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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41권, 선조 26년 8월 16일 정유 6/9 기사 / 1593년 명 만력(萬曆) 21년

황혁이 공초하다

국역

죄인(罪人) 황혁(黃赫)이영(李瑛)의 추안(推案)에 의하면, 황혁의 초사(招辭)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적에게 붙을 계획을 했다는 말은 인정으로 보나 도리로 보나 있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니 왕자께 물어보면 알 것입니다. 땅을 분할하여 주고 강화(講和)하라고 청한 것은 신이 먼저 주청한 것이 아니라 적이 먼저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김귀영(金貴榮)이 말하기를 ‘이 적이 땅을 분할해 받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땅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말로써 공갈(恐喝)하려는 것이니, 많은 금백(金帛)을 준다면 이익으로써 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니 일행(一行)이 상의하여 서장(書狀)을 만들자.’고 하기에, 신이 귀영에게 말하기를 ‘비록 이와 같이 하고자 해도 조정에서 반드시 가벼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강남(江南)의 한 조각 땅을 가져다 바치려 했다는 것으로 죄를 만들면 어찌하겠는가.’고 하였습니다.

관백 전하(關白殿下)라고 쓴 것은 위서(僞書)이지 진장(眞狀)이 아닙니다. 이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왜노(倭奴)들이 저희끼리 서로 칭하기를 신(臣)이라 하고, 왕자를 지칭하여 태자(太子)라고 하니 개 돼지같은 무리들의 무지(無知)함이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왜구(倭寇)로 하여금 우리 나라 장계(狀啓)의 규식(規式)을 알게 하였다가는 후일에 관백 전하라고 하는 것보다 더 심한 근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절대로 서장을 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일 이홍업(李弘業)이 가지고 갔던 서장에 신자를 쓰지 않았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였습니다. 전후의 서장을 모두 신이 썼던 것은, 적의 진중에 현존한 사람으로는 다만 신의 부자와 이영(李瑛)뿐이었는데, 신의 노부(老父)는 병으로 폐인(廢人)이 되었으므로 왕자께서 기필코 신에게 써서 보내라고 하시니, 이 때를 당하여 누구에게 미루겠습니까.

생각건대 옛사람 중에도 이런 환란을 당한 이가 간혹 있었습니다. 소무(蘇武)가 흉노(匈奴)의 땅에 19년을 잡혀 있었고 홍호(洪晧)가 냉산(冷山)에 15년 동안 있었으니414) 욕되고 구차하게 살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충신이라 하였고 후세에서도 그들을 미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충신(忠信)이 평소부터 사람들에게 신망(信望)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은 왕자와 함께 서로 의지하여 목숨을 부지하였으니 절개를 드러낸 뜻이 명백(明白)한데도 다만 위서 때문에 무리(無理)한 말들이 사방에서 일어났으니, 이 역시 신의 평소 언행(言行)이 남들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여서 그런 것입니다."

  • [註 414] 소무(蘇武)가 흉노(匈奴)의 땅에 19년을 잡혀 있었고 홍호(洪晧)가 냉산(冷山)에 15년 동안 있었으니 : 소무는 한 무제(漢武帝) 때 중랑장(中郞將)으로 흉노(匈奴)에 사신가서 19년 동안 억류되었다가 돌아오자 한 소제(漢昭帝)는 그의 충절을 기리어 전국속(典國屬)의 벼슬을 주었다.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 홍호(洪皓)는 송 고종(宋高宗) 건염(建炎) 때 금(金)나라에 사신가서 냉산(冷山)에 억류되었다가 소흥(紹興) 12년에 돌아왔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를 소무의 충절에 비교하였다. 《송사(宋史)》 권372 홍호전(洪皓傳).

원문

○罪人黃赫李瑛等推案。 黃赫招辭大槪: "附賊之計, 情理所不近。 若問王子, 則可知也。 割地講和之請, 非由臣唱之也, 正賊先發此言。 金貴榮曰: ‘此賊, 欲割地者, 非眞割也。 欲以此恐喝, 若多其金帛, 可以利動, 一行同議爲狀。’ 臣語金貴榮曰: ‘雖欲如此, 廟算必不輕許。 若以持獻江南一片土, 成罪則如何?’ 云云。 關白殿下云者, 此乃僞書, 非眞狀也。 不書名字者, 倭奴自中相稱亦曰臣, 或稱王子爲太子。 犬羊之徒, 無知如此。 若使倭寇, 又知我國狀 啓規式, 則後日之患, 有甚於關白殿下之稱, 故絶不開示。 前日李弘業所齎僞狀, 亦不書臣字者, 意蓋在此。 前後之書, 皆出臣手者, 虜中見存者, 只有臣父子及李瑛而已。 老父病廢, 王子必令臣書送。 當此時, 讓於何人乎? 仍念古人遭此患者, 亦或有之。 地十九年, 冷山九年, 可謂偸生苟活, 而當時以爲忠, 後世莫及者, 其忠信素孚於人也。 臣共王子, 相依爲命, 表節之志, 非不明白, 而只以僞書之故, 無理之說, 四面而起, 亦由平生言行, 無以取信而然云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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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41권, 선조 26년 8월 16일 정유 6/9 기사 / 1593년 명 만력(萬曆) 21년

황혁이 공초하다

국역

죄인(罪人) 황혁(黃赫)이영(李瑛)의 추안(推案)에 의하면, 황혁의 초사(招辭)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적에게 붙을 계획을 했다는 말은 인정으로 보나 도리로 보나 있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니 왕자께 물어보면 알 것입니다. 땅을 분할하여 주고 강화(講和)하라고 청한 것은 신이 먼저 주청한 것이 아니라 적이 먼저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김귀영(金貴榮)이 말하기를 ‘이 적이 땅을 분할해 받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땅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말로써 공갈(恐喝)하려는 것이니, 많은 금백(金帛)을 준다면 이익으로써 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니 일행(一行)이 상의하여 서장(書狀)을 만들자.’고 하기에, 신이 귀영에게 말하기를 ‘비록 이와 같이 하고자 해도 조정에서 반드시 가벼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강남(江南)의 한 조각 땅을 가져다 바치려 했다는 것으로 죄를 만들면 어찌하겠는가.’고 하였습니다.

관백 전하(關白殿下)라고 쓴 것은 위서(僞書)이지 진장(眞狀)이 아닙니다. 이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왜노(倭奴)들이 저희끼리 서로 칭하기를 신(臣)이라 하고, 왕자를 지칭하여 태자(太子)라고 하니 개 돼지같은 무리들의 무지(無知)함이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왜구(倭寇)로 하여금 우리 나라 장계(狀啓)의 규식(規式)을 알게 하였다가는 후일에 관백 전하라고 하는 것보다 더 심한 근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절대로 서장을 펴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일 이홍업(李弘業)이 가지고 갔던 서장에 신자를 쓰지 않았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였습니다. 전후의 서장을 모두 신이 썼던 것은, 적의 진중에 현존한 사람으로는 다만 신의 부자와 이영(李瑛)뿐이었는데, 신의 노부(老父)는 병으로 폐인(廢人)이 되었으므로 왕자께서 기필코 신에게 써서 보내라고 하시니, 이 때를 당하여 누구에게 미루겠습니까.

생각건대 옛사람 중에도 이런 환란을 당한 이가 간혹 있었습니다. 소무(蘇武)가 흉노(匈奴)의 땅에 19년을 잡혀 있었고 홍호(洪晧)가 냉산(冷山)에 15년 동안 있었으니414) 욕되고 구차하게 살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충신이라 하였고 후세에서도 그들을 미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충신(忠信)이 평소부터 사람들에게 신망(信望)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은 왕자와 함께 서로 의지하여 목숨을 부지하였으니 절개를 드러낸 뜻이 명백(明白)한데도 다만 위서 때문에 무리(無理)한 말들이 사방에서 일어났으니, 이 역시 신의 평소 언행(言行)이 남들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여서 그런 것입니다."

  • [註 414] 소무(蘇武)가 흉노(匈奴)의 땅에 19년을 잡혀 있었고 홍호(洪晧)가 냉산(冷山)에 15년 동안 있었으니 : 소무는 한 무제(漢武帝) 때 중랑장(中郞將)으로 흉노(匈奴)에 사신가서 19년 동안 억류되었다가 돌아오자 한 소제(漢昭帝)는 그의 충절을 기리어 전국속(典國屬)의 벼슬을 주었다.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 홍호(洪皓)는 송 고종(宋高宗) 건염(建炎) 때 금(金)나라에 사신가서 냉산(冷山)에 억류되었다가 소흥(紹興) 12년에 돌아왔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를 소무의 충절에 비교하였다. 《송사(宋史)》 권372 홍호전(洪皓傳).

원문

○罪人黃赫李瑛等推案。 黃赫招辭大槪: "附賊之計, 情理所不近。 若問王子, 則可知也。 割地講和之請, 非由臣唱之也, 正賊先發此言。 金貴榮曰: ‘此賊, 欲割地者, 非眞割也。 欲以此恐喝, 若多其金帛, 可以利動, 一行同議爲狀。’ 臣語金貴榮曰: ‘雖欲如此, 廟算必不輕許。 若以持獻江南一片土, 成罪則如何?’ 云云。 關白殿下云者, 此乃僞書, 非眞狀也。 不書名字者, 倭奴自中相稱亦曰臣, 或稱王子爲太子。 犬羊之徒, 無知如此。 若使倭寇, 又知我國狀 啓規式, 則後日之患, 有甚於關白殿下之稱, 故絶不開示。 前日李弘業所齎僞狀, 亦不書臣字者, 意蓋在此。 前後之書, 皆出臣手者, 虜中見存者, 只有臣父子及李瑛而已。 老父病廢, 王子必令臣書送。 當此時, 讓於何人乎? 仍念古人遭此患者, 亦或有之。 地十九年, 冷山九年, 可謂偸生苟活, 而當時以爲忠, 後世莫及者, 其忠信素孚於人也。 臣共王子, 相依爲命, 表節之志, 非不明白, 而只以僞書之故, 無理之說, 四面而起, 亦由平生言行, 無以取信而然云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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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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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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