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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2권, 선조 30년 9월 12일 기해 1/5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대신들이 수원으로 가는 경리 양호를 직접 만류해 볼 것을 건의하다

국역

상이 별전(別殿)에 나아가 대신을 인견하였다. 영의정 유성룡(柳成龍), 행 판중추부사(行判中樞府事) 윤두수(尹斗壽), 좌의정 김응남(金應南)을 인견하였는데, 우승지 김신원(金信元), 가주서(假注書) 소광진(蘇光震)·심집(沈諿), 검열(檢閱) 정홍익(鄭弘翼)·이필영(李必榮)이 입시(入侍)하였다. 성룡이 아뢰기를,

"제독(提督)의 차인(差人) 전체건(錢體乾)이 비변사에 와 말하기를 ‘경리(經理)가 수원(水原)으로 가는 것은 몹시 민망스럽다. 제독은 무장(武將)의 신분이어서 그 행차를 멈출 수 없으니 부디 속히 국왕(國王)에게 아뢰어 만류하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대개 제독의 생각에는 왜적이 이미 수원(水原)에 다가왔으니, 만약 안성(安城)을 경유하여 죽산(竹山)으로 돌아 나오게 되면 말이 아니므로, 이곳을 굳게 지켜 만전(萬全)의 계책을 삼는 것만 못한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사색(辭色)이 창황(蒼黃)하여 몹시 바쁘고 급박하였습니다."

하고, 두수가 아뢰기를,

"군사의 행진은 전진만 있고 후퇴는 없는 법이나, 왜적이 만약 갑자기 닥쳐 오면 전진할 수도 없고 후퇴도 불가합니다. 상께서 굳이 청하시면 정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수원에 가 있으면 왜적이 어디로 돌아 나오는가?"

하자, 성룡이 아뢰기를,

"안성·죽산으로부터 수원 뒤로 돌아 나올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에게 지도가 있는데 죽산은 수원 앞에 있으니 그 말은 옳지 않다. 대개 경리(經理)가 수원으로 가는 것은 무슨 뜻인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경리가 강화(江華)로 간다는 것과 서쪽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모두 그렇지 않다. 군사를 철수하여 돌아가려 한다면 무엇을 꺼려 수십 명만 거느리고 가겠는가. 이것은 반드시 비변사가 하인들의 말을 듣고 지나치게 의심한 것이다."

하였다. 두수가 아뢰기를,

"이 부총(李副摠)이 전일에 궁권(宮眷)을 먼저 내보내라고 한 말과, 경리가 국왕(國王)의 내권(內眷)이 떠나간 일을 당연하다고 한 것은 필시 우리를 시험해 본 말로서 스스로 물러가려는 계책일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말은 옳지 않다. 어찌 사람을 이렇게까지 의심할 수 있는가."

하였다. 응남이 아뢰기를,

"오늘 경리가 수원으로 가는 것은 물러나 움츠려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제장(諸將)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인 듯싶습니다."

하고, 성룡이 아뢰기를,

"왜적의 형세가 점점 핍박해 오는데, 경리가 만약 수원에 갔다가 창황하게 물러오면 인심만 더욱 놀라게 될 것입니다."

하고, 두수가 아뢰기를,

"상께서 강가에서 유숙하실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남대문 밖에서 경리를 전송하신 뒤에 모화관(慕華館)으로 가셔서 소 안찰(蕭按察)을 영접하여 위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남대문 밖에서 경리를 전송하기만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미 서로 약속하였는데 중도에 그만두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리고 경리가 나와 함께 가자고 요청한 것은 모두 나의 천심(淺深)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니 가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성룡이 아뢰기를,

"왜적의 형세가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에 대한 계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데 여러 장관(將官)들은 서로 미루면서 우리 나라가 먼저 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일찍이 비변사에 말하였거니와, 예로부터 양진(兩陣)의 사이에는 서로 왕래하는 사람이 있는 법인데, 우리 나라의 일은 더디어 시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위에서 접견하여 머물러 달라고 청하는 것은 제때에 미치기 어려울 듯싶으니, 여러 대신들이 속히 가서 청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성룡과 두수가 아뢰기를,

"사기(事機)가 매우 긴중하니, 상께서 천히 머물러 달라고 청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신들의 말은 도움이 안 될 듯싶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의 사람됨을 보니 필시 남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듯싶다. 가서 청하더라도 도움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원문

○己亥/上御別殿, 引見大臣。 領議政柳成龍、行判中樞府事尹斗壽、左議政金應南、右承旨金信元、假注書蘇光震ㆍ沈諿、檢閱鄭弘翼ㆍ李必榮入侍。 成龍曰: "提督差人錢體乾來言于備邊司曰: ‘經理水原之行, 甚可悶也。 提督以武將, 不能止其行, 須速啓知國王, 止之云。’ 大槪提督之意, 則賊已迫水原, 若由安城, 遶出竹山, 則不可說, 不如堅守此處, 以爲萬全之計也。 辭色蒼黃, 甚爲忙迫矣。" 斗壽曰: "師行, 有進無退, 賊若遽逼, 則進不可得, 退亦不可。 若自上固請, 則庶或停止。" 上曰: "往在水原, 則賊從何遶出乎?"成龍曰: "自安城、竹山, 遶出水原之後耳。" 上曰: "予有地圖, 竹山在水原之前, 其說不可。 大槪經理水原之行, 其意何也?" 成龍曰: "未解其意。" 上曰: "經理江華之行及西還之說, 皆不然。 若欲撤還則何憚, 而以數十人潛行之乎? 此必備邊司聽下人之言, 而過惑之也。" 斗壽曰: "李副揔前日先送宮眷之言, 經理以國王內眷出去之事爲當者, 必是試我之說, 而爲自退之計耳。" 上曰: "是不可。 豈可以疑人, 至於此也?" 應南曰: "今日經理水原之行, 似是示不可退縮之意於諸將矣。" 成龍曰: "賊勢漸迫, 經理若往水原, 蒼黃退來, 則人心益駭耳。" 斗壽曰: "自上不可宿於江頭。 但於南大門外, 祗送經理後, 迤向慕華館, 迎慰蕭按察, 可也。" 上曰: "不可只於門外送之。 況旣與人相約, 似難中止。 且經理要予同往者, 皆探試予淺深, 不可不往。" 成龍曰: "賊勢至此, 行計不可不爲, 而諸將官互相推調, 似欲待我國先爲, 然後從而爲之。"上曰: "予曾已言于備邊司矣。 自古兩陣之間, 有相往來者, 而我國之事, 緩不及期, 奈何? 且自上接見請留, 恐難及矣。 諸大臣速往請, 可也。" 成龍、斗壽曰: "事機甚緊, 自上親請勉留爲當。 臣等之言, 恐無益也。" 上曰: "觀其爲人, 必不肯聽人言。 雖往請, 無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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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2권, 선조 30년 9월 12일 기해 1/5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대신들이 수원으로 가는 경리 양호를 직접 만류해 볼 것을 건의하다

국역

상이 별전(別殿)에 나아가 대신을 인견하였다. 영의정 유성룡(柳成龍), 행 판중추부사(行判中樞府事) 윤두수(尹斗壽), 좌의정 김응남(金應南)을 인견하였는데, 우승지 김신원(金信元), 가주서(假注書) 소광진(蘇光震)·심집(沈諿), 검열(檢閱) 정홍익(鄭弘翼)·이필영(李必榮)이 입시(入侍)하였다. 성룡이 아뢰기를,

"제독(提督)의 차인(差人) 전체건(錢體乾)이 비변사에 와 말하기를 ‘경리(經理)가 수원(水原)으로 가는 것은 몹시 민망스럽다. 제독은 무장(武將)의 신분이어서 그 행차를 멈출 수 없으니 부디 속히 국왕(國王)에게 아뢰어 만류하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대개 제독의 생각에는 왜적이 이미 수원(水原)에 다가왔으니, 만약 안성(安城)을 경유하여 죽산(竹山)으로 돌아 나오게 되면 말이 아니므로, 이곳을 굳게 지켜 만전(萬全)의 계책을 삼는 것만 못한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사색(辭色)이 창황(蒼黃)하여 몹시 바쁘고 급박하였습니다."

하고, 두수가 아뢰기를,

"군사의 행진은 전진만 있고 후퇴는 없는 법이나, 왜적이 만약 갑자기 닥쳐 오면 전진할 수도 없고 후퇴도 불가합니다. 상께서 굳이 청하시면 정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수원에 가 있으면 왜적이 어디로 돌아 나오는가?"

하자, 성룡이 아뢰기를,

"안성·죽산으로부터 수원 뒤로 돌아 나올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에게 지도가 있는데 죽산은 수원 앞에 있으니 그 말은 옳지 않다. 대개 경리(經理)가 수원으로 가는 것은 무슨 뜻인가?"

하니, 성룡이 아뢰기를,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경리가 강화(江華)로 간다는 것과 서쪽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모두 그렇지 않다. 군사를 철수하여 돌아가려 한다면 무엇을 꺼려 수십 명만 거느리고 가겠는가. 이것은 반드시 비변사가 하인들의 말을 듣고 지나치게 의심한 것이다."

하였다. 두수가 아뢰기를,

"이 부총(李副摠)이 전일에 궁권(宮眷)을 먼저 내보내라고 한 말과, 경리가 국왕(國王)의 내권(內眷)이 떠나간 일을 당연하다고 한 것은 필시 우리를 시험해 본 말로서 스스로 물러가려는 계책일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말은 옳지 않다. 어찌 사람을 이렇게까지 의심할 수 있는가."

하였다. 응남이 아뢰기를,

"오늘 경리가 수원으로 가는 것은 물러나 움츠려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제장(諸將)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인 듯싶습니다."

하고, 성룡이 아뢰기를,

"왜적의 형세가 점점 핍박해 오는데, 경리가 만약 수원에 갔다가 창황하게 물러오면 인심만 더욱 놀라게 될 것입니다."

하고, 두수가 아뢰기를,

"상께서 강가에서 유숙하실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남대문 밖에서 경리를 전송하신 뒤에 모화관(慕華館)으로 가셔서 소 안찰(蕭按察)을 영접하여 위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남대문 밖에서 경리를 전송하기만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미 서로 약속하였는데 중도에 그만두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리고 경리가 나와 함께 가자고 요청한 것은 모두 나의 천심(淺深)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니 가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성룡이 아뢰기를,

"왜적의 형세가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에 대한 계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데 여러 장관(將官)들은 서로 미루면서 우리 나라가 먼저 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일찍이 비변사에 말하였거니와, 예로부터 양진(兩陣)의 사이에는 서로 왕래하는 사람이 있는 법인데, 우리 나라의 일은 더디어 시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위에서 접견하여 머물러 달라고 청하는 것은 제때에 미치기 어려울 듯싶으니, 여러 대신들이 속히 가서 청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성룡과 두수가 아뢰기를,

"사기(事機)가 매우 긴중하니, 상께서 천히 머물러 달라고 청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신들의 말은 도움이 안 될 듯싶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의 사람됨을 보니 필시 남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듯싶다. 가서 청하더라도 도움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원문

○己亥/上御別殿, 引見大臣。 領議政柳成龍、行判中樞府事尹斗壽、左議政金應南、右承旨金信元、假注書蘇光震ㆍ沈諿、檢閱鄭弘翼ㆍ李必榮入侍。 成龍曰: "提督差人錢體乾來言于備邊司曰: ‘經理水原之行, 甚可悶也。 提督以武將, 不能止其行, 須速啓知國王, 止之云。’ 大槪提督之意, 則賊已迫水原, 若由安城, 遶出竹山, 則不可說, 不如堅守此處, 以爲萬全之計也。 辭色蒼黃, 甚爲忙迫矣。" 斗壽曰: "師行, 有進無退, 賊若遽逼, 則進不可得, 退亦不可。 若自上固請, 則庶或停止。" 上曰: "往在水原, 則賊從何遶出乎?"成龍曰: "自安城、竹山, 遶出水原之後耳。" 上曰: "予有地圖, 竹山在水原之前, 其說不可。 大槪經理水原之行, 其意何也?" 成龍曰: "未解其意。" 上曰: "經理江華之行及西還之說, 皆不然。 若欲撤還則何憚, 而以數十人潛行之乎? 此必備邊司聽下人之言, 而過惑之也。" 斗壽曰: "李副揔前日先送宮眷之言, 經理以國王內眷出去之事爲當者, 必是試我之說, 而爲自退之計耳。" 上曰: "是不可。 豈可以疑人, 至於此也?" 應南曰: "今日經理水原之行, 似是示不可退縮之意於諸將矣。" 成龍曰: "賊勢漸迫, 經理若往水原, 蒼黃退來, 則人心益駭耳。" 斗壽曰: "自上不可宿於江頭。 但於南大門外, 祗送經理後, 迤向慕華館, 迎慰蕭按察, 可也。" 上曰: "不可只於門外送之。 況旣與人相約, 似難中止。 且經理要予同往者, 皆探試予淺深, 不可不往。" 成龍曰: "賊勢至此, 行計不可不爲, 而諸將官互相推調, 似欲待我國先爲, 然後從而爲之。"上曰: "予曾已言于備邊司矣。 自古兩陣之間, 有相往來者, 而我國之事, 緩不及期, 奈何? 且自上接見請留, 恐難及矣。 諸大臣速往請, 可也。" 成龍、斗壽曰: "事機甚緊, 自上親請勉留爲當。 臣等之言, 恐無益也。" 上曰: "觀其爲人, 必不肯聽人言。 雖往請, 無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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