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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88권, 선조 30년 5월 23일 계축 2/4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지평 나급이 허잠의 가자 개정과 임국로·유영경·가주서의 파직 등을 청하다

국역

지평 나급이 【좌목은 위와 같다. 】 와서 아뢰기를,

"전 성주 목사(星州牧使) 허잠(許潛)은 하료(下僚)의 신분으로 지나친 천거와 발탁을 입고 수년 사이에 파격적으로 직질이 올라 2품의 반열에 끼게 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근래에 없었던 은수(恩數)입니다. 그는 당연히 어려움을 피하지 말고 끝까지 은혜를 갚으려 해야 할 터인데도 이처럼 위급하고 어려운 시기를 당해서 보장(保障)156) 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직책을 버려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만 생각해서 기피하는 행적이 뚜렷하니, 은혜를 잊고 나라를 저버림이 이보다 더 할 수 없습니다. 조정에서 포상하는 은전이 어찌 그 한 사람의 영광만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결코 중한 직질을 그대로 주어 명기(名器)를 욕되게 할 수 없습니다. 허잠의 가선대부 가자를 개정하도록 명하소서.

행 대호군(行大護軍) 임국로(任國老)와 행 호군(行護軍) 유영길(柳永吉)은 모두 재신의 반열에 있는 자들로서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받고서도 대소(大小) 신료가 분주히 노력하는 시기에 지방에서 배회하며 오랫동안 조정에 돌아오지 않고 있으므로 여러 사람들이 비판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이들은 이번에 각각 영위사(迎慰使)와 접반사(接伴使)의 책임에 뽑혀 먼 지역으로 나가게 되자, 혹은 자식을 시켜 대신 소를 올리기도 하고, 혹은 도중에 병을 칭탁해서 서로 면해 보려고도 했으니, 인신(人臣)으로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아울러 파직하도록 명하소서.

근래에 새로 등용된 자들은 자신만 편하려는 것이 버릇이 되어 괴로운 업무를 만나면 번번이 피할 구멍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중에도 가주서(假注書)들이 더욱 심합니다. 마음대로 교체되고 면직되어 두 달을 계속하여 봉직한 자가 없습니다. 임진년의 일기(日記)를 수정(修正)하는 것은 수개월의 역사(役事)에 불과한데도, 시작한지가 10여 개월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완료하지 못하였습니다. 태만한 죄를 징치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전후의 가주서들은 모두 추고하도록 명하시고, 그 중에 재임(在任)한 기간이 오래되었으면서도 가장 적은 양을 등서한 자는 적발하여 파직하도록 하소서.

왕부(王府)157) 는 죄인을 잡아오라는 왕명이 내리면 일각(一刻)도 그대로 공소(公所)에 머물게 해서는 안되는데, 어제 수문장 박천수(朴天壽)를 나추(拿推)하라는 전지가 이미 내렸는데도, 금부에서는 천수가 입직(入直) 중이어서 수금(囚禁)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정원에 와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정원에서는 바로 계품하여 비록 궐문이 이미 닫혀진 뒤라 할지라도 응당 이에 대한 조처가 내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대로 지내어 전연 살피지 않음으로써 응당 수금했어야 할 죄인을 편안히 앉아 번을 서게 했다가 하루가 지난 뒤에야 비로소 옥에 가두었으니, 듣기에 놀랍습니다. 차지 승지(次知承旨)를 추고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허잠이 어찌 기피하려 한 것이겠는가. 가자를 환수(還收)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임국로 등의 일은 비변사의 잘못이니, 책임이 따로 있는 듯하다. 주서 이하는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 [註 156] 보장(保障) : 한 지역을 담당해 지키는 일.
  • [註 157] 왕부(王府) : 의금부의 별칭.

원문

○持平羅級 【座目同上。】 來啓曰: "前星州牧使許潜, 身在下僚, 過蒙薦拔, 數年之間, 破格陞秩, 至廁二品之列, 此實近來所未有之恩數也。 所當不避夷險, 終始圖報, 而方此急難之際, 不思保障之重, 擅棄官守, 惟意所欲, 顯有厭避之迹, 辜恩負國, 莫甚於此。 朝家褒賞之典, 豈但苟榮其身而止哉? 決不可仍畀重秩, 以溷名器。 許潜嘉善加, 請命改正。 行大護軍任國老、行護軍柳永吉, 俱以宰列之人, 受國厚恩, 當此大小遑遑之日, 徘徊外處, 久不還朝, 物議之非, 固已久矣。 今差迎慰、接伴之任, 將赴遠地, 而或代子呈疏, 或在途稱疾, 相繼圖免, 殊無人臣盡瘁之義。 請竝命罷職。 近來新進之輩, 自便成習, 凡遇苦務, 輒思窺避, 其爲假注書者尤甚, 遞免任意, 未有連月而供職者。 壬辰年日記修正, 不過數月之役, 而首尾十數, 迄未完了。 怠慢玩愒之罪, 不可不懲。 請前後假注書, 竝命推考, 其中在任日久, 而書役最小者, 摘發罷職。 王府罪人, 拿命旣下, 則不可一刻仍在公所。 昨日守門將朴天壽拿推事, 傳旨已下, 禁府以天壽入直, 不得囚禁之意, 來告政院, 則政院所當劃卽啓稟, 雖在闕門已閉之後, 應有處置之事, 而矇然放過, 專不致察, 使應囚之人, 晏然在直, 閱日之後, 始得繫獄, 聞見駭愕。 請次知承旨推考。" 答曰: "許潜豈厭避? 不可還收。 任國老等事, 備邊司誤矣, 責似有在。 注書以下依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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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88권, 선조 30년 5월 23일 계축 2/4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지평 나급이 허잠의 가자 개정과 임국로·유영경·가주서의 파직 등을 청하다

국역

지평 나급이 【좌목은 위와 같다. 】 와서 아뢰기를,

"전 성주 목사(星州牧使) 허잠(許潛)은 하료(下僚)의 신분으로 지나친 천거와 발탁을 입고 수년 사이에 파격적으로 직질이 올라 2품의 반열에 끼게 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근래에 없었던 은수(恩數)입니다. 그는 당연히 어려움을 피하지 말고 끝까지 은혜를 갚으려 해야 할 터인데도 이처럼 위급하고 어려운 시기를 당해서 보장(保障)156) 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직책을 버려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만 생각해서 기피하는 행적이 뚜렷하니, 은혜를 잊고 나라를 저버림이 이보다 더 할 수 없습니다. 조정에서 포상하는 은전이 어찌 그 한 사람의 영광만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결코 중한 직질을 그대로 주어 명기(名器)를 욕되게 할 수 없습니다. 허잠의 가선대부 가자를 개정하도록 명하소서.

행 대호군(行大護軍) 임국로(任國老)와 행 호군(行護軍) 유영길(柳永吉)은 모두 재신의 반열에 있는 자들로서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받고서도 대소(大小) 신료가 분주히 노력하는 시기에 지방에서 배회하며 오랫동안 조정에 돌아오지 않고 있으므로 여러 사람들이 비판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이들은 이번에 각각 영위사(迎慰使)와 접반사(接伴使)의 책임에 뽑혀 먼 지역으로 나가게 되자, 혹은 자식을 시켜 대신 소를 올리기도 하고, 혹은 도중에 병을 칭탁해서 서로 면해 보려고도 했으니, 인신(人臣)으로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아울러 파직하도록 명하소서.

근래에 새로 등용된 자들은 자신만 편하려는 것이 버릇이 되어 괴로운 업무를 만나면 번번이 피할 구멍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중에도 가주서(假注書)들이 더욱 심합니다. 마음대로 교체되고 면직되어 두 달을 계속하여 봉직한 자가 없습니다. 임진년의 일기(日記)를 수정(修正)하는 것은 수개월의 역사(役事)에 불과한데도, 시작한지가 10여 개월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완료하지 못하였습니다. 태만한 죄를 징치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전후의 가주서들은 모두 추고하도록 명하시고, 그 중에 재임(在任)한 기간이 오래되었으면서도 가장 적은 양을 등서한 자는 적발하여 파직하도록 하소서.

왕부(王府)157) 는 죄인을 잡아오라는 왕명이 내리면 일각(一刻)도 그대로 공소(公所)에 머물게 해서는 안되는데, 어제 수문장 박천수(朴天壽)를 나추(拿推)하라는 전지가 이미 내렸는데도, 금부에서는 천수가 입직(入直) 중이어서 수금(囚禁)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정원에 와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정원에서는 바로 계품하여 비록 궐문이 이미 닫혀진 뒤라 할지라도 응당 이에 대한 조처가 내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대로 지내어 전연 살피지 않음으로써 응당 수금했어야 할 죄인을 편안히 앉아 번을 서게 했다가 하루가 지난 뒤에야 비로소 옥에 가두었으니, 듣기에 놀랍습니다. 차지 승지(次知承旨)를 추고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허잠이 어찌 기피하려 한 것이겠는가. 가자를 환수(還收)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임국로 등의 일은 비변사의 잘못이니, 책임이 따로 있는 듯하다. 주서 이하는 아뢴 대로 하라."

하였다.

  • [註 156] 보장(保障) : 한 지역을 담당해 지키는 일.
  • [註 157] 왕부(王府) : 의금부의 별칭.

원문

○持平羅級 【座目同上。】 來啓曰: "前星州牧使許潜, 身在下僚, 過蒙薦拔, 數年之間, 破格陞秩, 至廁二品之列, 此實近來所未有之恩數也。 所當不避夷險, 終始圖報, 而方此急難之際, 不思保障之重, 擅棄官守, 惟意所欲, 顯有厭避之迹, 辜恩負國, 莫甚於此。 朝家褒賞之典, 豈但苟榮其身而止哉? 決不可仍畀重秩, 以溷名器。 許潜嘉善加, 請命改正。 行大護軍任國老、行護軍柳永吉, 俱以宰列之人, 受國厚恩, 當此大小遑遑之日, 徘徊外處, 久不還朝, 物議之非, 固已久矣。 今差迎慰、接伴之任, 將赴遠地, 而或代子呈疏, 或在途稱疾, 相繼圖免, 殊無人臣盡瘁之義。 請竝命罷職。 近來新進之輩, 自便成習, 凡遇苦務, 輒思窺避, 其爲假注書者尤甚, 遞免任意, 未有連月而供職者。 壬辰年日記修正, 不過數月之役, 而首尾十數, 迄未完了。 怠慢玩愒之罪, 不可不懲。 請前後假注書, 竝命推考, 其中在任日久, 而書役最小者, 摘發罷職。 王府罪人, 拿命旣下, 則不可一刻仍在公所。 昨日守門將朴天壽拿推事, 傳旨已下, 禁府以天壽入直, 不得囚禁之意, 來告政院, 則政院所當劃卽啓稟, 雖在闕門已閉之後, 應有處置之事, 而矇然放過, 專不致察, 使應囚之人, 晏然在直, 閱日之後, 始得繫獄, 聞見駭愕。 請次知承旨推考。" 答曰: "許潜豈厭避? 不可還收。 任國老等事, 備邊司誤矣, 責似有在。 注書以下依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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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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