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92권, 선조 30년 9월 10일 정유 3/4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이 부총의 거처에 거둥하여 내전의 피난을 도와 준 일에 사의를 표하다
국역
상이 이 부총병(李副摠兵)의 거처에 거둥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왜적의 형세가 몹시 절박하기에 부득이 경리(經理)에게 품하고 가속(家屬)을 내보냈는데, 대인이 관원을 차출하여 호송하도록 해 주셨으니 미안하오이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여기에 온 것은 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왕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양 도어 제독(楊都御提督)도 조금이라도 불행함이 있어 창졸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게 되면 내보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뜻을 이미 배신(陪臣)에게 말하였습니다. 다만 양야(楊爺)가 물으면 모르고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5∼6년 동안이나 군사를 보냈는데, 어찌 그냥 돌아갈 리가 있겠습니까. 부산(釜山)에 있는 적을 모조리 소탕하고 돌아갈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지금 대인(大人)의 분부를 받드니 감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소이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여덟 사람이 호송한 일에 대해서는 감사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무슨 일로 나왔습니까. 중도에 만약 무슨 일이라도 있게 되면 나의 맡은 직무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양 경리(楊經理)와 마 제독(麻提督)이 앞에 계시는데, 어찌 감히 위반하여 잘못하겠습니까. 왜적을 소탕하여 평정한다면 나의 일도 또한 완료되는 것입니다. 부디 마음을 놓으십시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황은이 망극하오. 대인이 누추한 곳에 왕림하려 하였는데도 양 경리(楊經理)를 바삐 만날 일이 있었으므로 대인을 접견하지 못하여 황공스럽기에 그 길로 이곳에 와 서로 만나는 것이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조금이라도 서로 알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경리(經理)와 제독(提督)의 아문(衙門)은 중대한 곳이니 작은 일까지 고할 수는 없겠지만, 나에는 혐의스럽게 여기지 말고 모두 말씀하십시오. 직접 말할 만한 것은 직접 말씀하시고 사람을 보내 말할 만한 것은 사람을 보내 말씀하십시오. 원컨대 마음을 열어놓고 형식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리한 역관(譯官) 한 사람도 차송(差送)하여 모든 일에 대해 서로 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황공스러워 모든 일을 낱낱이 말씀드릴 수 없었는데, 이 뒤로는 분부대로 따르겠소."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이곳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울부짖는 소리가 길에 가득하여 보기에도 참담한데, 혐의스러워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서로 뜻을 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성심껏 한다는 것만 알면 나 역시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하여 할 것입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나도 처자를 이별하고 왔는데 아무리 무쇠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제독(提督)도 ‘국왕이 출궁하여 피난한다면 부득이 제본(題本)을 올려야 할 텐데 일이 몹시 어렵게 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과인은 중국 장수를 따라 진퇴(進退)할 것인데, 어찌 출궁하여 피난할 리가 있소이까. 비록 혹 피난한다 하더라도 어찌 대인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할 수 있겠소이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들으니 중국군이 직산(稷山)에서 승전하였다고 하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무릇 사람의 몸에 처자(妻子)와 가속(家屬)이 있으면 반드시 기쁜 생각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아니하면 마음이 견고하지 못하여 일을 힘껏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직산의 일이야 어찌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평양(平壤)에서처럼 10만 군사를 모조리 죽일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축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천 마디 만 마디 말이 모두 소용없으니 앞서 말씀드린 일을 부디 잘 헤아려 주십시오. 가권(家眷)과 자체(子弟)가 모두 피난나갔는데 어찌 마음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한두 사람이라도 부디 여기에 머무르게 하여 회포를 위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여기에 와서 비록 소요를 피워 해를 끼치는 일은 없다 하더라도 어찌 해가 없기야 하겠습니까. 9∼10월 사이에는 이 왜적을 섬멸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재삼 분부하시니 감격스럽소이다."
하자, 부총이 말하기를,
"이곳을 회복시켜 부모와 처자가 다시 보전되고 우리들도 역시 공을 세워 영광을 누리게 되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세자(世子)는 어느 해에 출생하였습니까? 듣건대 이미 장성하여 말을 탈 수 있다고 하니, 신변(身邊)에서 떠나보내지 말고 서로 더불어 대화하면서 회포를 위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맏아들은 과인을 따라 여기에 있고 세자는 묘사(廟社)를 받들고 나갔는데 돌아올 것이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한 집안 일처럼 보살펴 재삼 분부하시니 감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소이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조만간에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불행스럽게 대병(大兵)이 일제히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강(漢江)의 형세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곳이니, 왜적이 어떻게 날아 건너오기야 하겠습니까. 부디 마음을 놓고 안정하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이곳 사람들이 모두 부산(釜山)처럼 될까 두려워하고 있는데 서울과 지방에 고유(告諭)하여 각자 생업에 안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백성들이 활에 놀란 새처럼 소문만 듣고도 도망하여 흩어져버렸는데 도로 안집(安集)시키려고 합니다. 고유문에 대해서는 이미 양 대인(楊大人)의 분부대로 하였는데 마땅히 시행하겠소이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전일에 통과한 병마(兵馬)는 소요를 피워 해를 끼쳤지만, 금번의 병마는 조금도 소요를 피워 해를 끼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이러한 곡절을 첨입하여 간절하게 고유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오늘 필시 일찍 거둥하셨을 텐데 내일 나아가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누추한 곳에 왕림하려고 하는데 왕림하지 말아주셨으면 하오."
하자, 부총이 말하기를,
"예의상 당연합니다. 방문해주셨는데 어떻게 회사(回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원문
○上幸李副摠兵下處。 上曰: "賊勢甚迫, 不得已稟於經理, 出送家屬, 大人差官, 使之護送, 未安。" 副摠曰: "來此者, 非爲地方, 專爲國王保護而來。 楊都御提督, 小有不幸, 倉卒之間, 脫有某事, 不可出送之意, 已言於陪臣矣。 但楊爺問之, 則不可不知而答之, 故如是問之矣。 天朝五六年發兵, 豈有空還之理? 當掃盡釜山而還矣。" 上曰: "今承大人分付, 不勝感激。" 副摠曰: "八人護送事, 不須致謝。 俺以何事出來乎? 路中如有某事, 俺之所職何事? 楊、麻在前, 豈敢違悞? 若蕩平倭賊, 俺事亦且完了。 須放心可也。" 上曰: "皇恩罔極。 大人欲臨陋地, 以忙扒經理, 未得見之, 惶恐, 仍爲來此相會矣。" 副摠曰: "如或小不相知, 則何能爲之? 經理、提督衙門重大, 小事不可告之矣, 俺處則勿以爲嫌, 盡爲相告。 可以親告者, 則親告, 可以差人告之者, 則差人告之。 願得開心, 勿以毛皮爲之可也。 伶俐譯官一人, 亦可差送, 凡事相爲通情。" 上曰: "當依敎,凡事惶恐, 未得一一告之, 今後當依分付。" 副摠曰: "此處之人, 離散號哭滿路, 所見慘惔, 有何嫌焉? 大小事相通可也。 若知誠心爲之, 則俺亦凡事, 盡心爲之。" 副摠曰: "俺離妻子, 雖鐵漢人, 豈不動心? 提督亦云: ‘國王出避, 則不得已上本, 事甚至難。’" 上曰: "寡人當隨天將, 以爲進退, 豈有出避之理? 雖或出避, 豈不告大人而出避乎?"上曰: "聞天兵稷山勝捷云。" 副摠曰: "凡人之身, 有妻子家屬, 則必有欣喜之思, 不然則心不固而事不力。 稷山事何足數? 如平壤, 殺盡十萬, 方可賀。" 副摠曰: "千言萬語,皆是不關前告之事, 須爲商量。 家眷、子(第)〔弟〕 盡爲出送, 豈不傷情? 一二人須留此, 以爲寬懷可也。 俺等來此,雖無擾害之事, 豈無不害? 九十月間, 當滅此賊。" 上曰: "再三分付, 感激。" 副摠曰: "恢復此處, 父母妻子得更相保, 俺等亦得功享榮, 豈非美事?" 副摠曰: "世子何年生? 聞旣長成, 可以跨馬, 不離身邊, 相與秘語, 以爲寬懷可矣。" 上曰: "昆則隨寡人在此, 世子則以奉廟社出去, 當爲還來矣。" 上曰: "如視一家之事, 再三分付, 不勝感激。" 副摠曰: "早晩有好事則好矣。 萬一不幸, 大兵未及齊到, 漢江形勢, 未可易得, 賊豈飛渡? 須放心安定。" 副摠曰: "此處之人, 盡有釜山, 告諭中外, 使之各安其業, 可也。" 上曰: "小民如傷弓之鳥, 皆盡逃散, 欲爲還集。 告諭, 則已依楊大人分付, 當爲之矣。" 副摠曰: "前日所過兵馬擾害, 而今次兵馬小無擾害。 須入此曲折, 懇懇切切爲之可也。" 上曰: "依敎。" 副摠曰: "今日必早爲擧動, 明當就拜。" 上曰: "欲臨陋地, 願望勿臨。" 副摠曰: "禮當然矣。 豈有來見而不爲回謝乎?"
선조실록92권, 선조 30년 9월 10일 정유 3/4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이 부총의 거처에 거둥하여 내전의 피난을 도와 준 일에 사의를 표하다
국역
상이 이 부총병(李副摠兵)의 거처에 거둥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왜적의 형세가 몹시 절박하기에 부득이 경리(經理)에게 품하고 가속(家屬)을 내보냈는데, 대인이 관원을 차출하여 호송하도록 해 주셨으니 미안하오이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여기에 온 것은 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왕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양 도어 제독(楊都御提督)도 조금이라도 불행함이 있어 창졸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게 되면 내보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뜻을 이미 배신(陪臣)에게 말하였습니다. 다만 양야(楊爺)가 물으면 모르고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5∼6년 동안이나 군사를 보냈는데, 어찌 그냥 돌아갈 리가 있겠습니까. 부산(釜山)에 있는 적을 모조리 소탕하고 돌아갈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지금 대인(大人)의 분부를 받드니 감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소이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여덟 사람이 호송한 일에 대해서는 감사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무슨 일로 나왔습니까. 중도에 만약 무슨 일이라도 있게 되면 나의 맡은 직무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양 경리(楊經理)와 마 제독(麻提督)이 앞에 계시는데, 어찌 감히 위반하여 잘못하겠습니까. 왜적을 소탕하여 평정한다면 나의 일도 또한 완료되는 것입니다. 부디 마음을 놓으십시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황은이 망극하오. 대인이 누추한 곳에 왕림하려 하였는데도 양 경리(楊經理)를 바삐 만날 일이 있었으므로 대인을 접견하지 못하여 황공스럽기에 그 길로 이곳에 와 서로 만나는 것이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조금이라도 서로 알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경리(經理)와 제독(提督)의 아문(衙門)은 중대한 곳이니 작은 일까지 고할 수는 없겠지만, 나에는 혐의스럽게 여기지 말고 모두 말씀하십시오. 직접 말할 만한 것은 직접 말씀하시고 사람을 보내 말할 만한 것은 사람을 보내 말씀하십시오. 원컨대 마음을 열어놓고 형식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리한 역관(譯官) 한 사람도 차송(差送)하여 모든 일에 대해 서로 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황공스러워 모든 일을 낱낱이 말씀드릴 수 없었는데, 이 뒤로는 분부대로 따르겠소."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이곳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울부짖는 소리가 길에 가득하여 보기에도 참담한데, 혐의스러워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서로 뜻을 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성심껏 한다는 것만 알면 나 역시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하여 할 것입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나도 처자를 이별하고 왔는데 아무리 무쇠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제독(提督)도 ‘국왕이 출궁하여 피난한다면 부득이 제본(題本)을 올려야 할 텐데 일이 몹시 어렵게 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과인은 중국 장수를 따라 진퇴(進退)할 것인데, 어찌 출궁하여 피난할 리가 있소이까. 비록 혹 피난한다 하더라도 어찌 대인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할 수 있겠소이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들으니 중국군이 직산(稷山)에서 승전하였다고 하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무릇 사람의 몸에 처자(妻子)와 가속(家屬)이 있으면 반드시 기쁜 생각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아니하면 마음이 견고하지 못하여 일을 힘껏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직산의 일이야 어찌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평양(平壤)에서처럼 10만 군사를 모조리 죽일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축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천 마디 만 마디 말이 모두 소용없으니 앞서 말씀드린 일을 부디 잘 헤아려 주십시오. 가권(家眷)과 자체(子弟)가 모두 피난나갔는데 어찌 마음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한두 사람이라도 부디 여기에 머무르게 하여 회포를 위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여기에 와서 비록 소요를 피워 해를 끼치는 일은 없다 하더라도 어찌 해가 없기야 하겠습니까. 9∼10월 사이에는 이 왜적을 섬멸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재삼 분부하시니 감격스럽소이다."
하자, 부총이 말하기를,
"이곳을 회복시켜 부모와 처자가 다시 보전되고 우리들도 역시 공을 세워 영광을 누리게 되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세자(世子)는 어느 해에 출생하였습니까? 듣건대 이미 장성하여 말을 탈 수 있다고 하니, 신변(身邊)에서 떠나보내지 말고 서로 더불어 대화하면서 회포를 위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맏아들은 과인을 따라 여기에 있고 세자는 묘사(廟社)를 받들고 나갔는데 돌아올 것이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한 집안 일처럼 보살펴 재삼 분부하시니 감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소이다."
하니, 부총이 말하기를,
"조만간에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불행스럽게 대병(大兵)이 일제히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강(漢江)의 형세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곳이니, 왜적이 어떻게 날아 건너오기야 하겠습니까. 부디 마음을 놓고 안정하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이곳 사람들이 모두 부산(釜山)처럼 될까 두려워하고 있는데 서울과 지방에 고유(告諭)하여 각자 생업에 안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백성들이 활에 놀란 새처럼 소문만 듣고도 도망하여 흩어져버렸는데 도로 안집(安集)시키려고 합니다. 고유문에 대해서는 이미 양 대인(楊大人)의 분부대로 하였는데 마땅히 시행하겠소이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전일에 통과한 병마(兵馬)는 소요를 피워 해를 끼쳤지만, 금번의 병마는 조금도 소요를 피워 해를 끼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이러한 곡절을 첨입하여 간절하게 고유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하였다. 부총이 말하기를,
"오늘 필시 일찍 거둥하셨을 텐데 내일 나아가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누추한 곳에 왕림하려고 하는데 왕림하지 말아주셨으면 하오."
하자, 부총이 말하기를,
"예의상 당연합니다. 방문해주셨는데 어떻게 회사(回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원문
○上幸李副摠兵下處。 上曰: "賊勢甚迫, 不得已稟於經理, 出送家屬, 大人差官, 使之護送, 未安。" 副摠曰: "來此者, 非爲地方, 專爲國王保護而來。 楊都御提督, 小有不幸, 倉卒之間, 脫有某事, 不可出送之意, 已言於陪臣矣。 但楊爺問之, 則不可不知而答之, 故如是問之矣。 天朝五六年發兵, 豈有空還之理? 當掃盡釜山而還矣。" 上曰: "今承大人分付, 不勝感激。" 副摠曰: "八人護送事, 不須致謝。 俺以何事出來乎? 路中如有某事, 俺之所職何事? 楊、麻在前, 豈敢違悞? 若蕩平倭賊, 俺事亦且完了。 須放心可也。" 上曰: "皇恩罔極。 大人欲臨陋地, 以忙扒經理, 未得見之, 惶恐, 仍爲來此相會矣。" 副摠曰: "如或小不相知, 則何能爲之? 經理、提督衙門重大, 小事不可告之矣, 俺處則勿以爲嫌, 盡爲相告。 可以親告者, 則親告, 可以差人告之者, 則差人告之。 願得開心, 勿以毛皮爲之可也。 伶俐譯官一人, 亦可差送, 凡事相爲通情。" 上曰: "當依敎,凡事惶恐, 未得一一告之, 今後當依分付。" 副摠曰: "此處之人, 離散號哭滿路, 所見慘惔, 有何嫌焉? 大小事相通可也。 若知誠心爲之, 則俺亦凡事, 盡心爲之。" 副摠曰: "俺離妻子, 雖鐵漢人, 豈不動心? 提督亦云: ‘國王出避, 則不得已上本, 事甚至難。’" 上曰: "寡人當隨天將, 以爲進退, 豈有出避之理? 雖或出避, 豈不告大人而出避乎?"上曰: "聞天兵稷山勝捷云。" 副摠曰: "凡人之身, 有妻子家屬, 則必有欣喜之思, 不然則心不固而事不力。 稷山事何足數? 如平壤, 殺盡十萬, 方可賀。" 副摠曰: "千言萬語,皆是不關前告之事, 須爲商量。 家眷、子(第)〔弟〕 盡爲出送, 豈不傷情? 一二人須留此, 以爲寬懷可也。 俺等來此,雖無擾害之事, 豈無不害? 九十月間, 當滅此賊。" 上曰: "再三分付, 感激。" 副摠曰: "恢復此處, 父母妻子得更相保, 俺等亦得功享榮, 豈非美事?" 副摠曰: "世子何年生? 聞旣長成, 可以跨馬, 不離身邊, 相與秘語, 以爲寬懷可矣。" 上曰: "昆則隨寡人在此, 世子則以奉廟社出去, 當爲還來矣。" 上曰: "如視一家之事, 再三分付, 不勝感激。" 副摠曰: "早晩有好事則好矣。 萬一不幸, 大兵未及齊到, 漢江形勢, 未可易得, 賊豈飛渡? 須放心安定。" 副摠曰: "此處之人, 盡有釜山, 告諭中外, 使之各安其業, 可也。" 上曰: "小民如傷弓之鳥, 皆盡逃散, 欲爲還集。 告諭, 則已依楊大人分付, 當爲之矣。" 副摠曰: "前日所過兵馬擾害, 而今次兵馬小無擾害。 須入此曲折, 懇懇切切爲之可也。" 上曰: "依敎。" 副摠曰: "今日必早爲擧動, 明當就拜。" 上曰: "欲臨陋地, 願望勿臨。" 副摠曰: "禮當然矣。 豈有來見而不爲回謝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