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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27권, 세종 7년 1월 1일 임신 2/2 기사 / 1425년 명 홍희(洪熙) 1년

전 참찬 김여지의 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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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참찬(參贊) 김여지(金汝知)가 졸(卒)하였다. 여지의 자는 자행(子行)이니, 황해도 연안(延安) 사람이며, 고려의 밀직 제학(密直提學) 김도(金濤)의 아들이다. 고려 기사과(己巳科)에 수석으로 급제하였는데, 그 때의 나이가 스무 살이었다. 사헌 규정(司憲糾正)에 임명되었다가 사건으로 인하여 전라도에 귀양갔다. 다음해에 다시 불려와 우정언(右正言)에 임명되고, 예조 좌랑(禮曺佐郞)으로 옮겼다가 나가서 계림부 판관(鷄林府判官)이 되었다. 정언으로 있을 때에 권신(權臣) 정도전(鄭道傳)을 탄핵하였더니, 도전이 이르기를,

"그 때의 성랑(省郞)003) 을 모두 파직해 내보내고 다만 여지만이 직임에 있을 뿐이다."

하니, 여지가 듣고 즉일로 병을 핑계하고 사직하였다. 뒤에 사간원 우헌납(右獻納)과 병조·이조의 정랑(正郞)을 역임하고, 영락 계미년에 사헌부 장령(司憲府掌令)에 임명되었으며, 나가서 지봉주사(知鳳州事)가 되었다. 갑신년에 불려와 예문관 직제학(藝文館直提學)이 되고, 사헌부 집의(執義)로 옮겼다가 병으로 사직하였다. 정해년에 판내섬시사(判內贍寺事)를 거쳐 승정원 우대언(承政院右代言)으로 승진되었고, 경인년에 지신사(知申事)로 옮겼다가 사건으로 인하여 파직당하였다. 갑오년 봄에 예문관 제학(提學)에 기용되었고, 나가서 충청도 도관찰사(都觀察使)가 되었으며, 병신년에 대사헌(大司憲)에 임명되었으나, 정유년 봄에 어머니의 병환으로 사직하니, 윤허하지 않고 예문관 제학에 임명되고 공조 판서에 승진되어, 판한성부사(判漢城府事)·형조 판서로 옮겼다. 무술년에 하정사(賀正使)로 북경(北京)에 갔다가 다음 해에 돌아와 병으로 사직하였다. 임인년에 예조 판서에 임명되었다가 의정부 참찬(議政府參贊)으로 옮겼고, 얼마 되지 않아서 또 병으로 사직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자기 집에서 졸(卒)하니, 나이가 56세였다. 아들이 둘이니, 김방(金昉)·김승(金昇)이다. 영결할 즈음을 당하여 친히 붓을 잡고 계자서서(戒子壻書)004) 를 지어 이르기를,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더라도 남을 책(責)하는데는 밝은 법이니, 하물며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그 말이 착할 것은 가히 짐작하여 알 것이다. 내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이 본받을 말을 알지 못하여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만한 행동이 많았으니, 이제 뉘우친들 어찌 미치겠느냐. 너희들은 이를 경계하고 나로써 거울을 삼아, 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버이를 잘 섬기며, 친척과 화목하고 벗과 믿음 있게 하되 청렴하게 몸을 닦는 것을 습관이 되도록 힘쓰며, 항상 《소학(小學)》 한 부(部)를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잃지 말 것이며, 무릇 상장(喪葬)에 있어서는 한결같이 《가례(家禮)》를 좇고 불사(佛事)를 하지 말 것이다."

하였다. 사람된 품이 너그럽고 후하였으며, 충성스럽고 근신하여 재상(宰相)의 틀이 있었는데, 크게 쓰이지 못하고 죽으니, 당시의 사람들이 애석해 하였다. 부음(訃音)이 들리니, 〈임금이〉 3일간 정사를 폐지하고 중사(中使)에 명하여 조상(弔喪)하게 하고, 종이 8십 권을 부의(賻儀)로 내렸다. 시호[諡]를 문익(文翼)이라 하니,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며, 묻기를 좋아 하는 것을 문(文)이라 이르고, 생각하고 꾀하는 것이 깊고 먼 것을 익(翼)이라 이른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4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註 003] 성랑(省郞) : 성의 낭관(郞官).
  • [註 004] 계자서서(戒子壻書) : 아들과 사위에게 고계한 글.

원문

○前參贊金汝知卒。 汝知字子行, 黃海道 延安人, 高麗密直提學濤之子。 中高麗己巳科第一人, 時年二十, 拜司憲糾正, 以事竄于全羅, 明年徵拜右正言, 遷禮曹佐郞, 出爲鷄林府判官。 其在正言, 劾權臣鄭道傳, 道傳云: "其時省郞皆罷遣, 唯汝知在任。" 汝知聞之, 卽日辭疾。 後歷司諫院右獻納、兵吏曹正郞。 永樂癸未, 拜司憲掌令, 出知鳳州事。 甲申, 徵爲藝文館直提學, 遷司憲執義, 以疾辭。 丁亥, 判內贍寺事, 升承政院右代言。 庚寅, 遷知申事, 以事罷。 甲午春, 起拜藝文館提學, 出爲忠淸道都觀察使。 丙申, 拜大司憲, 丁酉春, 以母疾辭, 不允。 拜藝文提學, 升工曹判書, 遷判漢城府事、刑曹判書。 戊戌, 以賀正使赴京, 明年還, 以疾辭。 壬寅, 拜禮曹判書, 遷議政府參贊, 未幾, 又以疾辭, 至是卒于私第, 年五十六。 子二, 昉、昇。 當永訣之際, 親執筆, 作戒子壻書曰: "人雖至愚, 責人則明, 況將死之時, 言善可知。 吾少孤, 未知格言, 行多取侮, 悔之何及? 爾曹戒之, 以吾爲鑑。 忠君事親, 睦族信友。 務以淸修爲習, 常以《小學》一部服膺勿失。 凡喪葬一從《家禮》, 不作佛事。" 爲人寬厚忠謹, 有宰相之體, 不克大用而卒, 時人惜之。 訃聞, 輟朝三日, 命中使致弔, 賻紙八十卷。 諡文翼, 學勤好問文, 思慮深遠翼。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4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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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27권, 세종 7년 1월 1일 임신 2/2 기사 / 1425년 명 홍희(洪熙) 1년

전 참찬 김여지의 졸기

국역

전 참찬(參贊) 김여지(金汝知)가 졸(卒)하였다. 여지의 자는 자행(子行)이니, 황해도 연안(延安) 사람이며, 고려의 밀직 제학(密直提學) 김도(金濤)의 아들이다. 고려 기사과(己巳科)에 수석으로 급제하였는데, 그 때의 나이가 스무 살이었다. 사헌 규정(司憲糾正)에 임명되었다가 사건으로 인하여 전라도에 귀양갔다. 다음해에 다시 불려와 우정언(右正言)에 임명되고, 예조 좌랑(禮曺佐郞)으로 옮겼다가 나가서 계림부 판관(鷄林府判官)이 되었다. 정언으로 있을 때에 권신(權臣) 정도전(鄭道傳)을 탄핵하였더니, 도전이 이르기를,

"그 때의 성랑(省郞)003) 을 모두 파직해 내보내고 다만 여지만이 직임에 있을 뿐이다."

하니, 여지가 듣고 즉일로 병을 핑계하고 사직하였다. 뒤에 사간원 우헌납(右獻納)과 병조·이조의 정랑(正郞)을 역임하고, 영락 계미년에 사헌부 장령(司憲府掌令)에 임명되었으며, 나가서 지봉주사(知鳳州事)가 되었다. 갑신년에 불려와 예문관 직제학(藝文館直提學)이 되고, 사헌부 집의(執義)로 옮겼다가 병으로 사직하였다. 정해년에 판내섬시사(判內贍寺事)를 거쳐 승정원 우대언(承政院右代言)으로 승진되었고, 경인년에 지신사(知申事)로 옮겼다가 사건으로 인하여 파직당하였다. 갑오년 봄에 예문관 제학(提學)에 기용되었고, 나가서 충청도 도관찰사(都觀察使)가 되었으며, 병신년에 대사헌(大司憲)에 임명되었으나, 정유년 봄에 어머니의 병환으로 사직하니, 윤허하지 않고 예문관 제학에 임명되고 공조 판서에 승진되어, 판한성부사(判漢城府事)·형조 판서로 옮겼다. 무술년에 하정사(賀正使)로 북경(北京)에 갔다가 다음 해에 돌아와 병으로 사직하였다. 임인년에 예조 판서에 임명되었다가 의정부 참찬(議政府參贊)으로 옮겼고, 얼마 되지 않아서 또 병으로 사직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자기 집에서 졸(卒)하니, 나이가 56세였다. 아들이 둘이니, 김방(金昉)·김승(金昇)이다. 영결할 즈음을 당하여 친히 붓을 잡고 계자서서(戒子壻書)004) 를 지어 이르기를,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더라도 남을 책(責)하는데는 밝은 법이니, 하물며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그 말이 착할 것은 가히 짐작하여 알 것이다. 내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이 본받을 말을 알지 못하여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만한 행동이 많았으니, 이제 뉘우친들 어찌 미치겠느냐. 너희들은 이를 경계하고 나로써 거울을 삼아, 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버이를 잘 섬기며, 친척과 화목하고 벗과 믿음 있게 하되 청렴하게 몸을 닦는 것을 습관이 되도록 힘쓰며, 항상 《소학(小學)》 한 부(部)를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잃지 말 것이며, 무릇 상장(喪葬)에 있어서는 한결같이 《가례(家禮)》를 좇고 불사(佛事)를 하지 말 것이다."

하였다. 사람된 품이 너그럽고 후하였으며, 충성스럽고 근신하여 재상(宰相)의 틀이 있었는데, 크게 쓰이지 못하고 죽으니, 당시의 사람들이 애석해 하였다. 부음(訃音)이 들리니, 〈임금이〉 3일간 정사를 폐지하고 중사(中使)에 명하여 조상(弔喪)하게 하고, 종이 8십 권을 부의(賻儀)로 내렸다. 시호[諡]를 문익(文翼)이라 하니,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며, 묻기를 좋아 하는 것을 문(文)이라 이르고, 생각하고 꾀하는 것이 깊고 먼 것을 익(翼)이라 이른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4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註 003] 성랑(省郞) : 성의 낭관(郞官).
  • [註 004] 계자서서(戒子壻書) : 아들과 사위에게 고계한 글.

원문

○前參贊金汝知卒。 汝知字子行, 黃海道 延安人, 高麗密直提學濤之子。 中高麗己巳科第一人, 時年二十, 拜司憲糾正, 以事竄于全羅, 明年徵拜右正言, 遷禮曹佐郞, 出爲鷄林府判官。 其在正言, 劾權臣鄭道傳, 道傳云: "其時省郞皆罷遣, 唯汝知在任。" 汝知聞之, 卽日辭疾。 後歷司諫院右獻納、兵吏曹正郞。 永樂癸未, 拜司憲掌令, 出知鳳州事。 甲申, 徵爲藝文館直提學, 遷司憲執義, 以疾辭。 丁亥, 判內贍寺事, 升承政院右代言。 庚寅, 遷知申事, 以事罷。 甲午春, 起拜藝文館提學, 出爲忠淸道都觀察使。 丙申, 拜大司憲, 丁酉春, 以母疾辭, 不允。 拜藝文提學, 升工曹判書, 遷判漢城府事、刑曹判書。 戊戌, 以賀正使赴京, 明年還, 以疾辭。 壬寅, 拜禮曹判書, 遷議政府參贊, 未幾, 又以疾辭, 至是卒于私第, 年五十六。 子二, 昉、昇。 當永訣之際, 親執筆, 作戒子壻書曰: "人雖至愚, 責人則明, 況將死之時, 言善可知。 吾少孤, 未知格言, 行多取侮, 悔之何及? 爾曹戒之, 以吾爲鑑。 忠君事親, 睦族信友。 務以淸修爲習, 常以《小學》一部服膺勿失。 凡喪葬一從《家禮》, 不作佛事。" 爲人寬厚忠謹, 有宰相之體, 不克大用而卒, 時人惜之。 訃聞, 輟朝三日, 命中使致弔, 賻紙八十卷。 諡文翼, 學勤好問文, 思慮深遠翼。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4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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