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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64권, 성종 7년 2월 25일 기해 1번째기사 1476년 명 성화(成化) 12년

근정전에서 사신들에게 연회를 베풀다

임금이 경복궁(景福宮)에 거둥하여 두 명(明)나라 사신을 청해다가 근정전(勤政殿)에서 연회(宴會)하려고 하였다. 두 사신(使臣)이 이르자 임금이 맞이하여 근정전(勤政殿)에 들어가니, 두 사신이 임금의 앞에 나아와서 말하기를,

"어제는 번거롭고 소란함이 많았는데, 오늘 또 부르심을 받으니, 전하(殿下)의 후한 뜻에 매우 감사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다만 왕림(枉臨)한 노고(勞苦)만 더하게 했을 뿐인데, 무슨 번거롭고 소란스러움이 있었겠습니까?"

하였다. 마침내 자리에 나아가서 다례(茶禮)를 행하고, 이어 연회(宴會)를 베풀었다. 술이 다섯 순배 돌아가니, 두 사신(使臣)이 술잔을 돌리게 되었다. 임금이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술잔을 쥐고서 말하기를,

"내가 맛 좋은 술이 있어서 반가운 손님을 맞아 잔치를 하게 되니, 청컨대 대인(大人)께서는 술을 다 마십시오."

하니, 정사(正使)가 말하기를,

"술을 마시는 것은 매우 좋으나, 다만 그 좋은 거동(擧動)이라는 것은 전하(殿下)를 이름입니다."

하자, 임금이 대답하기를,

"감히 〈이 말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하였다. 연회(宴會)가 장차 끝나려 하자, 두 사신(使臣)이 임금의 앞에 나아와서 말하기를,

"전하(殿下)께서 총명하고 예지(睿智)함과 위의(威儀)와 법도(法度)의 엄중(嚴重)함은 우리들이 충분히 충심(衷心)으로 탄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처음 귀국(貴國)의 경내(境內)에 들어와서 주관(州官)의 우리(郵吏)255) 를 보니 모두 학문(學問)과 예경(禮敬)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두 분의 관반(館伴)은 모두 문장에 우수(優秀)하고, 통사(通事)들도 언행(言行)을 조심하였으니, 참으로 예의(禮義)의 나라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감히 〈이 말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하였다. 마침내 길을 떠날 시기(時期)를 물으니, 두 사신(使臣)이 말하기를,

"삼가 후의(厚意)를 받들어서 다시 하루만 머물겠습니다."

하였다. 마침내 잔치를 파하고 나갔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64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1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己亥/上幸景福宮, 請天使, 宴于勤政殿。 兩使至, 上迎入勤政殿, 兩使就上前曰: "昨日旣多煩擾, 今日又見招, 深感殿下厚意。" 上曰: "秪增枉勞, 有何煩擾?" 遂就座行茶禮, 仍設宴。 酒五行, 兩使行回杯, 上行完杯, 執盞語曰: "我有旨酒, 嘉賓式燕以遨, 請大人盡飮。" 正使曰: "飮酒孔嘉, 維其令儀, 殿下之謂也。" 上答曰: "不敢當。" 宴將畢, 兩使就上前曰: "殿下聰明睿智, 儀度嚴重, 我等十分心服, 我等始入貴境, 見州官郵吏, 皆知學問禮敬。 且兩館伴俱長於文章, 通事輩亦謹愼, 眞禮義之邦也。" 上曰: "不敢當。" 遂問發程日期, 兩使曰: "敬奉厚意, 更留一日。" 遂罷黜。


  • 【태백산사고본】 10책 64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1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