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방어와 군량 조달에 힘쓰고 들판을 청소하도록 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마 도독이 보내온 자문의 뜻은 어사가 이미 알고 갔습니다만, 도중에 질병이나 사고가 있게 되면 반드시 속히 전달되지 못할 것입니다. 자문에 보고해 온 내용으로 살펴보면 쳐들어올 근심이 조석 사이에 일어날까 염려스러우니 방비에 관한 일을 잠시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급속히 선전관을 보내어 밤낮을 가리지 말고 본도로 달려가서 감사와 병사(兵使)에게 비밀히 유시하고, 그들과 함께 의논하여 청천(淸川) 이남의 포수를 급급히 정선(精選)하고 화약과 화기도 아울러 수송하여 요해처에 첨방(添防)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시급한 것은 양곡을 저축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본도의 창고가 텅 비어 조처할 길이 없으니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갑오년324) 과 을미년325) 에 응당 납입해야 할 공물과 노비의 신공(身貢)을 추곡을 내기 전에 추출하여 쌀로 만들어 군량에 보용(補用)하도록 하소서. 그러나 관리하는 사람이 적격자가 아니면 반드시 제때에 마련하지 못할 것입니다. 본도의 도사(都事)를 시종(侍從)이나 대간(臺諫)을 거친 사람으로 각별히 가려 보내어 양곡 조달하는 소임을 맡기는 것이 편리하겠습니다. 감히 아룁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오늘날 적을 방어하는 대책은 들판을 청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우리 나라는 지모가 졸렬하고 사려가 부족하여 호령이 행해지지 않으니, 만일 양곡을 모았다가 적을 도와주는 경우가 된다면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풀을 태우고 양곡을 거두어 들판을 청소하고서 기다리면 저들이 1백만 명이라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들판을 청소하는[淸野] 두 글자에 대해 다시 지수(指授)하기 바란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1책 68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575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備邊司啓: "馬都督移咨之意, 御史已爲知去矣, 道途之中, 如有疾病事故, 則必不能速達。 以咨內所報觀之, 則衝突之患, 朝夕可虞, 防備之事, 不可晷刻遲悞。 請急速遣宣傳官, 不分晝夜, 馳往于本道, 密諭監司、兵使, 與之同議, 淸川以南砲手, 急急精抄, 火藥、火器, 竝爲輸運, 添防于要害處爲當。 且今日所急, 無大於儲峙糧餉, 而本道倉庫虛竭, 措備無路, 極爲可慮。 甲午、乙未兩年, 應納貢物, 奴婢身貢, 及此秋穀未發之前, 抽出作米, 以補軍餉之用, 而句當之人, 如不得人, 必不能及時辦集。 本道都事, 以臺諫侍從之人, 各別擇送, 以委調糧之任便當。 敢啓。" 答曰: "依啓。 今日禦戎之策, 莫過於淸野。 我國謀拙乏慮, 號令不行, 若聚糧而爲賊所資, 則非細事也。 若焚草收穀, 淸野以待, 則彼雖百萬, 無能爲矣。 淸野二字, 更望指授。"
- 【태백산사고본】 41책 68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575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