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영의정 이극배에게 교서를 내려,

"내가 어린 몸으로 외람되이 큰 업을 이어받아, 밤낮으로 공경하고 두려워하여 깊은 못에 떨어질 듯 엷은 얼음을 밟는 듯하여, 원로에게 힘입어 어려움을 처리할까 하였는데, 경은 정승인 원로요 공신으로 노숙(老宿)이라, 꾀는 능히 나랏일을 도모하고 말할 적에는 반드시 뜻을 다하여 다리와 팔이 되어 무거운 짐을 도와주더니, 다만 오랫동안 근로로 점점 병이 되어 이에 휴퇴(休退)하여 편히 정양하려 하여 글을 올려 정성을 피력(披瀝)함이 두세 번에 이르렀으매, 성의껏 만류함이 비록 간절하였으나, 청함이 더욱 굳고 또 국장(國葬)의 일을 생각하매 더욱 스스로 안정할 수 없어 겸손함을 고집하여 반드시 물러가려 하므로, 내가 만일 대의만을 따라서 억지로 소원을 어긴다면 조리를 잘못하여 병이 속히 낫기 어려울 것 같기에 이에 경의 벼슬을 거두어 한가한 곳에 나아가게 하니, 마음을 편안히 하여 몸을 보전하기를 바라노라. 아! 옛적 선정(先正)들은 비록 사퇴하였더라도 국가에서 자문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가부(可否)에 참여하였으니,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함이 어찌 반드시 벼슬에 있어야만 하랴. 옛날 일을 길이 생각하여 나의 뜻에 맞추기 바라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4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2 책 657 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