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103권, 선조 31년 8월 15일 무진 1/3 기사 /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마 제독과 동병의 시기, 활·화살·전마·포수 조달, 진 도독의 전과에 대해 이야기하다
국역
상이 마 제독(麻提督)을 그의 처소에서 접견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내가 다른 장수들과 기밀 사항을 상의하였는데, 의견이 같지 않으므로 못내 고민스럽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하였다 이에 제독이 좌우를 물리치고 은밀히 말하기를,
"유 총병(劉總兵)은 연소한 자로 일을 겪어보지 못했고, 동 제독(董提督)은 처음으로 와서 왜(倭)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지난 해에 울산(蔚山)의 전역(戰役)을 겪었기 때문에 적의 정상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세 장수가 세 길로 나누어 진군하면 적의 힘이 분산될 것이고, 각 군사가 모두 한 곳으로 합하면 적의 힘도 합해질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신지(信地)139) 를 지키면서 형세를 살펴 나아가 섬멸했으면 한다.’ 하였는데, 다른 장수들의 의견은 반드시 합세하여 함께 나아가려고 하니, 이 점이 의견이 같지 않은 것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그러면 거사는 어느 때에 있을 것이며, 어느 적진을 먼저 공격하려고 합니까?"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9∼10월 사이에 거사하려고 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해볼 수가 없습니다.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오직 기미를 살펴 잘 결단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군사의 기틀은 비밀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귀신도 모르게 해야 할 것이니, 사관(史官) 등은 절대로 누설치 말라."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어제 낭중(郞中)을 시켜 문서를 보내드렸는데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궁전(弓箭)과 마필(馬匹)과 포수(砲手)를 잘 살펴 보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가운데 포수는 평안도의 정용(精勇)한 무사(武士)를 뽑아서 나에게 보내주고 다른 장수는 모르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말은 군문에서 2천 필을 분부하였는데 준비되었으면 내가 군문에 고하여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군문의 2천 필 외에 별도로 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먼 지방의 말을 빨리 오게 할 수 없을 텐데 경상도의 말로 충급할 경우 비록 체구는 작아도 지쳐서 쓰러지는 산마(山馬)보다는 오히려 나을 것입니다. 활은 보내온 것 중에서 좋은 것만 가려 남겨두고 좋지 못한 것은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대체로 원래 정밀하게 만들지 않아 활시위를 당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평안도 군사는 바야흐로 방추(防秋)가 시급할 뿐더러 얼음이 어는 계절이 임박했으니 뽑아 올 수가 없을 듯합니다. 활은 흑각(黑角)이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향각(鄕角)으로 대신 만들었는데 대인이 향각이라는 이유로 물리쳤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준비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말 2천 필은 힘을 다하여서 조치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모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평안도 군사의 형편이 그러하다면 강원(江原)·충청(忠淸) 두 도의 군사를 많이 뽑아 보내주십시오."
하자, 상이 시신(侍臣)에게 이르기를,
"이런 일을 대면해서 굳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할 듯하니, 물러가 요량해서 처리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근일 남쪽 소식은 어떻습니까?"
하니, 상이 말하기를,
"수로(水路)의 보고를 들으니, 진 도독(陳都督) 대인이 상당히 참획하였는데 소방(小邦)의 수군도 황제의 위엄을 힘입어 약간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하자, 제독이 말하기를,
"저도 들었는데 이순신(李舜臣)이 아니었던들 중국 군대가 작은 승리를 얻는 것도 어려웠으리라고 하였습니다. 국왕께서는 조선의 여러 장수 가운데 누가 양장(良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순신(李舜臣)·정기룡(鄭起龍)·한명련(韓明璉)·권율(權慄) 등이 제일이라고 여깁니다. 저번에 군문에게 이 말을 하였더니 군문이 상품을 나누어 보내 그들의 마음을 격려했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예단을 올렸으나 받지 않았다. 상이 작별하고 나왔다.
- 【태백산사고본】 65책 103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8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기(軍器) / 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교통-마정(馬政) / 인사-관리(管理)
- [註 139] 신지(信地) : 분담 지역.
원문
○戊辰/上接見麻提督于所館處。 提督曰: "俺與他將官, 相議機事, 論頗不同, 俺不耐煩。" 上曰: "願聞其詳。" 提督乃屛去左右, 密語曰: "劉總兵年少不經事, 董提督初來不嘗倭, 俺則上年蔚山, 備諳賊之情形, 以爲: ‘三將分三路進兵, 則賊力分, 各兵皆合於一處, 則賊力專。 故欲各守信地, 相勢進勦’, 而他將之意, 則必欲合勢竝進, 此論議不同者也。" 上曰: "然則擧事定在何時, 欲先何賊陣耶?" 提督曰: "事在九十月間, 過是則不可爲矣。 謀事在人, 成事在天, 唯在相機善斷。" 上曰: "兵機貴密, 使鬼神不知可也。 史官等切勿洩漏。" 提督曰: "昨日使郞中送文書, 想已照(未)〔了〕 。 弓箭、馬匹、砲手, 量宜惠送何如? 其中砲手則願以平安道精勇武士, 調來與我, 勿使他將知之。 馬則軍門分付二千匹, 若準備, 則俺欲告軍門持去, 非敢於軍門二千匹之外, 別有求也。 然遠道之馬, 不可速致, 若以慶尙道內之馬充給, 則雖體小, 猶勝於山馬之顚斃也。 弓則就所送之中, 擇其好而留之, 還其不好者。 蓋本非精造, 故不得上弦。" 上曰: "敢不盡心? 但平安之兵, 方急防秋, 合氷節迫, 恐不得調來。 弓則黑角非土産, 故與鄕角交造, 聞大人以鄕角退之云。 當更備呈上。 馬則二千匹, 方竭力措置, 而尙未備立。" 提督曰: "平安兵如許, 則江原、忠淸二道之兵, 多調以給。" 上謂侍臣曰: "此等事, 似不當對面牢拒, 以退去量處, 對之可也。" 提督曰: "近日南報如何?" 上曰: "聞水路之報, 陳都督大人, 頗有斬獲, 小邦水軍, 亦仗天威, 有小捷云。" 提督曰: "吾亦聞之。 天兵非李舜臣, 則小捷亦難云。 國王以朝鮮諸將中, 誰爲良將? 俺則以李舜臣、鄭起龍、韓明璉、權慄等爲最。 頃日言于軍門, 軍門分送賞物, 以勸其心云。" 上呈禮單, 不受。 上辭出。
- 【태백산사고본】 65책 103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8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기(軍器) / 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교통-마정(馬政) / 인사-관리(管理)
선조실록103권, 선조 31년 8월 15일 무진 1/3 기사 /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마 제독과 동병의 시기, 활·화살·전마·포수 조달, 진 도독의 전과에 대해 이야기하다
국역
상이 마 제독(麻提督)을 그의 처소에서 접견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내가 다른 장수들과 기밀 사항을 상의하였는데, 의견이 같지 않으므로 못내 고민스럽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하였다 이에 제독이 좌우를 물리치고 은밀히 말하기를,
"유 총병(劉總兵)은 연소한 자로 일을 겪어보지 못했고, 동 제독(董提督)은 처음으로 와서 왜(倭)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지난 해에 울산(蔚山)의 전역(戰役)을 겪었기 때문에 적의 정상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세 장수가 세 길로 나누어 진군하면 적의 힘이 분산될 것이고, 각 군사가 모두 한 곳으로 합하면 적의 힘도 합해질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신지(信地)139) 를 지키면서 형세를 살펴 나아가 섬멸했으면 한다.’ 하였는데, 다른 장수들의 의견은 반드시 합세하여 함께 나아가려고 하니, 이 점이 의견이 같지 않은 것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그러면 거사는 어느 때에 있을 것이며, 어느 적진을 먼저 공격하려고 합니까?"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9∼10월 사이에 거사하려고 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해볼 수가 없습니다.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오직 기미를 살펴 잘 결단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군사의 기틀은 비밀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귀신도 모르게 해야 할 것이니, 사관(史官) 등은 절대로 누설치 말라."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어제 낭중(郞中)을 시켜 문서를 보내드렸는데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궁전(弓箭)과 마필(馬匹)과 포수(砲手)를 잘 살펴 보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가운데 포수는 평안도의 정용(精勇)한 무사(武士)를 뽑아서 나에게 보내주고 다른 장수는 모르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말은 군문에서 2천 필을 분부하였는데 준비되었으면 내가 군문에 고하여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군문의 2천 필 외에 별도로 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먼 지방의 말을 빨리 오게 할 수 없을 텐데 경상도의 말로 충급할 경우 비록 체구는 작아도 지쳐서 쓰러지는 산마(山馬)보다는 오히려 나을 것입니다. 활은 보내온 것 중에서 좋은 것만 가려 남겨두고 좋지 못한 것은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대체로 원래 정밀하게 만들지 않아 활시위를 당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어찌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평안도 군사는 바야흐로 방추(防秋)가 시급할 뿐더러 얼음이 어는 계절이 임박했으니 뽑아 올 수가 없을 듯합니다. 활은 흑각(黑角)이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향각(鄕角)으로 대신 만들었는데 대인이 향각이라는 이유로 물리쳤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준비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말 2천 필은 힘을 다하여서 조치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모두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평안도 군사의 형편이 그러하다면 강원(江原)·충청(忠淸) 두 도의 군사를 많이 뽑아 보내주십시오."
하자, 상이 시신(侍臣)에게 이르기를,
"이런 일을 대면해서 굳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할 듯하니, 물러가 요량해서 처리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제독이 말하기를,
"근일 남쪽 소식은 어떻습니까?"
하니, 상이 말하기를,
"수로(水路)의 보고를 들으니, 진 도독(陳都督) 대인이 상당히 참획하였는데 소방(小邦)의 수군도 황제의 위엄을 힘입어 약간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하자, 제독이 말하기를,
"저도 들었는데 이순신(李舜臣)이 아니었던들 중국 군대가 작은 승리를 얻는 것도 어려웠으리라고 하였습니다. 국왕께서는 조선의 여러 장수 가운데 누가 양장(良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순신(李舜臣)·정기룡(鄭起龍)·한명련(韓明璉)·권율(權慄) 등이 제일이라고 여깁니다. 저번에 군문에게 이 말을 하였더니 군문이 상품을 나누어 보내 그들의 마음을 격려했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예단을 올렸으나 받지 않았다. 상이 작별하고 나왔다.
- 【태백산사고본】 65책 103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8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기(軍器) / 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교통-마정(馬政) / 인사-관리(管理)
- [註 139] 신지(信地) : 분담 지역.
원문
○戊辰/上接見麻提督于所館處。 提督曰: "俺與他將官, 相議機事, 論頗不同, 俺不耐煩。" 上曰: "願聞其詳。" 提督乃屛去左右, 密語曰: "劉總兵年少不經事, 董提督初來不嘗倭, 俺則上年蔚山, 備諳賊之情形, 以爲: ‘三將分三路進兵, 則賊力分, 各兵皆合於一處, 則賊力專。 故欲各守信地, 相勢進勦’, 而他將之意, 則必欲合勢竝進, 此論議不同者也。" 上曰: "然則擧事定在何時, 欲先何賊陣耶?" 提督曰: "事在九十月間, 過是則不可爲矣。 謀事在人, 成事在天, 唯在相機善斷。" 上曰: "兵機貴密, 使鬼神不知可也。 史官等切勿洩漏。" 提督曰: "昨日使郞中送文書, 想已照(未)〔了〕 。 弓箭、馬匹、砲手, 量宜惠送何如? 其中砲手則願以平安道精勇武士, 調來與我, 勿使他將知之。 馬則軍門分付二千匹, 若準備, 則俺欲告軍門持去, 非敢於軍門二千匹之外, 別有求也。 然遠道之馬, 不可速致, 若以慶尙道內之馬充給, 則雖體小, 猶勝於山馬之顚斃也。 弓則就所送之中, 擇其好而留之, 還其不好者。 蓋本非精造, 故不得上弦。" 上曰: "敢不盡心? 但平安之兵, 方急防秋, 合氷節迫, 恐不得調來。 弓則黑角非土産, 故與鄕角交造, 聞大人以鄕角退之云。 當更備呈上。 馬則二千匹, 方竭力措置, 而尙未備立。" 提督曰: "平安兵如許, 則江原、忠淸二道之兵, 多調以給。" 上謂侍臣曰: "此等事, 似不當對面牢拒, 以退去量處, 對之可也。" 提督曰: "近日南報如何?" 上曰: "聞水路之報, 陳都督大人, 頗有斬獲, 小邦水軍, 亦仗天威, 有小捷云。" 提督曰: "吾亦聞之。 天兵非李舜臣, 則小捷亦難云。 國王以朝鮮諸將中, 誰爲良將? 俺則以李舜臣、鄭起龍、韓明璉、權慄等爲最。 頃日言于軍門, 軍門分送賞物, 以勸其心云。" 上呈禮單, 不受。 上辭出。
- 【태백산사고본】 65책 103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8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군사-군정(軍政) / 군사-군기(軍器) / 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교통-마정(馬政)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