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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4권, 연산 1년 4월 20일 갑술 2/3 기사 /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구족을 친히함·묵은 폐습 개혁·법·언로 등에 관한 전 창원 부사 조지서의 봉사

국역

전 창원 부사(昌原府使) 조지서(趙之瑞)가 진주(晉州)에 있으면서 봉사(封事)를 올려,

"신이 3월 1일에 엎드려 전지(傳旨)를 보오니, ‘대소 신민(大小臣民)들은 나의 방락(訪落)하는 뜻을 잘 알아서 각기 시의(時宜)를 진술하여 밀봉해서 아뢰라.’ 하셨습니다. 신이 듣기로는, 한(漢) 문제(文帝)가 처음 즉위하여 산동(山東)의 관리가 조령(詔令)을 선포하니 백성이 비록 늙고 병든 자까지도 지팡이를 짚고 가서 들으며 잠깐만이라도 더 살아서 덕화의 거룩함을 보기를 원했다 하옵는데, 지금 우리 전하께서 또한 새로 즉위하시어 다스리는 도를 널리 물으시니, 비록 초야에 묻혀있는 몸일지라도 숨김 없이 다 말씀드려서 덕화의 만에 하나라도 돕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 구족(九族)을 친하는 것입니다. 무릇 요(堯)의 덕이 지극하고 극진한데, 《당사(唐史)》에 요임금의 덕을 찬미하면서 으뜸으로 구족을 친했다는 것을 들었으니, 진실로 집으로 말미암아서 나라에 미치는 때문이었습니다. 대행 전하께서 윤씨를 폐하시고 후(后)의 적(籍)을 삭제하였으니, 전하께서 의리상 어머니로 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예(禮)에 ‘자식된 자는 출모(出母)를 위하여 복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복을 입지 않는 것은 상(喪)을 당한 자가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였는데, 해석하는 자가 그렇다고 수긍하면서 ‘비록 복은 입지 않을지라도 오히려 심상(心喪)으로 자처하는 것은 은혜를 위한 것이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자식으로서 어미를 끊는 이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폐후(廢后)가 임인년246) 가을에 서거(逝去)하자 풀밭에 고장(藁葬)하여, 이제까지 14년 동안 길가는 사람들이 슬퍼하옵거니와, 현재로는 산릉(山陵)의 일이 있으므로 아울러 거행할 수 없사오나, 상(喪)이 끝난 뒤에는 마땅히 별전(別殿)을 세우고 자릉(慈陵)을 만들어서 어머니의 은혜를 보답함이 어찌 심상(心喪)으로 자처하여 은혜를 위하는 전칙(典則)에 맞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모후(母后)의 친족이 모두 다 귀양 갔다가 이제 사면받고 돌아왔는데, 그 사람들의 어질고 안 어진 것은 알 수 없으니, 비록 일자리를 맡기지는 못하지만, 돈녕부(敦寧府)가 있어 족히 그 사람들을 녹(祿) 줄 수 있으니, 이 역시 조종(祖宗)의 제도입니다. 신은 일찍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구족(九族)을 친하시는 일은 어머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구생(舅甥)을 거두는 일보다 앞설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2. 묵은 폐습을 개혁하는 일입니다. 처음에 내수시(內需寺)에서 빚을 놓았는데 거둬들이고 흩어 주고 하는 사이에 폐단이 있어 중간에 혁파했다가 다시 또 처음과 같이 하고 있으므로, 거둬들이고 흩어 주고 하는 사이에 농간을 부려 백성의 재물을 겁탈해서 활발히 살지 못하도록 하니, 그 폐습의 첫째입니다. 각 고을에서 공물(貢物)을 수송하여 바칠 적에 호조(戶曹) 각사(各司)에서 각기 작지(作紙)247) 를 거두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모두 물리치니, 《대전(大典)》에는 20권 어치를 벗어나지 말라 했지만, 실제는 배가 되므로, 수송해 바치는 인리(人吏)들이 빚을 지게 되어, 그 때문에 파산하여 있을 곳을 잃게 되니, 그 폐습의 둘째입니다. 육조(六曹)에는 각기 소속의 사(司)가 있으니, 비록 제조(提調)가 없을지라도 총괄하여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서빙고(西氷庫)에 선상(選上)한 노자(奴子)는 3명을 충당할 뿐인데 모두 제조에게 빼앗기니,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모두 그러할 것이니, 그 폐습의 셋째입니다. 경중(京中)에서 바치는 상각궁(常角弓), 석청밀(石淸蜜)·백청밀(白淸蜜)·경미(粳米) 같은 것은 비록 극히 정하게 갖추었더라도 끝내 바쳐지지 못하고, 반드시 10배의 값을 준비해서 전노(典奴)에게 주고서야 바치게 되니, 그 폐습의 넷째입니다. 원각사(圓覺寺)와 흥천사(興天寺)에서 조석으로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은 국가에 아무런 도움이 없고 관고(官庫)만을 낭비하는 것이니, 그 폐습의 다섯째입니다. 환관(宦官)248) 이 장가들어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은 중국의 법이 아닌데 우리 나라에서 유독 허용하여, 음양의 화(和)를 상실해서 수한(水旱)의 재앙을 부르게 되니, 그 폐습의 여섯째입니다. 육조(六曹)에서 각사에 이르기까지 둘러싸고 있는 벼슬아치들이 모두 왕성(王城)의 10리 안에서 나왔으니, 이들이 어찌 다 어질며 능한 자 이겠습니까. 연줄을 대고 세력에 붙어서 마음대로 관절(關節)249) 을 거래하고 있으니, 그 폐습의 일곱째입니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선부(膳夫)가 좌우로 있다.’ 하였는데, 지금의 사옹원(司饔院)은 바로 옛날의 선부입니다. 임금께서 드시는 선물(膳物)250) 은 모두 여러 내시들에게 맡겨져 굴러서 저자의 물건으로 되고 있사오니, 그 폐습의 여덟째입니다. 당(唐)나라 제도에는 내시가 4품 직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또 그들의 소임이란 아침 저녁으로 청소하는 일일 뿐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대우가 너무 과하여 위계가 1품에 이르니, 그 폐습의 아홉째입니다. 기전(畿甸)251) 에 수군(水軍)을 설치함은 뜻밖의 사변에 대비하는 것인데, 지금 모두들 여러 토목(土木) 일에 역사되고 그 포(浦)에 머물러 있는 수효는 3, 4명뿐이어서 사람이 견딜 수 없으니, 그 폐습의 열째입니다. 열 가지 폐습을 그대로 두고서 정사에 임하여 다스려지기를 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신은 묵은 폐습을 개혁해야만 된다는 것입니다.

3. 너그러운 법을 시행하는 일입니다. 큰 재년(災年)을 만나고 또 국상(國喪)마저 당하였으니, 경기(京畿)에 있어서는 산릉(山陵)에 부역하고 평안(平安)·황해도(黃海道)에 있어서는 사신(使臣)을 영송(迎送)하는 일이 모두 불행에서 나온 것이라, 백성이 비록 노고스러워서 원망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내년의 조세와 묵은 빚을 덜어 주어 그 노고에 보답함으로써 백성을 사랑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너그러운 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언로(言路)를 열어 놓는 일입니다. 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말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므로 옛사람이, 몸소 혈기가 두루 유통하기 때문에 막힘이 없는 것에다 비유하였으니, 그렇다면 말할 수 있는 길이란 전하의 혈기와 같아서, 반드시 두루 유통하여 막힘이 없게 한 연후라야 몸이 편안하게 되실 것입니다. 즉위하신 처음에 맨 먼저 이목(李穆) 등을 죄주시어 말하는 길을 막으시어, 만백성으로 하여금 갑자기 실망하게 하셨으니, 사직(社稷)의 복이 아니옵니다. 그러므로 신은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시라는 것입니다.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임금의 덕이 있는 것도 오직 신하에게 달렸고 임금이 덕이 없는 것도 오직 신하에게 달렸다.’ 하였으니, 신이 일찍이 서연(書筵)에서 모시고 있을 때에, 고금의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이유와 임금의 성(聖)이 되고 광(狂)이 되는 갈림길에 대하여 늘 성의껏 말씀드려 성청(聖聽)을 번거롭게 하고 이어서 울기까지 했사온데, 이제 와서 첫 정사에 맨 먼저 부처를 공양하는 일을 거행하시고 또 숨김 없이 말을 다하는 선비를 내쫓으시니, 이는 신 등의 죄입니다. 신이 본디 요속(僚屬)으로 자리에 있었으니, 만에 하나라도 계옥(啓沃)252) 하는 바가 있었다면 전하께서 어찌 이러한 과실이 있으셨겠습니까. 이는 신이 부덕한 소치입니다. 신은 지극히 격절(激切)하고 병영(屛營)253) 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하니, 예조(禮曹)에 계하(啓下)하였다.

  • [註 246] 임인년 : 1482 성종 13년.
  • [註 247] 작지(作紙) : 지금의 수수료와 비슷한 것.
  • [註 248] 환관(宦官) : 내시.
  • [註 249] 관절(關節) : 뇌물(賂物)을 통행하는 것을 이름. 《송사(宋史)》 포증전(包拯傳)에, "관절(關節)이 내왕하지 않기는 오직 포증(包拯) 늙은이가 있을 뿐이다."고 하였음. 또 고시관(考試官)이 응시자(應試者)와 몰래 소식을 통하는 것을 관절이라 함.
  • [註 250] 선물(膳物) : 음식.
  • [註 251] 기전(畿甸) : 경기.
  • [註 252] 계옥(啓沃) : 《서경(書經)》 열명편(說命篇)에 "네 마음을 열어서 내 마음에 적시어 달라.[啓乃心 沃朕心]" 하였음. 그래서 신하가 임금을 잘 보좌하는 것을 계옥(啓沃)이라 한다.
  • [註 253] 병영(屛營) : 황공(惶恐).

원문

○前昌原府使趙之瑞, 在晋州上封事曰:

臣於三月初一日, 伏覩傳旨: "大小臣民, 體予訪落之意, 各陳時宜, 實封以聞。" 臣聞, "漢 文帝初卽位, 山東吏布詔令。 民雖老羸癃疾, 扶杖而往聽之, 願少須臾毋死, 思見德化之盛。" 今我殿下, 又於新服之初, 博訪治道。 雖在草莽, 而盡言不諱, 庶輔德化之萬一。 其一曰: "親九族。" 夫堯之德, 至矣盡矣, 而《唐史》, 首美堯之德曰: "以親九族。" 者, 誠以由家, 以及於國耳。 大行殿下。 廢尹氏、削后籍, 殿下, 義不可爲毋也。 禮, 有: "爲父後者, 爲出母無服。 無服也者, 喪者, 不祭故也。" 解之者以爲然: "雖不服, 猶以心喪自居, 爲恩也。’ 然則子無絶母之理, 章章明矣。 廢后於壬寅秋薨逝, 槀葬草野, 迄今十四年, 行路悲之。 在今, 山陵有日, 不可竝擧。 竢其喪畢, 宜立別殿, 建慈陵, 以報母恩, 豈非合於心喪爲恩之典乎? 母后之族, 竝皆見謫, 賴今蒙宥。 其人賢否, 未可知也。 雖不可任之以事, 然有敦寧府, 足以祿其人, 此亦祖宗之制也。 臣嘗曰: "殿下之親九族, 莫先於報母恩, 收舅甥。" 其二曰: "革舊弊。" 初以內需(寺)〔司〕 設債, 斂散有弊, 中革之, 復如初。 及今斂散之際, 因緣爲奸, 刼奪民財, 使不得生生, 其弊, 一也。 各官, 輸納貢物, 戶曹、各司, 各徵作紙。 有不如意, 率皆點退。 《大典》則毋過二十卷, 而其實倍(徙)〔蓰〕 。 輸納人吏, 坐受負貸。 以此破産失所, 其弊, 二也。 六曹, 各有所屬司。 雖無提調, 可以摠治。 如西氷庫選上奴子, 止充三口, 而皆爲提調所奪。 以此類推, 則皆然。 其弊, 三也。 如京中所納常角弓、石淸蜜、白淸(密)〔蜜〕 、粳米, 雖極精備, 終不得納。 必備價十倍, 以授典奴, 而後得納。 其弊, 四也。 圓覺、興天寺朝夕供佛, 無補於國, 坐費公廩。 其弊, 五也。 宦官娶婦女爲室家, 非中朝法, 而國朝, 獨許之。 失陰陽之和, 召水旱之災。 其弊, 六也。 六曹至各司, 環列靑紫, 皆出於王城十里內。 是豈盡賢也, 能也哉? 因緣附勢, 恣行關節。 其弊, 七也。 《詩》云: "膳夫左右。" 今司饔院, 卽古之膳夫也。 進御膳物, 皆委諸宦官, 轉爲市物。 其弊, 八也。 唐制, 宦官毋得過四品。 且其所任者, 以朝夕備灑掃而已。 國朝待遇太過, 位至一品。 其弊, 九也。 畿甸設水軍, 以備不虞。 今皆役諸土木, 其浦所留, 止三、四名, 人不堪命。 其弊, 十也。 有此十弊, 而臨政願治, 難矣。 臣, 故曰: "革舊弊。" 其三曰: "擧寬典。" 歲丁大侵, 又有國恤。 山陵赴役如畿甸, 使臣迎送如平安、黃海, 此皆出於不幸。 民雖勞怨, 勢不得已。莫若蠲來歲之租與其舊債, 以酬其勞, 用示惠鮮之意。 臣, 故曰: "擧寬典。" 其四曰: "開言路。" 言路開則治, 言路塞則亂。 古人, 取之於身, 以血氣周流、無壅爲比。 然則言路者, 殿下之血氣也。 必使周流無壅, 然後身可安也。 卽位之初, 首罪李穆等, 以塞言路, 俾萬姓遽至缺望, 非社稷之福也。 臣, 故曰: "開言路。" 《周書》有言: "后德惟臣, 否德惟臣。" 臣嘗待罪書筵, 於古今治亂之由、人主聖狂之分, 未嘗不勤懃懇懇, 以煩聖聽, 繼之以泣。 及今初政, 首擧供佛之事、又黜盡言之儒, 此臣等之罪也。 臣素在僚屬, 脫有啓沃之萬一, 則殿下, 有何此等失耶? 此臣不德之所致耳。 臣無任激切屛營之至。

啓下禮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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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4권, 연산 1년 4월 20일 갑술 2/3 기사 /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구족을 친히함·묵은 폐습 개혁·법·언로 등에 관한 전 창원 부사 조지서의 봉사

국역

전 창원 부사(昌原府使) 조지서(趙之瑞)가 진주(晉州)에 있으면서 봉사(封事)를 올려,

"신이 3월 1일에 엎드려 전지(傳旨)를 보오니, ‘대소 신민(大小臣民)들은 나의 방락(訪落)하는 뜻을 잘 알아서 각기 시의(時宜)를 진술하여 밀봉해서 아뢰라.’ 하셨습니다. 신이 듣기로는, 한(漢) 문제(文帝)가 처음 즉위하여 산동(山東)의 관리가 조령(詔令)을 선포하니 백성이 비록 늙고 병든 자까지도 지팡이를 짚고 가서 들으며 잠깐만이라도 더 살아서 덕화의 거룩함을 보기를 원했다 하옵는데, 지금 우리 전하께서 또한 새로 즉위하시어 다스리는 도를 널리 물으시니, 비록 초야에 묻혀있는 몸일지라도 숨김 없이 다 말씀드려서 덕화의 만에 하나라도 돕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 구족(九族)을 친하는 것입니다. 무릇 요(堯)의 덕이 지극하고 극진한데, 《당사(唐史)》에 요임금의 덕을 찬미하면서 으뜸으로 구족을 친했다는 것을 들었으니, 진실로 집으로 말미암아서 나라에 미치는 때문이었습니다. 대행 전하께서 윤씨를 폐하시고 후(后)의 적(籍)을 삭제하였으니, 전하께서 의리상 어머니로 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예(禮)에 ‘자식된 자는 출모(出母)를 위하여 복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복을 입지 않는 것은 상(喪)을 당한 자가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였는데, 해석하는 자가 그렇다고 수긍하면서 ‘비록 복은 입지 않을지라도 오히려 심상(心喪)으로 자처하는 것은 은혜를 위한 것이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자식으로서 어미를 끊는 이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폐후(廢后)가 임인년246) 가을에 서거(逝去)하자 풀밭에 고장(藁葬)하여, 이제까지 14년 동안 길가는 사람들이 슬퍼하옵거니와, 현재로는 산릉(山陵)의 일이 있으므로 아울러 거행할 수 없사오나, 상(喪)이 끝난 뒤에는 마땅히 별전(別殿)을 세우고 자릉(慈陵)을 만들어서 어머니의 은혜를 보답함이 어찌 심상(心喪)으로 자처하여 은혜를 위하는 전칙(典則)에 맞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모후(母后)의 친족이 모두 다 귀양 갔다가 이제 사면받고 돌아왔는데, 그 사람들의 어질고 안 어진 것은 알 수 없으니, 비록 일자리를 맡기지는 못하지만, 돈녕부(敦寧府)가 있어 족히 그 사람들을 녹(祿) 줄 수 있으니, 이 역시 조종(祖宗)의 제도입니다. 신은 일찍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구족(九族)을 친하시는 일은 어머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구생(舅甥)을 거두는 일보다 앞설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2. 묵은 폐습을 개혁하는 일입니다. 처음에 내수시(內需寺)에서 빚을 놓았는데 거둬들이고 흩어 주고 하는 사이에 폐단이 있어 중간에 혁파했다가 다시 또 처음과 같이 하고 있으므로, 거둬들이고 흩어 주고 하는 사이에 농간을 부려 백성의 재물을 겁탈해서 활발히 살지 못하도록 하니, 그 폐습의 첫째입니다. 각 고을에서 공물(貢物)을 수송하여 바칠 적에 호조(戶曹) 각사(各司)에서 각기 작지(作紙)247) 를 거두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모두 물리치니, 《대전(大典)》에는 20권 어치를 벗어나지 말라 했지만, 실제는 배가 되므로, 수송해 바치는 인리(人吏)들이 빚을 지게 되어, 그 때문에 파산하여 있을 곳을 잃게 되니, 그 폐습의 둘째입니다. 육조(六曹)에는 각기 소속의 사(司)가 있으니, 비록 제조(提調)가 없을지라도 총괄하여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서빙고(西氷庫)에 선상(選上)한 노자(奴子)는 3명을 충당할 뿐인데 모두 제조에게 빼앗기니,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모두 그러할 것이니, 그 폐습의 셋째입니다. 경중(京中)에서 바치는 상각궁(常角弓), 석청밀(石淸蜜)·백청밀(白淸蜜)·경미(粳米) 같은 것은 비록 극히 정하게 갖추었더라도 끝내 바쳐지지 못하고, 반드시 10배의 값을 준비해서 전노(典奴)에게 주고서야 바치게 되니, 그 폐습의 넷째입니다. 원각사(圓覺寺)와 흥천사(興天寺)에서 조석으로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은 국가에 아무런 도움이 없고 관고(官庫)만을 낭비하는 것이니, 그 폐습의 다섯째입니다. 환관(宦官)248) 이 장가들어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은 중국의 법이 아닌데 우리 나라에서 유독 허용하여, 음양의 화(和)를 상실해서 수한(水旱)의 재앙을 부르게 되니, 그 폐습의 여섯째입니다. 육조(六曹)에서 각사에 이르기까지 둘러싸고 있는 벼슬아치들이 모두 왕성(王城)의 10리 안에서 나왔으니, 이들이 어찌 다 어질며 능한 자 이겠습니까. 연줄을 대고 세력에 붙어서 마음대로 관절(關節)249) 을 거래하고 있으니, 그 폐습의 일곱째입니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선부(膳夫)가 좌우로 있다.’ 하였는데, 지금의 사옹원(司饔院)은 바로 옛날의 선부입니다. 임금께서 드시는 선물(膳物)250) 은 모두 여러 내시들에게 맡겨져 굴러서 저자의 물건으로 되고 있사오니, 그 폐습의 여덟째입니다. 당(唐)나라 제도에는 내시가 4품 직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또 그들의 소임이란 아침 저녁으로 청소하는 일일 뿐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대우가 너무 과하여 위계가 1품에 이르니, 그 폐습의 아홉째입니다. 기전(畿甸)251) 에 수군(水軍)을 설치함은 뜻밖의 사변에 대비하는 것인데, 지금 모두들 여러 토목(土木) 일에 역사되고 그 포(浦)에 머물러 있는 수효는 3, 4명뿐이어서 사람이 견딜 수 없으니, 그 폐습의 열째입니다. 열 가지 폐습을 그대로 두고서 정사에 임하여 다스려지기를 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신은 묵은 폐습을 개혁해야만 된다는 것입니다.

3. 너그러운 법을 시행하는 일입니다. 큰 재년(災年)을 만나고 또 국상(國喪)마저 당하였으니, 경기(京畿)에 있어서는 산릉(山陵)에 부역하고 평안(平安)·황해도(黃海道)에 있어서는 사신(使臣)을 영송(迎送)하는 일이 모두 불행에서 나온 것이라, 백성이 비록 노고스러워서 원망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내년의 조세와 묵은 빚을 덜어 주어 그 노고에 보답함으로써 백성을 사랑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너그러운 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언로(言路)를 열어 놓는 일입니다. 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말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므로 옛사람이, 몸소 혈기가 두루 유통하기 때문에 막힘이 없는 것에다 비유하였으니, 그렇다면 말할 수 있는 길이란 전하의 혈기와 같아서, 반드시 두루 유통하여 막힘이 없게 한 연후라야 몸이 편안하게 되실 것입니다. 즉위하신 처음에 맨 먼저 이목(李穆) 등을 죄주시어 말하는 길을 막으시어, 만백성으로 하여금 갑자기 실망하게 하셨으니, 사직(社稷)의 복이 아니옵니다. 그러므로 신은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시라는 것입니다.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임금의 덕이 있는 것도 오직 신하에게 달렸고 임금이 덕이 없는 것도 오직 신하에게 달렸다.’ 하였으니, 신이 일찍이 서연(書筵)에서 모시고 있을 때에, 고금의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이유와 임금의 성(聖)이 되고 광(狂)이 되는 갈림길에 대하여 늘 성의껏 말씀드려 성청(聖聽)을 번거롭게 하고 이어서 울기까지 했사온데, 이제 와서 첫 정사에 맨 먼저 부처를 공양하는 일을 거행하시고 또 숨김 없이 말을 다하는 선비를 내쫓으시니, 이는 신 등의 죄입니다. 신이 본디 요속(僚屬)으로 자리에 있었으니, 만에 하나라도 계옥(啓沃)252) 하는 바가 있었다면 전하께서 어찌 이러한 과실이 있으셨겠습니까. 이는 신이 부덕한 소치입니다. 신은 지극히 격절(激切)하고 병영(屛營)253) 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하니, 예조(禮曹)에 계하(啓下)하였다.

  • [註 246] 임인년 : 1482 성종 13년.
  • [註 247] 작지(作紙) : 지금의 수수료와 비슷한 것.
  • [註 248] 환관(宦官) : 내시.
  • [註 249] 관절(關節) : 뇌물(賂物)을 통행하는 것을 이름. 《송사(宋史)》 포증전(包拯傳)에, "관절(關節)이 내왕하지 않기는 오직 포증(包拯) 늙은이가 있을 뿐이다."고 하였음. 또 고시관(考試官)이 응시자(應試者)와 몰래 소식을 통하는 것을 관절이라 함.
  • [註 250] 선물(膳物) : 음식.
  • [註 251] 기전(畿甸) : 경기.
  • [註 252] 계옥(啓沃) : 《서경(書經)》 열명편(說命篇)에 "네 마음을 열어서 내 마음에 적시어 달라.[啓乃心 沃朕心]" 하였음. 그래서 신하가 임금을 잘 보좌하는 것을 계옥(啓沃)이라 한다.
  • [註 253] 병영(屛營) : 황공(惶恐).

원문

○前昌原府使趙之瑞, 在晋州上封事曰:

臣於三月初一日, 伏覩傳旨: "大小臣民, 體予訪落之意, 各陳時宜, 實封以聞。" 臣聞, "漢 文帝初卽位, 山東吏布詔令。 民雖老羸癃疾, 扶杖而往聽之, 願少須臾毋死, 思見德化之盛。" 今我殿下, 又於新服之初, 博訪治道。 雖在草莽, 而盡言不諱, 庶輔德化之萬一。 其一曰: "親九族。" 夫堯之德, 至矣盡矣, 而《唐史》, 首美堯之德曰: "以親九族。" 者, 誠以由家, 以及於國耳。 大行殿下。 廢尹氏、削后籍, 殿下, 義不可爲毋也。 禮, 有: "爲父後者, 爲出母無服。 無服也者, 喪者, 不祭故也。" 解之者以爲然: "雖不服, 猶以心喪自居, 爲恩也。’ 然則子無絶母之理, 章章明矣。 廢后於壬寅秋薨逝, 槀葬草野, 迄今十四年, 行路悲之。 在今, 山陵有日, 不可竝擧。 竢其喪畢, 宜立別殿, 建慈陵, 以報母恩, 豈非合於心喪爲恩之典乎? 母后之族, 竝皆見謫, 賴今蒙宥。 其人賢否, 未可知也。 雖不可任之以事, 然有敦寧府, 足以祿其人, 此亦祖宗之制也。 臣嘗曰: "殿下之親九族, 莫先於報母恩, 收舅甥。" 其二曰: "革舊弊。" 初以內需(寺)〔司〕 設債, 斂散有弊, 中革之, 復如初。 及今斂散之際, 因緣爲奸, 刼奪民財, 使不得生生, 其弊, 一也。 各官, 輸納貢物, 戶曹、各司, 各徵作紙。 有不如意, 率皆點退。 《大典》則毋過二十卷, 而其實倍(徙)〔蓰〕 。 輸納人吏, 坐受負貸。 以此破産失所, 其弊, 二也。 六曹, 各有所屬司。 雖無提調, 可以摠治。 如西氷庫選上奴子, 止充三口, 而皆爲提調所奪。 以此類推, 則皆然。 其弊, 三也。 如京中所納常角弓、石淸蜜、白淸(密)〔蜜〕 、粳米, 雖極精備, 終不得納。 必備價十倍, 以授典奴, 而後得納。 其弊, 四也。 圓覺、興天寺朝夕供佛, 無補於國, 坐費公廩。 其弊, 五也。 宦官娶婦女爲室家, 非中朝法, 而國朝, 獨許之。 失陰陽之和, 召水旱之災。 其弊, 六也。 六曹至各司, 環列靑紫, 皆出於王城十里內。 是豈盡賢也, 能也哉? 因緣附勢, 恣行關節。 其弊, 七也。 《詩》云: "膳夫左右。" 今司饔院, 卽古之膳夫也。 進御膳物, 皆委諸宦官, 轉爲市物。 其弊, 八也。 唐制, 宦官毋得過四品。 且其所任者, 以朝夕備灑掃而已。 國朝待遇太過, 位至一品。 其弊, 九也。 畿甸設水軍, 以備不虞。 今皆役諸土木, 其浦所留, 止三、四名, 人不堪命。 其弊, 十也。 有此十弊, 而臨政願治, 難矣。 臣, 故曰: "革舊弊。" 其三曰: "擧寬典。" 歲丁大侵, 又有國恤。 山陵赴役如畿甸, 使臣迎送如平安、黃海, 此皆出於不幸。 民雖勞怨, 勢不得已。莫若蠲來歲之租與其舊債, 以酬其勞, 用示惠鮮之意。 臣, 故曰: "擧寬典。" 其四曰: "開言路。" 言路開則治, 言路塞則亂。 古人, 取之於身, 以血氣周流、無壅爲比。 然則言路者, 殿下之血氣也。 必使周流無壅, 然後身可安也。 卽位之初, 首罪李穆等, 以塞言路, 俾萬姓遽至缺望, 非社稷之福也。 臣, 故曰: "開言路。" 《周書》有言: "后德惟臣, 否德惟臣。" 臣嘗待罪書筵, 於古今治亂之由、人主聖狂之分, 未嘗不勤懃懇懇, 以煩聖聽, 繼之以泣。 及今初政, 首擧供佛之事、又黜盡言之儒, 此臣等之罪也。 臣素在僚屬, 脫有啓沃之萬一, 則殿下, 有何此等失耶? 此臣不德之所致耳。 臣無任激切屛營之至。

啓下禮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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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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