 전에 급속히 나온다면, 모든 일을 반드시 미처 조처하지 못할 것이니 극히 염려된다."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외간에서도 그런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소신이 명을 받은 뒤로 곧 떠나려고 하였으나 확실한 기별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잠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전자에는 천사가 우리 나라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으므로 한 번 그 기별을 들으면 대소 신민이 다 놀라고 당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물력이 풍부하여 일마다 정에 맞고 의식이 찬란하여 접대하기가 매우 쉬웠습니다. 지금은 물력이 탕진되고 의식도 사라진 데다가 10여 년 동안 중국 장수들을 익히 대하였으므로 비록 천사가 온다는 말을 들어도 예사로 여겨 동념(動念)하지 않고 있으며, 일로(一路)의 관참(館站)도 모두 미처 조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아무리 백분 검칙(檢飭)한다 하더라도 형세가 주선하기 어렵습니다. 천사는 비록 새로 나오지만 데리고 오는 가정(家丁)은 모두 전일 나왔던 사람들로 토색하는 폐단이 응당 많을 것이니 이번의 천사는 전일의 천사와 다를 듯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것은 천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담당자가 제대로 단속한다면 두목(頭目)이 반드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고, 담당자가 만일 느슨히 한다면 비록 학사(學士)를 천사로 임명하였다 하더라도 두목의 무리가 또한 폐단을 일으킬 것이니, 전일 황홍헌(黃洪憲) 때의 일을 거울삼을 만하다. 대개 어떻게 대우해야 할 것인지, 공연히 염려가 될 뿐이다. 반드시 지성으로 봉행해야 할 것이다. 전에 일찍이 들으니, 허국(許國)이 천사로 나왔을 때 낙죽(酪粥)을 즐겨 먹었으므로 일로(一路)의 도처에서 매양 낙죽을 먹었는데 한 번은 어떤 참(站)에 이르러 먹으려 하다가 갑자기 도로 놓아버리므로 상을 물린 뒤에 괴이하게 여겨 죽그릇을 보았더니, 위에만 약간의 낙죽으로 덮어놓고 그 속에는 다른 죽이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모든 일이 이와 같으니, 경은 모름지기 십분 검거(檢擧)하라. 또 일로의 연인은 일체 일을 시키지 말도록 하라. 내가 일찍이 중국 사람을 접대하는 것을 보니, 여인들이 아이를 업고 주방의 일을 할 적에 아이 우는 소리가 연청(宴廳)에까지 들렸으므로, 극히 혼잡하고 무례하였다. 각별히 금단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공대하는 일은 본시 그대로 치러나가겠지만, 관참(館站)의 일이 극히 민망스럽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전일 형 군문(邢軍門)180) 등 큰 아문이 들어갈 적에 어떻게 하였는가?"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그때 초가(草家)를 간략하게 설치하였다가 지나간 뒤에 보수하지 아니하고 다 헐어 버렸다 합니다. 또 예모에 관한 일은 전일에는 원접사가 배례를 하면 천사 또한 답읍(答揖)을 하여 대체로 빈주의 의식처럼 하였습니다. 그런데 난후에는 비록 소소한 중국 장관(將官)도 모두 배신(陪臣)으로 대하여 다 업신여겼습니다. 지난날 형 군문이 나왔을 때 정승이 배신으로 가서 보았더니, 섬돌 위에서 절하게 하고 또 문자를 아느냐고 물었으니 그 경시하고 업신여김이 이와 같았습니다. 천사가 만일 옛날 규례를 묻는다면 마땅히 그에게 진언해야겠지만, 만일 근일의 일만 듣고 그대로 행하려 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일이 매우 난처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 반드시 변론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만일 그대로 행한다면 이후에도 번번이 그 같이 해야 할 것이니 변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하자, 이정구가 아뢰기를,

"소신이 소루한 데다가 응접하는 일은 더욱 주밀하고 상세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항상 비웃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하나 뿐이 아니나, 이것은 더욱 걱정스런 일입니다. 그리고 수창(酬唱)을 하지 말라는 일은 전에 전교가 계셨으니 극히 합당합니다만 저들이 만일 강요하면 장차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만일 굳이 요구하면 수창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반드시 사양해서 들어주지 않은 뒤에 응하도록 하라. 다만 그들과 승부를 경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에 서거정(徐居正)이 원접사가 되고 심언광(沈彦光)이 관반(館伴)이 되었을 때 모두 시를 지어 먼저 올렸는데, 이는 매우 불가한 것이다."

하였다. 동부승지 신설(申渫)이 아뢰기를,

"외간의 의논은, 전혀 수창하지 않는 것도 미안한 것 같다고 합니다. 대개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시키면 어떻게 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문자로서 간혹 그의 환심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조사가 동방을 유람하면서 과시하려는 뜻이 없지 않을 것인데 이러한 등의 일을 아주 폐한다면 아마도 불가할 듯합니다."

하고, 이정구는 아뢰기를,

"소신이 4, 5년 이래로 잇따라 고달픈 공무에 종사하다 보니 아예 책을 펴볼 여가가 없었고, 게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쓰면 정신이 곧 혼망해집니다. 응접하는 이외에 수창하는 것은 필시 감당하지 못할 것이니 극히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의 재주로서 어찌 그렇기까지야 하겠는가. 다만 온갖 접대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 점이 염려스럽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전례에 비록 외직에 임용된 사람이더라도 문장에 능하면 계청(啓請)하여 올라오도록 하였으나, 번독한 듯하므로 감히 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제술관(製述官)으로 삼아 뒤따라 들여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누구인가? 본시 무방한 일이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연소한 사람 중에 해운 판관(海運判官) 허균(許筠)은 시에 능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총민(聰敏)하며 전고(典故) 및 중국 일을 많이 압니다. 양주 목사(楊州牧使) 김현성(金玄成)은 나이는 늙었으나 또한 시재(詩才)가 있고 글씨도 잘 쓰니 뒤따라 들어오게 하고 싶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데리고 가고 싶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일로의 관참을 혹 폐기하여 수리하지 않은 데가 있습니다. 전일 공용경(龔用卿)이 나왔을 때 《조선록(朝鮮錄)》을 짓도록 하였는데 도로의 이수(里數) 및 우리 나라의 의주(儀註)를 모두 기록하였습니다. 천사가 반드시 구해 보고 올 것이니, 혹 이것을 가지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합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변란이 있은 이후 전과는 달라진 것이 있으니 대답하기에 쉬울 것 같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우리 나라가 근래 중국 장수를 접대할 때에 한 장관(將官)에게 항상 상사(上使)와 부사(副使)를 차임하였는데 지금 이 두 천사에게는 오직 한 사람의 사신만 차임하였습니다. 이는 전례이기는 하나 신의 재주가 남에게 미치지 못하니 파격적으로 한 사람을 추가한다면 접대할 적에 주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신에게 묻도록 하라. 다만 성품이 느슨한 사람을 만나면 극히 좋겠는데, 만일 성질이 급한 사람을 만나면 극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면복(冕服)도 오래지 않아 내보낼 것인데 만일 면복이 나오면 조칙(詔勅)을 맞이할 때에 즉시 착용하고 나가야 할 것이다. 모르겠다만 조관(朝官)들도 이미 조복을 준비하였는가?"

하자, 이정구가 아뢰기를,

"전에 항상 계하(啓下)하여 알렸으나 준비하지 못하였다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에 대해 준비하지 않을 수 없음을 내가 항상 속으로 염려하였는데 정원이 분부하지 않았는가?"

하니, 신설(申渫)이 아뢰기를,

"이미 영을 내렸으나 준비하지 못하였다 합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이 일은 범연히 해서는 안 된다. 또 하루 이틀 사이에 장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조칙을 반포하는 날 백관이 뒤에 쳐질 수 없는 것이니 다시 신명(申明)하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이정구가 하직하고 나가니, 상이 베보자기를 하사하고 【표피(豹皮) 1영(領) 및 돈피 이엄(獤皮耳掩) 1부(部)를 쌌는데, 이엄은 일찍이 상이 착용하던 물건이다. 】 또 이르기를,

"경은 추운 절기에 잘 가라."

하였다. 오시(午時)에 파하고 나갔다.

  • [註 180] 형 군문(邢軍門) : 이름은 개(玠).

원문

○辛亥/上御別殿, 引見遠接使李廷龜。 上曰: "卿如此寒節, 何以遠行耶?"廷龜曰: "小臣以不才, 冒忝重任, 必不堪當, 而前後陳啓, 未得蒙允, 黽勉行公, 不意又逢詔使之來, 深恐僨事, 極以爲悶矣。" 上曰: "豈有是乎? 但 詔使遲來, 則猶可爲也。 若以爲頒詔不可逾年, 冬前急速出來, 則諸事必未及措, 極慮。" 廷龜曰: "外間亦有此疑矣。 小臣受命之後, 卽欲發行, 而未得的奇, 故暫此等待矣。 且前者天使之出來我國, 稀有故, 一聞其奇, 則大小臣民, 盡皆驚遑, 而其時物力全盛, 事事稱情, 儀式璨然, 接待甚易, 今則物力儀式蕩然, 而十餘年來, 慣待天將, 雖聞天使之來, 恬不動念, 一路館站, 亦皆未及造成。 如此等事, 雖百分檢飭, 勢難周旋。 天使雖新出, 而帶來家丁, 則必皆前日之出來者, 應多徵索之弊。 今番則似與前日之天使, 有異矣。" 上曰: "此則在天使之如何。 當身若緊, 則頭目必不如此, 當身若緩, 則雖以學士爲天使, 而頭目輩, 亦爲作弊。 前日黃洪憲時事可鑑矣。 大槪何以待之? 空爲念慮而已。 必須以至誠將之可也。 昔者嘗聞, 許國天使出來時, 嗜食酪粥, 一路到處, 每持此器而食。 嘗到一站將食, 而忽還捨。 及撤出之後, 怪而視之, 則將少許酪粥, 被其前面, 其下則他粥矣。 我國凡事類此, 卿須十分檢擧。 且一路女人, 一切不可執役。 予嘗接待唐人見之, 女人負兒, 而應供廚房, 兒啼之聲, 至徹宴廳, 極爲混褻。 各別禁斷可也。" 廷龜曰: "供億之事, 自然支過, 館站之事, 極爲可悶。" 上曰: "前日邢軍門等大衙門入歸時, 何以爲之。" 廷龜曰: "其時, 略設草家, 而過後不爲修補, 盡皆毁撤云矣。 且禮貌間事, 前日則遠接使, 雖行拜禮, 天使亦爲答揖, 略如賓主之儀, 亂後, 雖小小將官, 皆以陪臣待之, 盡皆凌侮。 頃日邢軍門出來時, 政丞以陪臣往見, 則令拜於階上, 且問識字否, 其輕侮如此。 天使若問古規, 則當與陳辨, 若只聞近日之事, 而欲行之, 則未知何以處之也。" 上曰: "事若甚難, 則未知如何? 當初必須辨論可也。 今若行之, 則後每如此, 不可不辨。" 廷龜曰: "小臣踈漏, 應接一事, 尤不能周詳, 以此人常笑之。 不可當之事非一, 而此尤可悶。 且酬唱勿爲事, 前有傳敎, 極爲允當矣, 彼若强之, 則將如何。" 上曰: "若强之則爲之可矣, 然必辭不獲已, 而後應之。 但不可與爭勝也。 前日徐居正爲遠接使, 沈彦光爲館伴時, 皆製詩先呈, 甚不可也。" 同副承旨申渫曰: "外議以爲: ‘全不酬唱, 亦似未安云。’ 大槪尊者, 使爲卑者, 豈可不答乎? 且文字之間, 或有得其懽心者。 詔使東遊, 不無誇張之意, 而此等事, 索莫專廢, 則恐不可也。" 廷龜曰: "小臣四五年來, 連在苦務, 未嘗開卷, 加以小有所歸, 精神輒昏茫, 應接之外, 又爲酬唱, 必不能堪, 極爲悶慮。" 上曰: "以卿之才, 豈至此乎? 但凡接待之事, 何以爲之? 此可慮。" 廷龜曰: "前例, 雖任外官, 如或能文, 則啓請上來, 而似爲煩瀆, 故未敢啓達矣。 以製述官, 請隨後入送如何?" 上曰: "誰人乎? 固無妨。" 廷龜曰: "年少人中, 海運判官許筠, 非徒能詩, 性且聰敏, 多識典故及中朝事。 楊州牧使金玄成, 年雖衰, 亦有詩才, 且善書, 欲令隨後入來矣。" 上曰: "唯卿所欲。 若欲率去, 則何難之有。" 廷龜曰: "一路館站, 或有廢而不修者。 前日龔用卿出來時, 作《使朝鮮錄》, 道路里數及我國儀註, 盡皆載錄。 天使必覓見而來, 或以此爲問, 則何以答之?" 上曰: "亂後, 與前有異, 對答似易。" 廷龜曰: "我國近來, 接待天將時, 一將官, 常差上副使。 今此兩天使, 只差一使, 此雖前例, 臣才不逮人, 若此等事, 破格爲之, 接待之際, 可得周旋矣。" 上曰: "問于大臣。 但若値性緩之人, 則極好, 若値性緊之人, 則極難極難。 且冕服, 不久當爲出來。 若來, 則如迎詔之時, 自上當卽着出, 未知朝官, 亦已備朝服乎? 廷龜曰: "前常啓下知委。 而未備云矣。" 上曰: "此不可不爲。 予常爲私慮。 政院不爲分付乎?" 申渫曰: "已爲下令, 而未能准備云矣。" 上曰: "此事不可泛然爲之, 且非一二日可辦。 頒詔之日, 百官又不可落後, 更爲申明可也。" 廷龜辭出, 上賜布袱, 【裹豹皮一令及獤皮耳掩一部。 耳掩則曾經上所服御之物也。】 且曰: "卿, 寒節好往。" 午時罷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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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43권, 선조 34년 11월 17일 신해 1/2 기사 / 1601년 명 만력(萬曆) 29년

원접사 이정구와 조사를 영접하는 예에 대해 논하다

국역

상이 별전에 나아가 원접사 이정구를 인견(引見)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이 이 처럼 추운 절기에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는가?"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소신이 재주가 없는 몸으로 중임을 맡아 필시 감당하지 못할 듯하여 전후 계사를 올렸으나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억지로 행공(行公)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또 조사(詔使)가 나옴을 만났으니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극히 민망스럽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찌 그럴 리가 있겠는가. 다만 조사가 더디게 나오면 오히려 제대로 할 수 있겠는데, 만일 조칙(詔勅) 반포하는 데 있어 해를 넘길 수 없다고 하여 겨울 전에 급속히 나온다면, 모든 일을 반드시 미처 조처하지 못할 것이니 극히 염려된다."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외간에서도 그런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소신이 명을 받은 뒤로 곧 떠나려고 하였으나 확실한 기별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잠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전자에는 천사가 우리 나라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으므로 한 번 그 기별을 들으면 대소 신민이 다 놀라고 당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물력이 풍부하여 일마다 정에 맞고 의식이 찬란하여 접대하기가 매우 쉬웠습니다. 지금은 물력이 탕진되고 의식도 사라진 데다가 10여 년 동안 중국 장수들을 익히 대하였으므로 비록 천사가 온다는 말을 들어도 예사로 여겨 동념(動念)하지 않고 있으며, 일로(一路)의 관참(館站)도 모두 미처 조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아무리 백분 검칙(檢飭)한다 하더라도 형세가 주선하기 어렵습니다. 천사는 비록 새로 나오지만 데리고 오는 가정(家丁)은 모두 전일 나왔던 사람들로 토색하는 폐단이 응당 많을 것이니 이번의 천사는 전일의 천사와 다를 듯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것은 천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담당자가 제대로 단속한다면 두목(頭目)이 반드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고, 담당자가 만일 느슨히 한다면 비록 학사(學士)를 천사로 임명하였다 하더라도 두목의 무리가 또한 폐단을 일으킬 것이니, 전일 황홍헌(黃洪憲) 때의 일을 거울삼을 만하다. 대개 어떻게 대우해야 할 것인지, 공연히 염려가 될 뿐이다. 반드시 지성으로 봉행해야 할 것이다. 전에 일찍이 들으니, 허국(許國)이 천사로 나왔을 때 낙죽(酪粥)을 즐겨 먹었으므로 일로(一路)의 도처에서 매양 낙죽을 먹었는데 한 번은 어떤 참(站)에 이르러 먹으려 하다가 갑자기 도로 놓아버리므로 상을 물린 뒤에 괴이하게 여겨 죽그릇을 보았더니, 위에만 약간의 낙죽으로 덮어놓고 그 속에는 다른 죽이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모든 일이 이와 같으니, 경은 모름지기 십분 검거(檢擧)하라. 또 일로의 연인은 일체 일을 시키지 말도록 하라. 내가 일찍이 중국 사람을 접대하는 것을 보니, 여인들이 아이를 업고 주방의 일을 할 적에 아이 우는 소리가 연청(宴廳)에까지 들렸으므로, 극히 혼잡하고 무례하였다. 각별히 금단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공대하는 일은 본시 그대로 치러나가겠지만, 관참(館站)의 일이 극히 민망스럽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전일 형 군문(邢軍門)180) 등 큰 아문이 들어갈 적에 어떻게 하였는가?"

하니, 이정구가 아뢰기를,

"그때 초가(草家)를 간략하게 설치하였다가 지나간 뒤에 보수하지 아니하고 다 헐어 버렸다 합니다. 또 예모에 관한 일은 전일에는 원접사가 배례를 하면 천사 또한 답읍(答揖)을 하여 대체로 빈주의 의식처럼 하였습니다. 그런데 난후에는 비록 소소한 중국 장관(將官)도 모두 배신(陪臣)으로 대하여 다 업신여겼습니다. 지난날 형 군문이 나왔을 때 정승이 배신으로 가서 보았더니, 섬돌 위에서 절하게 하고 또 문자를 아느냐고 물었으니 그 경시하고 업신여김이 이와 같았습니다. 천사가 만일 옛날 규례를 묻는다면 마땅히 그에게 진언해야겠지만, 만일 근일의 일만 듣고 그대로 행하려 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일이 매우 난처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 반드시 변론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만일 그대로 행한다면 이후에도 번번이 그 같이 해야 할 것이니 변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하자, 이정구가 아뢰기를,

"소신이 소루한 데다가 응접하는 일은 더욱 주밀하고 상세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항상 비웃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하나 뿐이 아니나, 이것은 더욱 걱정스런 일입니다. 그리고 수창(酬唱)을 하지 말라는 일은 전에 전교가 계셨으니 극히 합당합니다만 저들이 만일 강요하면 장차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만일 굳이 요구하면 수창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반드시 사양해서 들어주지 않은 뒤에 응하도록 하라. 다만 그들과 승부를 경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에 서거정(徐居正)이 원접사가 되고 심언광(沈彦光)이 관반(館伴)이 되었을 때 모두 시를 지어 먼저 올렸는데, 이는 매우 불가한 것이다."

하였다. 동부승지 신설(申渫)이 아뢰기를,

"외간의 의논은, 전혀 수창하지 않는 것도 미안한 것 같다고 합니다. 대개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시키면 어떻게 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문자로서 간혹 그의 환심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조사가 동방을 유람하면서 과시하려는 뜻이 없지 않을 것인데 이러한 등의 일을 아주 폐한다면 아마도 불가할 듯합니다."

하고, 이정구는 아뢰기를,

"소신이 4, 5년 이래로 잇따라 고달픈 공무에 종사하다 보니 아예 책을 펴볼 여가가 없었고, 게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쓰면 정신이 곧 혼망해집니다. 응접하는 이외에 수창하는 것은 필시 감당하지 못할 것이니 극히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의 재주로서 어찌 그렇기까지야 하겠는가. 다만 온갖 접대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 점이 염려스럽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전례에 비록 외직에 임용된 사람이더라도 문장에 능하면 계청(啓請)하여 올라오도록 하였으나, 번독한 듯하므로 감히 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제술관(製述官)으로 삼아 뒤따라 들여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누구인가? 본시 무방한 일이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연소한 사람 중에 해운 판관(海運判官) 허균(許筠)은 시에 능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총민(聰敏)하며 전고(典故) 및 중국 일을 많이 압니다. 양주 목사(楊州牧使) 김현성(金玄成)은 나이는 늙었으나 또한 시재(詩才)가 있고 글씨도 잘 쓰니 뒤따라 들어오게 하고 싶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데리고 가고 싶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일로의 관참을 혹 폐기하여 수리하지 않은 데가 있습니다. 전일 공용경(龔用卿)이 나왔을 때 《조선록(朝鮮錄)》을 짓도록 하였는데 도로의 이수(里數) 및 우리 나라의 의주(儀註)를 모두 기록하였습니다. 천사가 반드시 구해 보고 올 것이니, 혹 이것을 가지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합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변란이 있은 이후 전과는 달라진 것이 있으니 대답하기에 쉬울 것 같다."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우리 나라가 근래 중국 장수를 접대할 때에 한 장관(將官)에게 항상 상사(上使)와 부사(副使)를 차임하였는데 지금 이 두 천사에게는 오직 한 사람의 사신만 차임하였습니다. 이는 전례이기는 하나 신의 재주가 남에게 미치지 못하니 파격적으로 한 사람을 추가한다면 접대할 적에 주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신에게 묻도록 하라. 다만 성품이 느슨한 사람을 만나면 극히 좋겠는데, 만일 성질이 급한 사람을 만나면 극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면복(冕服)도 오래지 않아 내보낼 것인데 만일 면복이 나오면 조칙(詔勅)을 맞이할 때에 즉시 착용하고 나가야 할 것이다. 모르겠다만 조관(朝官)들도 이미 조복을 준비하였는가?"

하자, 이정구가 아뢰기를,

"전에 항상 계하(啓下)하여 알렸으나 준비하지 못하였다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에 대해 준비하지 않을 수 없음을 내가 항상 속으로 염려하였는데 정원이 분부하지 않았는가?"

하니, 신설(申渫)이 아뢰기를,

"이미 영을 내렸으나 준비하지 못하였다 합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이 일은 범연히 해서는 안 된다. 또 하루 이틀 사이에 장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조칙을 반포하는 날 백관이 뒤에 쳐질 수 없는 것이니 다시 신명(申明)하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이정구가 하직하고 나가니, 상이 베보자기를 하사하고 【표피(豹皮) 1영(領) 및 돈피 이엄(獤皮耳掩) 1부(部)를 쌌는데, 이엄은 일찍이 상이 착용하던 물건이다. 】 또 이르기를,

"경은 추운 절기에 잘 가라."

하였다. 오시(午時)에 파하고 나갔다.

  • [註 180] 형 군문(邢軍門) : 이름은 개(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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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亥/上御別殿, 引見遠接使李廷龜。 上曰: "卿如此寒節, 何以遠行耶?"廷龜曰: "小臣以不才, 冒忝重任, 必不堪當, 而前後陳啓, 未得蒙允, 黽勉行公, 不意又逢詔使之來, 深恐僨事, 極以爲悶矣。" 上曰: "豈有是乎? 但 詔使遲來, 則猶可爲也。 若以爲頒詔不可逾年, 冬前急速出來, 則諸事必未及措, 極慮。" 廷龜曰: "外間亦有此疑矣。 小臣受命之後, 卽欲發行, 而未得的奇, 故暫此等待矣。 且前者天使之出來我國, 稀有故, 一聞其奇, 則大小臣民, 盡皆驚遑, 而其時物力全盛, 事事稱情, 儀式璨然, 接待甚易, 今則物力儀式蕩然, 而十餘年來, 慣待天將, 雖聞天使之來, 恬不動念, 一路館站, 亦皆未及造成。 如此等事, 雖百分檢飭, 勢難周旋。 天使雖新出, 而帶來家丁, 則必皆前日之出來者, 應多徵索之弊。 今番則似與前日之天使, 有異矣。" 上曰: "此則在天使之如何。 當身若緊, 則頭目必不如此, 當身若緩, 則雖以學士爲天使, 而頭目輩, 亦爲作弊。 前日黃洪憲時事可鑑矣。 大槪何以待之? 空爲念慮而已。 必須以至誠將之可也。 昔者嘗聞, 許國天使出來時, 嗜食酪粥, 一路到處, 每持此器而食。 嘗到一站將食, 而忽還捨。 及撤出之後, 怪而視之, 則將少許酪粥, 被其前面, 其下則他粥矣。 我國凡事類此, 卿須十分檢擧。 且一路女人, 一切不可執役。 予嘗接待唐人見之, 女人負兒, 而應供廚房, 兒啼之聲, 至徹宴廳, 極爲混褻。 各別禁斷可也。" 廷龜曰: "供億之事, 自然支過, 館站之事, 極爲可悶。" 上曰: "前日邢軍門等大衙門入歸時, 何以爲之。" 廷龜曰: "其時, 略設草家, 而過後不爲修補, 盡皆毁撤云矣。 且禮貌間事, 前日則遠接使, 雖行拜禮, 天使亦爲答揖, 略如賓主之儀, 亂後, 雖小小將官, 皆以陪臣待之, 盡皆凌侮。 頃日邢軍門出來時, 政丞以陪臣往見, 則令拜於階上, 且問識字否, 其輕侮如此。 天使若問古規, 則當與陳辨, 若只聞近日之事, 而欲行之, 則未知何以處之也。" 上曰: "事若甚難, 則未知如何? 當初必須辨論可也。 今若行之, 則後每如此, 不可不辨。" 廷龜曰: "小臣踈漏, 應接一事, 尤不能周詳, 以此人常笑之。 不可當之事非一, 而此尤可悶。 且酬唱勿爲事, 前有傳敎, 極爲允當矣, 彼若强之, 則將如何。" 上曰: "若强之則爲之可矣, 然必辭不獲已, 而後應之。 但不可與爭勝也。 前日徐居正爲遠接使, 沈彦光爲館伴時, 皆製詩先呈, 甚不可也。" 同副承旨申渫曰: "外議以爲: ‘全不酬唱, 亦似未安云。’ 大槪尊者, 使爲卑者, 豈可不答乎? 且文字之間, 或有得其懽心者。 詔使東遊, 不無誇張之意, 而此等事, 索莫專廢, 則恐不可也。" 廷龜曰: "小臣四五年來, 連在苦務, 未嘗開卷, 加以小有所歸, 精神輒昏茫, 應接之外, 又爲酬唱, 必不能堪, 極爲悶慮。" 上曰: "以卿之才, 豈至此乎? 但凡接待之事, 何以爲之? 此可慮。" 廷龜曰: "前例, 雖任外官, 如或能文, 則啓請上來, 而似爲煩瀆, 故未敢啓達矣。 以製述官, 請隨後入送如何?" 上曰: "誰人乎? 固無妨。" 廷龜曰: "年少人中, 海運判官許筠, 非徒能詩, 性且聰敏, 多識典故及中朝事。 楊州牧使金玄成, 年雖衰, 亦有詩才, 且善書, 欲令隨後入來矣。" 上曰: "唯卿所欲。 若欲率去, 則何難之有。" 廷龜曰: "一路館站, 或有廢而不修者。 前日龔用卿出來時, 作《使朝鮮錄》, 道路里數及我國儀註, 盡皆載錄。 天使必覓見而來, 或以此爲問, 則何以答之?" 上曰: "亂後, 與前有異, 對答似易。" 廷龜曰: "我國近來, 接待天將時, 一將官, 常差上副使。 今此兩天使, 只差一使, 此雖前例, 臣才不逮人, 若此等事, 破格爲之, 接待之際, 可得周旋矣。" 上曰: "問于大臣。 但若値性緩之人, 則極好, 若値性緊之人, 則極難極難。 且冕服, 不久當爲出來。 若來, 則如迎詔之時, 自上當卽着出, 未知朝官, 亦已備朝服乎? 廷龜曰: "前常啓下知委。 而未備云矣。" 上曰: "此不可不爲。 予常爲私慮。 政院不爲分付乎?" 申渫曰: "已爲下令, 而未能准備云矣。" 上曰: "此事不可泛然爲之, 且非一二日可辦。 頒詔之日, 百官又不可落後, 更爲申明可也。" 廷龜辭出, 上賜布袱, 【裹豹皮一令及獤皮耳掩一部。 耳掩則曾經上所服御之物也。】 且曰: "卿, 寒節好往。" 午時罷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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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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