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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99권, 영조 38년 3월 30일 癸亥 2번째기사 1762년 청 건륭(乾隆) 27년

세손에게 《대학》을 강하게 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니, 약방에서 입진하였다. 임금이 세손에게 《대학》을 강하라고 명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소인(小人)이 군자(君子)를 보고 가리우는 것은 어떤가?"

하니, 대답하기를,

"잘못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해야 좋은가?"

하니, 대답하기를,

"처음부터 악을 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좋다."

하였다. 세손이 〈《논어》 선진(先進) 편의〉 욕기장(浴沂章)을 외고, 또 〈《맹자》 양혜왕(梁惠王)편의〉 경시영대장(經始靈臺章)을 외니, 임금이 말하기를,

"걸(桀)의 대(臺)나 문왕(文王)의 대가 다 같은데, 백성들의 향배(向背)가 어찌 이다지도 상반(相反)되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것과 혼자만 즐긴 것이 다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요(堯)임금과 걸(桀)과는 무엇이 다른가?"

하니, 대답하기를,

"자신을 수양하면 요임금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 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요임금의 마음은 무엇 때문에 달랐는가?"

하니, 답하기를,

"은 욕심을 따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는 장차 어떻게 해서 요임금처럼 되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마음을 굳게 정하면 요임금처럼 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해야 마음을 굳게 정하는가?"

하니, 답하기를,

"수신(修身)하면 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해야 수신하는가?"

하니, 답하기를,

"천성(天性)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임금이 굶주리는 것이 좋은가, 백성이 굶주리는 것이 좋은가?"

하니, 대답하기를,

"임금과 신하 모두가 굶주리지 않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그렇지 않다. 임금은 비록 굶주리더라도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는 것이 더욱 좋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나라에 임금을 세우는 것은, 임금을 위해서인가, 백성을 위해서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군사(君師)를 세우는 것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군사의 책임을 능히 한 자는 누구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삼대(三代)067) 의 임금이 모두 그러하였고, 삼대 이후에는 능한 자가 적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 입시한 여러 신하들은 모두 세록(世祿)의 신하인데 혹 늙고 혹 젊지만 신하가 너에게 선(善)을 하도록 권하는 것은 모두 그들의 조상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니, 너는 후일에 잊지 말아야 한다. 네가 비록 글을 잘하더라도 만약 조선(祖先)을 잊거나 여러 신하를 홀대(忽待)하고 백성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참으로 무익하게 된다. 오늘의 이 말들을 사각(史閣)에 보관하여 하나의 금등(金縢)068) 을 만들어야 한다. 너는 모름지기 《소학(小學)》에서 보았겠지만 한나라 무제(武帝)가 관(冠)을 쓰지 않으면 급암(汲黯)을 보지 않았다069) . 나와 네가 비록 궁중에서 방탕(放蕩)하더라도 밖의 신하가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것을 삼가야 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99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9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사상-유학(儒學)

  • [註 067]
    삼대(三代) : 하·은·주.
  • [註 068]
    금등(金縢) : 《서경》 주서(周書)의 편명(篇名). 주공(周公)이 지은 것으로,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병이 들자 주공이 왕실(王室)이 안정되지 않고 은(殷)나라 백성들이 승복하지 않아 근본이 쉽게 흔들린다는 것을 들어 선왕(先王)에게 자기가 무왕을 대신하여 죽겠다고 하면서 병이 낫기를 기도한 내용인데, 사관(史官)이 그 축책(祝冊)을 금등의 궤 속에 넣어두었음.
  • [註 069]
    한나라 무제(武帝)가 관(冠)을 쓰지 않으면 급암(汲黯)을 보지 않았다 : 급암(汲黯)은 한(漢)나라 때의 간신(諫臣). 경제(景帝) 때에 태자 세마(太子洗馬)가 되고, 무제(武帝) 때에 동해(東海)의 태수(太守)를 거쳐 구경(九卿)의 반열에 올랐음. 성정(性情)이 매우 엄격하여 직간(直諫)을 잘하여 무제로부터 옛날의 사직(社稷)의 신하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음. 여기서는 무제가 장막(帳幕)에 있을 때, 급암이 일을 아뢰려고 오는 것을 보자 이 때 관(冠)을 쓰고 있지 않았으므로 장막 속으로 피하고 다른 사람을 시켜 그 주청(奏請)을 가(可)하다고 하였던 고사를 말함.

○上御景賢堂, 藥房入診。 上命世孫講《大學》。 上曰: "小人之見君子而掩之何如?" 對曰: "非矣。" 上曰: "何以則好耶?" 對曰: "初不爲惡好矣。" 上曰: "善哉。" 世孫誦浴沂章, 又誦經始靈臺章, 上曰: "之臺, 文王之臺等耳, 民之向背, 何若是相反耶?" 對曰: "同樂與獨樂之異也。" 上曰: "何者異乎?" 對曰: "修己則爲, 否則爲也。" 上曰: " 之心, 何以異?" 曰: "則從慾故然矣。" 上曰: "汝將何以爲?" 曰: "堅定心則爲" 上曰: "何以則曰堅?" 曰: "修身可矣。" 曰: "何以則修?" 曰: "率天性好矣。" 上曰: "君飢爲好耶, 民飢爲好耶?" 對曰: "君臣俱無飢尤好矣。" 上曰: "此則不然。 君雖飢, 民不飢尤好矣。" 上曰: "立君於國, 爲君乎, 爲民乎?" 曰: "立之君師, 以安民矣。" 上曰: "能爲君師之責者誰也?" 曰: " 三代之君皆然, 三代以後, 能者鮮矣。" 上曰: "今日入侍諸臣, 皆世祿之臣, 或老或少, 而臣下之勸汝爲善, 皆思其祖而然矣, 汝他日勿忘可也。 汝雖善文, 若忘祖先, 忽群下, 不恤生民, 誠無益矣。 今日此言, 藏之史閤, 作一金縢也。 汝須於《小學》見之, 漢帝不冠, 不見汲黯。 吾與汝雖放蕩於宮中, 外臣何以知之? 於此等處, 可愼也。"


  • 【태백산사고본】 68책 99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9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