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을 청한 영의정 이덕형의 차자에 대한 답
영의정 이덕형이 차자를 올려 사직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건대 경의 사정이 과연 절박하니 매우 우려된다. 다만 나라일의 어렵고 위태로움이 날로 심해지는데 나는 3년 동안 질병에 시달려온 터라 여러 증세 중에 심기(心氣)가 가장 손상되었다. 이 때문에 신하들을 자주 접견하여 정치하는 방도에 대하여 자문을 구하지 못하였다마는, 믿고 의지하여 국가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오직 경들이 힘을 다하여 도와주는 데 달려 있을 뿐이다.
또 불행하게도 경에게는 아비의 병이 있고, 우상도 음양의 병이 있어서 사직 상소를 계속 올리고 있다. 과매한 나에게 무슨 죄과가 있어서 대신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불안하게 한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하면서 반성해 보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져서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경의 아비가 앓고 있는 증세는 조석으로 위급한 병은 아닌 듯하다. 더구나 지금은 계절이 온화해지고 있으니 편의에 따라 서울집으로 모시고 와서 충성과 효도의 도리를 완전하게 한다면 다행이겠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우리 나라 중엽 이래로는 대신들이 자기의 직분을 얻지 못하고 녹만을 받아 먹고 자리만 지키는 자가 많았다. 더구나 외척이 권세를 잡고 뭇 소인들이 조정에 포열하고 있는 때인데, 대신들이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이덕형이 굳이 사양하는 뜻을 알 만하다.
】- 【정족산사고본】 6책 25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94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사학(史學)
○領議政李德馨, 上箚辭職, 答曰: "省箚卿之情事, 果爲切迫, 深用傾慮。 但念國事艱危日甚, 而予於三年之內, 疾病纏身, 諸症之中, 心氣最傷。 以此未能頻接臣鄰, 咨訪治道, 所倚毗而仰成者, 惟卿等盡瘁輔翼耳。 且不幸卿有親病, 右相亦有陰陽之寇, 辭章繼至。 自念寡昧, 有何罪過, 而大臣不安其位乎? 反躬慙靦, 無以爲懷。 卿親所患之症, 似非朝夕危急, 而況今時序向和, 隨便奉來京家, 以全忠孝之道幸甚。"
【史臣曰: "我朝中葉以來, 大臣不得其職, 而持祿尸居者多矣。 況戚里秉權, 群小布列之時, 大臣夫豈安於心乎? 德馨固辭之意, 可知也。"】
- 【정족산사고본】 6책 25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494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