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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50권, 인조 대왕 시책문(諡冊文)

인조 대왕 시책문(諡冊文)

시책문은 다음과 같다.

"하늘이 재앙을 내리셨으므로 바야흐로 슬픔 어린 마음이 깊으나, 대행이라는 이름을 받으시니 덕을 나타내는 예를 이에 거행하여 시호를 올리니, 종묘가 볼 만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대행 대왕께서 덕은 실로 타고나셨고 인(仁)을 자기 소임으로 삼으셨습니다. 선조(宣祖)께서 아름답게 여겨 내리신 이름을 받으셨으니 부탁하신 깊은 마음을 알 수 있겠으며 대비께서 유폐되어 욕보실 때를 당하여 드디어 바로잡을 큰 뜻을 분발하셨습니다. 충의(忠義)의 인사를 불러모아서 흉악하고 더러운 기운을 소탕하시니, 종사(宗社)가 위태로워지려다가 편안해져 재조(再造)의 사업을 크게 열었고 강상은 이미 무너졌다가 다시 바로잡혀 만세의 상도를 밝게 드러냈습니다. 가혹한 정사가 죄다 없어졌으므로 백성에게는 다시 살아난 낙이 있고, 뭇 어진이가 앞다투어 나아가니 조야에서는 태평을 기대하였습니다.

불행히 난적(亂賊)이 여러 번 일어나고 또 강역(疆域)의 근심이 많았습니다. 판탕(板蕩)과 전패(顚沛)가 극심할 때에도 이지러짐이 없는 덕의(德義)에 모두가 감복하였고 험조(險阻)와 간난(艱難)을 갖추 맛볼 때에는 게으르지 않는 경계를 더욱 다하셨습니다. 일세(一世)를 근심하셨으며 만기(萬機)를 삼가하셨습니다. 총명하고 예지한 자질로 인후하고 공검한 교화를 실천하셨습니다. 학문은 정일(精一)을 힘써 성왕(聖王)의 전수를 깊이 얻고 행실은 신명에게 질정할 수 있어 인륜이 지극하셨습니다. 자성(慈聖)104) 이 융숭한 봉양을 받은 것은 사람들이 송(宋)나라 임금과 차이가 없다 하고 창읍왕(昌邑王)105) 이 수명을 제대로 누린 것은 한(漢)나라 임금이 한 일보다 어려운 것이었다고 합니다. 몸가짐을 바루고 궁금(宮禁)을 경계하여 외척의 사욕을 아주 끊고, 정성을 미루어 신하들을 대우하여 간사한 자들의 이간질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제치(制治)는 구법(舊法)을 따랐으며 살리기를 좋아하는 뜻은 신중하게 형벌을 쓰는 데에 더욱 흡족하였습니다. 홍수와 가뭄의 재앙을 당하면 백성을 근심하여 반드시 은혜를 다하고, 병환이 오래 낫지 않을 때에도 정사를 듣는 것은 늘 한밤까지 이르셨습니다. 비록 운수가 비색하고 시세가 어려웠으나 끝내 나라가 손상되지 않았으며 인(仁)이 깊고 도(道)가 쌓이셔서 큰 공열이 실로 고금에 으뜸이셨습니다. 어찌하여 1백 세를 누리지 않고 갑자기 백성을 버리셨습니까. 선어(仙馭)106) 가 세상을 싫어하므로 정호(鼎湖)107) 에서 오르실 때에 붙잡지를 못하였고, 성택(聖澤)이 사람에게 스며들어 궁곡(窮谷)의 부르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승하하신 지 세월이 지나 시호를 올려 아름다움을 드날리려 하나 천지처럼 커서 그려내기 어렵습니다.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니 애모(哀慕)가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신(臣) 의정부 영의정 이경석(李景奭)을 보내어 옥책(玉冊)을 받들어 존시(尊諡)를 헌문 열무 명숙 순효(憲文烈武明肅純孝)라 올리고 묘호(廟號)를 인조(仁祖)라 올리니, 하찮은 정성을 살피시고 아름다운 예를 받으소서. 조종의 공덕은 전성(前聖)에 짝하여 옮겨지지 않을 것이며 문무(文武)의 계책은 후인(後人)을 계도(啓導)하여 끝이 없을 것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50책 50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361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04]
    자성(慈聖) : 인목 대비(仁穆大妃)를 가리킴.
  • [註 105]
    창읍왕(昌邑王) : 광해(光海)를 가리킴.
  • [註 106]
    선어(仙馭) : 신선이 타는 학.
  • [註 107]
    정호(鼎湖) : 중국 고대 황제(皇帝)가 승천하였다는 곳. 황제가 수산(首山)의 구리를 캐어 형산(荊山) 아래에서 세발솥[鼎]을 만들었다. 솥이 만들어지고 나니 용(龍)이 턱수염[胡髥]을 드리워 황제를 맞이하였는데, 황제가 올라 타자 따라 오른 뭇 신하와 후궁(後宮)이 70여 인이었다. 용이 올라가니, 나머지 소신(小臣)들은 오르지 못하고 다들 용의 턱수염을 잡았으나 턱수염이 뽑혀 떨어지고 황제의 활[弓]도 떨어졌는데, 황제가 이미 하늘에 오른 것을 백성이 우러러보고는 그 활과 턱수염을 안고 울부짖었다. 그래서 후세에서 그 곳을 정호라 하고 그 활을 오호(烏號)라 한다. 《사기(史記)》 권28 봉선서(封禪書).

〔○〕其諡冊文曰:

皇天降割, 方深銜恤之情; 大行受名, 誕擧彰德之禮, 壹惠以節, 七廟可觀。 恭惟, 大行大王, 德實天生, 仁爲己任。 膺宣祖嘉錫之命, 可見托付之深衷; 屬太母幽辱之辰, 遂奮匡復之大志。 糾率忠義之士, 掃淸凶穢之氣, 宗社將危而獲安, 光啓再造之業, 綱常旣斁而復正, 昭揭萬世之經。 苛政盡除, 黎元有更生之樂; 群賢競進, 朝野仰太平之期。 不幸亂賊之累萠, 又値疆場之多聳。 當板蕩顚沛之極, 咸服德義之無虧; 備險阻艱難之嘗, 益盡儆戒之不怠。 憂勤一世, 兢業萬幾。 以聰明睿智之資, 躬仁厚恭儉之化。 學懋精一, 深得聖王之傳, 行質神明, 寔謂人倫之至。 慈聖克享隆養, 人不間於皇; 昌邑得盡天年, 事有難於帝。 正身而飭宮禁, 永絶戚畹之私; 推誠而待臣隣, 寧容讒慝之間? 制治率由於成憲, 好生尤洽於祥刑。 每遇水旱備無之災, 憂民必殫於子惠, 其在疾病沈痼之日, 聽政恒至於夜分。 雖運否時屯, 金甌罔缺於終始, 而仁深道積, 鴻烈實冠於古今。 胡不百齡, 奄棄萬姓? 仙馭厭世, 鼎湖之升莫攀; 聖澤入人, 窮谷之號不止。 之幽卽遠, 已有日月之時, 易名楊休, 難模天地之大。 縟儀載薦, 哀慕何窮? 遣臣議政府領議政李景奭, 奉玉冊, 上尊謚曰憲文烈武明肅純孝, 廟號曰仁祖, 尙鑑微忱, 俯膺徽典。 祖功宗德, 配前聖而不祧; 武烈文謨, 啓後人而靡極。


  • 【태백산사고본】 50책 50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361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