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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31권, 태종 16년 1월 12일 을사 4/4 기사 / 1416년 명 영락(永樂) 14년

민무휼·민무회의 죄를 청하는 의정부·공신·육조·대간의 상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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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의정부(議政府)·공신(功臣)·육조(六曹)·대간(臺諫)에서 모두 상소하여 민무휼(閔無恤)과 민무회(閔無悔)의 죄를 청하였다. 형조와 대간에서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였다.

"불충(不忠)한 신하는 천지(天地)도 용납하지 아니하고, 《춘추(春秋)》에도 그 법을 분명히 말하기를, ‘난신(亂臣) 적자(賊子)는 사람이 토죄(討罪)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당자를 주멸(誅滅)하고, 그 집[宮]을 못으로 파는 것은 백대(百代)이래로 이러한 의(義)를 함께 지켜 오는 것입니다. 이제 민무휼(閔無恤)과 민무회(閔無悔) 등은 오랫동안 화심(禍心)을 품고 있다가 바로 세자가 홀로 앉아 계시는 때를 엿보아 비밀히 교활한 모책(謀策)을 올려서 종지(宗支)014) 를 제거하여 왕실(王室)을 약하게 하고자 하였으나, 다행히 세자에 힘입어 기미(幾微)를 밝게 알아서 그 음계(陰計)가 발각되었지만, 오히려 스스로 은닉(隱匿)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의금부(義禁府)·의정부(議政府)·형조(刑曹)·대간(臺諫)으로 하여금 함께 신문(訊問)을 더하게 하고, 또 근신(近臣)에게 명하여 이를 듣도록 하니, 민무휼과 민무회 등의 정상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전하께서 천주(天誅)를 가(加)하지 아니하고 유찬(流竄)015) 에 그치게 하니, 한 나라의 신자(臣子)들이 분개하고 한탄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염려하고 자손 만세(萬世)를 위한 계책으로 삼으시어 이 두 흉물(兇物)을 전형(典刑)에 밝게 처하여 천토(天討)에 따르소서. 신 등은 또 듣건대, ‘덕(德)을 심는 것은 번성함을 힘쓰는 것이요, 악(惡)을 없애는 것은 근본에 힘쓰는 것이라.’고 하니, 민무구(閔無咎)와 민무질(閔無疾) 등의 처자[妻孥]를 각각 스스로 완취(完聚)하게 하는 것은 징계(懲戒)하는 바가 없습니다. 이것은 민무휼과 민무회가 거리낌 없이 잇달아 일어나는 까닭이니, 빌건대, 네 사람의 처자를 율에 의하여 시행하여서 후래(後來)를 경계하게 하소서."

이조 판서 박은(朴訔) 등이 상언(上言)하였다.

"신 등이 그윽이 듣건대, ‘불충(不忠)한 신하는 천지에서 용납하지 아니하는 바이요, 왕법(王法)에서도 용서하지 아니하는 바이라.’고 합니다. 민무휼과 민무회 등은 본래 무군(無君)의 마음을 품어, 일찍이 원윤(元尹) 이비(李)를 낳을 적에 함부로 참학(慘虐)한 짓을 자행하고, 또 세자의 앞에서 감히 교활한 음모를 진달(陳達)하였는데, 지금 의금부(義禁府)와 정부(政府)·형조(刑曹)·대간(臺諫)에서 함께 신문하여 정상을 얻었으니, 그들의 불인(不仁)과 불충(不忠)은 이보다 더 심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좌우(左右)의 제대부(諸大夫)와 국인(國人)이 모두 말하기를, ‘죽일 놈이다.’라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다만 사사로운 은의(恩誼) 때문에 가벼운 법전을 따르시니, 한 나라의 신민(臣民)으로 실망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여 한결같이 대간(臺諫)에서 아뢴 바에 의하여 유윤(兪允)하여 시행하소서."

개국 정사 좌명 공신(開國定社佐命功臣) 한천 부원군(漢川府院君) 조온(趙溫) 등도 또한 상언(上言)하였다.

"선(善)한 자에게 복(福)을 주고 음(淫)한 자에게 화(禍)를 주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요, 선한 자에게 상을 주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은 임금의 도리입니다. 임금[人君]은 하늘을 본받아 행하는 까닭에 오형(五刑)을 다섯 가지 등급으로 쓰는 것016) 을 천토(天討)라고 이르는 것입니다. 역신(逆臣) 민무구(閔無咎)와 민무질(閔無疾) 등은 죄악이 관영(貫盈)하여 이미 죽음을 당하였으나, 그 아우 민무휼(閔無恤)과 민무회(閔無悔)는 그 악(惡)을 징계하지 아니하여 항상 불충(不忠)한 마음을 품고 있다가 종지(宗支)를 제거할 것을 꾀하였으니, 그 죄상의 첫째이고, 무망(誣妄)한 말을 꾸며대어 고명(高明)017) 에 누(累)를 끼치고자 하였으니, 그 죄상의 둘째이며, 그 형 민무구와 민무질의 죽음은 자기 죄가 아니라고 하였으니, 그 죄상의 세째입니다. 지금 이미 공초(供招)를 자복하였으니, 법대로 처치함이 마땅한데, 전하께서 너그러운 법을 따라서 형벌을 거행하지 아니하고 다만 외방으로 쫓아내니, 이것은 천토(天討)를 폐(廢)하고 국전(國典)을 이즈러뜨리는 것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여 전형(典刑)을 밝게 바로잡아서 한 나라 신민(臣民)들의 소망을 쾌(快)하게 하여 주소서. 또 옛날부터 난신(亂臣) 적자(賊子)의 죄는 그 자손에게까지 미치지 아니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성인(聖人)이 뿌리를 뽑아서 근원을 없앰으로써 후환(後患)을 막는 방법입니다. 오늘날 민무구 등 네 사람은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 있어서 싹[苗]에 가라지[莠]가 섞이어 있는 것과 같으니, 그 뿌리를 없애지 아니한다면 결국은 다시 살아 날 것이므로, 그것이 후환(後患)이 될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선성(先聖)의 뿌리를 뽑아서 근원을 없애는 뜻을 몸받아서, 윗 조항 사람들의 자손을 유사(攸司)에 내리도록 명하여 모두 법대로 처치하여서 뒷날 난적(亂賊)의 싹[萠]을 끊어 버리소서."

의정부 영의정(領議政) 성석린(成石璘) 등이 상언(上言)하였다.

"민무휼과 민무회 등의 불충(不忠)한 죄가 명백하게 드러났으니, 잠시라도 용인(容忍)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여 나라 사람들에게 밝히 보여서 후세에 감계(鑑戒)를 내리소서."

이날 밤에 유사눌(柳思訥)을 불러서 해온정(解慍亭) 아래에 이르러, 유사눌이 아뢰기를,

"오늘 정부(政府)·공신(功臣)·육조(六曹)·3성(三省)018) 에서 청한 것이 윤당(允當)하니, 유윤(兪允)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하니, 임금이,

"민무구와 민무질은 이미 그 죄에 벌을 받았고, 민무휼과 민무회도 또 죄에 걸렸다. 민씨(閔氏)의 네 아들을 서로 잇달아서 죽이는 것을 나는 차마 하지 못하겠다."

하였다. 유 사눌이 대답하기를,

"전하께서 허심탄회(虛心坦懷)하시기를 거울의 빈 것과 같이 한다면 곱고 미운 것은 저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옛날 두헌(竇憲)019) 이 궁액(宮掖)의 세력을 믿고 남의 전원(田園)을 빼앗았으나 장제(章帝)가 그에게 죄 주지 아니하니, 후세의 사가(史家)들이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잘못으로 여겼습니다. 이제 만약 전하께서 이 두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면, 신 같은 자는 전하를 우유부단하다고 사책(史冊)에 쓸 것이니, 만세의 뒤에 전하께서 어찌 감히 그 우유부단하다는 이름을 사피(辭避)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알았다. 그러나, 나는 차마 발언(發言)할 수 없다. 전날부터 오늘 밤에 이르기까지 이 일을 반복(反覆)하여 생각하여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하였다. 대답하기를,

"이것도 또한 전하의 고식(姑息)적인 인(仁)이나, 백중 흑점(白中黑點)020) 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 두 사람이 자진(自盡)하면 가(可)할 듯하다."

하매, 유사눌이 말하였다.

"사사(賜死)하면 가합니다. 저들의 자진함을 어찌 기다리겠습니까?"

  • 【태백산사고본】 14책 3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98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註 014] 종지(宗支) : 종파와 지파.
  • [註 015] 유찬(流竄) : 귀양살이.
  • [註 016] 오형(五刑)을 다섯 가지 등급으로 쓰는 것 : 《서경(書經)》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謀)에게 고요가 우(禹)임금에게 묵(墨)·의(劓)·월(刖)·궁(宮)·대벽(大辟)의 다섯 가지 형벌을 등급에 따라 알맞게 써야 한다고 훈계한 데에서 나온 말임.
  • [註 017] 고명(高明) : 임금의 총명.
  • [註 018] 3성(三省) : 대간(臺諫)과 형조(刑曹).
  • [註 019] 두헌(竇憲) : 후한(後漢) 장제(章帝)·화제(和帝) 때의 무장(武將). 여동생이 황후가 되고, 북선우(北單于)를 정복한 뒤에 대장군(大將軍)이 되니, 조정에 세력이 커져서 횡포가 많았음. 화제가 정중(鄭衆)과 의논하여 인신(印信)을 몰수하고 자진(自盡)하게 하였음.
  • [註 020] 백중 흑점(白中黑點) : 많고 좋은것 가운데 적은 나쁜 점.

원문

○議政府、功臣、六曹、臺諫皆上疏請無恤、無悔罪。 刑曹、臺諫交章上言: "不忠之臣, 天地所不容。 《春秋》明言其法曰: ‘亂臣賊子, 人得而討之。’ 誅其身、瀦其宮, 百代以來, 共守斯義。 今無恤、無悔等久包禍心, 乃伺世子獨坐之時, 密進狡謀, 欲剪宗支, 以弱王室, 幸賴世子明炳幾微, 發其陰計, 猶自隱匿。 殿下令義禁府、議政府、刑曹、臺諫共加訊問, 且命近臣聽之。 無恤、無悔等情狀著露, 殿下不加天誅, 止令流竄, 一國臣子莫不憤惋。 伏望殿下, 以宗廟社稷爲念; 以子孫萬世爲計, 將此二兇, 明置典刑, 以順天討。 臣等抑又聞之, 樹德懋滋, 除惡懋本。 無咎、無疾等妻孥, 各自完聚, 無所懲戒, 此無恤、無悔不憚而繼起也。 乞將四人妻孥, 依律施行, 以戒後來。"

吏曹判書朴訔等上言: "臣等竊聞, 不忠之臣, 天地所不容, 王法所不赦也。 無恤、無悔等素蓄無君之心, 曾於元尹 之生也, 肆行慘毒, 又於世子之前, 敢陳狡謀。 今義禁府與政府、刑曹、臺諫同問得情, 其不仁不忠, 莫此爲甚, 此所謂左右諸大夫、國人皆曰可殺者也。 殿下但以私恩, 俯從輕典, 一國臣民罔不缺望。 伏望殿下, 斷以大義, 一依臺諫所申, 兪允施行。"

開國定社佐命功臣漢川府院君 趙溫等亦上言: "福善禍淫, 天之道也; 賞善罰惡, 君之道也。 人君法天而行, 故五刑五庸, 謂之天討。 逆臣無咎、無疾等, 罪惡貫盈, 旣伏其誅。 其弟無恤、無悔不懲其惡, 常懷不忠之心, 謀剪宗支, 其罪一也。 構爲誣妄之言, 欲累高明, 其罪二也。 謂其兄無咎、無疾死非其罪, 其罪三也。 今已伏招, 當置於法, 殿下俯從寬典, 刑則不擧, 但逐于外, 是則廢天討、虧國典矣。 願殿下, 斷以大義, 明正典刑, 以快一國臣民之望。 且自古亂臣賊子之罪, 未有不及其子者, 此聖人所以鋤根除源, 以杜後患也。 今無咎等四人之於宗社, 若苗之有莠, 不去其根, 則終當復生, 其爲後患必矣。 伏望殿下, 體先聖鋤根除源之義, 將上項人等之子, 命下攸司, 皆置於法, 以絶後日亂賊之萌。"

議政府領議政成石璘等上言: "無恤、無悔等不忠之罪, 明白著見, 不可斯須容忍, 伏望斷以大義, 昭示國人, 垂戒後世。" 是夜, 召柳思訥至解慍亭下。 思訥啓曰: "今日政府、功臣、六曹、三省之請允當, 望賜兪允。" 上曰: "無咎、無疾旣伏其辜, 無恤、無悔亦罹于罪。 閔氏四子, 相繼而死, 予不忍也。" 對曰: "殿下當虛心如鑑之空, 姸蚩在彼。 昔竇憲恃宮掖之勢, 奪人園田, 章帝不之罪, 後史以爲優柔不斷之過。 今若殿下不誅玆二人, 如臣者以殿下爲優柔不斷, 書諸史冊。 萬世之後, 殿下安敢辭其名也哉?" 上曰: "諾。 然予不忍發言。 自前日至于今夜, 反覆思之, 未易決也。" 對曰: "是亦殿下姑息之仁, 白中黑點也。" 上曰: "此二人自盡, 庶乎其可矣。" 思訥曰: "賜死可矣, 奚待夫自盡也?"

  • 【태백산사고본】 14책 3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98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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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31권, 태종 16년 1월 12일 을사 4/4 기사 / 1416년 명 영락(永樂) 14년

민무휼·민무회의 죄를 청하는 의정부·공신·육조·대간의 상소문

국역

의정부(議政府)·공신(功臣)·육조(六曹)·대간(臺諫)에서 모두 상소하여 민무휼(閔無恤)과 민무회(閔無悔)의 죄를 청하였다. 형조와 대간에서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였다.

"불충(不忠)한 신하는 천지(天地)도 용납하지 아니하고, 《춘추(春秋)》에도 그 법을 분명히 말하기를, ‘난신(亂臣) 적자(賊子)는 사람이 토죄(討罪)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당자를 주멸(誅滅)하고, 그 집[宮]을 못으로 파는 것은 백대(百代)이래로 이러한 의(義)를 함께 지켜 오는 것입니다. 이제 민무휼(閔無恤)과 민무회(閔無悔) 등은 오랫동안 화심(禍心)을 품고 있다가 바로 세자가 홀로 앉아 계시는 때를 엿보아 비밀히 교활한 모책(謀策)을 올려서 종지(宗支)014) 를 제거하여 왕실(王室)을 약하게 하고자 하였으나, 다행히 세자에 힘입어 기미(幾微)를 밝게 알아서 그 음계(陰計)가 발각되었지만, 오히려 스스로 은닉(隱匿)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의금부(義禁府)·의정부(議政府)·형조(刑曹)·대간(臺諫)으로 하여금 함께 신문(訊問)을 더하게 하고, 또 근신(近臣)에게 명하여 이를 듣도록 하니, 민무휼과 민무회 등의 정상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전하께서 천주(天誅)를 가(加)하지 아니하고 유찬(流竄)015) 에 그치게 하니, 한 나라의 신자(臣子)들이 분개하고 한탄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염려하고 자손 만세(萬世)를 위한 계책으로 삼으시어 이 두 흉물(兇物)을 전형(典刑)에 밝게 처하여 천토(天討)에 따르소서. 신 등은 또 듣건대, ‘덕(德)을 심는 것은 번성함을 힘쓰는 것이요, 악(惡)을 없애는 것은 근본에 힘쓰는 것이라.’고 하니, 민무구(閔無咎)와 민무질(閔無疾) 등의 처자[妻孥]를 각각 스스로 완취(完聚)하게 하는 것은 징계(懲戒)하는 바가 없습니다. 이것은 민무휼과 민무회가 거리낌 없이 잇달아 일어나는 까닭이니, 빌건대, 네 사람의 처자를 율에 의하여 시행하여서 후래(後來)를 경계하게 하소서."

이조 판서 박은(朴訔) 등이 상언(上言)하였다.

"신 등이 그윽이 듣건대, ‘불충(不忠)한 신하는 천지에서 용납하지 아니하는 바이요, 왕법(王法)에서도 용서하지 아니하는 바이라.’고 합니다. 민무휼과 민무회 등은 본래 무군(無君)의 마음을 품어, 일찍이 원윤(元尹) 이비(李)를 낳을 적에 함부로 참학(慘虐)한 짓을 자행하고, 또 세자의 앞에서 감히 교활한 음모를 진달(陳達)하였는데, 지금 의금부(義禁府)와 정부(政府)·형조(刑曹)·대간(臺諫)에서 함께 신문하여 정상을 얻었으니, 그들의 불인(不仁)과 불충(不忠)은 이보다 더 심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좌우(左右)의 제대부(諸大夫)와 국인(國人)이 모두 말하기를, ‘죽일 놈이다.’라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다만 사사로운 은의(恩誼) 때문에 가벼운 법전을 따르시니, 한 나라의 신민(臣民)으로 실망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여 한결같이 대간(臺諫)에서 아뢴 바에 의하여 유윤(兪允)하여 시행하소서."

개국 정사 좌명 공신(開國定社佐命功臣) 한천 부원군(漢川府院君) 조온(趙溫) 등도 또한 상언(上言)하였다.

"선(善)한 자에게 복(福)을 주고 음(淫)한 자에게 화(禍)를 주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요, 선한 자에게 상을 주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은 임금의 도리입니다. 임금[人君]은 하늘을 본받아 행하는 까닭에 오형(五刑)을 다섯 가지 등급으로 쓰는 것016) 을 천토(天討)라고 이르는 것입니다. 역신(逆臣) 민무구(閔無咎)와 민무질(閔無疾) 등은 죄악이 관영(貫盈)하여 이미 죽음을 당하였으나, 그 아우 민무휼(閔無恤)과 민무회(閔無悔)는 그 악(惡)을 징계하지 아니하여 항상 불충(不忠)한 마음을 품고 있다가 종지(宗支)를 제거할 것을 꾀하였으니, 그 죄상의 첫째이고, 무망(誣妄)한 말을 꾸며대어 고명(高明)017) 에 누(累)를 끼치고자 하였으니, 그 죄상의 둘째이며, 그 형 민무구와 민무질의 죽음은 자기 죄가 아니라고 하였으니, 그 죄상의 세째입니다. 지금 이미 공초(供招)를 자복하였으니, 법대로 처치함이 마땅한데, 전하께서 너그러운 법을 따라서 형벌을 거행하지 아니하고 다만 외방으로 쫓아내니, 이것은 천토(天討)를 폐(廢)하고 국전(國典)을 이즈러뜨리는 것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여 전형(典刑)을 밝게 바로잡아서 한 나라 신민(臣民)들의 소망을 쾌(快)하게 하여 주소서. 또 옛날부터 난신(亂臣) 적자(賊子)의 죄는 그 자손에게까지 미치지 아니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성인(聖人)이 뿌리를 뽑아서 근원을 없앰으로써 후환(後患)을 막는 방법입니다. 오늘날 민무구 등 네 사람은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 있어서 싹[苗]에 가라지[莠]가 섞이어 있는 것과 같으니, 그 뿌리를 없애지 아니한다면 결국은 다시 살아 날 것이므로, 그것이 후환(後患)이 될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선성(先聖)의 뿌리를 뽑아서 근원을 없애는 뜻을 몸받아서, 윗 조항 사람들의 자손을 유사(攸司)에 내리도록 명하여 모두 법대로 처치하여서 뒷날 난적(亂賊)의 싹[萠]을 끊어 버리소서."

의정부 영의정(領議政) 성석린(成石璘) 등이 상언(上言)하였다.

"민무휼과 민무회 등의 불충(不忠)한 죄가 명백하게 드러났으니, 잠시라도 용인(容忍)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여 나라 사람들에게 밝히 보여서 후세에 감계(鑑戒)를 내리소서."

이날 밤에 유사눌(柳思訥)을 불러서 해온정(解慍亭) 아래에 이르러, 유사눌이 아뢰기를,

"오늘 정부(政府)·공신(功臣)·육조(六曹)·3성(三省)018) 에서 청한 것이 윤당(允當)하니, 유윤(兪允)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하니, 임금이,

"민무구와 민무질은 이미 그 죄에 벌을 받았고, 민무휼과 민무회도 또 죄에 걸렸다. 민씨(閔氏)의 네 아들을 서로 잇달아서 죽이는 것을 나는 차마 하지 못하겠다."

하였다. 유 사눌이 대답하기를,

"전하께서 허심탄회(虛心坦懷)하시기를 거울의 빈 것과 같이 한다면 곱고 미운 것은 저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옛날 두헌(竇憲)019) 이 궁액(宮掖)의 세력을 믿고 남의 전원(田園)을 빼앗았으나 장제(章帝)가 그에게 죄 주지 아니하니, 후세의 사가(史家)들이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잘못으로 여겼습니다. 이제 만약 전하께서 이 두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면, 신 같은 자는 전하를 우유부단하다고 사책(史冊)에 쓸 것이니, 만세의 뒤에 전하께서 어찌 감히 그 우유부단하다는 이름을 사피(辭避)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알았다. 그러나, 나는 차마 발언(發言)할 수 없다. 전날부터 오늘 밤에 이르기까지 이 일을 반복(反覆)하여 생각하여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하였다. 대답하기를,

"이것도 또한 전하의 고식(姑息)적인 인(仁)이나, 백중 흑점(白中黑點)020) 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 두 사람이 자진(自盡)하면 가(可)할 듯하다."

하매, 유사눌이 말하였다.

"사사(賜死)하면 가합니다. 저들의 자진함을 어찌 기다리겠습니까?"

  • 【태백산사고본】 14책 3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98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註 014] 종지(宗支) : 종파와 지파.
  • [註 015] 유찬(流竄) : 귀양살이.
  • [註 016] 오형(五刑)을 다섯 가지 등급으로 쓰는 것 : 《서경(書經)》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謀)에게 고요가 우(禹)임금에게 묵(墨)·의(劓)·월(刖)·궁(宮)·대벽(大辟)의 다섯 가지 형벌을 등급에 따라 알맞게 써야 한다고 훈계한 데에서 나온 말임.
  • [註 017] 고명(高明) : 임금의 총명.
  • [註 018] 3성(三省) : 대간(臺諫)과 형조(刑曹).
  • [註 019] 두헌(竇憲) : 후한(後漢) 장제(章帝)·화제(和帝) 때의 무장(武將). 여동생이 황후가 되고, 북선우(北單于)를 정복한 뒤에 대장군(大將軍)이 되니, 조정에 세력이 커져서 횡포가 많았음. 화제가 정중(鄭衆)과 의논하여 인신(印信)을 몰수하고 자진(自盡)하게 하였음.
  • [註 020] 백중 흑점(白中黑點) : 많고 좋은것 가운데 적은 나쁜 점.

원문

○議政府、功臣、六曹、臺諫皆上疏請無恤、無悔罪。 刑曹、臺諫交章上言: "不忠之臣, 天地所不容。 《春秋》明言其法曰: ‘亂臣賊子, 人得而討之。’ 誅其身、瀦其宮, 百代以來, 共守斯義。 今無恤、無悔等久包禍心, 乃伺世子獨坐之時, 密進狡謀, 欲剪宗支, 以弱王室, 幸賴世子明炳幾微, 發其陰計, 猶自隱匿。 殿下令義禁府、議政府、刑曹、臺諫共加訊問, 且命近臣聽之。 無恤、無悔等情狀著露, 殿下不加天誅, 止令流竄, 一國臣子莫不憤惋。 伏望殿下, 以宗廟社稷爲念; 以子孫萬世爲計, 將此二兇, 明置典刑, 以順天討。 臣等抑又聞之, 樹德懋滋, 除惡懋本。 無咎、無疾等妻孥, 各自完聚, 無所懲戒, 此無恤、無悔不憚而繼起也。 乞將四人妻孥, 依律施行, 以戒後來。"

吏曹判書朴訔等上言: "臣等竊聞, 不忠之臣, 天地所不容, 王法所不赦也。 無恤、無悔等素蓄無君之心, 曾於元尹 之生也, 肆行慘毒, 又於世子之前, 敢陳狡謀。 今義禁府與政府、刑曹、臺諫同問得情, 其不仁不忠, 莫此爲甚, 此所謂左右諸大夫、國人皆曰可殺者也。 殿下但以私恩, 俯從輕典, 一國臣民罔不缺望。 伏望殿下, 斷以大義, 一依臺諫所申, 兪允施行。"

開國定社佐命功臣漢川府院君 趙溫等亦上言: "福善禍淫, 天之道也; 賞善罰惡, 君之道也。 人君法天而行, 故五刑五庸, 謂之天討。 逆臣無咎、無疾等, 罪惡貫盈, 旣伏其誅。 其弟無恤、無悔不懲其惡, 常懷不忠之心, 謀剪宗支, 其罪一也。 構爲誣妄之言, 欲累高明, 其罪二也。 謂其兄無咎、無疾死非其罪, 其罪三也。 今已伏招, 當置於法, 殿下俯從寬典, 刑則不擧, 但逐于外, 是則廢天討、虧國典矣。 願殿下, 斷以大義, 明正典刑, 以快一國臣民之望。 且自古亂臣賊子之罪, 未有不及其子者, 此聖人所以鋤根除源, 以杜後患也。 今無咎等四人之於宗社, 若苗之有莠, 不去其根, 則終當復生, 其爲後患必矣。 伏望殿下, 體先聖鋤根除源之義, 將上項人等之子, 命下攸司, 皆置於法, 以絶後日亂賊之萌。"

議政府領議政成石璘等上言: "無恤、無悔等不忠之罪, 明白著見, 不可斯須容忍, 伏望斷以大義, 昭示國人, 垂戒後世。" 是夜, 召柳思訥至解慍亭下。 思訥啓曰: "今日政府、功臣、六曹、三省之請允當, 望賜兪允。" 上曰: "無咎、無疾旣伏其辜, 無恤、無悔亦罹于罪。 閔氏四子, 相繼而死, 予不忍也。" 對曰: "殿下當虛心如鑑之空, 姸蚩在彼。 昔竇憲恃宮掖之勢, 奪人園田, 章帝不之罪, 後史以爲優柔不斷之過。 今若殿下不誅玆二人, 如臣者以殿下爲優柔不斷, 書諸史冊。 萬世之後, 殿下安敢辭其名也哉?" 上曰: "諾。 然予不忍發言。 自前日至于今夜, 反覆思之, 未易決也。" 對曰: "是亦殿下姑息之仁, 白中黑點也。" 上曰: "此二人自盡, 庶乎其可矣。" 思訥曰: "賜死可矣, 奚待夫自盡也?"

  • 【태백산사고본】 14책 31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98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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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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