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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27권, 영조 대왕 애책문(哀冊文)

영조 대왕 애책문(哀冊文)

애책문(愛冊文)에 이르기를,

"병신년 3월 임신삭(壬申朔) 5일 병자(丙子)에 영종 지행 순덕 영모 의열 장의 홍륜 광인 돈희 체천 건극 성공 신화 대성 광운 개태 기영 요명 순철 건건 곤녕 익문 선무 희경 현효 대왕(英宗至行純德英謨毅烈章義弘倫光仁敦禧體天建極聖功神化大成廣運開泰基永堯明舜哲乾健坤寧翼文宣武熙敬顯孝大王)께서 경희궁(慶熙宮)의 정침(正寢)에서 훙서(薨逝)하시어 이해 가을 7월 경오삭(庚午朔) 27일 병신(丙申)에 원릉(元陵)에 영천(永遷)하니, 예(禮)입니다. 보황(黼荒)031) 은 이미 벌여 있고 우보(羽葆)032) 를 장차 펼 것이며, 상거(祥車)033) 는 문에 있고 흠마(廞馬)034) 는 섬돌에 있습니다. 이때에 흰 이슬은 포폐(蒲蔽)035) 에 처량하고 북두 칠성은 저막(褚幕)036) 에 걸려 있는데, 깊숙하고 넓은 대궐 모서리를 떠나 그윽하고 어두운 능역(陵域)으로 가십니다. 고손(孤孫)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연모(燕謨)037) 가 영구히 그쳤음을 슬퍼하고 신의(蜃儀)038) 가 다 이루어졌음을 슬퍼하시어, 신(臣)을 시켜 말씀을 아뢰게 하고 현책(顯冊)에 새겨 영성(令聲)을 찬양하게 하시니, 그 말씀은 이러합니다.

아! 아름다운 상제(上帝)께서 선왕을 독생(篤生)하시니 능히 효성하고 능히 우애하며 능히 공경하고 능히 장엄하셨으며, 경종(景宗)께 명을 받아 드디어 동궁(東宮)에 자리하시니 용(龍)이 구름에 올라 덕(德)을 밝혔습니다. 주의 깊게 삼가서 태후(太后)를 공경히 받드시니 근심되고 위태로운 때에 참으로 보호와 도움을 받으셨으며, 태후께서 ‘아! 온화하고 문채가 있어 행실이 볼만하다. 세제(世弟)가 화락하니 나라의 경사이다.’ 하셨습니다. 즉위하셔서는 거칠고 더러운 것도 모두 포용하시어 개제(愷悌)한 은택이 사교(四郊)에 두루 미쳤으며, 역악(逆惡)을 제거하되 성색(聲色)을 변하지 않으시어 거둥이 엄정하고 덕이 컸습니다. 신(神)과 하늘을 공경히 섬겨 천둥하면 낯빛을 고치고 아침부터 밤까지 두려워하여 감히 연회(宴會)에 즐기지 않으셨으며, 혹 크게 가무는 해에는 재계(齋戒)하여 마음을 바르게 하고 비시니 성의가 감통(感通)하여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밝고 너그러우신 조고(祖考)를 때맞추어 체사(禘祀)039) 하되 총재(冢宰)가 서계(誓戒)를 읽고 사구(司寇)가 감찰하게 하셨으며, 증상(烝嘗)040) 을 섭행(攝行)시키면 몸소 향(香)을 전해 주시되 현의(玄衣)와 면관(冕冠)을 갖추시어 엄숙하고 공경함이 마치 친히 관제(祼祭)를 행하시는 듯하였습니다. 혁혁(赫赫)한 황단(皇壇)에 세 황제를 아울러 제사하시니 명성이 밝아서 만세(萬世)에 빛날 것이며, 억울하신 온릉(溫陵)041) 께서 위호(位號)를 회복하지 못하셨는데 왕후의 의례를 갖추어 부제(祔祭)하여 종묘(宗廟)에 고하셨습니다.

백성이 해마다 베[布]를 바치는 것을 불쌍히 여겨 반을 줄여서 은혜를 베푸셨으며, 사신을 바닷가까지 보내어 어염세(魚鹽稅)도 모두 고르게 하셨습니다. 홍녀(紅女)의 이름이 역비(驛婢)로 편입되어 밤에 베를 짜서 공납하여 마지않는 것을 가엾이 여겨 분명히 하유(下諭)하여 여공(女貢)을 모두 감면하시니, 혼인을 이루어 백가(百家)에서 노래하여 칭송하였습니다. 빤 옷을 입고 조정(朝政)을 보살피시어 검덕(儉德)이 크게 나타나니 대내(大內)에서 본받아서 소맷자락이 좋지 않았으며, 고운 문금(文錦)은 중국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왕께서 명하여 금하시니 사치하는 풍속이 조금 고쳐졌습니다. 옥(獄)을 활짝 열어 인자하신 명성이 사방에서 드날리니 뭇 죄수가 머리를 조아리고 기꺼이 천일(天日)을 보았으며, 마음 아픈 낙형(烙刑)은 성인(聖人)이 경계하는 것이므로 왕께서 없애시어 길상(吉祥)이 커졌습니다. 질서를 닦고 윤리를 펴며 시학(視學)하고 석채(釋菜)042) 하여 우리 선사(先師)를 향사(享祀)하셨으며, 반궁(泮宮)에서 대사(大射)하고 적전(籍田)에서 친경(親耕)하며 사반(蛇蟠)하고 조상(鳥翔)043) 하여 군사를 검열하셨습니다. 홍범(洪範)의 도(道)는 먼저 역순(逆順)을 가리는 것이므로 죄가 있으면 반드시 주벌(誅罰)하시어 왕법(王法)이 이미 미더웠으며, 분명한 감별(鑑別)을 나타내어 사방을 바르게 하시니 사람들이 제 행실을 부끄러워하여 모두 중정(中正)으로 돌아갔습니다.

단의(丹扆)에 수공(垂拱)하신 52년 동안 오래 시행하고 굳게 지키시니, 사방에서 고무(鼓舞)하고 함께 태평을 즐기며 요순의 교화가 다시 행해지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종백(宗伯)이 잔을 받들고 문득 태사(太史)가 구(柩)를 끌게 되었습니까? 승하하실 때에 따라가지 못한 것을 슬퍼하며 흰 구름을 바라보고 방황합니다. 아! 슬픕니다. 조도(祖道)044) 는 이미 시작되어 문료(門燎)가 환히 밝은데 견거(遣車)045) 는 9승(乘)이었으며 주련(綢練)046) 하고 장(檣)047) 을 꾸몄습니다. 아! 화삽(畵翣)이 더디고 더뎌 차마 청묘(淸廟)를 지나가지 못하니, 효사(孝思)가 애연(藹然)히 그지없어 영구히 빛날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저 기로소(耆老所)를 바라보면 영수각(靈壽閣)이 있는데 태조(太祖)께서 처음으로 오르시고 숙종(肅宗)께서 이어서 오르셨으며, 왕께서 대질(大耋)을 향응(饗應)하여 또 그 아름다움을 이으시어 황발(黃髮)이 당(堂)에서 서로 잔을 주고받았는데, 종과 북 소리가 어울려 울렸고 장수(長壽)를 축하하는 춤이 분잡하였습니다. 태배(鮐背)와 아치(兒齒)가 점점 초야에서 시들어 떨어지니, 아! 슬픕니다. 난거(鸞車)048) 에는 휘장을 설치하고 용찬(龍欑)049) 에는 황(荒)을 덮었는데, 순거(筍簴)050) 를 걸지 않고 궁시(弓矢)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동어(銅魚)051) 는 뛰어서 지(池)052) 를 터는데 문득 네 불(綍)053) 을 잡은 자들은 하무054) 를 물고, 우빈(虞殯)055) 을 노래하며 슬퍼하는데 아득히 구의(九疑)056) 는 높이 솟아 있습니다. 아! 슬픕니다. 우리 사왕(嗣王)에게 명하여 모든 정치를 섭리(攝理)하게 하셨으니 사직(社稷)이 길이 안정된 것은 왕께서 거룩하시기 때문입니다. 왕께서는 승하하셨더라도 이미 뭇사람의 마음은 화합하여 안정되었습니다. 먼 계책이 미리 정해져야 하는 것을 예지(睿知)가 아니면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아! 슬픕니다. 양주(楊州)의 산은 강헌 대왕(康獻大王)을 장사한 곳인데 옆에 있는 한 산등성이를 아래로 많은 산봉우리가 둘러 좌청룡(左靑龍)이 높고 우백호(右白虎)가 이어졌으며, 샘의 근원이 멀리서 나와 휘감았으니 본디 성토(星土)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곳은 신사(神師)가 칭찬한 곳이고 유현(儒賢)이 정한 곳인데, 어찌 귀시(龜蓍)를 기다리고서야 증명이 되겠습니까? 영릉[寧寢]을 처음 가릴 때부터 먼저 지맥(地脈)을 증험하였거니와, 1백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연 것도 천명(天命)이 바뀔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 슬픕니다."

하였다. 예문관 제학(藝文館提學) 황경원(黃景源)이 짓고 창성위(昌城尉) 황인점(黃仁點)이 썼다.


  • 【태백산사고본】 83책 127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42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31]
    보황(黼荒) : 보(黼)를 그려 구거(柩車) 위를 덮는 것.
  • [註 032]
    우보(羽葆) : 새의 깃털로 장식한 의식용 화개(華蓋).
  • [註 033]
    상거(祥車) : 혼(魂)이 타는 수레.
  • [註 034]
    흠마(廞馬) : 의장마(儀仗馬).
  • [註 035]
    포폐(蒲蔽) : 부들로 엮어 만들어 수레를 덮는 것.
  • [註 036]
    저막(褚幕) : 관(棺)을 덮는 포(布).
  • [註 037]
    연모(燕謨) : 자손을 위하여 좋은 계책을 끼침.
  • [註 038]
    신의(蜃儀) : 발인(發引)하는 의례(儀禮).
  • [註 039]
    체사(禘祀) : 여름에 지내는 조상의 제사.
  • [註 040]
    증상(烝嘗) : 겨울에 지내는 조상의 제사.
  • [註 041]
    온릉(溫陵) : 중종 비(中宗妃) 단경 왕후(端敬王后).
  • [註 042]
    석채(釋菜) : 소나 양 따위의 희생(犧牲)을 생략하고 다만 약식으로 소채(蔬菜) 따위로 간소하게 공자(孔子)의 제사를 지내는 것.
  • [註 043]
    조상(鳥翔) : 사반·조상은 진법(陣法).
  • [註 044]
    조도(祖道) : 송별하는 제사.
  • [註 045]
    견거(遣車) : 희생을 싣고 구(柩)를 따라가는 수레.
  • [註 046]
    주련(綢練) : 흰 명주로 정기(旌旗)의 깃대를 감음.
  • [註 047]
    장(檣) : 관(棺)을 싣는 수레의 양옆 널빤지.
  • [註 048]
    난거(鸞車) : 견거(遣車).
  • [註 049]
    용찬(龍欑) : 임금의 구(柩).
  • [註 050]
    순거(筍簴) : 악기를 거는 틀.
  • [註 051]
    동어(銅魚) : 관식(棺飾)의 하나. 구리로 물고기 모양을 만든 것.
  • [註 052]
    지(池) : 관식의 하나. 대[竹]를 엮어 농(籠)모양을 만들고 청포(靑布)를 입힌 것.
  • [註 053]
    불(綍) : 관을 끌고 들고 광중(壙中)에 내릴 때에 잡는 줄.
  • [註 054]
    하무 : 군인이 떠들지 못하도록 입에 물리는 나무막대.
  • [註 055]
    우빈(虞殯) : 송장(送葬)하는 가곡(歌曲).
  • [註 056]
    구의(九疑) : 산명(山名). 순(舜)임금의 사당이 있음.

○哀冊文曰:

維歲次丙申三月壬申朔初五日丙子, 英宗至行純德英謨毅烈章義弘倫光仁敦禧體天建極聖功神化大成廣運開泰基永堯明舜哲乾健坤寧翼文宣武熙敬顯孝大王, 薨于慶熙宮之正寢, 是年秋七月庚午朔二十七日丙申, 永遷于元陵, 禮也。 黼荒旣列, 羽葆將啓, 祥車在門, 廞馬在陛。 于時白露凄於蒲蔽, 斗柄懸於褚幕, 違觚稜之蜵蜎, 就珠丘之窅漠。 孤孫主上殿下, 慟燕謨之永悶, 哀蜃儀之奄成, 屬下臣而陳辭, 鐫顯冊而揚聲, 其詞曰: "於穆上帝, 篤生先王, 克孝克友, 克敬克莊, 受命景宗, 遂位東宮, 有龍升雲, 維德之融。 小心抑抑, 祗承太后, 憂危之際, 實荷保右, 太后曰咨, 溫文有行, 瑜佩雝雝, 宗國之慶。 比于踐阼, 靡荒不包, 愷悌之澤, 洽于四郊, 剪除逆惡, 不動聲色, 肅肅其威, 蕩蕩其德。 敬事神天, 震雷則變, 夙夜怵惕, 罔敢遊宴, 歲或大旱, 齊明以禱, 誠意感通, 陰雨其膏。 昭假祖考, 禘祀孔時, 冢宰讀誓, 司寇涖之, 烝嘗命攝, 躬自授香, 端冕肅恭, 如親祼將。 赫赫崇壇, 竝祀三皇, 義問昭明, 萬世有光, 鬱鬱溫陵, 未復位號, 翟儀躋祔, 七廟是告。 愍玆赤子, 歲納布縷, 爲蠲其半, 以涵以煦, 爰發輶軒, 率彼海濱, 曰漁曰鹽, 無稅不均。 哀此紅女, 名編驛婢, 夜織于機, 征入不巳。 乃降明諭, 悉減女貢, 永泮于歸, 百室歌誦。 澣衣視朝, 儉德孔章, 六宮承刑而袂不良。 於粲文錦, 出自中國, 王命禁之, 奢俗少革。 圜土洞開, 仁聲四揚, 群囚稽首, 喜見天陽, 衋矣烙刑, 聖人所戒, 王命除之, 休祥以介。 乃修秩禮, 乃敍倫彝, 視學釋菜, 饗我先師, 泮宮大射, 籍田親耕, 蛇蟠鳥翔, 閱彼戎兵。 洪範之道, 先辨逆順, 有罪必誅, 王法旣信。 乃著昭鑑, 以正方國, 人羞其行, 靡不歸極。 丹扆垂拱, 五十二年, 行之以久, 持之以堅, 四方皷舞, 共樂昇平, 之化, 庶幾復行。 胡上宗之奉同遽太史之勸防? 悲弓劍之莫攀, 望白雲以彷徨, 嗚呼哀哉! 祖道旣載, 門燎煌煌, 遣車九乘, 綢練开墻。 嗟! 畫翣之遲遲, 不忍過於淸廟, 孝恩藹以無窮, 永終古而有曜。 嗚呼哀哉! 瞻彼耆社, 靈壽有閣。 太祖初躋, 肅宗繼陟。 王饗大耋, 又紹厥休, 黃髮在堂與相獻酬, 鐘皷諧而鏗鏘, 紛胡考之起舞。 哀鮐背與兒齒, 寖凋零於草莽, 嗚呼哀哉! 鸞車設幬, 龍欑加荒, 筍簴不懸, 弓矢不張。 銅魚躍而拂池, 奄四綍之銜枚, 歌《虞殯》而于邑杳, 九疑之崔嵬, 嗚呼哀哉! 命我嗣王, 攝理庶政, 社稷永靖, 由王之聖。 雖宮車之晏駕, 已衆心之緝綏, 固遠謨之豫定。 非睿知, 其孰思? 嗚呼哀哉! 維之山, 康獻所葬。 旁有一崗, 下繚千嶂, 左靑龍而嶅嶅, 右白虎而邐迤, 泉源遠而縈之, 固星土之信美。 神師攸贊, 儒賢攸定, 何待龜蓍然後爲證? 自寧寢之初卜, 已先驗於地脈, 積百年而肇發, 亦天命之不可易。 嗚呼哀哉!"

藝文館提學黃景源撰, 昌城尉 黃仁點書。


  • 【태백산사고본】 83책 127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42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