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3권, 태종 2년 6월 11일 계해 3/8 기사 / 1402년 명 건문(建文) 4년
예조에서 사냥하는 규정을 상정하여, 채택하다
국역
예조에서 수수법(蒐狩法)053) 을 올렸다. 그 계문(啓文)은 이러하였다.
"삼가 고전(古典)을 살펴보건대, ‘천자(天子)와 제후(諸侯)는 일이 없으면 한 해에 세 번씩 사냥한다. 일이 없어도 사냥하지 아니함은 「불경(不敬)」이라 하고, 사냥을 예(禮)로써 하지 않는 것을 「포진천물(暴殄天物)」054) 이라 한다.’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미 세 가지 짐승[三牲]이 있는데도 반드시 사냥을 하는 것은 효자(孝子)의 마음에 천지 자연(天地自然)의 짐승의 고기가 자기가 기른 것보다 좋다[逸豫肥美]고 여기기 때문이다. 짐승이 많으면 오곡(五穀)을 해치기 때문에 병사(兵事)를 익힌다. 설자(設者)가 「불경」이라 하는 것은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고 빈객(賓客)을 소홀하게 대접함을 말함이며, 「포진천물」이라 하는 것은 못[澤]을 포위하여 떼[群]째로 짐승을 잡아 새끼와 알을 취(取)하며, 뱃속의 태(胎)를 죽이며, 단명(短命)에 죽게 하며, 둥우리를 뒤엎어 버리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일이 없을 때에 사냥하지 아니함도 불가(不可)하고, 사냥하여도 물건을 아끼지 않는 것도 또한 불가합니다. 신 등은 역대(歷代)로 사냥하던 법[蒐狩之儀]을 참고하여 아래에 갖추 아뢰오니, 전하께서 해마다 세 번씩 친히 근교에서 사냥하시어 종묘(宗廟)를 받드시고, 무사(武事)를 강구(講究)하소서.
7일을 전기(前期)하여 병조(兵曹)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모아 사냥하는 법[田法]을 지키[循守]게 하고, 승추부(承樞府)에서는 사냥할 곳에다 표지(標識)를 붙인다. 그날 미명(未明)에 사냥할 곳의 뒤, 근교(近郊)에다 적당한 곳에 기(旗)를 세우고, 여러 장수는 각각 병졸을 거느리고 기 아래로 모인다. 먼동이 트면[質明] 기를 거두고 뒤늦게 온 자는 벌을 준다. 병조에서 나누어 사냥의 영[田令]을 펴고, 마침내 빙 둘러서서 사냥을 시작한다. 좌우 양익(左右兩翼)의 장수는 모두 기를 세우고 빙 둘러선다. 대궐 앞에 대가(大駕)가 나와 출발하고 인도하며 쉬는 것은 보통 때의 의식[常儀]과 같이 한다. 사냥하는 곳에 장차 이르면 대가가 북을 치며 둘러싼 안[圍內]으로 들어간다. 유사(有司)가 대가(大駕)앞에서 북을 울리면, 동남에 있는 사람들은 서향하고, 서남에 있는 사람들은 동향하여 모두 말을 탄다. 여러 장수들은 모두 북을 치며 포위해 나간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몰이하는 기군(騎軍)을 설치한다. 임금이 말을 타고 남향하면, 유사가 따르고, 여러 군[諸君] 이하가 모두 말을 타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대가(大駕)의 앞뒤로 벌여서고, 유사(有司)가 또 따른다. 이에 짐승을 임금 앞으로 몰아내는데, 초일구(初一驅)055) 가 지나가면, 유사가 활과 화살을 정돈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재구(再驅)056) 가 지나가면, 병조(兵曹)가 활과 화살을 받들어 올리고, 삼구(三驅)057) 가 지나가면, 임금이 곧 짐승의 왼쪽으로부터 쏜다. 매구(每驅)마다 반드시 세 마리 이상이다. 임금이 화살을 쏜 뒤에야 여러 군(君)들이 이를 쏘고 여러 장수들도 차례로 이를 쏜다. 이를 마치면 반대쪽에서 몰던 기군도 멈춘다. 이런 연후에야 백성들의 사냥을 허용한다. 무릇 짐승을 쏘는데 있어서는 왼쪽 허구리[膘]로부터 쏘아 오른쪽 어깻쭉지[腢]에 이른 것을 상(上)으로 삼아, 건두(乾豆)058) 로 하여 종묘(宗廟)에 이바지하고, 왼쪽 귀 밑에 이른 것은 그 다음으로 삼아 빈객(賓客)에게 이바지하고, 왼쪽 넓적다리[髀]에서 오른쪽 갈비[䯚]에 이른 것은 하(下)로 삼아 포주(庖廚)에 채운다. 여러 짐승들이 서로 따라다니면 다 죽이지 아니하며, 이미 화살에 맞은 것은 다시 쏘지 아니하며, 또 그 얼굴을 쏘지 아니하며, 그 털도 깎지 아니하며, 표지(標識) 밖으로 나간 것은 쫓지도 아니한다. 장차 그치려 하면 승추부(承樞府)에서 사냥터 안[田內]에다 기(旗)를 세우고, 우레와 같이 대가(大駕)의 북과 여러 장수의 북을 치며, 군졸들은 급하게 소리쳐 부른[躁呼]다. 여러 장수로서 짐승을 잡은 사람은 기(旗)아래에 바치되, 그 왼쪽 귀를 바친다. 큰 짐승은 공물(公物)로 하고, 작은 짐승은 사사로 가진다. 사자(使者)를 보내 잡은 짐승을 가지고 달려가서 종묘(宗廟)에 올리게 하고, 다음에 악전(幄殿)에서 연회(宴會)를 한다. 따라간 관원에게 술 세 순배를 돌린다."
그대로 따랐다.
- [註 053] 수수법(蒐狩法) : 사냥하는 법.
- [註 054] 「포진천물(暴殄天物)」 : 물건을 함부로 쓰고도 아까운 줄 모르는 것.
- [註 055] 초일구(初一驅) : 첫 번째의 짐승몰이.
- [註 056] 재구(再驅) : 두 번째의 짐승몰이.
- [註 057] 삼구(三驅) : 세 번째의 짐승몰이.
- [註 058] 건두(乾豆) : 말린 제물(祭物).
원문
○禮曹上蒐狩之法。 啓曰: "謹按古典: ‘天子諸侯, 無事則歲三田。 無事而不田曰不敬, 田不以禮曰暴殄天物。’ 又曰: ‘已有三牲, 必田狩者, 孝子之意以爲, 己之所養, 不如天地自然之牲逸豫肥美也。 禽獸多則傷五穀, 因習兵事。’ 說者謂: ‘不敬者, 簡祭祀略賓客。 暴殄天物者, 圍澤揜群, 取麛卵殺胎, 殀夭覆巢也。’ 然則無事而不田爲不可, 田而殄物, 亦不可也。 臣等參考歷代蒐狩之儀, 開具于後。 伏望殿下, 歲以三時, 親田近郊, 以奉宗廟, 以講武事。 前期七日, 兵曹徵衆, 庶循田法。 承樞府表所田之地, 其日未明, 建旗於所田之後, 近郊隨田之宜。 諸將各率士徒集旗下, 質明敝旗, 後至者罰之。 兵曹分申田令, 遂圍田, 其兩翼之將, 皆建旗圍之。 闕前駕出發引次舍如常儀。 將至田, 所駕鼓行入圍, 有司陳鼓於駕前, 在東南者西向, 在西南者東向, 皆乘馬。 諸將皆鼓行赴圍, 乃設驅逆之騎。 上乘馬南向, 有司以從, 諸君以下, 皆乘馬帶弓矢, 陳駕前後, 有司又從, 乃驅獸出上前。 初一驅過, 有司整飭弓矢以前, 再驅過, 兵曹奉進弓矢, 三驅過, 上乃從禽左而射之。 每驅必三獸以上, 上發矢, 然後諸君發矢, 諸將以次射之訖, 驅逆之騎止, 然後許百姓獵。 凡射獸自左膘而射之, 達于右腢爲上, 以爲乾豆, 奉宗廟。 達左耳本者次之, 以供賓客。 射左髀達于右䯚爲下, 以充庖廚。 群獸相從, 不盡殺, 已被射者不射, 又不射其面, 不剪其毛, 其出表者不逐。 將止, 承樞府建旗於田內, 乃雷擊駕鼓及諸將之鼓, 士徒躁呼。 諸將得獸者, 獻於旗下, 致其左耳。 大獸公之, 小獸私之。 遣使以所獲獸馳薦宗廟, 次宴幄殿, 從官酒三行。" 從之。
국역
예조에서 수수법(蒐狩法)053) 을 올렸다. 그 계문(啓文)은 이러하였다.
"삼가 고전(古典)을 살펴보건대, ‘천자(天子)와 제후(諸侯)는 일이 없으면 한 해에 세 번씩 사냥한다. 일이 없어도 사냥하지 아니함은 「불경(不敬)」이라 하고, 사냥을 예(禮)로써 하지 않는 것을 「포진천물(暴殄天物)」054) 이라 한다.’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미 세 가지 짐승[三牲]이 있는데도 반드시 사냥을 하는 것은 효자(孝子)의 마음에 천지 자연(天地自然)의 짐승의 고기가 자기가 기른 것보다 좋다[逸豫肥美]고 여기기 때문이다. 짐승이 많으면 오곡(五穀)을 해치기 때문에 병사(兵事)를 익힌다. 설자(設者)가 「불경」이라 하는 것은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고 빈객(賓客)을 소홀하게 대접함을 말함이며, 「포진천물」이라 하는 것은 못[澤]을 포위하여 떼[群]째로 짐승을 잡아 새끼와 알을 취(取)하며, 뱃속의 태(胎)를 죽이며, 단명(短命)에 죽게 하며, 둥우리를 뒤엎어 버리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일이 없을 때에 사냥하지 아니함도 불가(不可)하고, 사냥하여도 물건을 아끼지 않는 것도 또한 불가합니다. 신 등은 역대(歷代)로 사냥하던 법[蒐狩之儀]을 참고하여 아래에 갖추 아뢰오니, 전하께서 해마다 세 번씩 친히 근교에서 사냥하시어 종묘(宗廟)를 받드시고, 무사(武事)를 강구(講究)하소서.
7일을 전기(前期)하여 병조(兵曹)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모아 사냥하는 법[田法]을 지키[循守]게 하고, 승추부(承樞府)에서는 사냥할 곳에다 표지(標識)를 붙인다. 그날 미명(未明)에 사냥할 곳의 뒤, 근교(近郊)에다 적당한 곳에 기(旗)를 세우고, 여러 장수는 각각 병졸을 거느리고 기 아래로 모인다. 먼동이 트면[質明] 기를 거두고 뒤늦게 온 자는 벌을 준다. 병조에서 나누어 사냥의 영[田令]을 펴고, 마침내 빙 둘러서서 사냥을 시작한다. 좌우 양익(左右兩翼)의 장수는 모두 기를 세우고 빙 둘러선다. 대궐 앞에 대가(大駕)가 나와 출발하고 인도하며 쉬는 것은 보통 때의 의식[常儀]과 같이 한다. 사냥하는 곳에 장차 이르면 대가가 북을 치며 둘러싼 안[圍內]으로 들어간다. 유사(有司)가 대가(大駕)앞에서 북을 울리면, 동남에 있는 사람들은 서향하고, 서남에 있는 사람들은 동향하여 모두 말을 탄다. 여러 장수들은 모두 북을 치며 포위해 나간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몰이하는 기군(騎軍)을 설치한다. 임금이 말을 타고 남향하면, 유사가 따르고, 여러 군[諸君] 이하가 모두 말을 타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대가(大駕)의 앞뒤로 벌여서고, 유사(有司)가 또 따른다. 이에 짐승을 임금 앞으로 몰아내는데, 초일구(初一驅)055) 가 지나가면, 유사가 활과 화살을 정돈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재구(再驅)056) 가 지나가면, 병조(兵曹)가 활과 화살을 받들어 올리고, 삼구(三驅)057) 가 지나가면, 임금이 곧 짐승의 왼쪽으로부터 쏜다. 매구(每驅)마다 반드시 세 마리 이상이다. 임금이 화살을 쏜 뒤에야 여러 군(君)들이 이를 쏘고 여러 장수들도 차례로 이를 쏜다. 이를 마치면 반대쪽에서 몰던 기군도 멈춘다. 이런 연후에야 백성들의 사냥을 허용한다. 무릇 짐승을 쏘는데 있어서는 왼쪽 허구리[膘]로부터 쏘아 오른쪽 어깻쭉지[腢]에 이른 것을 상(上)으로 삼아, 건두(乾豆)058) 로 하여 종묘(宗廟)에 이바지하고, 왼쪽 귀 밑에 이른 것은 그 다음으로 삼아 빈객(賓客)에게 이바지하고, 왼쪽 넓적다리[髀]에서 오른쪽 갈비[䯚]에 이른 것은 하(下)로 삼아 포주(庖廚)에 채운다. 여러 짐승들이 서로 따라다니면 다 죽이지 아니하며, 이미 화살에 맞은 것은 다시 쏘지 아니하며, 또 그 얼굴을 쏘지 아니하며, 그 털도 깎지 아니하며, 표지(標識) 밖으로 나간 것은 쫓지도 아니한다. 장차 그치려 하면 승추부(承樞府)에서 사냥터 안[田內]에다 기(旗)를 세우고, 우레와 같이 대가(大駕)의 북과 여러 장수의 북을 치며, 군졸들은 급하게 소리쳐 부른[躁呼]다. 여러 장수로서 짐승을 잡은 사람은 기(旗)아래에 바치되, 그 왼쪽 귀를 바친다. 큰 짐승은 공물(公物)로 하고, 작은 짐승은 사사로 가진다. 사자(使者)를 보내 잡은 짐승을 가지고 달려가서 종묘(宗廟)에 올리게 하고, 다음에 악전(幄殿)에서 연회(宴會)를 한다. 따라간 관원에게 술 세 순배를 돌린다."
그대로 따랐다.
- [註 053] 수수법(蒐狩法) : 사냥하는 법.
- [註 054] 「포진천물(暴殄天物)」 : 물건을 함부로 쓰고도 아까운 줄 모르는 것.
- [註 055] 초일구(初一驅) : 첫 번째의 짐승몰이.
- [註 056] 재구(再驅) : 두 번째의 짐승몰이.
- [註 057] 삼구(三驅) : 세 번째의 짐승몰이.
- [註 058] 건두(乾豆) : 말린 제물(祭物).
원문
○禮曹上蒐狩之法。 啓曰: "謹按古典: ‘天子諸侯, 無事則歲三田。 無事而不田曰不敬, 田不以禮曰暴殄天物。’ 又曰: ‘已有三牲, 必田狩者, 孝子之意以爲, 己之所養, 不如天地自然之牲逸豫肥美也。 禽獸多則傷五穀, 因習兵事。’ 說者謂: ‘不敬者, 簡祭祀略賓客。 暴殄天物者, 圍澤揜群, 取麛卵殺胎, 殀夭覆巢也。’ 然則無事而不田爲不可, 田而殄物, 亦不可也。 臣等參考歷代蒐狩之儀, 開具于後。 伏望殿下, 歲以三時, 親田近郊, 以奉宗廟, 以講武事。 前期七日, 兵曹徵衆, 庶循田法。 承樞府表所田之地, 其日未明, 建旗於所田之後, 近郊隨田之宜。 諸將各率士徒集旗下, 質明敝旗, 後至者罰之。 兵曹分申田令, 遂圍田, 其兩翼之將, 皆建旗圍之。 闕前駕出發引次舍如常儀。 將至田, 所駕鼓行入圍, 有司陳鼓於駕前, 在東南者西向, 在西南者東向, 皆乘馬。 諸將皆鼓行赴圍, 乃設驅逆之騎。 上乘馬南向, 有司以從, 諸君以下, 皆乘馬帶弓矢, 陳駕前後, 有司又從, 乃驅獸出上前。 初一驅過, 有司整飭弓矢以前, 再驅過, 兵曹奉進弓矢, 三驅過, 上乃從禽左而射之。 每驅必三獸以上, 上發矢, 然後諸君發矢, 諸將以次射之訖, 驅逆之騎止, 然後許百姓獵。 凡射獸自左膘而射之, 達于右腢爲上, 以爲乾豆, 奉宗廟。 達左耳本者次之, 以供賓客。 射左髀達于右䯚爲下, 以充庖廚。 群獸相從, 不盡殺, 已被射者不射, 又不射其面, 不剪其毛, 其出表者不逐。 將止, 承樞府建旗於田內, 乃雷擊駕鼓及諸將之鼓, 士徒躁呼。 諸將得獸者, 獻於旗下, 致其左耳。 大獸公之, 小獸私之。 遣使以所獲獸馳薦宗廟, 次宴幄殿, 從官酒三行。" 從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