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선조실록32권, 선조 25년 11월 15일 신미 3/4 기사 /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사헌부가 중국군의 출동이 늦어지자 왜적에 대응할 방책을 논하며 올린 차자

국역

사헌부 집의(司憲府執義) 이호민(李好閔), 장령(掌令) 이시언(李時彦), 지평(持平) 유몽인(柳夢寅)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군사가 지치면 반드시 패하고 적이 오래 머물면 반드시 익숙하게 되는 법입니다. 오늘날 적을 섬멸하는 일은 일각이 급한데도 앉아서 천장(天將)과의 약속을 지키다가 겨울이 이미 반이나 지나고 말았습니다. 이때에 섬멸하지 않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비록 중국 군사 10만 명이 오더라도 성패의 운수는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의논하는 자들은 ‘남쪽의 적이 추위를 무서워하니 겨울에는 서쪽으로 올 걱정이 없다.’ 하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적들의 간사한 첩자들이 우리의 실정을 다 알고 중국 군사가 언제쯤 온다는 것과 우리의 기대하는 바를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설사 중국 군사가 과연 수만 명이 강을 건너온다 하더라도 만약 먼저 적들이 헤아렸다가 다 건너지 못했을 적에 갑자기 충돌해 온다면, 안정(安定) 서쪽에 있는 각참(各站)에는 각기 여사(廬舍) 1천 간과 주례(酒醴) 1백 분(盆)이있으며, 곡식이 구름처럼 쌓였고 신추(薪芻)가 산처럼 쌓여 있으니 저들이 비록 맨발의 허술한 차림이더라도 성을 의지해 한번 몸을 덥힌 다음 각참으로 달려들며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어 춥지 않고, 새 여사에 투숙하여 온갖 물자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의 계략이 이렇게 나오면 안정의 군사는 뜻밖에 적의 공격을 받아 모두 궤멸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 서쪽 각읍에는 병졸이 하나도 없으며, 설사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지킬 수 있겠습니까. 군사를 여러 곳으로 나누지 않고 곧바로 의주(義州)로 진격해 온다면 후일 중국 군사의 승패를 예측할 수가 없게 되고 우리 종사(宗社)는 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죽고 싶은 생각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의 속셈을 우리 나라로서는 헤아릴 수가 없는데 군사 출동하는 기일은 하루하루 늦어지고 주상께서 손위(遜位)하신다는 글이 날마다 내려지고 있습니다. 혹시 강화를 맺은 뒤에 우리 나라가 그제야 정문(呈文)해서 토벌하기를 청한다면 심 유격(沈遊擊)이 비록 지모가 많더라도 중국 조정에서 이미 계획을 결정했으면 반드시 함부로 고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말하기를 ‘다시 조정에 품하겠다.’ 할 것인데 우전(郵傳)이 왕복하는 사이에 가만히 앉아서 새봄을 맞을 것임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심 유격이 비록 오늘 도강(渡江)하여 강화하거나 싸우거나 간에 우리의 계책은 미리 정해 놓아야지 뒤에 가서 주선하면 미치지 못할 후회만 있게 될 뿐입니다.

신들은 듣건대 적의 진영에서 온 자들이 모두 말하기를 ‘왜적들은 옷이 얇아서 추위를 겁내어 단지 불을 쬐느라 심지어 피부가 빨갛게 문드러지고 매일 아침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서 군대를 출동하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이 말을 비록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이치는 그럴 듯합니다. 신들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안정(安定)의 군사가 지금 4천 1백여 명인데 만약 4∼5운(運)으로 나누어 매일 밤 가장 추울 때 성밑 가까이에 육발하여 함성을 지르고 포를 쏘면서 짐짓 성을 공격하는 체하면 적들은 밤새도록 성을 지키느라 하루 저녁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며칠 동안을 하여 그들이 피곤해지는 것을 엿보아 삼현(三縣)·강동(江東)김경로(金敬老)·이시언(李時言) 등의 군사와 함께 기일을 정하여 협공하면 하늘이 반드시 우리 나라를 도와 죽으러 온 왜구를 전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뜻으로 대장(大將)에게 밀유(密諭)하여 기일에 앞서 미리 조치하고 중국 군사만을 믿고 사기가 날로 해이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다만 듣건대 안정의 군중(軍中)에는 궁시(弓矢)가 이미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활은 겨울에 사용하던 것만 조금 손상되었으나 화살은 다만 장전(長箭) 15부(部)와 편전(片箭) 30부만 있다고 합니다. 비변사에서 새로 만든 2백 부를 보낸다 하더라도 합계한 수효가 한번 싸우기에도 부족하니, 이는 참으로 한심합니다. 이 일에 마음을 써 조치 준비하고 시일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신들이 듣건대 각관(各官)의 정병(精兵)에 아직도 장정(壯丁)이 많이 누락되었는데 건장한 자들이 관속(官屬)과 아전들 속에 많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각관의 수령으로 하여금 이 가운데서 장정을 뽑게 하여 아전들은 이방(吏房)이 주관하게 하고 관속은 수노(首奴)가 주관하게 하며, 민정(民丁)은 품관(品官)이 주관하게 하되 각기 싸울 도구를 준비해 스스로 방호(防護)하면서 관에서 살 계책을 세우라고 한다면 장정이 반드시 다 동원되어 누락되는 자가 없을 듯합니다. 그 가운데 늙고 병든 자와 쇠약한 자로 전진(戰陣)에 합당하지 않은 자는 화살을 납부할 것으로 면제하도록 한다면 임진(臨津)·평양(平壤)에 흩어져 있는 화살이 민간에 많이 있으니 수삼일이 못 되어 많이 주워모을 것입니다. 유사로 하여금 상의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신들이 근일의 군정(軍情)을 보건대 한갓 그릇되게 적의 형세만 과장하고 조정을 경시하여 ‘내가 비록 뒤로 빠진다 하더라도 군율(軍律)이 나를 어쩌겠는가’ 하여 비록 후일 무거운 죄가 미치더라도 우선은 목전의 일만 구차하게 면할 계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이 이르지도 않아 모두 놀라 도망할 것만 생각하고 맞아 싸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장수가 물러남에 따라 패하지 않음이 없고, 장수가 진격함에 따라 이기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임중량(林中樑)은 무너진 성루(城壘)에서 쳐들어오는 사나운 적을 능히 물리쳤으며, 이정암(李廷馣)은 외로운 성에서 겹겹이 충돌해 오는 적을 꺾은 것이 그 분명한 증험입니다. 지금 군율을 엄하게 밝혀 면모를 일신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큰 싸움에서도 전철(前轍)을 따르게 될까 염려됩니다. 전 수사(水使) 박홍(朴泓)은 적이 나오는 관할 도(道)에서 한 차례도 싸우지 않고 천리 밖으로 물러나 있어 남쪽 지방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의 살점을 씹고자 하니, 그의 죄는 한결같이 이각(李珏)과 다르지 않은데도 아직껏 천주(天誅)를 면하여 반년 동안 목숨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형장(刑章)이 이러하니 나라가 어찌 나라 꼴이 되겠습니까. 박홍의 전의 죄를 소급하여 율(律)에 의하여 처단하시고 이후부터 패군한 장수는 한결같이 군율대로 시행하여 조금도 용서하지 말아 군법을 엄하게 하소서.

평안 병사(平安兵使) 이빈(李薲)은 두 차례 싸워 두 번 다 패함으로써 군의 명성이 떨어져 그를 기대했던 뜻이 없습니다. 좌방어사(左防禦使) 이일(李鎰)은 전에 비록 패배하였으나 지금은 자못 분발하여 항상 전진하여 결사적으로 싸울 것을 생각하므로 서로(西路)의 군사들이 그를 많이 믿고 있습니다. 싸움에 임해 장수를 바꾸는 것은 옛사람들도 경계한 바입니다. 멀리서 지휘 절제(節制)하고 동쪽의 장수를 옮겨 서쪽으로 바꾸면 형세가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병사들도 서로 붙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일은 같은 군(軍)에 함께 있으니 곧바로 그 명호(名號)를 바꾸고 몰래 그 권병(權柄)을 주면 아침에 명하여 저녁에 대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니 이렇게 하면 고인(古人)이 경계한 것처럼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속히 의논 처리하여 일을 망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신들이 삼가 보건대 난여(鑾輿)가 파천한 이후 동궁이 다른 곳에 분주(分駐)해서 성세(聲勢)가 서로 연하여 원근의 믿음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회복할 수 있는 일대의 좋은 기회인데 전하께서는 지나치게 겸손만을 지켜 항상 손위(遜位)하는 교서를 내려서는 안 될 때에 내리시니, 신들은 여정(輿情)이 섭섭해 하고 변방 사람들의 바람이 의지할 데가 없을 듯하여 애절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성의(聖意)와 천운(天運)이 여론을 굽어 따르고 청병(請兵)하여 적을 제압하는 일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신다면 신들은 불행 중 다행으로 매우 기쁘겠습니다. 신들은 삼가 듣건대, 동궁의 행차가 안주(安州)에서 숙천(肅川)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이는 반드시 용강(龍岡)에 이르러 서남쪽을 수습할 계책일 것이니 이는 중흥(中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겨울 추위가 심해서 바다가 얼어붙을까 두렵고 용강은 빈 성이어서 집이 없어 겨울을 나기가 어려울 듯하여 신들의 구구한 생각이 항상 놓이지 않는데 성상께서도 걱정이 되어 잠시도 잊지 못하실 것입니다. 청컨대 시종신(侍從臣)을 보내 동궁의 행색을 살피고, 아울러 분조(分朝)의 대신에게도 하서하여 그들로 하여금 배전 책려(策勵)하여 승여(乘輿)를 받들어 맞을 일로 간곡하게 하유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차자의 말을 본건대 조목마다 모두 합당하다. 그러나 반드시 의논해 처리해야 한다. 비변사로 하여금 회계하게 하라."

하였다.

원문

○司憲府執義李好閔、掌令李時彦、持平柳夢寅上箚曰:

師老必敗, 賊久必翫。 今日殲討之擧, 一刻爲急, 而坐守天將約束, 冬序已半。 不於此時殲滅, 而奄及春和, 則雖有天兵十萬, 成敗之數, 未可期也。 議者謂: "南寇畏寒, 冬月則保無西下之憂。" 是大不然。 此賊變詐間諜, 悉得吾情, 天兵遲速, 此間期待, 無一不知。 設或天兵果累萬過江, 若先入賊料, 及其未渡, 卒然衝突, 則安定以西每站, 各有廬舍千間, 酒醴百盆, 積穀如京, 薪芻如山, 彼雖赤脚疎裝, 依城一熨之後, 奔趨各站, 則宿煖未寒, 已投新廬, 百具取辦。 計若出此, 安定之軍不意受敵, 似無不潰之理。 而其西各邑, 無一卒一兵。 設有之, 其可保耶? 不待分兵而徑趨直路, 進薄義州, 則他日天兵勝敗, 未可逆料, 而我宗社, 已不可言矣。 思之至此, 不勝絶氣。 況天朝盛筭, 非下邦所可逆料, 而師期日退, 遜書日至。 脫有城下之盟, 而我國始爲呈文請討, 則沈遊擊雖甚多謀, 中朝已定之筭, 必不能擅改。 而乃曰: "更稟朝廷" 其郵傳往復之間, 坐屆新春, 可不思而得也。 沈遊擊雖今日渡江, 以和以戰之間, 在我謀畫, 不可不預定, 而後時周旋, 徒貽不及事之悔耳。 臣等聞自賊中來者, 皆言: "此賊薄衣怯寒, 只用熏火, 至於肌膚赤爛, 每朝聚首交頸, 不敢發用" 云。 此言雖未可盡信, 而其理則似矣。 臣等愚意, 安定之軍, 今至四千有百, 若分爲四五運, 每夜寒緊, 迭薄城下, 發喊放砲, 詭作攻城之狀, 則彼賊達夜守城, 一宵難支矣。 如是數日, 伺其疲頓, 與三縣江東, 及金敬老李時言等軍, 剋期協攻, 則天必助宋, 送死之寇, 可保全勝。 請以此意, 密諭大將, 先期預措, 無但恃天兵而使士氣日懈也。 但聞安定軍中, 弓矢已盡。 弓則冬月所用, 似少摧傷, 而箭則只有長箭十五部, 片箭三十部云。 備邊司雖送新造者二百部, 計不足一戰之用, 此甚寒心。 念此措備, 不可以時日爲圖。 臣等聞, 各官精兵, 尙多漏丁, 而精壯者多在於官屬吏輩。 若令各官守令, 自抄此中丁壯吏輩, 則使吏房主之, 官屬則使首奴主之, 民丁則使品官主之, 各持戰具爲自護, 官居之計云, 則丁必盡發, 似無脫漏。 其中老病羸弱, 不合戰陣者, 許令納矢自免, 則臨津平壤敗散官箭, 多在民間, 約不數三日, 而括得許多矣。 請令有司, 商議施行。 臣等竊觀近來軍情, 徒枉張賊勢, 輕視朝廷, 以爲: "我雖退縮, 軍律將如我何?" 雖後日重典之或及, 而姑爲目前苟免之計。 賊未及至, 皆懷駭奔, 不思逆戰。 自初至今, 未有將退而不敗, 將進而不勝者也。 林仲樑之殘壘, 能却鴟張壓倒之賊, 李廷馣之孤城, 能摧魚鱗衝突之寇, 此其明驗。 今不嚴明軍律, 振肅瞻聆, 則結局之戰, 恐徇前轍。 前水使朴泓, 賊出所管之道, 不交一鋒, 退遁千里, 南方之民, 至今欲食其肉, 其罪一與李珏無異, 而尙逭天誅, 得保半歲之命。 刑章如此, 國安得爲國? 請朴泓追究前罪, 依律處斷, 自後喪敗之將, 一依軍律, 無或少貸, 以肅軍法。 平安兵使李薲再戰再北, 軍聲解弛, 無有倚仗之意。 左防禦使李鎰, 前雖摧敗, 今頗奮勵, 每思進戰, 以決一死, 西路士情, 多倚爲重。 臨陣易將, 古人所戒者。 措遙制遠, 遷以東換西, 勢不相及, 兵不相屬之謂也。 則同在一軍, 直換其名號, 陰授其柄, 而亦可朝令而夕代, 此非至於古人所戒者。 亦令廟堂, 從速議處, 毋令僨事。 臣等伏見, 鑾輿播越之後, 東宮分駐他處, 聲勢有連, 遠近有恃。 此正恢復之一大勝機, 殿下過守謙沖, 每下遜敎於不當敎之時, 臣等恐輿情缺然, 邊望無屬, 不勝悶泣。 果蒙聖意天運, 曲循物情, 請兵制敵, 當不失機, 臣等不幸之中, 不勝喜忭。 臣等伏聞, 東宮之行, 自安州肅川云。 此必抵龍岡, 而爲收拾西南之計, 是固中興之大會。 而但念冬寒遽甚, 海澌可畏, 龍岡空城無室, 亦難經冬, 臣等區區之意, 寢食不弛, 聖心憂慮, 伏想其片時無忘。 請遣侍從之臣, 候視行色, 仍下書于分朝大臣, 使之倍前策勵, 奉迎乘輿事, 丁寧下諭, 不勝幸甚。

上曰: "觀此箚辭, 逐條皆恰當。 然必議而處之。 令備邊司回啓。"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선조실록32권, 선조 25년 11월 15일 신미 3/4 기사 /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사헌부가 중국군의 출동이 늦어지자 왜적에 대응할 방책을 논하며 올린 차자

국역

사헌부 집의(司憲府執義) 이호민(李好閔), 장령(掌令) 이시언(李時彦), 지평(持平) 유몽인(柳夢寅)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군사가 지치면 반드시 패하고 적이 오래 머물면 반드시 익숙하게 되는 법입니다. 오늘날 적을 섬멸하는 일은 일각이 급한데도 앉아서 천장(天將)과의 약속을 지키다가 겨울이 이미 반이나 지나고 말았습니다. 이때에 섬멸하지 않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비록 중국 군사 10만 명이 오더라도 성패의 운수는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의논하는 자들은 ‘남쪽의 적이 추위를 무서워하니 겨울에는 서쪽으로 올 걱정이 없다.’ 하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적들의 간사한 첩자들이 우리의 실정을 다 알고 중국 군사가 언제쯤 온다는 것과 우리의 기대하는 바를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설사 중국 군사가 과연 수만 명이 강을 건너온다 하더라도 만약 먼저 적들이 헤아렸다가 다 건너지 못했을 적에 갑자기 충돌해 온다면, 안정(安定) 서쪽에 있는 각참(各站)에는 각기 여사(廬舍) 1천 간과 주례(酒醴) 1백 분(盆)이있으며, 곡식이 구름처럼 쌓였고 신추(薪芻)가 산처럼 쌓여 있으니 저들이 비록 맨발의 허술한 차림이더라도 성을 의지해 한번 몸을 덥힌 다음 각참으로 달려들며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어 춥지 않고, 새 여사에 투숙하여 온갖 물자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의 계략이 이렇게 나오면 안정의 군사는 뜻밖에 적의 공격을 받아 모두 궤멸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 서쪽 각읍에는 병졸이 하나도 없으며, 설사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지킬 수 있겠습니까. 군사를 여러 곳으로 나누지 않고 곧바로 의주(義州)로 진격해 온다면 후일 중국 군사의 승패를 예측할 수가 없게 되고 우리 종사(宗社)는 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죽고 싶은 생각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의 속셈을 우리 나라로서는 헤아릴 수가 없는데 군사 출동하는 기일은 하루하루 늦어지고 주상께서 손위(遜位)하신다는 글이 날마다 내려지고 있습니다. 혹시 강화를 맺은 뒤에 우리 나라가 그제야 정문(呈文)해서 토벌하기를 청한다면 심 유격(沈遊擊)이 비록 지모가 많더라도 중국 조정에서 이미 계획을 결정했으면 반드시 함부로 고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말하기를 ‘다시 조정에 품하겠다.’ 할 것인데 우전(郵傳)이 왕복하는 사이에 가만히 앉아서 새봄을 맞을 것임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심 유격이 비록 오늘 도강(渡江)하여 강화하거나 싸우거나 간에 우리의 계책은 미리 정해 놓아야지 뒤에 가서 주선하면 미치지 못할 후회만 있게 될 뿐입니다.

신들은 듣건대 적의 진영에서 온 자들이 모두 말하기를 ‘왜적들은 옷이 얇아서 추위를 겁내어 단지 불을 쬐느라 심지어 피부가 빨갛게 문드러지고 매일 아침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서 군대를 출동하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이 말을 비록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이치는 그럴 듯합니다. 신들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안정(安定)의 군사가 지금 4천 1백여 명인데 만약 4∼5운(運)으로 나누어 매일 밤 가장 추울 때 성밑 가까이에 육발하여 함성을 지르고 포를 쏘면서 짐짓 성을 공격하는 체하면 적들은 밤새도록 성을 지키느라 하루 저녁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며칠 동안을 하여 그들이 피곤해지는 것을 엿보아 삼현(三縣)·강동(江東)김경로(金敬老)·이시언(李時言) 등의 군사와 함께 기일을 정하여 협공하면 하늘이 반드시 우리 나라를 도와 죽으러 온 왜구를 전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뜻으로 대장(大將)에게 밀유(密諭)하여 기일에 앞서 미리 조치하고 중국 군사만을 믿고 사기가 날로 해이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다만 듣건대 안정의 군중(軍中)에는 궁시(弓矢)가 이미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활은 겨울에 사용하던 것만 조금 손상되었으나 화살은 다만 장전(長箭) 15부(部)와 편전(片箭) 30부만 있다고 합니다. 비변사에서 새로 만든 2백 부를 보낸다 하더라도 합계한 수효가 한번 싸우기에도 부족하니, 이는 참으로 한심합니다. 이 일에 마음을 써 조치 준비하고 시일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신들이 듣건대 각관(各官)의 정병(精兵)에 아직도 장정(壯丁)이 많이 누락되었는데 건장한 자들이 관속(官屬)과 아전들 속에 많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각관의 수령으로 하여금 이 가운데서 장정을 뽑게 하여 아전들은 이방(吏房)이 주관하게 하고 관속은 수노(首奴)가 주관하게 하며, 민정(民丁)은 품관(品官)이 주관하게 하되 각기 싸울 도구를 준비해 스스로 방호(防護)하면서 관에서 살 계책을 세우라고 한다면 장정이 반드시 다 동원되어 누락되는 자가 없을 듯합니다. 그 가운데 늙고 병든 자와 쇠약한 자로 전진(戰陣)에 합당하지 않은 자는 화살을 납부할 것으로 면제하도록 한다면 임진(臨津)·평양(平壤)에 흩어져 있는 화살이 민간에 많이 있으니 수삼일이 못 되어 많이 주워모을 것입니다. 유사로 하여금 상의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신들이 근일의 군정(軍情)을 보건대 한갓 그릇되게 적의 형세만 과장하고 조정을 경시하여 ‘내가 비록 뒤로 빠진다 하더라도 군율(軍律)이 나를 어쩌겠는가’ 하여 비록 후일 무거운 죄가 미치더라도 우선은 목전의 일만 구차하게 면할 계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이 이르지도 않아 모두 놀라 도망할 것만 생각하고 맞아 싸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장수가 물러남에 따라 패하지 않음이 없고, 장수가 진격함에 따라 이기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임중량(林中樑)은 무너진 성루(城壘)에서 쳐들어오는 사나운 적을 능히 물리쳤으며, 이정암(李廷馣)은 외로운 성에서 겹겹이 충돌해 오는 적을 꺾은 것이 그 분명한 증험입니다. 지금 군율을 엄하게 밝혀 면모를 일신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큰 싸움에서도 전철(前轍)을 따르게 될까 염려됩니다. 전 수사(水使) 박홍(朴泓)은 적이 나오는 관할 도(道)에서 한 차례도 싸우지 않고 천리 밖으로 물러나 있어 남쪽 지방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의 살점을 씹고자 하니, 그의 죄는 한결같이 이각(李珏)과 다르지 않은데도 아직껏 천주(天誅)를 면하여 반년 동안 목숨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형장(刑章)이 이러하니 나라가 어찌 나라 꼴이 되겠습니까. 박홍의 전의 죄를 소급하여 율(律)에 의하여 처단하시고 이후부터 패군한 장수는 한결같이 군율대로 시행하여 조금도 용서하지 말아 군법을 엄하게 하소서.

평안 병사(平安兵使) 이빈(李薲)은 두 차례 싸워 두 번 다 패함으로써 군의 명성이 떨어져 그를 기대했던 뜻이 없습니다. 좌방어사(左防禦使) 이일(李鎰)은 전에 비록 패배하였으나 지금은 자못 분발하여 항상 전진하여 결사적으로 싸울 것을 생각하므로 서로(西路)의 군사들이 그를 많이 믿고 있습니다. 싸움에 임해 장수를 바꾸는 것은 옛사람들도 경계한 바입니다. 멀리서 지휘 절제(節制)하고 동쪽의 장수를 옮겨 서쪽으로 바꾸면 형세가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병사들도 서로 붙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일은 같은 군(軍)에 함께 있으니 곧바로 그 명호(名號)를 바꾸고 몰래 그 권병(權柄)을 주면 아침에 명하여 저녁에 대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니 이렇게 하면 고인(古人)이 경계한 것처럼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속히 의논 처리하여 일을 망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신들이 삼가 보건대 난여(鑾輿)가 파천한 이후 동궁이 다른 곳에 분주(分駐)해서 성세(聲勢)가 서로 연하여 원근의 믿음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회복할 수 있는 일대의 좋은 기회인데 전하께서는 지나치게 겸손만을 지켜 항상 손위(遜位)하는 교서를 내려서는 안 될 때에 내리시니, 신들은 여정(輿情)이 섭섭해 하고 변방 사람들의 바람이 의지할 데가 없을 듯하여 애절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성의(聖意)와 천운(天運)이 여론을 굽어 따르고 청병(請兵)하여 적을 제압하는 일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신다면 신들은 불행 중 다행으로 매우 기쁘겠습니다. 신들은 삼가 듣건대, 동궁의 행차가 안주(安州)에서 숙천(肅川)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이는 반드시 용강(龍岡)에 이르러 서남쪽을 수습할 계책일 것이니 이는 중흥(中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겨울 추위가 심해서 바다가 얼어붙을까 두렵고 용강은 빈 성이어서 집이 없어 겨울을 나기가 어려울 듯하여 신들의 구구한 생각이 항상 놓이지 않는데 성상께서도 걱정이 되어 잠시도 잊지 못하실 것입니다. 청컨대 시종신(侍從臣)을 보내 동궁의 행색을 살피고, 아울러 분조(分朝)의 대신에게도 하서하여 그들로 하여금 배전 책려(策勵)하여 승여(乘輿)를 받들어 맞을 일로 간곡하게 하유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차자의 말을 본건대 조목마다 모두 합당하다. 그러나 반드시 의논해 처리해야 한다. 비변사로 하여금 회계하게 하라."

하였다.

원문

○司憲府執義李好閔、掌令李時彦、持平柳夢寅上箚曰:

師老必敗, 賊久必翫。 今日殲討之擧, 一刻爲急, 而坐守天將約束, 冬序已半。 不於此時殲滅, 而奄及春和, 則雖有天兵十萬, 成敗之數, 未可期也。 議者謂: "南寇畏寒, 冬月則保無西下之憂。" 是大不然。 此賊變詐間諜, 悉得吾情, 天兵遲速, 此間期待, 無一不知。 設或天兵果累萬過江, 若先入賊料, 及其未渡, 卒然衝突, 則安定以西每站, 各有廬舍千間, 酒醴百盆, 積穀如京, 薪芻如山, 彼雖赤脚疎裝, 依城一熨之後, 奔趨各站, 則宿煖未寒, 已投新廬, 百具取辦。 計若出此, 安定之軍不意受敵, 似無不潰之理。 而其西各邑, 無一卒一兵。 設有之, 其可保耶? 不待分兵而徑趨直路, 進薄義州, 則他日天兵勝敗, 未可逆料, 而我宗社, 已不可言矣。 思之至此, 不勝絶氣。 況天朝盛筭, 非下邦所可逆料, 而師期日退, 遜書日至。 脫有城下之盟, 而我國始爲呈文請討, 則沈遊擊雖甚多謀, 中朝已定之筭, 必不能擅改。 而乃曰: "更稟朝廷" 其郵傳往復之間, 坐屆新春, 可不思而得也。 沈遊擊雖今日渡江, 以和以戰之間, 在我謀畫, 不可不預定, 而後時周旋, 徒貽不及事之悔耳。 臣等聞自賊中來者, 皆言: "此賊薄衣怯寒, 只用熏火, 至於肌膚赤爛, 每朝聚首交頸, 不敢發用" 云。 此言雖未可盡信, 而其理則似矣。 臣等愚意, 安定之軍, 今至四千有百, 若分爲四五運, 每夜寒緊, 迭薄城下, 發喊放砲, 詭作攻城之狀, 則彼賊達夜守城, 一宵難支矣。 如是數日, 伺其疲頓, 與三縣江東, 及金敬老李時言等軍, 剋期協攻, 則天必助宋, 送死之寇, 可保全勝。 請以此意, 密諭大將, 先期預措, 無但恃天兵而使士氣日懈也。 但聞安定軍中, 弓矢已盡。 弓則冬月所用, 似少摧傷, 而箭則只有長箭十五部, 片箭三十部云。 備邊司雖送新造者二百部, 計不足一戰之用, 此甚寒心。 念此措備, 不可以時日爲圖。 臣等聞, 各官精兵, 尙多漏丁, 而精壯者多在於官屬吏輩。 若令各官守令, 自抄此中丁壯吏輩, 則使吏房主之, 官屬則使首奴主之, 民丁則使品官主之, 各持戰具爲自護, 官居之計云, 則丁必盡發, 似無脫漏。 其中老病羸弱, 不合戰陣者, 許令納矢自免, 則臨津平壤敗散官箭, 多在民間, 約不數三日, 而括得許多矣。 請令有司, 商議施行。 臣等竊觀近來軍情, 徒枉張賊勢, 輕視朝廷, 以爲: "我雖退縮, 軍律將如我何?" 雖後日重典之或及, 而姑爲目前苟免之計。 賊未及至, 皆懷駭奔, 不思逆戰。 自初至今, 未有將退而不敗, 將進而不勝者也。 林仲樑之殘壘, 能却鴟張壓倒之賊, 李廷馣之孤城, 能摧魚鱗衝突之寇, 此其明驗。 今不嚴明軍律, 振肅瞻聆, 則結局之戰, 恐徇前轍。 前水使朴泓, 賊出所管之道, 不交一鋒, 退遁千里, 南方之民, 至今欲食其肉, 其罪一與李珏無異, 而尙逭天誅, 得保半歲之命。 刑章如此, 國安得爲國? 請朴泓追究前罪, 依律處斷, 自後喪敗之將, 一依軍律, 無或少貸, 以肅軍法。 平安兵使李薲再戰再北, 軍聲解弛, 無有倚仗之意。 左防禦使李鎰, 前雖摧敗, 今頗奮勵, 每思進戰, 以決一死, 西路士情, 多倚爲重。 臨陣易將, 古人所戒者。 措遙制遠, 遷以東換西, 勢不相及, 兵不相屬之謂也。 則同在一軍, 直換其名號, 陰授其柄, 而亦可朝令而夕代, 此非至於古人所戒者。 亦令廟堂, 從速議處, 毋令僨事。 臣等伏見, 鑾輿播越之後, 東宮分駐他處, 聲勢有連, 遠近有恃。 此正恢復之一大勝機, 殿下過守謙沖, 每下遜敎於不當敎之時, 臣等恐輿情缺然, 邊望無屬, 不勝悶泣。 果蒙聖意天運, 曲循物情, 請兵制敵, 當不失機, 臣等不幸之中, 不勝喜忭。 臣等伏聞, 東宮之行, 自安州肅川云。 此必抵龍岡, 而爲收拾西南之計, 是固中興之大會。 而但念冬寒遽甚, 海澌可畏, 龍岡空城無室, 亦難經冬, 臣等區區之意, 寢食不弛, 聖心憂慮, 伏想其片時無忘。 請遣侍從之臣, 候視行色, 仍下書于分朝大臣, 使之倍前策勵, 奉迎乘輿事, 丁寧下諭, 不勝幸甚。

上曰: "觀此箚辭, 逐條皆恰當。 然必議而處之。 令備邊司回啓。"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본

/ 1
태조-철종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고종-순종
                                                              • 이동
                                                                • 이동
                                                                  • 이동
                                                                    태조-철종
                                                                      고종-순종

                                                                        문자입력기

                                                                        한자목록

                                                                        문자영역
                                                                        한자목록 바로가기

                                                                        부수

                                                                        획수

                                                                        한자목록

                                                                        획수

                                                                        한자목록

                                                                        부수

                                                                        획수

                                                                        한자목록

                                                                        영문INDEX

                                                                        한어 병음

                                                                        한자목록

                                                                        영문INDEX

                                                                        일본어 음독

                                                                        한자목록

                                                                        책갈피목록

                                                                        책갈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