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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27권, 영조 대왕 시책문(諡冊文)

영조 대왕 시책문(諡冊文)

시책문(諡冊文)에 이르기를,

"병신년 7월 경오삭(庚午朔) 20일 기축(己丑)에 고손(孤孫) 사왕(嗣王) 신(臣) 이산(李祘)은 삼가 재배 계수(再拜稽首)하고 상언(上言)합니다. 지금 하늘이 재앙을 내렸으므로 끼치신 궁검(弓劍)을 안고서 슬픔을 머금거니와, 대덕(大德)은 이름을 얻는 법이므로 완염(琬琰)057) 에 새겨 시호(諡號)를 바칩니다마는, 절로 목이 메니 어찌 감히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건대 대행 대왕(大行大王)께서는 덕(德)은 백왕(百王)보다 뛰어나고 도(道)는 천성(千聖)을 이으셨습니다. 천승(千乘)으로서 증자(曾子)·민자(閔子)가 행한 일을 실천하여 효제(孝悌)가 신명(神明)에게 통하고, 삼고(三古)를 지나서 요순의 정치에 뜻을 두어 정일(精一)하게 그 심법(心法)을 전수하셨습니다. 험난을 겪어서 타고나신 예지(睿智)가 더해지고, 구가(謳歌)를 받으시어 날로 새로워지는 영문(令聞)이 나타났습니다. 학문의 강구에 근본하여 한결같이 성인의 말에 따라서 실천하시니, 사업과 시조(施措)에서 나타나는 것이 모두 천리(天理)가 유행(流行)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검약(儉約)하신 것은 하우(夏禹)가 거친 옷을 입은 일과 다름이 없고, 정사에 부지런하신 것은 주 문왕(周文王)이 음식을 먹을 겨를이 없던 것과 같았습니다. 동조(東朝)께는 기쁜 낯빛으로 섬기는 봉양을 극진히 하여 밤에는 잠자리를 보살피고 아침에는 문안하며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하여 드리는 일을 반드시 정성스럽게 하시고, 청묘(淸廟)에는 용모를 바로잡고 뵈는 마음을 도타이하여 사시의 제사를 게을리하지 않으셨습니다.

능히 하늘의 경계를 삼가시어 생각이 비오고 개고 덮고 추운 것이 조화되는 데에 있었고, 먼저 백성의 곤궁을 불쌍히 여기시어 은택이 환과 고독(鰥寡孤獨)에 미쳤습니다. 적전(籍田)을 가는 쟁기를 잡으시니 근본을 중시하는 거둥이 아름답고, 혹독한 형벌을 없애라는 명을 내리시니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성대하였습니다. 대개 이것은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황극(皇極)을 세우는 도리인데, 모두가 깊은 못에 다가서고 얇은 얼음을 밟듯이 삼가는 마음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자신을 닦고 남을 다스리는 규모는 참으로 《소학(小學)》 한 부(部)에 의지하시고, 치우침이 없고 불공(不公)함이 없는 길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홍범 구주(洪範九疇)를 따르셨습니다. 천과(天戈)058) 가 악기(惡氣)를 숙청하여 난을 평정하는 공렬(功烈)을 능히 닦으시고, 신정(神鼎)059) 이 만물을 밝혀서 의리를 천명하는 서적을 분명히 게시하셨습니다. 정포(丁布)를 고루 줄이신 은혜로 말하면 천명(天命)을 받아 백성을 보전할 기회에 크게 부합되었거니와, 위를 덜어 아래를 더하며 어염세(魚鹽稅)도 아울러 감면되고, 여자·남자가 기뻐하여 양잠(養蠶)·농경(農耕)이 각각 제자리를 얻었습니다.

모든 의문(儀文)이 크게 갖추어진 것은 참으로 계술(繼述)하신 큰 규모에서 나왔거니와, 온릉(溫陵)을 회복하여 오래 막혔던 논의를 펴고, 조경묘(肇慶廟)를 세워서 융숭히 보답하는 예(禮)를 거행하셨습니다. 가법(家法)은 《춘추(春秋)》의 의리에 엄하고 신감(宸感)은 사모하는 마음에 절실하셨거니와, 세 황제에게 아울러 향사(享祀)를 베풀어 제단을 증축하고, 만세(萬世)에 길이 할말이 있으므로 규벽(圭璧)060) 을 친히 바치셨습니다. 헌장(憲章)은 찬수(纂修)에 부지런하시어 예악(禮樂)·병형(兵刑)의 제도가 세밀하게 정리되고, 자신을 닦는 일은 저술을 많이 하시어 천인(天人)·성명(性命)의 이치가 넓고 깊게 포함되었습니다. 보령(寶齡)이 더욱 높아지셔서는 천심(天心)에 능히 맞기를 더욱 바라셨거니와, 공자(孔子)가 뜻대로 하여도 도리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나이를 지나셨어도 계구(戒懼)하는 공부를 늦추지 않으시고, 위 무공(衛武公)이 억시(抑詩)를 지어 읊은 나이에 이르셨어도 늘 절차(切磋)하는 학문에 종사하셨습니다. 오복(五福)으로 백성이 중정(中正)의 도(道)를 지키게 하시어 수역(壽域)·춘대(春臺)가 되고, 억만년 기초를 굳게 하신 것이 태산(泰山)·반석(磐石)과 같았습니다. 이것은 다 백대(百代)의 본보기가 될 것이니, 어찌 한때를 제치(制治)하는 것일 뿐이겠습니까?

바야흐로 장수를 비는데 문득 고명(顧命)을 받으니, 문침(問寢)하던 곳에서 텅 빈 전(殿)을 바라보면 영구히 용안(龍顔)을 뵙지 못하고, 보의(黼扆)를 설치한 끝에서 큰 기업을 이으매 피눈물을 더할 뿐입니다. 지선(至善)과 후택(厚澤)이 골수와 피부에 널리 미쳤으므로 궁곡(窮谷)·심산(深山)의 백성도 부모의 상을 당한 것처럼 슬퍼합니다. 길일(吉日)을 잡은 것은 멀더라도 세월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슬프거니와, 시호를 올려 아름다움을 찬양하더라도 천지를 형용하기 어려움을 어찌하겠습니까? 인심(仁心)·인문(仁聞)이 이미 두루 미쳤으니 도덕(道德)의 문교가 빛나고, 천명(天命)·천토(天討)가 각각 마땅하였으니 보정(保定)한 무열(武烈)이 성대하십니다. 경(敬)은 만선(萬善)의 근본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하시고,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원인데 중외(中外)에 나타나셨습니다. 50년 동안의 공적·교화를 헤아리면 어찌 일이분(一二分)이라도 찬양하였다 하겠습니까? 다만 성심을 다하려는 것일 뿐이고 감히 지나치게 논의하여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공덕을 나타내는 옥책(玉冊)을 받들어 크게 상전(常典)을 거행합니다. 삼가 신(臣) 의정부 영의정(議政府領議政) 김상철(金尙喆)을 보내어 옥책을 받들어 존시(尊諡)를 익문 선무 희경 현효(翼文宣武熙敬顯孝)라 올리고 묘호(廟號)를 영종(英宗)이라 올리게 합니다. 바라건대 성령(聖靈)께서는 굽어살피시어 전성(前聖)에 경광(耿光)을 짝하여 옥검(玉檢)061) 금승(金繩)에 길이 전하고, 후손에게 큰 복을 펴서 대나무·소나무처럼 굳고 번영하게 하소서. 아! 슬픕니다. 근언(謹言)."

하였다. 의정부 우의정(議政府右議政) 정존겸(鄭存謙)이 짓고 봉조하(奉朝賀) 이최중(李最中)이 썼다.


  • 【태백산사고본】 83책 127권 41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42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57]
    완염(琬琰) : 아름다운 옥 이름.
  • [註 058]
    천과(天戈) : 임금의 군사.
  • [註 059]
    신정(神鼎) : 임금의 사업.
  • [註 060]
    규벽(圭璧) : 제사에 쓰는 옥.
  • [註 061]
    옥검(玉檢) : 옛날 중국에서 임금이 공(功)을 이루었을 때, 하늘에 고하고 돌에 새겨 기념하고, 석함(石函)에 넣고 그 뚜껑을 옥(玉)으로 만들어 덮은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

○諡冊文曰:

維歲次, 丙申七月庚午朔二十日己丑, 孤孫嗣王臣祘, 謹再拜稽首上言。 竊以今天降割, 抱弓劍而銜哀, 大德得名, 勒琬琰而薦謚, 秪自摧咽, 曷敢形容? 恭惟大行大王, 德冠百王, 道接千聖。 以千乘而躬之行, 孝悌通于神明, 軼三古而志之治, 精一傳其心法。 歷艱險而天縱之睿知增益, 膺謳歌而日新之令聞蓍彰。 本之學問講劘, 一以聖言而踐履, 發諸事爲施措, 無非天理之流行。 儉于家則無間夏禹之惡衣, 勤于政則不遑周文之暇食。 東朝盡愉色之養, 定省溫凊之必誠, 淸廟篤愀見之思, 禴祀烝嘗之匪懈。 克謹天戒, 念在雨暘燠寒, 先恤民窮, 澤及鰥寡孤獨。 秉修籍之耒, 猗歟重本之儀, 降除刑之綸, 藹然好生之德。 蓋此繼天立極之道, 皆從臨淵履氷之心。 驗治已治人之規, 實資《小學》一部, 遵無偏無黨之路, 專用洪範九疇。 天戈廓氛, 克定戡亂之烈, 神鼎燭物, 昭揭闡義之編。 至若庸布均減之恩, 乃是景籙迓續之會, 上損下益, 魚鹽竝蠲, 女悅男欣, 蠶耕各得。 凡諸儀文之大備, 亶出繼述之弘謨, 復溫陵而伸久鬱之論, 建肇廟而擧隆報之禮。 家法嚴《春秋》之義, 宸感切風泉之思, 竝設享於三皇, 壇墠增築, 永有辭於萬世, 圭璧親將。 憲章惟勤於纂修, 禮樂兵刑之制, 經緯纖密, 雲漢寔富於蓍述, 天人性命之理, 包羅宏深。 肆逮寶齡之彌隆, 益仰天心之克享, 逾宣尼從欲之歲, 不弛戒懼之工, 蹄睿聖誦抑之年, 猶典切磋之學。 九五福保極壽域春臺, 億萬年鞏基泰山磐石。 斯皆爲法於百代, 奚但制治於一時? 方祈海屋之添籌, 遽承玉几之揚命, 瞻虛殿於問寢之所, 永隔承顔, 纉丕基於設扆之餘, 只增泣血。 至善厚澤, 普浹髓肌, 窮谷深山, 如喪考妣。 諏吉卽遠, 嗟日月之莫留, 節惠揚徽, 奈天地之難繪? 仁心仁聞之已洽, 煥乎道德之文, 天命天討之各當, 大哉保定之武。 敬是萬善之本, 緝熙始終, 孝乃百行之源, 著顯中外。 若稽五十年功化, 詎云一二分揄揚? 秪欲盡其忱悰, 非敢溢於論撰。 爰奉顯冊, 誕擧彝章。 謹遣臣議政府領議政金尙喆, 奉玉冊上尊諡曰翼文宣武熙敬顯孝, 廟號曰英宗。 仰冀聖靈, 俯紆沖鑑, 配耿光於前聖, 玉檢金繩, 衍景福於後昆, 竹苞松茂。 嗚呼! 哀哉! 謹言。

議政府右議政鄭存謙撰, 奉朝賀李最中書。


  • 【태백산사고본】 83책 127권 41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42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