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127권, 세종 32년 2월 22일 정유 2/2 기사 / 1450년 명 경태(景泰) 1년
3월 19일에 존시를 영문 예무 인성 명효 대왕, 묘호를 세종이라고 올리다
국역
〈3월 19일〉 갑자에 존시(尊諡)를 올리기를, ‘영문 예무 인성 명효 대왕(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라 하고, 묘호(廟號)를 ‘세종(世宗)’이라 하였는데, 그 시책(諡冊)에 이르기를,
"고애자(孤哀子) 사왕(嗣王) 신(臣)은 삼가 재배(再拜)하고 머리를 조아려 말씀을 올리나이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천지 같으신 큰 덕을 비록 형용하여 다 말할 수 없사오나, 신자(臣子)의 지극한 정리에 오직 아름다운 덕을 나타내는 데 간절하와, 조심하여 상헌(常憲)을 따라 공경하여 아름다운 칭호를 올리나이다. 공손하게 생각하옵건대, 황고 대왕(皇考大王)께옵서는 바른 도리에 통하심이 넓고 깊으셨으며, 슬기롭고 도리에 밝으시고, 마음이 밝고 뛰어나게 지혜로우시어,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학문에 종사하시와, 잘 정치하는 근본을 연구해 내시기에 밤낮으로 정력을 다 쓰셨고, 정치하는 강목을 넓게 펴셨습니다. 유교(儒敎)를 숭상하시와 풍화(風化)를 일으키셨고, 농사를 권면하시고 형벌을 측은히 여기셨으며, 조상을 존대하고 친척을 공경하는 데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대국을 섬기매 이웃나라와 사귀는 도리를 다하셨으며, 구족(九族)이 모두 도타이 베푸시는 데 고르심을 받았고, 백성은 모두 옹희(雍熙)한 다스림에 편안하였습니다. 예법이 구비되고 음악이 조화되었으며, 문화 정치는 일월처럼 빛나시와, 가까운 곳은 편안하고 먼 곳은 숙연(肅然)하였으며, 무위(武威)는 바람과 벼락같이 떨치시와, 다른 나라들이 두려워 사모하였습니다. 명나라는 칭찬하여 보살펴 주는 은총을 더해 주었으며, 상서로운 일이 자주 나타나니, 칭송하는 소리가 다투어 일어나, 3기(三紀) 동안에 태평의 융성함을 누려, 천재(千載)에 만나기 어려운 다행으로 알아서, 바야흐로 하늘같이 만년이나 계실 줄 알았더니, 어찌 하루아침에 하늘이 무너질 줄 뜻하였사오리까. 길이 부여(付與)하신 어려움을 생각하와 움켜잡고 부르짖으며 가슴을 치고 발을 굴러 슬퍼함을 이길 수 없사옵니다. 평범하게 추숭(追崇)하는 의식(儀式)을 올려 조금이나마 슬피 사모하는 마음을 풀고자, 삼가 옥책(玉冊)을 받들어 높이 시호[諡]를 올리기를 ‘영문 예무 인성 명효 대왕(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라 하옵고, 묘호(廟號)를 ‘세종(世宗)’이라 하였사오니, 우러러 생각하옵건대, 아름다우신 영혼께서는 크게 드리는 책(冊)을 깊이 보시고 대대로 변함 없는 큰 이름을 누리도록 굽어 드리우시고, 순전한 복을 펴 주시와 무궁한 보조(寶祚)를 도와주시옵소서. 삼가 말씀을 올리나이다."
하고, 6월 초10일 갑신(甲申)에 영릉(英陵)에 장례지냈는데, 그 애책(哀冊)에 이르기를,
"임금님의 관에 휘장을 거두고 상여 실은 수레가 바퀴를 멈추니, 흰 상여줄은 서리같이 둘러 있고, 붉은 명정(銘旌)은 구름같이 인도합니다. 우뚝우뚝 자미궁(紫微宮)을 향하여 어두컴컴한 현대(玄臺)로 갑니다. 비통하게 부르짖음이여, 만백성의 소리가 슬프고, 엷은 안개가 가리었는가. 해와 달빛도 참담합니다. 성상(聖上)이시여, 길이 땅을 두드리는 슬픔을 더하게 하시고, 영원토록 하늘이 끝나는 슬픔을 아프게 하십니까. 신령의 노니심이 아득하오매 움켜잡을 수 없사오니, 아름다우신 꾀를 우러러 생각하와 모범을 삼겠사오니, 슬기로우신 말씀을 금란(金鑾)에 내려 주시고, 찬란하신 빛을 취염(翠琰)에 나타내 주시옵소서."
하고, 그 사(詞)에 이르기를,
"공손하게 생각하옵건대, 세종(世宗)께서는 거룩하심이 하늘이 내신 것으로, 슬기롭고 도리에 밝으시고, 학문에 본받으시와, 어지심과 효도하심을 정성스럽게 보존하시어, 주기(主器)가 쉽지 않사온데, 전성(前星)이 현명하지 못하므로, 특별하게 세자의 자리에 오르시와 온 세상의 바라는 정리에 따르시고, 신의(宸扆)에 나아가시매 더욱 인공(寅恭)에 힘쓰셨습니다. 신기(神機)로 번개같이 처단하시매 큰 지혜로움이 하늘 같으셨고, 재결하시는 데 옛일을 스승삼으셨으며, 묻기를 널리 하시와 알맞은 것을 쓰셨습니다. 음악을 만드시고 예법을 정하셨으며, 저울질하심에 터럭만치도 틀림이 없으셨고, 문(文)을 경(經)으로 삼으시고 무(武)를 위(緯)로 삼으시어, 공을 고르시기를 빨리 하셨습니다. 토지의 경계를 바르게 하여 부세를 고르게 하셨고, 부역을 가볍게 하시고 공물을 박하게 하셨습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불쌍히 여기셨고, 돈독하게 뽕나무 심기와 농사를 권장하였으며, 늙은 사람을 잘 부양하시고 곤궁한 사람을 은혜로 새롭게 하셨습니다. 옆에 자리에 잘난 사람을 맞이하시와 허심탄회하게 충성스러운 말을 받아들이셨고, 장막 속에서 지내시면서 정치하는 도리를 강론하시고 윤대(輪對)하시와 총명하심을 통달하시니, 묘당(廟堂)은 숙숙(肅肅)037) 하고 궁중(宮中)은 옹옹(雝雝)038) 하였습니다. 형제간에 은혜를 미루어 주셨고, 아들딸들은 준수하게 기르셨습니다. 흩어진 종친을 모아 학문을 가르치셨고,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 자신을 경계하시어, 해마다 하는 일을 정성들여 잘 지키니, 명나라 천자가 융숭하게 보살피어, 윤음을 내려 포상하기를 거듭 일러 친절하고, 주는 물건이 주밀하고 두터웠으며, 이웃나라를 사귀기를 예절로써 하시와 막혔거나 터졌거나를 같이 하시매, 도이(島夷)는 보물을 바쳐오고, 산속의 융적(戎狄)은 신복(信服)해 바쳤습니다. 혹 험한 것을 믿는 자는 깎아 없애서 모두 개척하여 강토를 만들고, 군사를 다스리고 병기도 장만하며, 변방을 굳게 하여 성을 쌓으니, 백성이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하고, 변방에는 변경의 봉화[驚烽]가 끊어졌으며, 성스러운 교화가 널리 빛나니, 지극한 화기(和氣)가 훈훈하게 생성되고, 흰 꿩이 신령하심을 나타내고, 단 이슬[甘露]이 상서로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3기(三紀)가 되어 가매, 태평한 정치와 거룩하신 적공이 탁연(卓然)히 비할 데가 드물어 오래 사시기를 바랐삽더니, 임금의 자리를 갑자기 버리시니, 아아, 슬프옵니다. 넉넉하게 드리우사 자손을 위하여 좋은 계책을 남기셨고, 널리 덕을 펴시는데 정신을 다하시어 백성들이 평화롭게 지냅니다. 날마다 삼가시기를 더욱 지극하게 하시고, 깊이 생각하시고 널리 관찰하시어 글을 지어 가르치시는 것을 내리셨습니다. 평상시에도 게으르지 않으시와 밤낮으로 자는 것을 잊으시더니, 근심하시고 수고로우심이 오래 쌓여 드디어 병을 이루시게 되매, 이에 세자(世子)에게 명하시와 모든 사무를 참예하여 결단하게 하시고, 즐겁게 봉양하여 길이 경사스러운 복을 누리시기를 바랐사온데, 한없이 부지런하심을 잠깐 쉬시고 생명을 보살피려 하셨는데, 병규(秉圭)의 청을 펼 수 없고 빙옥(憑玉)의 훈(訓)을 깨닫지 못하여, 해가 어둑어둑 갑자기 빠지니, 하늘도 망망(茫茫)하니 그 뉘게 호소할 것이옵니까. 아아, 슬프옵니다. 쇠문짝을 잠그니 문소리가 적막하옵고, 임금님 자리[黼座]에 먼지가 앉으니 모호(糢糊)하옵니다. 나라를 다스리시던 일을 생각하오매 어제 같사온데, 눈물로 깃발을 적시건만 어찌 이다지 허무하옵니까. 선극(璿極)은 빛이 처초(悽楚)하옵고, 경지(瓊枝)는 정리가 우울하옵니다. 눈물은 관어(貫魚)에 비 뿌리듯 하고, 울음소리는 추부(趨鳧)에 은은하게 울리옵니다. 석공(舃空)은 교산(橋山)에 머무르고, 궁만(弓謾)은 정호(鼎湖)에 안겼습니다. 청조(靑鳥)가 묘지(墓地)를 점치고 황룡이 앞길을 인도하여, 대모산(大母山)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갈 적에 광주 한강을 지나 곧장 가오니, 들판이 텅 비었으매 물조차 목메어 울고, 바위굴[巖岫]이 어두우니 구름도 가지 못하옵니다. 아아, 슬프옵니다. 언덕에 연하여 정자각(丁字閣)을 지어 드렸고, 영혼이 노실 동산도 같은 지역에 있사옵니다. 말갈기같이 봉분을 마치오니, 용안(龍顔)을 길이 뵈올 길 없나이다. 긴 밤은 길고 긴데, 깊고 먼 곳은 아득하고 아득하옵니다. 오늘날에 한번 하직한 뒤에는 어느때 다시 두 번 뵈올 수 있사오리까. 아아, 슬프옵니다. 거룩하게 이 세상에 나실 때에 또한 끝이 없었사온데, 사람의 수명은 혹 인색하기도 합니다. 하늘의 뜻을 헤아리매 믿기가 어렵삽고, 까마득한 하늘의 이치도 측량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옵건대, 희희(熙熙)하게 삼황(三皇)의 지극한 정치를 받들었삽고, 탕탕(蕩蕩)하게 오제(五帝)의 성덕(盛德)을 나타내셨으니, 청사(靑史)에 빛나서 민멸(泯滅)하지 않을 것이오매, 하늘과 짝이 되어 끝이 없을 것이옵니다. 아아, 슬프옵니다."
하였다.
원문
○〔三月〕 甲子, 上尊諡曰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 廟號世宗。 其諡冊曰:
孤哀子嗣王臣謹再拜稽首上言。 竊以天地大德, 雖莫罄於形言; 臣子至情, 惟用切於顯美。 祗率常憲, 式薦徽稱。 恭惟皇考大王齊聖廣淵, 聰明睿智。 終始典學, 克濬出治之源; 宵旰勵精, 恢張爲政之目。 崇儒興化, 劭農恤刑。 致尊祖敬宗之誠, 盡事大交隣之道。 九族悉均於敦敍, 兆民咸囿於雍熙。 禮備樂和, 文治光于日月; 邇安遠肅, 武威振乎風霆。 殊邦獻畏愛之忱, 上國加褒眷之寵。 貞符屢應, 頌聲交騰。 繄三紀太平之隆, 亮千載難遭之幸。 方仰父臨於萬歲, 豈意天崩於一朝! 永懷付畀之艱, 不勝號擗之痛。 庸擧追崇之典, 少申哀慕之心。 謹奉玉冊上尊諡曰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 廟號曰世宗。 仰惟懿靈, 俯垂沖鑑。 誕膺顯冊, 世享不朽之鴻名; 申錫純禧, 默贊無窮之寶祚。 謹言。
六月甲申, 葬英陵。 其哀冊曰:
龍攢撤帟, 蜃輅戒軔。 縞紼霜回, 彤旌雲引。 偭紫殿之崢嶸, 傃玄臺之黤黯。 酸風號兮萬井聲悲, 淡霧橫兮兩儀色慘。 聖上冞增擗地之哀; 永軫終天之憯。 渺眞遊兮莫攀, 仰徽猷兮尙範。 降睿綍於金鑾, 揚景爍於翠琰。 其詞曰:
龔惟世宗, 聖乃天生。 聰明典學, 仁孝存誠。 主器不易, 前星未明。 特升儲位, 允叶輿情。 比御宸扆, 益勵寅恭。 神機電斷, 大智天通。 裁決師古, 疇咨用中。 作樂定禮, 在衡釐工。 經文緯武, 旌能簡功。 正界均賦, 輕繇薄供。 欽恤囹圄, 敦勸桑農。 善養耆耋, 惠鮮困窮。 側席延英, 虛襟納忠。 經帷講道, 輪對達聰。 廟焉肅肅, 宮而雝雝。 推恩棣萼, 毓秀蘭叢。 宗支受學, 禮誼飭躬。 歲事克虔, 天眷彌隆。 綸褒諄切, 錫賚稠重。 交隣以禮, 款關攸同。 琛輸島夷, 信納山戎。 或剗負險, 悉拓提封。 詰兵除器, 固圉設墉。 民奠高枕, 塞絶驚烽。 神化溥暢, 至和薰釀。 白雉效靈, 甘露呈瑞。 三紀于玆, 太平之治。 猗歟偉積, 卓爾罕比。 遐算方期, 大器奄棄。 嗚呼哀哉! 貽謀垂裕, 勵精敷賁。 時雍已臻, 日愼愈至。 覃思博觀, 著書垂示。 燕處不懈, 乙夜忘寐。 憂勞積久, 疾疹遂致。 爰命元良, 參決庶務。 冀得怡養, 永享慶祚。 舜勤纔倦, 成命欲顧。 秉圭之請莫伸, 憑玉之訓不悟。 日翳翳其遽淪, 天茫茫其誰訴? 嗚呼哀哉! 鎖金扉兮閴寂, 塵黼座兮糢糊。 想垂衣兮如昨, 涕凝旒兮何無? 璿極色悽楚, 瓊枝情鬱紆。 涕雨灑乎貫魚, 哭雷殷乎趨鳧。 舃空留於橋山, 弓謾抱於鼎湖。 靑鳥卜兆 黃螭首途。 指大母而徐進, 凌廣漢而徑逾。 郊原空兮水爲咽, 巖岫暝兮雲不徂。 嗚呼哀哉! 獻寢連崗, 英園同域。 馬鬣乍封, 龍顔永隔。 長夜兮漫漫, 重泉兮漠漠。 自今辰而一辭兮! 復何時而再覿? 嗚呼哀哉! 聖之生也亦涯, 仁之壽兮或嗇。 揣天意兮難諶, 窅神理兮叵測。 顧熙熙奉三之至治, 曁蕩蕩咸五之盛德。 輝汗靑以不泯兮! 配窮蒼而罔極。 嗚呼哀哉!
世宗莊憲大王實錄卷第一百二十七終
세종 32년 (1450) 2월 22일
세종실록127권, 세종 32년 2월 22일 정유 2/2 기사 / 1450년 명 경태(景泰) 1년
3월 19일에 존시를 영문 예무 인성 명효 대왕, 묘호를 세종이라고 올리다
국역
〈3월 19일〉 갑자에 존시(尊諡)를 올리기를, ‘영문 예무 인성 명효 대왕(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라 하고, 묘호(廟號)를 ‘세종(世宗)’이라 하였는데, 그 시책(諡冊)에 이르기를,
"고애자(孤哀子) 사왕(嗣王) 신(臣)은 삼가 재배(再拜)하고 머리를 조아려 말씀을 올리나이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천지 같으신 큰 덕을 비록 형용하여 다 말할 수 없사오나, 신자(臣子)의 지극한 정리에 오직 아름다운 덕을 나타내는 데 간절하와, 조심하여 상헌(常憲)을 따라 공경하여 아름다운 칭호를 올리나이다. 공손하게 생각하옵건대, 황고 대왕(皇考大王)께옵서는 바른 도리에 통하심이 넓고 깊으셨으며, 슬기롭고 도리에 밝으시고, 마음이 밝고 뛰어나게 지혜로우시어,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학문에 종사하시와, 잘 정치하는 근본을 연구해 내시기에 밤낮으로 정력을 다 쓰셨고, 정치하는 강목을 넓게 펴셨습니다. 유교(儒敎)를 숭상하시와 풍화(風化)를 일으키셨고, 농사를 권면하시고 형벌을 측은히 여기셨으며, 조상을 존대하고 친척을 공경하는 데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대국을 섬기매 이웃나라와 사귀는 도리를 다하셨으며, 구족(九族)이 모두 도타이 베푸시는 데 고르심을 받았고, 백성은 모두 옹희(雍熙)한 다스림에 편안하였습니다. 예법이 구비되고 음악이 조화되었으며, 문화 정치는 일월처럼 빛나시와, 가까운 곳은 편안하고 먼 곳은 숙연(肅然)하였으며, 무위(武威)는 바람과 벼락같이 떨치시와, 다른 나라들이 두려워 사모하였습니다. 명나라는 칭찬하여 보살펴 주는 은총을 더해 주었으며, 상서로운 일이 자주 나타나니, 칭송하는 소리가 다투어 일어나, 3기(三紀) 동안에 태평의 융성함을 누려, 천재(千載)에 만나기 어려운 다행으로 알아서, 바야흐로 하늘같이 만년이나 계실 줄 알았더니, 어찌 하루아침에 하늘이 무너질 줄 뜻하였사오리까. 길이 부여(付與)하신 어려움을 생각하와 움켜잡고 부르짖으며 가슴을 치고 발을 굴러 슬퍼함을 이길 수 없사옵니다. 평범하게 추숭(追崇)하는 의식(儀式)을 올려 조금이나마 슬피 사모하는 마음을 풀고자, 삼가 옥책(玉冊)을 받들어 높이 시호[諡]를 올리기를 ‘영문 예무 인성 명효 대왕(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라 하옵고, 묘호(廟號)를 ‘세종(世宗)’이라 하였사오니, 우러러 생각하옵건대, 아름다우신 영혼께서는 크게 드리는 책(冊)을 깊이 보시고 대대로 변함 없는 큰 이름을 누리도록 굽어 드리우시고, 순전한 복을 펴 주시와 무궁한 보조(寶祚)를 도와주시옵소서. 삼가 말씀을 올리나이다."
하고, 6월 초10일 갑신(甲申)에 영릉(英陵)에 장례지냈는데, 그 애책(哀冊)에 이르기를,
"임금님의 관에 휘장을 거두고 상여 실은 수레가 바퀴를 멈추니, 흰 상여줄은 서리같이 둘러 있고, 붉은 명정(銘旌)은 구름같이 인도합니다. 우뚝우뚝 자미궁(紫微宮)을 향하여 어두컴컴한 현대(玄臺)로 갑니다. 비통하게 부르짖음이여, 만백성의 소리가 슬프고, 엷은 안개가 가리었는가. 해와 달빛도 참담합니다. 성상(聖上)이시여, 길이 땅을 두드리는 슬픔을 더하게 하시고, 영원토록 하늘이 끝나는 슬픔을 아프게 하십니까. 신령의 노니심이 아득하오매 움켜잡을 수 없사오니, 아름다우신 꾀를 우러러 생각하와 모범을 삼겠사오니, 슬기로우신 말씀을 금란(金鑾)에 내려 주시고, 찬란하신 빛을 취염(翠琰)에 나타내 주시옵소서."
하고, 그 사(詞)에 이르기를,
"공손하게 생각하옵건대, 세종(世宗)께서는 거룩하심이 하늘이 내신 것으로, 슬기롭고 도리에 밝으시고, 학문에 본받으시와, 어지심과 효도하심을 정성스럽게 보존하시어, 주기(主器)가 쉽지 않사온데, 전성(前星)이 현명하지 못하므로, 특별하게 세자의 자리에 오르시와 온 세상의 바라는 정리에 따르시고, 신의(宸扆)에 나아가시매 더욱 인공(寅恭)에 힘쓰셨습니다. 신기(神機)로 번개같이 처단하시매 큰 지혜로움이 하늘 같으셨고, 재결하시는 데 옛일을 스승삼으셨으며, 묻기를 널리 하시와 알맞은 것을 쓰셨습니다. 음악을 만드시고 예법을 정하셨으며, 저울질하심에 터럭만치도 틀림이 없으셨고, 문(文)을 경(經)으로 삼으시고 무(武)를 위(緯)로 삼으시어, 공을 고르시기를 빨리 하셨습니다. 토지의 경계를 바르게 하여 부세를 고르게 하셨고, 부역을 가볍게 하시고 공물을 박하게 하셨습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불쌍히 여기셨고, 돈독하게 뽕나무 심기와 농사를 권장하였으며, 늙은 사람을 잘 부양하시고 곤궁한 사람을 은혜로 새롭게 하셨습니다. 옆에 자리에 잘난 사람을 맞이하시와 허심탄회하게 충성스러운 말을 받아들이셨고, 장막 속에서 지내시면서 정치하는 도리를 강론하시고 윤대(輪對)하시와 총명하심을 통달하시니, 묘당(廟堂)은 숙숙(肅肅)037) 하고 궁중(宮中)은 옹옹(雝雝)038) 하였습니다. 형제간에 은혜를 미루어 주셨고, 아들딸들은 준수하게 기르셨습니다. 흩어진 종친을 모아 학문을 가르치셨고,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 자신을 경계하시어, 해마다 하는 일을 정성들여 잘 지키니, 명나라 천자가 융숭하게 보살피어, 윤음을 내려 포상하기를 거듭 일러 친절하고, 주는 물건이 주밀하고 두터웠으며, 이웃나라를 사귀기를 예절로써 하시와 막혔거나 터졌거나를 같이 하시매, 도이(島夷)는 보물을 바쳐오고, 산속의 융적(戎狄)은 신복(信服)해 바쳤습니다. 혹 험한 것을 믿는 자는 깎아 없애서 모두 개척하여 강토를 만들고, 군사를 다스리고 병기도 장만하며, 변방을 굳게 하여 성을 쌓으니, 백성이 베개를 높이 하여 편안하고, 변방에는 변경의 봉화[驚烽]가 끊어졌으며, 성스러운 교화가 널리 빛나니, 지극한 화기(和氣)가 훈훈하게 생성되고, 흰 꿩이 신령하심을 나타내고, 단 이슬[甘露]이 상서로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3기(三紀)가 되어 가매, 태평한 정치와 거룩하신 적공이 탁연(卓然)히 비할 데가 드물어 오래 사시기를 바랐삽더니, 임금의 자리를 갑자기 버리시니, 아아, 슬프옵니다. 넉넉하게 드리우사 자손을 위하여 좋은 계책을 남기셨고, 널리 덕을 펴시는데 정신을 다하시어 백성들이 평화롭게 지냅니다. 날마다 삼가시기를 더욱 지극하게 하시고, 깊이 생각하시고 널리 관찰하시어 글을 지어 가르치시는 것을 내리셨습니다. 평상시에도 게으르지 않으시와 밤낮으로 자는 것을 잊으시더니, 근심하시고 수고로우심이 오래 쌓여 드디어 병을 이루시게 되매, 이에 세자(世子)에게 명하시와 모든 사무를 참예하여 결단하게 하시고, 즐겁게 봉양하여 길이 경사스러운 복을 누리시기를 바랐사온데, 한없이 부지런하심을 잠깐 쉬시고 생명을 보살피려 하셨는데, 병규(秉圭)의 청을 펼 수 없고 빙옥(憑玉)의 훈(訓)을 깨닫지 못하여, 해가 어둑어둑 갑자기 빠지니, 하늘도 망망(茫茫)하니 그 뉘게 호소할 것이옵니까. 아아, 슬프옵니다. 쇠문짝을 잠그니 문소리가 적막하옵고, 임금님 자리[黼座]에 먼지가 앉으니 모호(糢糊)하옵니다. 나라를 다스리시던 일을 생각하오매 어제 같사온데, 눈물로 깃발을 적시건만 어찌 이다지 허무하옵니까. 선극(璿極)은 빛이 처초(悽楚)하옵고, 경지(瓊枝)는 정리가 우울하옵니다. 눈물은 관어(貫魚)에 비 뿌리듯 하고, 울음소리는 추부(趨鳧)에 은은하게 울리옵니다. 석공(舃空)은 교산(橋山)에 머무르고, 궁만(弓謾)은 정호(鼎湖)에 안겼습니다. 청조(靑鳥)가 묘지(墓地)를 점치고 황룡이 앞길을 인도하여, 대모산(大母山)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갈 적에 광주 한강을 지나 곧장 가오니, 들판이 텅 비었으매 물조차 목메어 울고, 바위굴[巖岫]이 어두우니 구름도 가지 못하옵니다. 아아, 슬프옵니다. 언덕에 연하여 정자각(丁字閣)을 지어 드렸고, 영혼이 노실 동산도 같은 지역에 있사옵니다. 말갈기같이 봉분을 마치오니, 용안(龍顔)을 길이 뵈올 길 없나이다. 긴 밤은 길고 긴데, 깊고 먼 곳은 아득하고 아득하옵니다. 오늘날에 한번 하직한 뒤에는 어느때 다시 두 번 뵈올 수 있사오리까. 아아, 슬프옵니다. 거룩하게 이 세상에 나실 때에 또한 끝이 없었사온데, 사람의 수명은 혹 인색하기도 합니다. 하늘의 뜻을 헤아리매 믿기가 어렵삽고, 까마득한 하늘의 이치도 측량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옵건대, 희희(熙熙)하게 삼황(三皇)의 지극한 정치를 받들었삽고, 탕탕(蕩蕩)하게 오제(五帝)의 성덕(盛德)을 나타내셨으니, 청사(靑史)에 빛나서 민멸(泯滅)하지 않을 것이오매, 하늘과 짝이 되어 끝이 없을 것이옵니다. 아아, 슬프옵니다."
하였다.
원문
○〔三月〕 甲子, 上尊諡曰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 廟號世宗。 其諡冊曰:
孤哀子嗣王臣謹再拜稽首上言。 竊以天地大德, 雖莫罄於形言; 臣子至情, 惟用切於顯美。 祗率常憲, 式薦徽稱。 恭惟皇考大王齊聖廣淵, 聰明睿智。 終始典學, 克濬出治之源; 宵旰勵精, 恢張爲政之目。 崇儒興化, 劭農恤刑。 致尊祖敬宗之誠, 盡事大交隣之道。 九族悉均於敦敍, 兆民咸囿於雍熙。 禮備樂和, 文治光于日月; 邇安遠肅, 武威振乎風霆。 殊邦獻畏愛之忱, 上國加褒眷之寵。 貞符屢應, 頌聲交騰。 繄三紀太平之隆, 亮千載難遭之幸。 方仰父臨於萬歲, 豈意天崩於一朝! 永懷付畀之艱, 不勝號擗之痛。 庸擧追崇之典, 少申哀慕之心。 謹奉玉冊上尊諡曰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 廟號曰世宗。 仰惟懿靈, 俯垂沖鑑。 誕膺顯冊, 世享不朽之鴻名; 申錫純禧, 默贊無窮之寶祚。 謹言。
六月甲申, 葬英陵。 其哀冊曰:
龍攢撤帟, 蜃輅戒軔。 縞紼霜回, 彤旌雲引。 偭紫殿之崢嶸, 傃玄臺之黤黯。 酸風號兮萬井聲悲, 淡霧橫兮兩儀色慘。 聖上冞增擗地之哀; 永軫終天之憯。 渺眞遊兮莫攀, 仰徽猷兮尙範。 降睿綍於金鑾, 揚景爍於翠琰。 其詞曰:
龔惟世宗, 聖乃天生。 聰明典學, 仁孝存誠。 主器不易, 前星未明。 特升儲位, 允叶輿情。 比御宸扆, 益勵寅恭。 神機電斷, 大智天通。 裁決師古, 疇咨用中。 作樂定禮, 在衡釐工。 經文緯武, 旌能簡功。 正界均賦, 輕繇薄供。 欽恤囹圄, 敦勸桑農。 善養耆耋, 惠鮮困窮。 側席延英, 虛襟納忠。 經帷講道, 輪對達聰。 廟焉肅肅, 宮而雝雝。 推恩棣萼, 毓秀蘭叢。 宗支受學, 禮誼飭躬。 歲事克虔, 天眷彌隆。 綸褒諄切, 錫賚稠重。 交隣以禮, 款關攸同。 琛輸島夷, 信納山戎。 或剗負險, 悉拓提封。 詰兵除器, 固圉設墉。 民奠高枕, 塞絶驚烽。 神化溥暢, 至和薰釀。 白雉效靈, 甘露呈瑞。 三紀于玆, 太平之治。 猗歟偉積, 卓爾罕比。 遐算方期, 大器奄棄。 嗚呼哀哉! 貽謀垂裕, 勵精敷賁。 時雍已臻, 日愼愈至。 覃思博觀, 著書垂示。 燕處不懈, 乙夜忘寐。 憂勞積久, 疾疹遂致。 爰命元良, 參決庶務。 冀得怡養, 永享慶祚。 舜勤纔倦, 成命欲顧。 秉圭之請莫伸, 憑玉之訓不悟。 日翳翳其遽淪, 天茫茫其誰訴? 嗚呼哀哉! 鎖金扉兮閴寂, 塵黼座兮糢糊。 想垂衣兮如昨, 涕凝旒兮何無? 璿極色悽楚, 瓊枝情鬱紆。 涕雨灑乎貫魚, 哭雷殷乎趨鳧。 舃空留於橋山, 弓謾抱於鼎湖。 靑鳥卜兆 黃螭首途。 指大母而徐進, 凌廣漢而徑逾。 郊原空兮水爲咽, 巖岫暝兮雲不徂。 嗚呼哀哉! 獻寢連崗, 英園同域。 馬鬣乍封, 龍顔永隔。 長夜兮漫漫, 重泉兮漠漠。 自今辰而一辭兮! 復何時而再覿? 嗚呼哀哉! 聖之生也亦涯, 仁之壽兮或嗇。 揣天意兮難諶, 窅神理兮叵測。 顧熙熙奉三之至治, 曁蕩蕩咸五之盛德。 輝汗靑以不泯兮! 配窮蒼而罔極。 嗚呼哀哉!
世宗莊憲大王實錄卷第一百二十七終
원본
세종 32년 (1450)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