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취하는데 시에 능한 자로 합격자를 뽑다
전교하기를,
"인재는 반드시 경술(經術)만 취할 것이 아니다. 다행히 중국 사신이 문학에 능한 자가 온다면, 《중용(中庸)》 및 《대학(大學)》의 3강령(三綱領)이나 8조목(八條目)의 격물·지치(格物致知)로써 창수(唱酬)함은 불가하니, 반드시 시에 능한 자를 취한 뒤에 나라를 빛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에 능한 사람이 어찌 경술을 모르겠는가. 그러므로 시로써 뽑은 것인데, 승정원의 뜻은 어떠한가."
하고, 이어 어서(御書)를 내리기를,
"1등 1인 최세절(崔世節), 2등 1인 정백붕(鄭百朋), 3등 2인 유여림(兪汝霖)·정소종(鄭紹宗), 4등 15인이다."
하였다.
율시 4운(律詩四韻)으로 시험보여 선비를 취하므로 어린 초학자들이 많이 참여하니, 당시 사람들이 조롱하기를 ‘연구 아동방(聯句兒童榜)550) 이라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선비의 습관이 더욱 파괴되어 다투어 실학(實學)을 버리고 시구(詩句)를 일삼게 되므로 수년 동안에 경사(經史)는 일체 폐지되고 《당시·고취(唐詩鼓吹)》만 다투어 외어 요행히 과거하기를 바랐다.
또 그 끝에 어서하기를,
"외람되게 큰 은혜를 입어 영화가 장안에 울린다."
하고, 이어 전교하기를,
"즉시 이들을 인정전(仁政殿)으로 들여와 이로 제목을 하여 율시를 짓도록 하고, 무릇 유가(遊街)하는 모든 일은 관에서 주선하여 주며 백관의 진하(陳賀)는 정지하고 오직 족친만 입하(入賀)하라."
하였다. 이어 유생들에게 전교하기를,
"마음을 다하여 충성하라."
하고, 승지 강혼이 명을 받아, 어제 유생들이 지은 시의 제목으로 율시 3수를 지어 올리니, 전교하기를,
"너도 또한 유가(遊街)할 마음이 있지 아니한가?"
하였다. 강혼이 아뢰기를,
"신은 근밀(近蜜)한 곳에 있음으로 성상의 은덕이 망극한데 어찌 이같은 마음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56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74 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註 550]연구 아동방(聯句兒童榜) : 당시(唐詩)의 좋은 것만 모은 것이 《연주시(聯珠詩)》인데, 이를 습득한 아동의 과거 방(榜)이라는 뜻. 즉 학문에 능숙한 사람이 급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
○己酉/傳曰: "人材不必以經術取。 幸有中朝使臣能文者來, 則不可以《中庸》、《大學》三綱領、八條目、格物致知爲之酬唱也, 必取能詩者然後, 可以華國也。 且能詩者豈不知經術乎? 故以此取之, 於政院意何如?" 因下御書曰:
一等一人崔世節, 二等一人鄭百朋(等), 三等二人兪汝霖、鄭紹宗, 四等十五人。
試律詩四韻以取士, 幼小初學之輩多與焉。 時人譏之曰: "聯句兒童榜。" 由是, 士習愈毁, 競棄實學, 而事詩句, 數年之間經史一廢, 爭誦唐詩、鼓吹, 徼幸科第。 又御書其末曰:
濫叨鴻恩, 榮動長安。
因傳曰: "卽令此輩入仁政殿, 以此爲題, 製律詩。 凡遊街諸事公辦, 停百官陳賀, 唯許族親入賀?" 尋傳于儒生等曰: "罄懷忠誠。" 承旨姜渾承命, 以昨日儒生製詩題, 製律詩三首以進, 傳曰: "汝亦無乃有遊街之心乎?" 渾啓: "臣在近密之地, 上恩罔極, 何有如此之心乎?"
- 【태백산사고본】 15책 56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74 면
- 【분류】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