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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1권, 선조 30년 8월 12일 경오 7/11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왕자와 나인을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철회해 달라고 승정원이 건의하다

국역

정원이 아뢰기를,

"신들이 비망기를 읽어 보니 왕자와 나인을 우선 해주(海州)로 대피시키는 일에 대해 이미 성산(聖算)이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신들이 일찍이 장운익(張雲翼)의 계사를 보건대, 마 도독이 이미 성중의 백성들이 모두 흩어져 온 성이 텅 비게 되었다는 일을 상사(上司)에 보고하면서 미안한 말을 많이 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진 유격(陳遊擊)이 품첩한 내용을 듣건대, 남원(南原) 성이 모두 비었다는 말이 있었고, 오늘 장 중군(章中軍)도 이런 말을 하였다 합니다. 만약 왕자와 나인을 우선 대피시킨다는 말을 갑자기 도독에게 알리면, 그는 반드시 ‘국왕은 백성들이 나가는 것을 금하지 않더니 이제는 궁중 식구까지 내보내려 한다. 이는 필시 우리에게만 적을 맡기고 성을 비우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군무를 수행해 나가겠는가.’ 하며, 매우 노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상사(上司)의 각 아문에 보고하고 또 주본을 올리기라도 하면 반드시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할 것이니, 사세가 그렇게 되는 날에는 우리 나라는 장차 다시 어떻게 되겠습니까. 신들이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기절할 것만 같습니다.

대체로 오늘날의 형세는 다만 인심을 규합하고 중국 군사에게 공급하여 적을 방어하는 데 협력만 한다면 적의 기세가 아무리 강성하다 할지라도 승승 장구하여 서울까지 접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며 버티어 나가다가 뒤에 나오는 중국군이 집합되면 그때는 하늘도 우리 나라를 도울 것이니 적을 초토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만약 적이 두려워서 피난할 궁리만 하다가나라의 근본이 먼저 무너지게 되면 필시 망하고 말 형편이 될 것입니다. 설사 떠난다 해도 이르지 못할 것이니, 나라가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만에 하나라도 보존할 수 있는 계책을 세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나인과 어린 왕자께서 서울에 머무르신다 해도 서울을 지키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대피케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신들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다만 왕자와 나인이 계속 성을 빠져 나가면 중국인들이 볼 때 내전께서는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사방의 백성들도 이 소문을 들으면 또한 내전까지 성을 나갔으니 이제는 끝장이 났다고 여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정예한 군사를 널리 모집하여 호가(護駕)에 쓰려 한들 그 누가 응하겠습니까. 제신(諸臣) 중에 불충한 자는 자기 가속들을 먼저 내보내기도 하는데 지금 전하께 왕자와 나인을 내보내지 말기를 바라고 있으니, 신들의 죄는 만번 죽어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 존망의 대계는 서울을 진정시키고 고수하는 일뿐인데 어찌하여 신하들이 죄를 지었다고 하여 망하고야 말 조치를 굳이 하려 하십니까.

옛날 전국 시대에 즉묵(卽墨)이 처했던 것은 전후 같은 상황이었고 성을 지키던 전단(田單)도 앞뒤 같은 사람이었으나, 다음날 아침 사기를 가다듬고 성을 순시하면서 손수 북채를 잡고 북을 쳐서 군사를 독려한 결과 마침내 적인(狄人)이 항복하였으니, 그 성의와 정신이 한번 전이(團移)되는 사이에 성패가 즉석에서 판가름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상께서는 왕자와 나인을 우선 대피시키시겠다는 명을 거두시고 다시 사태를 관망하면서 조처하시되 몸소 성을 순시하여 서울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뜻을 보여 줌으로써 인심이 흩어지기 전에 진정시키소서. 용렬한 신들이 근밀(近密)한 자리에서 모시고 있으면서 이 전교를 감히 경솔하게 해사에 내릴 수 없기에 지극히 안타깝고 절박한 심정으로 감히 아룁니다."

하니, 매번 번거롭게 말하지 말라고 전교하였다.

원문

○政院啓曰: "臣等伏見備忘記, 王子、內人姑避海州事, 聖算已定矣。 臣等曾見張雲翼啓辭, 麻都督以城中人民散避, 一城將空一事, 已報上司, 而多有未安之語。 又昨聞陳遊擊稟帖, 有南原一城盡空之語, 而今日章中軍亦言之。 若以王子、內人姑避事, 遽稟都督, 則必曰: ‘國王旣不禁人民出去, 又欲竝出宮眷, 是必委賊於我而空其城, 我將何賴而措置軍務?’ 大生嗔怪, 分報上司, 各衙門又爲上本, 則必有不測之事。 事勢至此, 我國更將何爲? 臣等思之至此, 不勝絶氣。 大槪今日之勢, 唯糾合人心, 供給天兵, 爲協守之計, 則賊勢雖甚猖獗, 亦不敢長驅直近。 如是支撑, 儻及後兵大集, 則天助我東, 勦賊之期, 亦可翹待矣。 若先懷畏避, 使根本先潰, 則其勢唯必亡而已。 雖去亦不得達, 與其爲必亡之道, 寧爲萬一保全之策。 內人及幼稚王子雖在, 無補於守禦, 寧避出避他處爲當, 臣等亦豈不知? 顧王子、內人連亘出城, 則唐人所見, 豈知內殿不爲竝出乎? 四方聞之, 亦以爲內殿已出, 事無可爲。 今雖欲廣募精勇, 以爲衛駕之用, 人誰應之? 諸臣不忠, 或有先出家屬, 乃欲自上竝不出王子、內人, 此則諸臣之罪, 死有餘辜。 第今日存亡大計, 惟有鎭定固守一事。 豈以諸臣之有罪, 而甘爲必(匹)〔亡〕 之擧哉? 昔即墨, 前後一形勢也, 田單, 今昨一人身也。 明朝厲氣巡城, 援枹鼓之, 狄人乃下。 其誠意精神,一轉移之間, 成敗立判。 幸自上姑停王子、內人姑避之命, 更觀事勢而爲之, 親御巡城, 曉諭死守之意, 使人心少得弭定於未盡散之先。 臣等腐劣, 待罪近密, 不敢以此傳敎, 輕下該司, 不勝悶迫之至, 敢稟。" 傳曰: "勿爲每爲煩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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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1권, 선조 30년 8월 12일 경오 7/11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왕자와 나인을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철회해 달라고 승정원이 건의하다

국역

정원이 아뢰기를,

"신들이 비망기를 읽어 보니 왕자와 나인을 우선 해주(海州)로 대피시키는 일에 대해 이미 성산(聖算)이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신들이 일찍이 장운익(張雲翼)의 계사를 보건대, 마 도독이 이미 성중의 백성들이 모두 흩어져 온 성이 텅 비게 되었다는 일을 상사(上司)에 보고하면서 미안한 말을 많이 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진 유격(陳遊擊)이 품첩한 내용을 듣건대, 남원(南原) 성이 모두 비었다는 말이 있었고, 오늘 장 중군(章中軍)도 이런 말을 하였다 합니다. 만약 왕자와 나인을 우선 대피시킨다는 말을 갑자기 도독에게 알리면, 그는 반드시 ‘국왕은 백성들이 나가는 것을 금하지 않더니 이제는 궁중 식구까지 내보내려 한다. 이는 필시 우리에게만 적을 맡기고 성을 비우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군무를 수행해 나가겠는가.’ 하며, 매우 노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상사(上司)의 각 아문에 보고하고 또 주본을 올리기라도 하면 반드시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할 것이니, 사세가 그렇게 되는 날에는 우리 나라는 장차 다시 어떻게 되겠습니까. 신들이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기절할 것만 같습니다.

대체로 오늘날의 형세는 다만 인심을 규합하고 중국 군사에게 공급하여 적을 방어하는 데 협력만 한다면 적의 기세가 아무리 강성하다 할지라도 승승 장구하여 서울까지 접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며 버티어 나가다가 뒤에 나오는 중국군이 집합되면 그때는 하늘도 우리 나라를 도울 것이니 적을 초토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만약 적이 두려워서 피난할 궁리만 하다가나라의 근본이 먼저 무너지게 되면 필시 망하고 말 형편이 될 것입니다. 설사 떠난다 해도 이르지 못할 것이니, 나라가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만에 하나라도 보존할 수 있는 계책을 세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나인과 어린 왕자께서 서울에 머무르신다 해도 서울을 지키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대피케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신들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다만 왕자와 나인이 계속 성을 빠져 나가면 중국인들이 볼 때 내전께서는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사방의 백성들도 이 소문을 들으면 또한 내전까지 성을 나갔으니 이제는 끝장이 났다고 여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정예한 군사를 널리 모집하여 호가(護駕)에 쓰려 한들 그 누가 응하겠습니까. 제신(諸臣) 중에 불충한 자는 자기 가속들을 먼저 내보내기도 하는데 지금 전하께 왕자와 나인을 내보내지 말기를 바라고 있으니, 신들의 죄는 만번 죽어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 존망의 대계는 서울을 진정시키고 고수하는 일뿐인데 어찌하여 신하들이 죄를 지었다고 하여 망하고야 말 조치를 굳이 하려 하십니까.

옛날 전국 시대에 즉묵(卽墨)이 처했던 것은 전후 같은 상황이었고 성을 지키던 전단(田單)도 앞뒤 같은 사람이었으나, 다음날 아침 사기를 가다듬고 성을 순시하면서 손수 북채를 잡고 북을 쳐서 군사를 독려한 결과 마침내 적인(狄人)이 항복하였으니, 그 성의와 정신이 한번 전이(團移)되는 사이에 성패가 즉석에서 판가름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상께서는 왕자와 나인을 우선 대피시키시겠다는 명을 거두시고 다시 사태를 관망하면서 조처하시되 몸소 성을 순시하여 서울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뜻을 보여 줌으로써 인심이 흩어지기 전에 진정시키소서. 용렬한 신들이 근밀(近密)한 자리에서 모시고 있으면서 이 전교를 감히 경솔하게 해사에 내릴 수 없기에 지극히 안타깝고 절박한 심정으로 감히 아룁니다."

하니, 매번 번거롭게 말하지 말라고 전교하였다.

원문

○政院啓曰: "臣等伏見備忘記, 王子、內人姑避海州事, 聖算已定矣。 臣等曾見張雲翼啓辭, 麻都督以城中人民散避, 一城將空一事, 已報上司, 而多有未安之語。 又昨聞陳遊擊稟帖, 有南原一城盡空之語, 而今日章中軍亦言之。 若以王子、內人姑避事, 遽稟都督, 則必曰: ‘國王旣不禁人民出去, 又欲竝出宮眷, 是必委賊於我而空其城, 我將何賴而措置軍務?’ 大生嗔怪, 分報上司, 各衙門又爲上本, 則必有不測之事。 事勢至此, 我國更將何爲? 臣等思之至此, 不勝絶氣。 大槪今日之勢, 唯糾合人心, 供給天兵, 爲協守之計, 則賊勢雖甚猖獗, 亦不敢長驅直近。 如是支撑, 儻及後兵大集, 則天助我東, 勦賊之期, 亦可翹待矣。 若先懷畏避, 使根本先潰, 則其勢唯必亡而已。 雖去亦不得達, 與其爲必亡之道, 寧爲萬一保全之策。 內人及幼稚王子雖在, 無補於守禦, 寧避出避他處爲當, 臣等亦豈不知? 顧王子、內人連亘出城, 則唐人所見, 豈知內殿不爲竝出乎? 四方聞之, 亦以爲內殿已出, 事無可爲。 今雖欲廣募精勇, 以爲衛駕之用, 人誰應之? 諸臣不忠, 或有先出家屬, 乃欲自上竝不出王子、內人, 此則諸臣之罪, 死有餘辜。 第今日存亡大計, 惟有鎭定固守一事。 豈以諸臣之有罪, 而甘爲必(匹)〔亡〕 之擧哉? 昔即墨, 前後一形勢也, 田單, 今昨一人身也。 明朝厲氣巡城, 援枹鼓之, 狄人乃下。 其誠意精神,一轉移之間, 成敗立判。 幸自上姑停王子、內人姑避之命, 更觀事勢而爲之, 親御巡城, 曉諭死守之意, 使人心少得弭定於未盡散之先。 臣等腐劣, 待罪近密, 不敢以此傳敎, 輕下該司, 不勝悶迫之至, 敢稟。" 傳曰: "勿爲每爲煩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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