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 통사 김찬기(金贊奇)가 요동에서 돌아오면서 새 황제의 조서를 베껴왔는데, 그 조서에 이르기를,

"천운(天運)을 받들어 이은 황제는 조(詔)하노라. 하늘이 국가를 돌보시어 국운이 융성하도다. 처음에 태조 고황제께서 성신 문무(聖神文武)하시어 한떼의 군중을 이끌고 만대의 기업(基業)을 창건하시었고, 태종 문황제(太宗文皇帝)께서는 신령한 공과 거룩한 성덕(聖德)으로 종사(宗社)를 편하게 하고, 만방(萬邦)을 화하게 하셨으며, 황고 대행 황제(皇考大行皇帝)께서는 대통(大統)을 이어 하늘을 받들고 백성을 사랑하며 조종의 지극히 어지심을 본받아 만물을 화목하고 편하게 하시었는데, 보위(寶位)에 오르신 때부터 밤낮으로 근로(勤勞)하시어, 겨우 한 해 남짓한 동안에 덕택이 고루 퍼졌는데, 불행하게도 병환이 나시어 문득 위중하게 되시매, 고명(顧命)으로 신기(神器)⁰⁹²⁾ 를 나의 조그마한 몸에 부탁하시니 애통하기 그지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친왕(親王)과 문무 모든 신하와 여러 원로(元老)·군민(軍民)·번이(蕃夷)·조사(朝使)들 만중(萬衆)이 여러번 내가 즉위하기를 권하매, 사양하여도 할 수가 없어서, 우러러는 열성(列聖)의 창업 수성(守成)하신 어려움을 생각하고, 굽어서는 여론의 실정에 따라 이미 6월 12일에 천지·종묘·사직에 삼가 고하고 황제위에 나아갔노라. 정사하는 데에 중요한 것은 덕으로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이므로 연호를 고쳐 선덕(宣德) 원년(元年)이라 하고, 크게 천하 죄인을 사하노니 다함께 모든 것을 유신(維新)하라. 거행해야 할 일들은 뒤에 조목으로 보이노라. 아아, 삼성(三聖)이 하늘에 계시어 다스림을 통제(統制)하고, 나라를 보우(保佑)하는 대경 대법(大經大法)을 일월(日月)과 같이 밝히시어 만대(萬代)에 본받게 하셨으니, 오직 공경하게 받들어서 반드시 지성스럽고 반드시 미덥게 하라. 또한 종실·친왕·숙조(叔祖)·숙부(叔父)의 협력을 힘입어 번병(蕃屛)이 튼튼하니, 국가와 중외의 문무 현신(賢臣)은 잘 광구 보좌(匡救輔佐)하여 힘써 지극한 다스림에 이르게 하여, 종사와 생민(生民)의 장구한 복을 널리 이룩하라. 조서로 천하에 포고하여 모두 듣고 알게 하노라."

하였다. 찬기가 이어서 아뢰기를,

"7월 14일에 유조(遺詔)가 요동에 도착하였는데, 요동 도사는 이날부터 백의(白衣)·오사모(烏紗帽)를 착용(着用)하였고, 16일에는 최복을 입었습니다. 18일에는 개소(開素)⁰⁹³⁾ 하고 백의·오사모·흑각대(黑角帶)로써 27일 상을 행한다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책 684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092]
  신기(神器) : 임금의 위를 상징하는 옥새 따위.
• [註 093]
  개소(開素) : 상중에 소반(素飯)하던 일을 해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