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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실록1권, 예종 즉위년 10월 24일 경술 4/4 기사 / 1468년 명 성화(成化) 4년

유자광이 남이의 역모 사실을 고하니 남이를 붙잡아 실상을 묻다

국역

어두울 때에 병조 참지(兵曹參知) 유자광(柳子光)이 승정원에 나아가서 입직(入直)하는 승지 이극증(李克增)·한계순(韓繼純)에게 고하기를,

"신이 급히 계달할 일이 있습니다."

하니, 이극증 등이 유자광과 더불어 합문(閤門) 밖에 나아가서 승전 환관(承傳宦官) 안중경(安仲敬)으로 하여금 아뢰게 하였다. 임금이 유자광을 불러서 보니, 유자광이 아뢰기를,

"지난번에 신이 내병조(內兵曹)150) 에 입직하였더니 남이(南怡)도 겸 사복장(兼司僕將)으로 입직하였는데, 남이가 어두움을 타서 신에게 와서 말하기를, ‘세조께서 우리들을 대접하는 것이 아들과 다름이 없었는데 이제 나라에 큰 상사(喪事)가 있어 인심이 위태롭고 의심스러우니, 아마도 간신(姦臣)이 작란(作亂)하면 우리들은 개죽음할 것이다. 마땅히 너와 더불어 충성을 다해 세조의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다.’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어떤 간사한 사람이 있어 난(亂)을 일으키겠는가?’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김국광(金國光)이 정사를 오로지하여 재물을 탐하니 이같은 무리는 죽이는 것이 옳다. 또 노사신(盧思愼)은 매우 불초(不肖)한 자인데, 너도 아느냐?’ 하므로, 신이 대답하기를,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는가?’ 하였습니다. 오늘 저녁에 남이가 신의 집에 달려와서 말하기를, ‘혜성(彗星)이 이제까지 없어지지 아니하는데, 너도 보았느냐?’ 하기에 신이 보지 못하였다고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이제 천하(天河)151) 가운데에 있는데 광망(光芒)이 모두 희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다.’ 하기에 신이 《강목(綱目)》을 가져와서 혜성이 나타난 곳을 헤쳐 보이니, 그 주(註)에 이르기를, ‘광망이 희면 장군(將軍)이 반역(叛逆)하고 두 해에 큰 병란(兵亂)이 있다.’고 하였는데, 남이가 탄식하기를, ‘이것 역시 반드시 응(應)함이 있을 것이다.’ 하고, 조금 오랜 뒤에 또 말하기를, ‘내가 거사(擧事)하고자 하는데, 이제 주상이 선전관으로 하여금 재상의 집에 분경(奔競)하는 자를 매우 엄하게 살피니, 재상들이 반드시 싫어할 것이다. 그러나 수강궁(壽康宮)은 허술하여 거사할 수 없고 반드시 경복궁(景福宮)이라야 가하다.’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이같은 큰 일을 우리들이 어찌 능히 홀로 하겠는가? 네가 또 어떤 사람과 더불어 모의(謀議)하였느냐? 또한 주상이 반드시 창덕궁에 오래 머물 것이다.’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내가 장차 경복궁으로 옮기게 할 것이다.’ 하기에 신이 말하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하니, 남이가, ‘이는 어렵지 않다.’ 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이런 말을 내가 홀로 너와 더불어 말하였으니, 네가 비록 고할지라도 내가 숨기면 네가 반드시 죽을 것이고, 내가 비록 고할지라도 네가 숨기면 내가 죽을 것이므로, 이같은 말은 세 사람이 모여도 말할 수 없다. 또 세조가 민정(民丁)을 다 뽑아서 군사를 삼았으므로 백성의 원망이 지극히 깊으니 기회를 잃을 수 없다. 나는 호걸(豪傑)이다.’ 하였는데, 신이 술을 대접하려고 하자 이미 취했다고 말하며 마시지 아니하고 갔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니, 유자광이 대답하기를,

"밤을 타서 가서 잡으면 혹시 도망해 숨을까 두려우니,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한 사람을 시켜 명패(命牌)152) 를 가지고 부르면 나치(拿致)할 수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고, 곧 명하기를,

"어찌 반드시 날이 밝기를 기다릴 것인가?"

하고, 곧 명하여 이극증한계순을 불러, 한계순에게 명하여 입직(入直)한 사복장(司僕將) 거평군(居平君) 이복(李復)과 더불어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잡게 하고, 또 환관(宦官) 신운(申雲)에게 명하여 같이 가게 하였다. 이어서 입직한 도총관(都摠管) 노사신(盧思愼)·강곤(康袞), 병조 참판 신승선(愼承善) 등을 불러 입시하게 하고, 도총부(都摠府)에 명하여 군사로 하여금 갑옷을 두르고 궐문(闕門)을 지키게 하였으며, 선전 표신(宣傳標信)을 선전관(宣傳官)에게 주어 입직한 위장(衛將)으로 하여금 병기(兵器)를 정돈하여 각소(各所)를 나누어 지키게 하였고, 또 병조로 하여금 군사를 나누어 도성문(都城門)과 성(城)을 지키게 하였다. 명하여 밀성군 이침(李琛)·하동군 정인지(鄭麟趾) 등 여러 종친과 재추를 부르고, 또 안중경(安仲敬)으로 하여금 덕원군(德源君) 이서(李曙)·영순군(永順君) 이부(李溥)·우참찬 윤필상(尹弼商)을 불러서 입시하게 하였다. 부(溥)가 아뢰기를,

"7, 8일간을 격하여 남이가 신의 입직한 곳에 이르러 신에게 묻기를, ‘종친이 입직하는 것은 예전 예(例)대로 하는가?’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주상께서 나와 귀성군(龜城君)·하성군(河城君)이 졸곡(卒哭) 전까지 날을 번갈아 직숙(直宿)하도록 명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남이가, ‘낮에는 어떻게 하는가?’ 하기에 대답하기를, ‘낮에는 상직(常直)하되 연고가 있으면 나간다.’고 하였더니, 남이가 말할 것이 있는 듯 머뭇머뭇하다가 나갔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형편을 엿본 것이다."

하였다. 한계순·이복(李復)·신운(申雲)이 겸사복(兼司僕) 박지번(朴之蕃)·유정(柳𥇓) ·조한신(曹漢臣)과 위사(衛士)를 1백여 명을 거느리고 남이의 집에 가서 에워싸고 사람을 시켜 명패(命牌)를 가지고 부르기를 심히 급하게 하였다. 남이가 일이 발각되었는지 의심하여 없다고 속였는데, 잠시 후에 남이가 칼을 차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담을 넘어서 나갔다. 군사들이 그 머리털을 꺼두르므로 남이가 칼을 뽑으려고 하자 군사들이 함께 잡아 묶고 첩기(妾妓) 탁문아(卓文兒)를 잡아 왔다. 삼경(三更)에 임금이 수강궁의 후원(後苑) 별전(別殿)에 나아가 밀성군 이침(李琛)·영순군 부(溥)·영의정 준(浚)·하성군 정현조(鄭顯祖)·하동군 정인지(鄭麟趾)·봉원군 정창손(鄭昌孫)·고령군 신숙주(申叔舟)·상당군 한명회(韓明澮)·중추부 영사 심회(沈澮)·좌의정 박원형(朴元亨)·창녕군 조석문(曹錫文)·좌참찬 김국광(金國光)·병조 판서 박중선(朴仲善)·우참찬 윤필상(尹弼商)·파산군 조득림(趙得琳)노사신(盧思愼)·강곤(康袞)·신승선(愼承善)·복(復)과 승지(承旨)·주서(注書)·겸사복(兼司僕)·선전관(宣傳官) 등이 입시하였다. 임금이 남이에게 묻기를,

"네가 요사이 어떤 사람을 보고 어떤 일을 말하였느냐?"

하니, 남이가 대답하기를,

"신이 신정보(辛井保)를 보고 북방(北方)의 일을 의논하였고, 다른 말한 것은 없습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네가 문치빈(文致彬)을 며칟날 보았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문치빈을 본 것이 며칠 되었습니다. 신이 시폐(時弊)를 진달하고자 하여 상소를 초하는데 문치빈으로 하여금 교정하게 하였을 뿐이고 다른 말한 것은 없습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어제 오늘 중에 네가 어떤 사람을 보았느냐?"

하니, 남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망연(茫然)히 오래 있다가 말하기를,

"오늘 이지정(李之楨)의 집에 가서 서로 바둑을 두다가 인하여 말하기를, ‘북방에 일이 있으면 나라에서 반드시 나를 장수로 삼을 것인데 누가 부장(部將)을 맡을 만한가?’ 하니, 이지정이 말하기를, ‘민서(閔敍)·김견수(金堅壽)·장효손(張孝孫)이 모두 겸인지용(兼人之勇)153) 이 있으나, 장효손은 외방에 있고 김견수는 이미 현용(顯用)되었고 또 외방에 있으니, 오직 민서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드디어 민서의 집에 가서 지난해 거산(居山)의 싸움을 서로 말하고 또 북방의 성식(聲息)을 말하니, 민서도 방수(防戍)할 요지를 말하고 인하여 성변(星變)154) 을 말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성변이 이와 같으면 사람이 유리(流離)되는데 근심이 없겠는가?’ 하고 인하여 술을 마시고 나왔습니다. 또 유자광의 집에 가서 이야기하다가 곁에 있는 책상에서 《강목(綱目)》을 가져다가 혜성이 나타난 한 구절(句節)만 보았을 뿐이고 다른 의논한 것은 없습니다."

하였다. 여러 재상에게 명하여 국문(鞫問)하게 하였으나 실정을 다 말하지 아니하였다. 임금이 유자광남이를 면질(面質)하도록 명하니, 유자광남이를 불러서 남이가 말한 것을 갖추 말하였다. 남이가 비로소 유자광이 와서 계달한 것을 알고 놀라, 머리로 땅을 치며 말하기를,

"유자광이 본래 신에게 불평을 가졌기 때문에 신을 무고(誣告)한 것입니다. 신은 충의(忠義)한 선비로 평생에 악비(岳飛)155) 로 자처하였는데, 어찌 이러한 일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민서가 마침 순장(巡將)으로서 부름을 받고 왔는데, 임금이 민서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남이가 신의 집에 이르러 지난해 거산(居山)의 싸움을 말하고 또 북방의 성식(聲息)을 말하였는데, 신도 북방 장성(長城)의 이로움을 논하기를, ‘황보인(皇甫仁)이 성을 쌓을 당시에는 잘못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혜택을 입는다. 옛사람 가운데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서산(西山)에 심어서 오랑캐[胡]를 방어한 이가 있으니, 지금도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성을 쌓지 아니한 곳에 심어서 야인(野人)의 충돌을 막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고 남이도 그 이해(利害)를 진술하였는데, 인하여 말하기를, ‘천변(天變)이 이와 같으니 간신(姦臣)이 반드시 일어날 것인데, 나는 반드시 먼저 주륙(誅戮)을 받을까 염려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듣고 놀라며 말하기를, ‘간신이 누구인가?’ 하니, 남이가, ‘상당군 한명회다.’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어찌하여 일찍 계달하지 아니하는가?’ 하니, 남이가, ‘하는 것을 자세히 들은 뒤에 계달하겠다.’ 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이 말은 세 사람이 모여도 발설할 수 없다.’ 하고서 인하여 술을 마시고 갔는데, 신이 즉시 치계(馳啓)하고자 하였으나 자세히 듣지 못하였고, 또 순장(巡將)으로서 행순(行巡) 때가 급박하고 꾀함이 익숙하지 못해서 미처 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남이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신이 과연 민서와 더불어 말하였습니다. 한명회가 일찍이 신의 집에 이르러 적자(嫡子)를 세우는 일을 말하기에 신은 그 난(亂)을 꾀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니, 한명회가 자리를 피하며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남이의 집에 가서 남이와 더불어 말하지 아니하였으니, 청컨대 대변(對辨)하게 하소서."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모두 남이가 꾸민 말이니 족히 분변할 것이 못된다. 경은 자리에 나아가라."

하였다. 문치빈(文致彬)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지난번에 남이가 상소의 초안(草案)을 신에게 주어 교정하게 하였는데, 초안은 지금 신의 집에 있고 다른 말을 들은 바는 없습니다."

하였다. 이지정(李之楨)에게 물었으나 이지정의 대답이 바르지 아니하므로, 곤장 30여 대를 때리자 다만 말하기를,

"남이가 말하기를, ‘만약 올량합(兀良哈)을 치는데 나를 장수로 삼으면, 누구에게 위장(衛將)을 맡길 만하냐?’고 하기에 신이 민서·장효손을 들어 말하자 민서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탁문아(卓文兒)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남이가 요즈음 북방에 성식(聲息)이 있다고 말하고 사람을 시켜 갑옷을 수리하게 하고, 또 박자하(朴自河)·박자전(朴自田) 형제가 와서 활과 화살을 만들며, 남이는 항상 야행(夜行)의 금지를 범하고 출입하는데 물으면 꾸짖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일찍이 강 정승(康政丞)이 집에 왔는데 남이가 외청(外廳)에서 마주 대해 술을 마시었고, 또 선전관(宣傳官) 이계명(李繼命)이 교위(校尉) 5, 6인을 데리고 집에 왔다가 갔는데, 남이가 그 어미에게 고하기를, ‘첨지(僉知) 정숭로(鄭崇魯)이계명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하여 달아났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또 이지정에게 묻기를,

"네가 어려서부터 남이와 사귀어왔으니, 남이의 하는 것을 네가 모르지는 아니할 것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남이가 겸 사복장(兼司僕將)으로서 입번(入番)하였는데, 신이 가서 보니 남이《고려사(高麗史)》를 읽다가 인하여 말하기를, ‘내가 상소하여 불법(佛法)과 병위(兵衛) 등의 일을 진달하고자 한다.’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뿐입니다. 또 남이가 일찍이 신에게서 《병요(兵要)》를 배웠으나, 남이의 꾀하는 바는 신이 진실로 알지 못합니다."

하므로, 또 곤장 30여 대를 때렸으나 불복하였다. 남이의 서삼촌[孽叔] 남유(南愈)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지난번 신이 남이의 집에 가니 김창손(金昌孫)·이중순(李仲淳)이란 자가 먼저 이르렀는데, 서로 바둑도 두고 작은 과녁에 활을 쏘았으며, 다른 것은 들은 것이 없습니다."

하였는데, 곤장 20대를 때려도 불복하였다. 또 남이에게 묻기를,

"남유가 말하기를 네가 활쏘고 바둑을 두었다고 하는데, 네가 어찌하여 졸곡(卒哭) 전에 활을 쏘고 바둑을 두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신은 무인(武人)이므로 활힘[弓力]이 장차 줄어질까 두려워하여 김창손(金昌孫)·박자하(朴自河)·이중순(李仲淳)의 무리들과 더불어 활을 쏘았고, 또 조영달(趙穎達)·강이경(姜利敬)과 더불어 활을 쏘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세조의 영(靈)이 소소(昭昭)하게 빈전(殯殿)에 계시니, 너는 사실대로 말하라."

하고, 드디어 경복궁으로 옮기겠다는 등의 말은 무엇을 이르는 것이냐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소신이 어찌 능히 주상을 경복궁으로 옮기게 하겠습니까?"

하므로, 곤장을 치도록 명하였으나 그래도 불복하자 한명회가 아뢰기를,

"먼저 남이의 집 노복(奴僕)을 국문하여 상시로 왕래하는 사람을 묻게 하소서."

하였다. 명하여 곧 노비 5, 6명을 나치하여 일일이 물으니, 계집종 막가(莫加)가 대답하기를,

"요사이 정승(政丞)이라 일컫는 이가 왔었습니다."

하니, 한명회가 묻기를,

"지금 정승이 많은데 네가 본 이는 누구냐?"

하니, 막가가 말하기를,

"성명은 알지 못하고 검은 수염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자, 강순(康純)이 앉아 있다가 자리를 피하며 말하기를,

"신이 강 태감(姜太監)의 집을 사고자 하여 남이의 집을 지나면서 들어갔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8책 285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 [註 150] 내병조(內兵曹) : 조선조 때 궁중에서 시위(侍衛)·의장(儀仗)에 관한 사무를 맡아 보던 병조에 딸린 관아.
  • [註 151] 천하(天河) : 은하수.
  • [註 152] 명패(命牌) : 위쪽에 ‘명(命)’자를 쓰고 붉은 칠을 한 나무패. 임금의 명으로 3품 이상의 벼슬아치를 부를 때, 이 패에 성명을 써서 돌렸음. 이 패를 받고 올 뜻이 있으면 ‘진(進)’, 안 올 때는 ‘부진(不進)’이라고 써서 도로 바치었음.
  • [註 153] 겸인지용(兼人之勇) : 많은 사람을 당해낼 만한 용기.
  • [註 154] 성변(星變) : 혜성이 나타난 일.
  • [註 155] 악비(岳飛) : 남송(南宋) 때의 무장으로 충의가 뛰어났음.

원문

○昏, 兵曹參知柳子光, 詣承政院, 告入直承旨李克增韓繼純曰: "臣有急啓事。" 克增等與子光, 進閤門外, 令承傳宦官安仲敬以啓。 上召見子光, 子光啓曰: "曩臣入直內兵曹, 南怡亦以兼司僕將入直, 乘昏來語臣曰: ‘世祖待吾輩, 無異於子, 今國有大喪, 人心危疑, 恐姦臣作亂, 則吾輩浪死。 當與汝盡忠, 以報世祖之恩。’ 臣答曰: ‘有何姦人爲亂?’ 曰: ‘金國光專政貪婪, 如此輩誅之可也。 且盧思愼甚不肖者也, 汝亦知之乎?’ 臣答曰: ‘何爲發此言?’ 今夕馳到臣家, 言: ‘慧星至今不滅, 汝亦見之乎?’ 臣曰: ‘不見。’ 曰: ‘今在天河中, 光芒俱白, 不可易見。’ 臣取《綱目》, 披示慧星見處, 註曰: ‘光芒白, 將軍逆, 二歲兵大亂。’ 嘆曰: ‘此亦必有應矣。’ 良久, 又曰: ‘吾欲擧事, 今主上使宣傳官, 伺察宰相家奔競者甚嚴, 宰相必厭之矣。 然於壽康宮則虛疎, 不可擧事, 必景福宮然後可也。’ 臣曰: ‘如此大事, 吾輩何能獨爲? 汝又與何人謀? 且上必久御昌德宮。’ 曰: ‘吾將使移景福宮。’ 臣曰: ‘何以爲之?’ 曰: ‘此不難。’ 仍曰: ‘此等語, 吾獨與汝言之, 汝雖告, 吾諱之, 汝必死, 吾雖告, 汝諱之, 吾必死。 此等語, 三人會則不可言也。 且世祖盡刷民丁爲兵, 民怨至深, 機不可失。 吾豪傑之士也。’ 臣欲饋酒, 辭以已醉, 不飮而去。" 上曰: "然則何以處之?" 子光對曰: "乘夜往捕, 恐或亡匿, 待天明, 令一人齎命牌召之, 則可致矣。" 上曰: "然。" 尋命曰: "何必待明?" 卽命召克增繼純, 命繼純與入直司僕將居平君 , 率軍士往捕之, 又命宦官申雲偕往。 仍召入直都摠管盧思愼康袞、兵曹參判愼承善等入侍, 命都摠府, 令軍士環甲守闕門, 以宣傳標信, 授宣傳官, 令入直衛將, 整戎器分守各所。 又令兵曹分軍士, 守都城門及城上。 命召密城君 河東君 鄭麟趾等諸宗宰, 又令仲敬, 召德源君 永順君 、右參贊尹弼商入侍。 啓曰: "退隔七八日間, 南怡到臣入直處, 問臣曰: ‘宗親入直, 依舊例乎?’ 臣答曰: ‘上命吾與龜城君河城君, 卒哭前更日直宿。’ 曰: ‘晝則何如?’ 答曰: ‘晝則常直, 有故則出。’ 若有所言, 囁嚅而去。" 上曰: "必覘候也。" 繼純, 率兼司僕朴之蕃柳𥇓曺漢臣及衛士百餘人, 到家圍之, 使人持命牌, 召之甚急。 疑事覺, 紿以不在, 俄而佩劎執弓矢, 踰墻而出。 軍士捽其髮, 將拔劎, 軍士共縛之, 竝執妾妓卓文兒以來。 三更, 上御壽康宮後苑別殿, 召密城君 永順君 、領議政河城君 鄭顯祖河東君 鄭麟趾蓬原君 鄭昌孫高靈君申叔舟上黨君 韓明澮、中樞府領事沈澮、左議政朴元亨昌靈君 曺錫文、左參贊金國光、兵曹判書朴仲善、右參贊尹弼商巴山君 趙得琳, 及思愼承善, 承旨、注書、兼司僕、宣傳官等入侍。 上問曰: "汝近日見何人, 語何事乎?" 對曰: "臣見辛井保, 論北方之事, 他無所言。" 又問: "汝見文致彬幾日乎?" 對曰: "見致彬有日。 臣欲陳時弊草疏, 令致彬斤正而已, 他無所言。" 又問: "昨今日中, 汝見何人乎?" 若不記, 茫然良久曰: "今日往李之楨家, 相與圍碁, 因言: ‘北方有事, 則國家必以我爲將, 誰可任部將者?’ 之楨曰: ‘閔叙金堅壽張孝孫, 皆有兼人之勇, 然孝孫在外, 堅壽已顯用, 又在外, 唯可也。’ 臣遂往家, 相與言去年居山之戰, 又言北方聲息, 亦論防戍之要, 因言星變事, 臣答曰: ‘星變如此, 則人物流離, 其無憂乎?’ 仍飮酒辭出。 又往柳子光家論話, 旁有書床, 取《綱目》, 覽彗星見一節, 他無所論。" 命諸宰相鞫之, 不輸情。 上命子光面質, 子光, 具道所言。 始知子光來啓而驚, 以頭擊地曰: "子光素不快於臣, 故誣臣。 臣忠義之士, 平生以岳飛自許, 安有是事?" 適以巡將, 承召而來, 上問, 對曰: "到臣家, 語前年居山之戰, 又言北方聲息, 臣亦論北方長城之利曰: ‘皇甫仁築城當時, 以爲非, 然至今賴之。 古人有植楡柳於西山, 以防胡者, 今亦植楡柳於未築城之處, 以防野人之衝突可也。’ 亦陳其利害, 因言: ‘天變如此, 姦臣必起, 吾慮其必先受誅戮也。’ 臣聞之驚曰: ‘姦臣誰歟?’ 曰: ‘上黨君 韓明澮。’ 臣曰: ‘何不早啓?’ 曰: ‘欲詳聞所爲而啓。’ 因曰: ‘此言若三人會則不可發也。’ 因飮酒醉去, 臣欲卽馳啓, 未得詳聞, 又以巡將行巡時迫, 計之未熟, 未及啓。" 下問, 對曰: "臣果與言之。 明澮嘗到臣家, 言立嫡之事, 臣知其謀亂。" 明澮避位啓曰: "臣未嘗往家與言, 請對辨。" 上曰: "此皆詐飾之言, 不足辨也。 卿其就坐。" 問致彬, 對曰: "向者以疏草, 授臣令斤正, 草今在臣家, 他無所聞。" 問之楨, 之楨對不直, 杖三十餘下, 但云: "言: ‘若伐兀良哈, 而以我爲將, 則誰可任衛將者?’ 臣歷言閔叙張孝孫曰: ‘乃可矣。’" 問卓文兒, 對曰: "言近有北方聲息, 令人修甲, 又有朴自河自田兄弟, 來治弓矢, 常犯夜出入, 問之則叱而不言。 嘗有康政丞至家, 於外廳, 相對飮酒, 又宣傳官李繼命, 率校尉五六人, 到家而去, 告其母曰: ‘僉知崇魯, 見繼命驚惶走出。’" 又問之楨: "汝自少交南怡, 之所爲, 汝非不知。" 對曰: "以兼司僕將入番, 臣往見之, 《高麗史》, 因語曰: ‘我欲上疏, 陳佛法兵衛等事。’ 聞此言而已。 且嘗學《兵要》於臣, 之所謀, 臣實不知。" 又杖三十餘下不服, 問孽叔南愈, 對曰: "日者, 臣往家, 有金昌孫李仲淳者先到, 相與碁奕, 射小的, 餘無聞。" 杖二十下不服。 又問曰: "南愈言汝射的奕碁, 汝何卒哭前射的奕碁乎?" 對曰: "臣武人也, 恐弓力將損, 與金昌孫朴自河李仲淳輩共射, 又與趙穎達姜利敬射。" 上曰: "世祖之靈, 昭昭在殯殿, 汝言之以實。" 遂問移御景福宮等語何謂也。 對曰: "小臣安能使主上, 移御景福宮乎?" 命杖之, 猶不服。 明澮啓曰: "先鞫家奴僕, 以問常時往來之人。" 命卽拿致奴婢五六名, 一一問之, 婢莫加對曰: "近日有稱政丞者來。" 明澮問曰: "今之政丞多矣, 汝所見者誰耶?" 莫加曰: "姓名則不知, 面黑髯多之人也。" 時, 康純在坐, 避席曰: "臣欲買姜太監之家, 歷入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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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 병조 참지(兵曹參知) 유자광(柳子光)이 승정원에 나아가서 입직(入直)하는 승지 이극증(李克增)·한계순(韓繼純)에게 고하기를,

"신이 급히 계달할 일이 있습니다."

하니, 이극증 등이 유자광과 더불어 합문(閤門) 밖에 나아가서 승전 환관(承傳宦官) 안중경(安仲敬)으로 하여금 아뢰게 하였다. 임금이 유자광을 불러서 보니, 유자광이 아뢰기를,

"지난번에 신이 내병조(內兵曹)150) 에 입직하였더니 남이(南怡)도 겸 사복장(兼司僕將)으로 입직하였는데, 남이가 어두움을 타서 신에게 와서 말하기를, ‘세조께서 우리들을 대접하는 것이 아들과 다름이 없었는데 이제 나라에 큰 상사(喪事)가 있어 인심이 위태롭고 의심스러우니, 아마도 간신(姦臣)이 작란(作亂)하면 우리들은 개죽음할 것이다. 마땅히 너와 더불어 충성을 다해 세조의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다.’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어떤 간사한 사람이 있어 난(亂)을 일으키겠는가?’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김국광(金國光)이 정사를 오로지하여 재물을 탐하니 이같은 무리는 죽이는 것이 옳다. 또 노사신(盧思愼)은 매우 불초(不肖)한 자인데, 너도 아느냐?’ 하므로, 신이 대답하기를,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는가?’ 하였습니다. 오늘 저녁에 남이가 신의 집에 달려와서 말하기를, ‘혜성(彗星)이 이제까지 없어지지 아니하는데, 너도 보았느냐?’ 하기에 신이 보지 못하였다고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이제 천하(天河)151) 가운데에 있는데 광망(光芒)이 모두 희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다.’ 하기에 신이 《강목(綱目)》을 가져와서 혜성이 나타난 곳을 헤쳐 보이니, 그 주(註)에 이르기를, ‘광망이 희면 장군(將軍)이 반역(叛逆)하고 두 해에 큰 병란(兵亂)이 있다.’고 하였는데, 남이가 탄식하기를, ‘이것 역시 반드시 응(應)함이 있을 것이다.’ 하고, 조금 오랜 뒤에 또 말하기를, ‘내가 거사(擧事)하고자 하는데, 이제 주상이 선전관으로 하여금 재상의 집에 분경(奔競)하는 자를 매우 엄하게 살피니, 재상들이 반드시 싫어할 것이다. 그러나 수강궁(壽康宮)은 허술하여 거사할 수 없고 반드시 경복궁(景福宮)이라야 가하다.’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이같은 큰 일을 우리들이 어찌 능히 홀로 하겠는가? 네가 또 어떤 사람과 더불어 모의(謀議)하였느냐? 또한 주상이 반드시 창덕궁에 오래 머물 것이다.’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내가 장차 경복궁으로 옮기게 할 것이다.’ 하기에 신이 말하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하니, 남이가, ‘이는 어렵지 않다.’ 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이런 말을 내가 홀로 너와 더불어 말하였으니, 네가 비록 고할지라도 내가 숨기면 네가 반드시 죽을 것이고, 내가 비록 고할지라도 네가 숨기면 내가 죽을 것이므로, 이같은 말은 세 사람이 모여도 말할 수 없다. 또 세조가 민정(民丁)을 다 뽑아서 군사를 삼았으므로 백성의 원망이 지극히 깊으니 기회를 잃을 수 없다. 나는 호걸(豪傑)이다.’ 하였는데, 신이 술을 대접하려고 하자 이미 취했다고 말하며 마시지 아니하고 갔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니, 유자광이 대답하기를,

"밤을 타서 가서 잡으면 혹시 도망해 숨을까 두려우니,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한 사람을 시켜 명패(命牌)152) 를 가지고 부르면 나치(拿致)할 수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고, 곧 명하기를,

"어찌 반드시 날이 밝기를 기다릴 것인가?"

하고, 곧 명하여 이극증한계순을 불러, 한계순에게 명하여 입직(入直)한 사복장(司僕將) 거평군(居平君) 이복(李復)과 더불어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잡게 하고, 또 환관(宦官) 신운(申雲)에게 명하여 같이 가게 하였다. 이어서 입직한 도총관(都摠管) 노사신(盧思愼)·강곤(康袞), 병조 참판 신승선(愼承善) 등을 불러 입시하게 하고, 도총부(都摠府)에 명하여 군사로 하여금 갑옷을 두르고 궐문(闕門)을 지키게 하였으며, 선전 표신(宣傳標信)을 선전관(宣傳官)에게 주어 입직한 위장(衛將)으로 하여금 병기(兵器)를 정돈하여 각소(各所)를 나누어 지키게 하였고, 또 병조로 하여금 군사를 나누어 도성문(都城門)과 성(城)을 지키게 하였다. 명하여 밀성군 이침(李琛)·하동군 정인지(鄭麟趾) 등 여러 종친과 재추를 부르고, 또 안중경(安仲敬)으로 하여금 덕원군(德源君) 이서(李曙)·영순군(永順君) 이부(李溥)·우참찬 윤필상(尹弼商)을 불러서 입시하게 하였다. 부(溥)가 아뢰기를,

"7, 8일간을 격하여 남이가 신의 입직한 곳에 이르러 신에게 묻기를, ‘종친이 입직하는 것은 예전 예(例)대로 하는가?’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주상께서 나와 귀성군(龜城君)·하성군(河城君)이 졸곡(卒哭) 전까지 날을 번갈아 직숙(直宿)하도록 명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남이가, ‘낮에는 어떻게 하는가?’ 하기에 대답하기를, ‘낮에는 상직(常直)하되 연고가 있으면 나간다.’고 하였더니, 남이가 말할 것이 있는 듯 머뭇머뭇하다가 나갔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형편을 엿본 것이다."

하였다. 한계순·이복(李復)·신운(申雲)이 겸사복(兼司僕) 박지번(朴之蕃)·유정(柳𥇓) ·조한신(曹漢臣)과 위사(衛士)를 1백여 명을 거느리고 남이의 집에 가서 에워싸고 사람을 시켜 명패(命牌)를 가지고 부르기를 심히 급하게 하였다. 남이가 일이 발각되었는지 의심하여 없다고 속였는데, 잠시 후에 남이가 칼을 차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담을 넘어서 나갔다. 군사들이 그 머리털을 꺼두르므로 남이가 칼을 뽑으려고 하자 군사들이 함께 잡아 묶고 첩기(妾妓) 탁문아(卓文兒)를 잡아 왔다. 삼경(三更)에 임금이 수강궁의 후원(後苑) 별전(別殿)에 나아가 밀성군 이침(李琛)·영순군 부(溥)·영의정 준(浚)·하성군 정현조(鄭顯祖)·하동군 정인지(鄭麟趾)·봉원군 정창손(鄭昌孫)·고령군 신숙주(申叔舟)·상당군 한명회(韓明澮)·중추부 영사 심회(沈澮)·좌의정 박원형(朴元亨)·창녕군 조석문(曹錫文)·좌참찬 김국광(金國光)·병조 판서 박중선(朴仲善)·우참찬 윤필상(尹弼商)·파산군 조득림(趙得琳)노사신(盧思愼)·강곤(康袞)·신승선(愼承善)·복(復)과 승지(承旨)·주서(注書)·겸사복(兼司僕)·선전관(宣傳官) 등이 입시하였다. 임금이 남이에게 묻기를,

"네가 요사이 어떤 사람을 보고 어떤 일을 말하였느냐?"

하니, 남이가 대답하기를,

"신이 신정보(辛井保)를 보고 북방(北方)의 일을 의논하였고, 다른 말한 것은 없습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네가 문치빈(文致彬)을 며칟날 보았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문치빈을 본 것이 며칠 되었습니다. 신이 시폐(時弊)를 진달하고자 하여 상소를 초하는데 문치빈으로 하여금 교정하게 하였을 뿐이고 다른 말한 것은 없습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어제 오늘 중에 네가 어떤 사람을 보았느냐?"

하니, 남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망연(茫然)히 오래 있다가 말하기를,

"오늘 이지정(李之楨)의 집에 가서 서로 바둑을 두다가 인하여 말하기를, ‘북방에 일이 있으면 나라에서 반드시 나를 장수로 삼을 것인데 누가 부장(部將)을 맡을 만한가?’ 하니, 이지정이 말하기를, ‘민서(閔敍)·김견수(金堅壽)·장효손(張孝孫)이 모두 겸인지용(兼人之勇)153) 이 있으나, 장효손은 외방에 있고 김견수는 이미 현용(顯用)되었고 또 외방에 있으니, 오직 민서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드디어 민서의 집에 가서 지난해 거산(居山)의 싸움을 서로 말하고 또 북방의 성식(聲息)을 말하니, 민서도 방수(防戍)할 요지를 말하고 인하여 성변(星變)154) 을 말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성변이 이와 같으면 사람이 유리(流離)되는데 근심이 없겠는가?’ 하고 인하여 술을 마시고 나왔습니다. 또 유자광의 집에 가서 이야기하다가 곁에 있는 책상에서 《강목(綱目)》을 가져다가 혜성이 나타난 한 구절(句節)만 보았을 뿐이고 다른 의논한 것은 없습니다."

하였다. 여러 재상에게 명하여 국문(鞫問)하게 하였으나 실정을 다 말하지 아니하였다. 임금이 유자광남이를 면질(面質)하도록 명하니, 유자광남이를 불러서 남이가 말한 것을 갖추 말하였다. 남이가 비로소 유자광이 와서 계달한 것을 알고 놀라, 머리로 땅을 치며 말하기를,

"유자광이 본래 신에게 불평을 가졌기 때문에 신을 무고(誣告)한 것입니다. 신은 충의(忠義)한 선비로 평생에 악비(岳飛)155) 로 자처하였는데, 어찌 이러한 일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민서가 마침 순장(巡將)으로서 부름을 받고 왔는데, 임금이 민서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남이가 신의 집에 이르러 지난해 거산(居山)의 싸움을 말하고 또 북방의 성식(聲息)을 말하였는데, 신도 북방 장성(長城)의 이로움을 논하기를, ‘황보인(皇甫仁)이 성을 쌓을 당시에는 잘못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혜택을 입는다. 옛사람 가운데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서산(西山)에 심어서 오랑캐[胡]를 방어한 이가 있으니, 지금도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성을 쌓지 아니한 곳에 심어서 야인(野人)의 충돌을 막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고 남이도 그 이해(利害)를 진술하였는데, 인하여 말하기를, ‘천변(天變)이 이와 같으니 간신(姦臣)이 반드시 일어날 것인데, 나는 반드시 먼저 주륙(誅戮)을 받을까 염려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듣고 놀라며 말하기를, ‘간신이 누구인가?’ 하니, 남이가, ‘상당군 한명회다.’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어찌하여 일찍 계달하지 아니하는가?’ 하니, 남이가, ‘하는 것을 자세히 들은 뒤에 계달하겠다.’ 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이 말은 세 사람이 모여도 발설할 수 없다.’ 하고서 인하여 술을 마시고 갔는데, 신이 즉시 치계(馳啓)하고자 하였으나 자세히 듣지 못하였고, 또 순장(巡將)으로서 행순(行巡) 때가 급박하고 꾀함이 익숙하지 못해서 미처 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남이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신이 과연 민서와 더불어 말하였습니다. 한명회가 일찍이 신의 집에 이르러 적자(嫡子)를 세우는 일을 말하기에 신은 그 난(亂)을 꾀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니, 한명회가 자리를 피하며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남이의 집에 가서 남이와 더불어 말하지 아니하였으니, 청컨대 대변(對辨)하게 하소서."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모두 남이가 꾸민 말이니 족히 분변할 것이 못된다. 경은 자리에 나아가라."

하였다. 문치빈(文致彬)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지난번에 남이가 상소의 초안(草案)을 신에게 주어 교정하게 하였는데, 초안은 지금 신의 집에 있고 다른 말을 들은 바는 없습니다."

하였다. 이지정(李之楨)에게 물었으나 이지정의 대답이 바르지 아니하므로, 곤장 30여 대를 때리자 다만 말하기를,

"남이가 말하기를, ‘만약 올량합(兀良哈)을 치는데 나를 장수로 삼으면, 누구에게 위장(衛將)을 맡길 만하냐?’고 하기에 신이 민서·장효손을 들어 말하자 민서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탁문아(卓文兒)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남이가 요즈음 북방에 성식(聲息)이 있다고 말하고 사람을 시켜 갑옷을 수리하게 하고, 또 박자하(朴自河)·박자전(朴自田) 형제가 와서 활과 화살을 만들며, 남이는 항상 야행(夜行)의 금지를 범하고 출입하는데 물으면 꾸짖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일찍이 강 정승(康政丞)이 집에 왔는데 남이가 외청(外廳)에서 마주 대해 술을 마시었고, 또 선전관(宣傳官) 이계명(李繼命)이 교위(校尉) 5, 6인을 데리고 집에 왔다가 갔는데, 남이가 그 어미에게 고하기를, ‘첨지(僉知) 정숭로(鄭崇魯)이계명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하여 달아났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또 이지정에게 묻기를,

"네가 어려서부터 남이와 사귀어왔으니, 남이의 하는 것을 네가 모르지는 아니할 것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남이가 겸 사복장(兼司僕將)으로서 입번(入番)하였는데, 신이 가서 보니 남이《고려사(高麗史)》를 읽다가 인하여 말하기를, ‘내가 상소하여 불법(佛法)과 병위(兵衛) 등의 일을 진달하고자 한다.’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뿐입니다. 또 남이가 일찍이 신에게서 《병요(兵要)》를 배웠으나, 남이의 꾀하는 바는 신이 진실로 알지 못합니다."

하므로, 또 곤장 30여 대를 때렸으나 불복하였다. 남이의 서삼촌[孽叔] 남유(南愈)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지난번 신이 남이의 집에 가니 김창손(金昌孫)·이중순(李仲淳)이란 자가 먼저 이르렀는데, 서로 바둑도 두고 작은 과녁에 활을 쏘았으며, 다른 것은 들은 것이 없습니다."

하였는데, 곤장 20대를 때려도 불복하였다. 또 남이에게 묻기를,

"남유가 말하기를 네가 활쏘고 바둑을 두었다고 하는데, 네가 어찌하여 졸곡(卒哭) 전에 활을 쏘고 바둑을 두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신은 무인(武人)이므로 활힘[弓力]이 장차 줄어질까 두려워하여 김창손(金昌孫)·박자하(朴自河)·이중순(李仲淳)의 무리들과 더불어 활을 쏘았고, 또 조영달(趙穎達)·강이경(姜利敬)과 더불어 활을 쏘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세조의 영(靈)이 소소(昭昭)하게 빈전(殯殿)에 계시니, 너는 사실대로 말하라."

하고, 드디어 경복궁으로 옮기겠다는 등의 말은 무엇을 이르는 것이냐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소신이 어찌 능히 주상을 경복궁으로 옮기게 하겠습니까?"

하므로, 곤장을 치도록 명하였으나 그래도 불복하자 한명회가 아뢰기를,

"먼저 남이의 집 노복(奴僕)을 국문하여 상시로 왕래하는 사람을 묻게 하소서."

하였다. 명하여 곧 노비 5, 6명을 나치하여 일일이 물으니, 계집종 막가(莫加)가 대답하기를,

"요사이 정승(政丞)이라 일컫는 이가 왔었습니다."

하니, 한명회가 묻기를,

"지금 정승이 많은데 네가 본 이는 누구냐?"

하니, 막가가 말하기를,

"성명은 알지 못하고 검은 수염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자, 강순(康純)이 앉아 있다가 자리를 피하며 말하기를,

"신이 강 태감(姜太監)의 집을 사고자 하여 남이의 집을 지나면서 들어갔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8책 285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 [註 150] 내병조(內兵曹) : 조선조 때 궁중에서 시위(侍衛)·의장(儀仗)에 관한 사무를 맡아 보던 병조에 딸린 관아.
  • [註 151] 천하(天河) : 은하수.
  • [註 152] 명패(命牌) : 위쪽에 ‘명(命)’자를 쓰고 붉은 칠을 한 나무패. 임금의 명으로 3품 이상의 벼슬아치를 부를 때, 이 패에 성명을 써서 돌렸음. 이 패를 받고 올 뜻이 있으면 ‘진(進)’, 안 올 때는 ‘부진(不進)’이라고 써서 도로 바치었음.
  • [註 153] 겸인지용(兼人之勇) : 많은 사람을 당해낼 만한 용기.
  • [註 154] 성변(星變) : 혜성이 나타난 일.
  • [註 155] 악비(岳飛) : 남송(南宋) 때의 무장으로 충의가 뛰어났음.

원문

○昏, 兵曹參知柳子光, 詣承政院, 告入直承旨李克增韓繼純曰: "臣有急啓事。" 克增等與子光, 進閤門外, 令承傳宦官安仲敬以啓。 上召見子光, 子光啓曰: "曩臣入直內兵曹, 南怡亦以兼司僕將入直, 乘昏來語臣曰: ‘世祖待吾輩, 無異於子, 今國有大喪, 人心危疑, 恐姦臣作亂, 則吾輩浪死。 當與汝盡忠, 以報世祖之恩。’ 臣答曰: ‘有何姦人爲亂?’ 曰: ‘金國光專政貪婪, 如此輩誅之可也。 且盧思愼甚不肖者也, 汝亦知之乎?’ 臣答曰: ‘何爲發此言?’ 今夕馳到臣家, 言: ‘慧星至今不滅, 汝亦見之乎?’ 臣曰: ‘不見。’ 曰: ‘今在天河中, 光芒俱白, 不可易見。’ 臣取《綱目》, 披示慧星見處, 註曰: ‘光芒白, 將軍逆, 二歲兵大亂。’ 嘆曰: ‘此亦必有應矣。’ 良久, 又曰: ‘吾欲擧事, 今主上使宣傳官, 伺察宰相家奔競者甚嚴, 宰相必厭之矣。 然於壽康宮則虛疎, 不可擧事, 必景福宮然後可也。’ 臣曰: ‘如此大事, 吾輩何能獨爲? 汝又與何人謀? 且上必久御昌德宮。’ 曰: ‘吾將使移景福宮。’ 臣曰: ‘何以爲之?’ 曰: ‘此不難。’ 仍曰: ‘此等語, 吾獨與汝言之, 汝雖告, 吾諱之, 汝必死, 吾雖告, 汝諱之, 吾必死。 此等語, 三人會則不可言也。 且世祖盡刷民丁爲兵, 民怨至深, 機不可失。 吾豪傑之士也。’ 臣欲饋酒, 辭以已醉, 不飮而去。" 上曰: "然則何以處之?" 子光對曰: "乘夜往捕, 恐或亡匿, 待天明, 令一人齎命牌召之, 則可致矣。" 上曰: "然。" 尋命曰: "何必待明?" 卽命召克增繼純, 命繼純與入直司僕將居平君 , 率軍士往捕之, 又命宦官申雲偕往。 仍召入直都摠管盧思愼康袞、兵曹參判愼承善等入侍, 命都摠府, 令軍士環甲守闕門, 以宣傳標信, 授宣傳官, 令入直衛將, 整戎器分守各所。 又令兵曹分軍士, 守都城門及城上。 命召密城君 河東君 鄭麟趾等諸宗宰, 又令仲敬, 召德源君 永順君 、右參贊尹弼商入侍。 啓曰: "退隔七八日間, 南怡到臣入直處, 問臣曰: ‘宗親入直, 依舊例乎?’ 臣答曰: ‘上命吾與龜城君河城君, 卒哭前更日直宿。’ 曰: ‘晝則何如?’ 答曰: ‘晝則常直, 有故則出。’ 若有所言, 囁嚅而去。" 上曰: "必覘候也。" 繼純, 率兼司僕朴之蕃柳𥇓曺漢臣及衛士百餘人, 到家圍之, 使人持命牌, 召之甚急。 疑事覺, 紿以不在, 俄而佩劎執弓矢, 踰墻而出。 軍士捽其髮, 將拔劎, 軍士共縛之, 竝執妾妓卓文兒以來。 三更, 上御壽康宮後苑別殿, 召密城君 永順君 、領議政河城君 鄭顯祖河東君 鄭麟趾蓬原君 鄭昌孫高靈君申叔舟上黨君 韓明澮、中樞府領事沈澮、左議政朴元亨昌靈君 曺錫文、左參贊金國光、兵曹判書朴仲善、右參贊尹弼商巴山君 趙得琳, 及思愼承善, 承旨、注書、兼司僕、宣傳官等入侍。 上問曰: "汝近日見何人, 語何事乎?" 對曰: "臣見辛井保, 論北方之事, 他無所言。" 又問: "汝見文致彬幾日乎?" 對曰: "見致彬有日。 臣欲陳時弊草疏, 令致彬斤正而已, 他無所言。" 又問: "昨今日中, 汝見何人乎?" 若不記, 茫然良久曰: "今日往李之楨家, 相與圍碁, 因言: ‘北方有事, 則國家必以我爲將, 誰可任部將者?’ 之楨曰: ‘閔叙金堅壽張孝孫, 皆有兼人之勇, 然孝孫在外, 堅壽已顯用, 又在外, 唯可也。’ 臣遂往家, 相與言去年居山之戰, 又言北方聲息, 亦論防戍之要, 因言星變事, 臣答曰: ‘星變如此, 則人物流離, 其無憂乎?’ 仍飮酒辭出。 又往柳子光家論話, 旁有書床, 取《綱目》, 覽彗星見一節, 他無所論。" 命諸宰相鞫之, 不輸情。 上命子光面質, 子光, 具道所言。 始知子光來啓而驚, 以頭擊地曰: "子光素不快於臣, 故誣臣。 臣忠義之士, 平生以岳飛自許, 安有是事?" 適以巡將, 承召而來, 上問, 對曰: "到臣家, 語前年居山之戰, 又言北方聲息, 臣亦論北方長城之利曰: ‘皇甫仁築城當時, 以爲非, 然至今賴之。 古人有植楡柳於西山, 以防胡者, 今亦植楡柳於未築城之處, 以防野人之衝突可也。’ 亦陳其利害, 因言: ‘天變如此, 姦臣必起, 吾慮其必先受誅戮也。’ 臣聞之驚曰: ‘姦臣誰歟?’ 曰: ‘上黨君 韓明澮。’ 臣曰: ‘何不早啓?’ 曰: ‘欲詳聞所爲而啓。’ 因曰: ‘此言若三人會則不可發也。’ 因飮酒醉去, 臣欲卽馳啓, 未得詳聞, 又以巡將行巡時迫, 計之未熟, 未及啓。" 下問, 對曰: "臣果與言之。 明澮嘗到臣家, 言立嫡之事, 臣知其謀亂。" 明澮避位啓曰: "臣未嘗往家與言, 請對辨。" 上曰: "此皆詐飾之言, 不足辨也。 卿其就坐。" 問致彬, 對曰: "向者以疏草, 授臣令斤正, 草今在臣家, 他無所聞。" 問之楨, 之楨對不直, 杖三十餘下, 但云: "言: ‘若伐兀良哈, 而以我爲將, 則誰可任衛將者?’ 臣歷言閔叙張孝孫曰: ‘乃可矣。’" 問卓文兒, 對曰: "言近有北方聲息, 令人修甲, 又有朴自河自田兄弟, 來治弓矢, 常犯夜出入, 問之則叱而不言。 嘗有康政丞至家, 於外廳, 相對飮酒, 又宣傳官李繼命, 率校尉五六人, 到家而去, 告其母曰: ‘僉知崇魯, 見繼命驚惶走出。’" 又問之楨: "汝自少交南怡, 之所爲, 汝非不知。" 對曰: "以兼司僕將入番, 臣往見之, 《高麗史》, 因語曰: ‘我欲上疏, 陳佛法兵衛等事。’ 聞此言而已。 且嘗學《兵要》於臣, 之所謀, 臣實不知。" 又杖三十餘下不服, 問孽叔南愈, 對曰: "日者, 臣往家, 有金昌孫李仲淳者先到, 相與碁奕, 射小的, 餘無聞。" 杖二十下不服。 又問曰: "南愈言汝射的奕碁, 汝何卒哭前射的奕碁乎?" 對曰: "臣武人也, 恐弓力將損, 與金昌孫朴自河李仲淳輩共射, 又與趙穎達姜利敬射。" 上曰: "世祖之靈, 昭昭在殯殿, 汝言之以實。" 遂問移御景福宮等語何謂也。 對曰: "小臣安能使主上, 移御景福宮乎?" 命杖之, 猶不服。 明澮啓曰: "先鞫家奴僕, 以問常時往來之人。" 命卽拿致奴婢五六名, 一一問之, 婢莫加對曰: "近日有稱政丞者來。" 明澮問曰: "今之政丞多矣, 汝所見者誰耶?" 莫加曰: "姓名則不知, 面黑髯多之人也。" 時, 康純在坐, 避席曰: "臣欲買姜太監之家, 歷入家。"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8책 28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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