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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27권, 정조 13년 3월 8일 乙丑 1번째기사 1789년 청 건륭(乾隆) 54년

동지 정사 이재협 등이 청나라의 사정을 치계하다

동지 정사(冬至正使) 이재협(李在恊) 등이 치계하였다.

"명년에 황제의 팔순(八旬)을 경축할 때를 대비하여, 황도(皇都)의 궁전으로부터 원명원(圓明園)까지를 모두 다시 수리하고, 또 경성에서 서산(西山)까지 40리 사이에 있는 복도(複道)·정대(亭臺)·사찰(寺刹)들도 모두 다시 수리할 것을 태학사(太學士) 아계(阿桂)·화신(和珅) 등이 이미 주청하여 호부(戶部)로 하여금 거기에 드는 경비를 계산해보게 하였더니 1백 14만여 냥이 소요된다고 하였습니다.

생번(生番)은 섬 오랑캐의 별명으로 중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남쪽 끝 바다에 있고 대만(臺灣)에 소속되어 있는데, 작년 봄 임상문(林爽文)이 패망했을 때 생번으로 망명하자 생번 사람들이 그를 유인해 사로잡아 대군(大軍)에 바쳤으므로 황제가 그 공로를 가상히 여겨 와서 조회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조금 아는 대만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을 거느리고 서울로 오게 하였는데 그 수가 44명이었습니다. 그들은 군장(君長)이 따로 없고 단지 두목 4인 만이 있을 뿐이며 얼굴 생김이 모두 어린아이 같고 또 수염도 없었으며 머리는 잘라서 옷깃을 겨우 덮을 정도였으며 더러는 이마 위와 입 밑에 괘(卦) 모양의 문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식성은 생선과 분디를 좋아하며 물재주에 능하여 마치 평지를 다니듯 한다 합니다.

안남국(安南國)에 임금을 죽이고 왕위를 빼앗은 변고가 생겨 재작년 겨울에 안남국 사손(嗣孫)인 여유기(黎維祁)가 자기 어머니와 함께 탈출하여 바다를 건너 광서성(廣西省)으로 와서 급변을 고하였습니다. 광서 순무(廣西巡撫) 손영청(孫永淸)이 역마를 달려 급히 황제께 아뢰자 황제가 크게 가엾이 여겨 사손 모자에게 묵을 집과 곡식을 주고, 즉시 총독 손사의(孫士毅)에게 명하여 명을 받들어 군사를 동원하게 하고 전성(滇省) 등처의 군량을 운반해다가 그 사손을 데리고 수군을 지휘하여 곧장 안남의 왕성을 공격하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역적 괴수 완혜(阮惠)는 패하여 광남(廣南)으로 달아났고 손사의가 거기 주둔하여 그 나라를 진무(鎭撫)하면서 승전 소식을 아뢰니 황제는 사의에게 명하여 여유기를 그 나라 국왕으로 책립하게 하였습니다. 그 공로로 사의는 품계 한 등급이 올라 모용공(謀勇公)에 봉해졌는데 한족으로서 공(公)에 봉해진 일은 전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안남에서 광남까지의 거리는 2천여 리나 되는데, 황제는 또 사의에게 명하여 광남으로 옮겨가서 역적 괴수를 추격 생포하고 적의 잔당들도 모두 섬멸하게 하였습니다. 안남 국왕은 나라를 다시 찾고 왕위를 이어받게 해준 은혜에 감동하여 그 종실들을 거느리고 서울로 조회 오기 위해서 운남(雲南)에 와 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0면
  • 【분류】
    외교(外交)

    ○乙丑/冬至正使李在協等馳啓言: "明年皇帝八旬稱慶之時, 自皇都宮殿, 至圓明園, 一竝改修。 又自京城, 至西山四十里複道、亭臺、寺刹, 亦皆重葺之意, 太學士阿桂和珅等, 已爲奏請, 令戶部計其容入之數, 則爲一百十四萬餘兩云。 生番卽島夷之別名, 而在於極南海洋, 與中國絶遠, 而羈縻於臺灣者也。 昨年春, 林爽文之敗亡也, 逃命於生番, 生番人誘以擒之, 納于大軍, 皇帝嘉其功勞, 使之來朝, 而言語不通, 故令臺灣稍解其音者, 領赴京師, 其數爲四十四名。 別無君長, 只有頭目四人, 而面貌皆如小兒, 又無鬚髯, 剪斷頭髮, 纔覆衣領, 或於額上口下, 黥作卦樣。 聞其性嗜生魚秦椒, 慣於水上, 如履平地。 安南國有簒弑之變, 再昨年冬, 該國嗣孫黎維祁, 將其母脫身浮海, 來款廣西省告急。 廣西巡撫孫永淸, 馳驛奏聞。 皇帝大加矜憐, 館穀嗣孫之母子, 卽命摠督孫士毅, 承制發兵, 轉輸滇省等處糧餉, 挾其嗣孫, 以舟師直擣安南王城, 逆魁阮惠敗走, 廣南孫士毅留兵鎭撫其國, 露布以聞。 皇帝仍命士毅, 策立黎維祁爲國王。 士毅進秩一等, 封謀勇公, 漢人之封公, 前所未有。 安南之距廣南, 爲二千餘里, 而皇帝又使士毅, 轉往廣南, 追捕逆魁, 賊黨盡皆勦滅。 安南國王, 感定國襲封之恩, 率其宗室, 來朝京師, 到泊雲南云。"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0면
    • 【분류】
      외교(外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