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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74권, 중종 28년 5월 18일 경신 3/13 기사 / 1533년 명 가정(嘉靖) 12년

홍문관 부제학 오준 등과 익명서 사건을 의논하다

국역

홍문관 부제학 오준(吳準)이 아뢰기를,

"지금 추국하는 이 일은, 비록 난역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이토록 심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토록 극악무도한 일은 천고에 없던 것입니다. 모름지기 상께서 대면(對面)하여 조정(朝廷)의 뜻을 들은 뒤에 조처해야 될 일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홍문관이 지금 면대하기를 청하는 것으로 보아 아뢰려는 내용이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홍문관만 면대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빈청에 있는 정승과 대간들도 모두 들어와 면대해야 되지 않겠는가? 합문(閤門) 밖으로 나오게 하라."

하고, 이어 신거관에게 답하기를,

"지금 이 서계(書啓)의 내용은 알았다. 그러나 서계가 면대만은 못하니 아울러 입대(入對)하여 아뢰라."

하였다. 오준 등이 또 즉시 회계(回啓)하기를,

"신들이 아뢴 뜻은 바로 조정과 모두 함께 면대하고자 한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정부·육경·양사·홍문관 모두 면대하도록 하라."

하고, 이어 위관(委官)180) 등에게 전교하기를,

"출시인 노경종을 잡아오도록 하라."

하였다. 조금 있다가 지평 신거관이 아뢴 것을 빈청에 내리고, 이어 전교하기를,

"신거관이 이를 봉서(封書)로 아뢰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노경종을 체포케 하였으므로 별로 비밀에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내어 보인다. 그리고 전해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노자(奴子)와 구사(丘史)가 다 나가고 이 아이가 혼자 있다는 것을 아는 자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또 이른바 함경도로 나갔다는 사람은 법사(法司)의 서리(書吏) 【사헌부의 서리 김형경(金亨卿).】 이다. 만약 나갔다면 반드시 말미를 받은 일이 있을 것이니, 물어서 아뢰라." 【김형경의 일은 초사(招辭)에 보였기 때문에 이른 것이다.】 하니, 광필 등이 아뢰기를,

"김형경(金亨卿)에 대한 일은 상의 분부가 지당합니다."

하고, 이어 광필이 홀로 아뢰기를,

"신은 본디부터 다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더욱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만, 이는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시켜 부축하게 하여 들어왔습니다. 지금 면대할 때 어전(御前)에서 진퇴(進退)함에 있어 무례(無禮)를 범하는 불경스런 일이 있을까 우려됩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조정(朝廷)을 면대할 적에 수상(首相)이 물러가 있을 수는 없다. 편의에 따라 출입하도록 할 터이니 입참(入參)하라."

하고, 이어 위관(委官) 등에게 전교하기를,

"이제 한충보(韓忠輔) 후처(後妻)의 동생 【노경종임.】 이름을 거론한 것은 역시 저들을 헤치려는 뜻이 있는 것 같다. 한유손(韓有孫)은 상의원(尙衣院) 서원(書員)이니 궐내(闕內)를 모르지 않을 것이고, 한세걸(韓世傑)도 형조(刑曹)의 서리(書吏)이니 동궁 근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행랑(行廊) 때문에 서로 다투었으니 혐의가 없지 않고, 둘이 모두 한충보의 후처의 동생을 언급하였다. 이들은 의심스러운 사람이니 다시 추문해야 된다."

하니, 위관 등이 아뢰기를,

"신들의 뜻도 그렇습니다. 한유손과 한세걸 두 사람을 형추(刑推)하소서."

하였다. 전교하기를,

"상의원 서원과 형조의 서리는 동궁 근처를 출입하는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번에 서문(西門)에다 쏜 화살에도 한충보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신거관의 집에다 던져 넣은 글에도 한충보와 노경종의 이름을 쓰여 있었다. 이는 전처(前妻)의 동생이 집을 다툰 것을 혐의하여 충보를 해치려고 한 짓인 것 같다. 대체적인 줄거리를 이런 내용으로 하여 긴박하게 추문하면 말을 꾸밀 수가 없을 것이다."

하고, 또 즉시 전교하였다.

"사헌부의 서리 【김형경임.】 는, 그 처자(妻子)와 겨린(切隣)의 말에 의하면 모두들 ‘지난 3월에 함경도로 갔다.’고 했으므로 해사(該司)181) 에 묻게 했다. 그리고 형조의 서리 박장손(朴長孫)은 스스로 ‘경상도 절도사 김탁(金鐸)을 전송(餞送)하는 일로 다른 서리들이 나갈 때 함께 갔었다.’ 하였다. 그가 동시에 나갔는지의 진위(眞僞)에 대해 다른 서리들에게 하문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20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註 180] 위관(委官) : 죄인을 추국(推鞫)할 때 의정 대신(議政大臣) 가운데서 임시로 뽑아서 임명하는 재판장(裁判長).
  • [註 181] 해사(該司) : 담당 관사.

원문

○弘文館副提學吳準啓曰: "今此推鞫之事, 雖曰亂逆, 安有如此之甚者乎? 其窮兇、極惡, 千古所無。 須自上面對, 聞朝廷之意, 然後所當處置之事。" 傳曰: "弘文館, 今以面對請之, 弘文館必有所欲啓之意也。 然不知唯弘文館欲面對乎? 政丞、臺諫之在賓廳者, 皆當入乎? 其來詣閤門之外可也。" 仍答愼居寬曰: "今此書啓之意, 知道。 然書啓不如面對, 其幷入對。" 準等又卽回啓曰: "臣等所啓之意, 則乃欲與朝廷皆面對也。" 傳曰: "政府、六卿、兩司、弘文館, 全數面對可也。" 仍傳于委官等曰: "出市人盧敬宗, 拿來可也。" 俄而下持平愼居寬所啓于賓廳, 仍傳曰: "愼居寬以此封啓, 然今則已捕敬宗, 別無秘事, 故出示耳。 其所傳者, 未知男女也, 然必審知其奴子、丘史盡出, 而此兒獨在者爲之也。 且所謂出去咸鏡道者, 法司書吏也。 【司憲府書吏金亨卿。】 若出去, 則必有受由之事, 其問之以啓可也。" 【金亨卿事, 見於招辨故云。】 光弼等啓曰: "金亨卿事, 上敎至當。" 光弼仍獨啓曰: "臣本無脚力, 今則尤不能從心起居, 而此乃大驚之事, 故使人扶持入來。 今面對時, 恐於御前進退無禮, 以致不敬。" 傳曰: "朝廷面對, 首相不可退處。 出入雖隨便, 亦可入參。" 仍傳于委官等曰: "今以韓忠輔後妻同生 【盧敬宗】 而擧名者, 似亦有欲害彼者之意。 韓有孫, 以尙衣院書員, 非不知闕內, 韓世傑, 亦以刑曹書吏, 非不知東宮近處。 行廊相爭, 又不爲無嫌, 而至於竝及其後妻同生, 此可疑之人, 當更推也。" 委官等啓曰: "臣等之意, 亦如是。 韓有孫、韓世傑二人, 請刑推。" 傳曰: "尙衣院書員, 刑曹書吏, 非不知東宮近處出入之事, 而前者射矢西門, 亦書韓忠輔之名, 愼居寬家所投之書, 亦書忠輔及盧敬宗之名。 此似前妻同生, 以爭家之嫌, 欲害忠輔而爲之也。 大槪以此緊推, 則不得飾辭也。" 又卽傳曰: "司憲府書吏, 【金亨卿】 其妻子切隣皆以爲: ‘去三月, 往咸鏡道。’ 云, 故已令問于其司矣。 且兵曹書吏朴長孫, 自言曰: ‘以慶尙道節度使金鐸餞送事, 與他書吏, 同時出去。’ 云。 其同時出去眞僞, 問他書吏可也。"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20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중종실록74권, 중종 28년 5월 18일 경신 3/13 기사 / 1533년 명 가정(嘉靖) 12년

홍문관 부제학 오준 등과 익명서 사건을 의논하다

국역

홍문관 부제학 오준(吳準)이 아뢰기를,

"지금 추국하는 이 일은, 비록 난역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이토록 심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토록 극악무도한 일은 천고에 없던 것입니다. 모름지기 상께서 대면(對面)하여 조정(朝廷)의 뜻을 들은 뒤에 조처해야 될 일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홍문관이 지금 면대하기를 청하는 것으로 보아 아뢰려는 내용이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홍문관만 면대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빈청에 있는 정승과 대간들도 모두 들어와 면대해야 되지 않겠는가? 합문(閤門) 밖으로 나오게 하라."

하고, 이어 신거관에게 답하기를,

"지금 이 서계(書啓)의 내용은 알았다. 그러나 서계가 면대만은 못하니 아울러 입대(入對)하여 아뢰라."

하였다. 오준 등이 또 즉시 회계(回啓)하기를,

"신들이 아뢴 뜻은 바로 조정과 모두 함께 면대하고자 한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정부·육경·양사·홍문관 모두 면대하도록 하라."

하고, 이어 위관(委官)180) 등에게 전교하기를,

"출시인 노경종을 잡아오도록 하라."

하였다. 조금 있다가 지평 신거관이 아뢴 것을 빈청에 내리고, 이어 전교하기를,

"신거관이 이를 봉서(封書)로 아뢰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노경종을 체포케 하였으므로 별로 비밀에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내어 보인다. 그리고 전해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노자(奴子)와 구사(丘史)가 다 나가고 이 아이가 혼자 있다는 것을 아는 자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또 이른바 함경도로 나갔다는 사람은 법사(法司)의 서리(書吏) 【사헌부의 서리 김형경(金亨卿).】 이다. 만약 나갔다면 반드시 말미를 받은 일이 있을 것이니, 물어서 아뢰라." 【김형경의 일은 초사(招辭)에 보였기 때문에 이른 것이다.】 하니, 광필 등이 아뢰기를,

"김형경(金亨卿)에 대한 일은 상의 분부가 지당합니다."

하고, 이어 광필이 홀로 아뢰기를,

"신은 본디부터 다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더욱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만, 이는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시켜 부축하게 하여 들어왔습니다. 지금 면대할 때 어전(御前)에서 진퇴(進退)함에 있어 무례(無禮)를 범하는 불경스런 일이 있을까 우려됩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조정(朝廷)을 면대할 적에 수상(首相)이 물러가 있을 수는 없다. 편의에 따라 출입하도록 할 터이니 입참(入參)하라."

하고, 이어 위관(委官) 등에게 전교하기를,

"이제 한충보(韓忠輔) 후처(後妻)의 동생 【노경종임.】 이름을 거론한 것은 역시 저들을 헤치려는 뜻이 있는 것 같다. 한유손(韓有孫)은 상의원(尙衣院) 서원(書員)이니 궐내(闕內)를 모르지 않을 것이고, 한세걸(韓世傑)도 형조(刑曹)의 서리(書吏)이니 동궁 근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행랑(行廊) 때문에 서로 다투었으니 혐의가 없지 않고, 둘이 모두 한충보의 후처의 동생을 언급하였다. 이들은 의심스러운 사람이니 다시 추문해야 된다."

하니, 위관 등이 아뢰기를,

"신들의 뜻도 그렇습니다. 한유손과 한세걸 두 사람을 형추(刑推)하소서."

하였다. 전교하기를,

"상의원 서원과 형조의 서리는 동궁 근처를 출입하는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번에 서문(西門)에다 쏜 화살에도 한충보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신거관의 집에다 던져 넣은 글에도 한충보와 노경종의 이름을 쓰여 있었다. 이는 전처(前妻)의 동생이 집을 다툰 것을 혐의하여 충보를 해치려고 한 짓인 것 같다. 대체적인 줄거리를 이런 내용으로 하여 긴박하게 추문하면 말을 꾸밀 수가 없을 것이다."

하고, 또 즉시 전교하였다.

"사헌부의 서리 【김형경임.】 는, 그 처자(妻子)와 겨린(切隣)의 말에 의하면 모두들 ‘지난 3월에 함경도로 갔다.’고 했으므로 해사(該司)181) 에 묻게 했다. 그리고 형조의 서리 박장손(朴長孫)은 스스로 ‘경상도 절도사 김탁(金鐸)을 전송(餞送)하는 일로 다른 서리들이 나갈 때 함께 갔었다.’ 하였다. 그가 동시에 나갔는지의 진위(眞僞)에 대해 다른 서리들에게 하문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20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註 180] 위관(委官) : 죄인을 추국(推鞫)할 때 의정 대신(議政大臣) 가운데서 임시로 뽑아서 임명하는 재판장(裁判長).
  • [註 181] 해사(該司) : 담당 관사.

원문

○弘文館副提學吳準啓曰: "今此推鞫之事, 雖曰亂逆, 安有如此之甚者乎? 其窮兇、極惡, 千古所無。 須自上面對, 聞朝廷之意, 然後所當處置之事。" 傳曰: "弘文館, 今以面對請之, 弘文館必有所欲啓之意也。 然不知唯弘文館欲面對乎? 政丞、臺諫之在賓廳者, 皆當入乎? 其來詣閤門之外可也。" 仍答愼居寬曰: "今此書啓之意, 知道。 然書啓不如面對, 其幷入對。" 準等又卽回啓曰: "臣等所啓之意, 則乃欲與朝廷皆面對也。" 傳曰: "政府、六卿、兩司、弘文館, 全數面對可也。" 仍傳于委官等曰: "出市人盧敬宗, 拿來可也。" 俄而下持平愼居寬所啓于賓廳, 仍傳曰: "愼居寬以此封啓, 然今則已捕敬宗, 別無秘事, 故出示耳。 其所傳者, 未知男女也, 然必審知其奴子、丘史盡出, 而此兒獨在者爲之也。 且所謂出去咸鏡道者, 法司書吏也。 【司憲府書吏金亨卿。】 若出去, 則必有受由之事, 其問之以啓可也。" 【金亨卿事, 見於招辨故云。】 光弼等啓曰: "金亨卿事, 上敎至當。" 光弼仍獨啓曰: "臣本無脚力, 今則尤不能從心起居, 而此乃大驚之事, 故使人扶持入來。 今面對時, 恐於御前進退無禮, 以致不敬。" 傳曰: "朝廷面對, 首相不可退處。 出入雖隨便, 亦可入參。" 仍傳于委官等曰: "今以韓忠輔後妻同生 【盧敬宗】 而擧名者, 似亦有欲害彼者之意。 韓有孫, 以尙衣院書員, 非不知闕內, 韓世傑, 亦以刑曹書吏, 非不知東宮近處。 行廊相爭, 又不爲無嫌, 而至於竝及其後妻同生, 此可疑之人, 當更推也。" 委官等啓曰: "臣等之意, 亦如是。 韓有孫、韓世傑二人, 請刑推。" 傳曰: "尙衣院書員, 刑曹書吏, 非不知東宮近處出入之事, 而前者射矢西門, 亦書韓忠輔之名, 愼居寬家所投之書, 亦書忠輔及盧敬宗之名。 此似前妻同生, 以爭家之嫌, 欲害忠輔而爲之也。 大槪以此緊推, 則不得飾辭也。" 又卽傳曰: "司憲府書吏, 【金亨卿】 其妻子切隣皆以爲: ‘去三月, 往咸鏡道。’ 云, 故已令問于其司矣。 且兵曹書吏朴長孫, 自言曰: ‘以慶尙道節度使金鐸餞送事, 與他書吏, 同時出去。’ 云。 其同時出去眞僞, 問他書吏可也。"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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