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대왕 애책문(哀冊文)
애책문(哀冊文)은 다음과 같다.
"유(維) 만력(萬曆) 36년 2월 1일 무오에 선종 정륜 입극 성덕 홍렬 지성 대의 격천 희운 현문 의무 성경 달효 대왕(宣宗正倫立極盛德洪烈至誠大義格天熙運顯文毅武聖敬達孝大王)이 정릉동 행궁의 정침(正寢)에서 승하하여 이해 여름 6월 11일 병인에 목릉(穆陵)으로 옮기려 하니 예입니다. 용공(龍輁)의 상여줄과 온량거(轀輬車)의 고임목을 완비하고 청호(靑壺)의 경절(警節)과 단패(丹旆)의 고인(告引)이 폄대(窆臺)의 먼곳으로 가니 보연(黼筵)의 자리를 떠나심에 많은 백성들은 사방에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모든 신령은 허공에서 바람을 일으킵니다. 우리 주상 전하께서는 몸소 화찬(畫欑)을 부여잡고 그지없이 사모하며 피눈물을 흘리시니, 신을 벗어버리듯 왕위(王位)를 떠나시는데 놀랐고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심에 슬퍼합니다. 인산(因山)의 제도를 생각하고 용안이 영영 멀어지는 것을 슬퍼하며 비첩(祕牒)에 훌륭한 일을 기록하여 봉책(鳳冊)에 아름다운 일을 전하려 합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삼미(三微)001) 의 견고한 복(福)이고 오요(五曜)002) 의 응집된 상서이며 점을 쳐보니 길하고 운수가 창성하였습니다. 잠저에서 나와 왕위를 계승하고 의(扆)003) 를 치고 즉위(卽位)하여 덕화(德化)는 먼 곳까지 넘쳐 넓고 깊었습니다. 요(堯)임금의 문덕(文德)과 순(舜)임금의 명철(明哲)함과 같았으며 우(禹)임금의 검소와 탕(湯)임금의 공경스러움과 같았습니다. 순수(純粹)한 덕은 안에 쌓였고 영화(英華)는 밖에 나타났으며 대본(大本)이 이미 확고하니 모든 선행(善行)이 겸하여 실시되었습니다. 지덕(智德)이 갖추어졌고 공평 정직하여 모범이 되었습니다. 먼저 유교를 천명하여 몽매한 자를 일깨웠고 초야의 인재를 접견하니 훌륭한 선비가 어찌 숨겠습니까. 이단을 배척하여 정도로 통합하였고 전기(傳記)를 뽑아 권면을 명시하였습니다. 넓은 집, 가는 털 방석에서 토론하고 자문하였으며 충직한 말을 받아들여 억울함을 씻어주었습니다. 모든 정사를 몸소 다스려 훌륭한 법을 모방하였습니다. 제사에 효성을 다하였고 제수에 성의를 다하였습니다. 예를 돈독히 하고 사양하는 것을 흥기시켰으며 청렴을 힘쓰고 사치를 제거하였습니다. 형벌은 처자식에게 미치게 하지 않았고 상은 대대로 주었으며 농사를 중하게 여겨 재앙을 막고 오랑캐의 동정을 살펴 대비하였습니다. 기강을 세우고 권도(權道)와 상도(常道)를 참작하니 백성들은 은혜에 편안하고 귀신은 명덕(明德)에 흠향하였으며 일월(日月)이 빛나고 동식(動植)의 만물이 모두 잘 자랐습니다. 40년을 정사에 진념하였고 일심으로 공경하고 조심하였습니다. 종사(宗社)가 모함을 당하여 1백 년 동안 고쳐지지 못했는데 지성에 감동되어 보전(寶典)을 내렸으니 이륜(彝倫)이 펴지고 선계(璿系)가 온전하게 되었습니다.
개 가죽과 풀로 짠 옷을 입은 섬 오랑캐가 몹시 흉악하여 중국을 침범하려고 하자 의리를 내세워 배척하고 공경스레 황제께 아뢰었습니다. 국가는 비록 위험했으나 제후의 도리에는 잘못이 없었습니다. 부모와 같은 황제가 군사를 보내어 구원하니 흉악한 오랑캐는 마침내 수그러지고 대왕은 의주(義州)에서 돌아오셨습니다. 창졸간에 일어난 일도 평소 가졌던 원대한 생각으로 잘 처리하였고, 번개처럼 빠르게 조용히 번거로움을 제어하였습니다. 따뜻이 대하고 어루만져서 고달픈 백성들이 소생하고 태양이 중천(中天)에 떠 있듯이 나라를 회복하되 주 선왕(周宣王)과 한 광무(漢光武)처럼 하였습니다. 국가를 회복하고도 근본을 공고히 하는데 생각을 두어 지난번 몹시 어수선 할 때 원량(元良)에게 부탁하고 세자로 돕게 하여 재조(再造)의 운(運)에 이르렀으며 국가의 운명이 새로워져 거듭 큰 호[鴻號]를 받았습니다. 은택이 우리 나라에 널리 덮였으니 태평 성대를 다시 보겠고 하수(河水)가 맑아지는 것을 곧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형산(荊山)에서 솥을 다 만들자 슬프게도 회색빛 말을 타고 날아가셨습니다. 아, 슬픕니다. 덕이 있으면 반드시 장수(長壽)하는 것이므로 뜻밖의 병이 저절로 나을 것을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대궐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임금의 몸이 다소 강녕함을 기쁘게 여겼습니다. 겨우 윤음이 내리자 갑자기 임종(臨終)의 명을 받들게 되었습니다. 상제(上帝)가 구령(九齡)을 주었다는 꿈이 어찌 맞으며 사조(司造)의 신도 혹 잘못하는가 봅니다.
아, 슬픕니다. 옥궤(玉几)에 잠시 의지했고 장막을 갑자기 설치했으며 붉은 문[彤扉]을 새벽에 여니 선장(仙仗)의 색상이 흐릿합니다. 곤룡포 입은 모습 어제 같은데 칼과 신[劍舃]을 버렸으니 누가 대신하겠습니까. 자기(紫氣) 타고 멀리 가시니 푸른 하늘 어느 곳입니까. 계수나무 그림자 요전(瑤殿)에 쓸쓸하고 흰 구름은 현당(玄堂)에 감돌고 있습니다. 아, 슬픕니다. 치닫는 저녁 해 어둠을 향하니 세월의 빠름을 서글퍼합니다. 상위(象衛) 앞에 진열된 것을 보겠고 신의(蜃儀)가 끝내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옥 술잔으로 저녁 상식 올리는 것 슬프고 명주 장막을 새벽에 여는 것 차마 합니다. 석마(石馬)의 명도(冥途)에 임하여 기성(綺城)의 구철(舊轍)을 돌아보니, 평원(平原)만 무성한데 맑은 시냇물 목이 메어 웁니다. 비궁(閟宮)004) 은 낮에도 잠겨 있는데 깃발은 부질없이 돌아옵니다. 무덤 속 침침하고 깊은 밤 길기도 합니다. 아, 슬픕니다. 모든 만물이 성상의 덕택을 입었으나 사람들 스스로 임금의 공인 줄 모릅니다. 고금에 제일가는 우뚝한 행적이고 이름하기 어려운 크나큰 공입니다. 이 세상이 다하도록 길이 남을 것이고 하늘과 같이 결함이 없을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지사 신흠(申欽)이 짓고 경기 감사 심열(沈悅)이 썼다. 】
- 【태백산사고본】 116책 22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39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1]삼미(三微) : 천(天)·지(地)·인(人).
- [註 002]
○哀冊文:
維萬曆三十六年二月初一日戊午, 宣宗正倫立極盛德洪烈至誠大義格天熙運顯文毅武聖敬達孝大王薨于貞陵洞行宮之正寢。 是年夏六月十一日丙寅, 將遷于穆陵, 禮也。 龍輁纚紼, 雕轀戒軔, 靑壺警節, 丹旆告引, 指窆臺之夐邈, 背黼筵之靚穆, 兆氓雨淚於浩壤, 萬靈風號於寥廓。 惟我主上殿下, 躬扶畫欑, 孺慕血泣, 驚脫屣之無跡, 慘遺弓之莫及。 念因山之定制, 痛威顔之永隔, 爰徵徽於秘牒, 俾傳芳於鳳冊。 其詞曰, 三微固祉, 五曜凝祥, 橫庚叶吉, 應運斯昌。 出潛繼照, 負扆當乾, 化溢綿區, 溥博淵泉。 堯文舜哲, 禹儉湯敬, 純粹內葆, 英華外炳。 大本旣立, 衆善兼括, 玉振金聲, 準平繩直。 首闡儒敎, 牖玆摘埴, 野接翹綸, 士豈懷璞? 排去異端, 統壹正軌, 表章傳紀, 昭示勸勵。 廣廈細氈, 討論咨訪, 察納忠讜, 湔雪幽枉。 庶政咸親, 成憲是倣, 孝盡蒸嘗, 誠竭包匭。 敦禮興讓, 礪廉祛侈。 皐不收孥, 賞則延世, 重農扞災, 詰戎備豫。 提絜維綱, 斟酌權經, 民安惠鮮, 神假明馨。 日月貞觀, 動植俱茂, 四紀宵旰, 一心祗懼。 宗祊受誣, 百年未改, 至誠攸感, 寶典始賚。 彝倫廼敍, 璿系得全, 猘皮卉夷, 惡稔射天。 秉義斥絶, 敷奏克虔, 國雖阽危, (候度)〔侯度〕 罔愆。 父母孔邇, 濟師來援, 兇鋒竟熸, 西蹕回轅。 倉卒機衡, 訏謨素定, 雷厲電掣, 制煩以靜。 呴噓噢咻, 萎(𦝲)〔暘〕 膏醒, 太陽更中, 周宣、漢 光。 身致匡復, 慮猶苞桑, 奧在搶攘, 〔分〕付元良。 協贊貳極, 迄于再造, 邦命維新, 荐膺鴻號。 澤洋恩普, 海隅丕冒。 方拭目於重恢, 謂河淸其庶幾。 忽荊鼎之告鑄, 悵騩馭之將飛。 嗚呼, 哀哉! 惟有德焉必壽, 徯無妄之勿藥。 儼九門之朝闢, 喜睿質之少康, 纔綸音之下降, 奄末命之導揚。 夢齡誰驗, 司造或忒。 嗚呼, 哀哉! 玉几乍憑, 綴衣遽設。 彤扉敞曉, 仙仗寡色。 披袞繡兮如昨, 委劍舃兮疇御? 乘紫氣兮遐擧, 緬碧落兮何所? 桂影涼兮瑤殿, 白雲擁兮玄堂。 嗚呼, 哀哉! 晻馳暉之嚮晏, 愴頹序之易央。 瞻象衛之前陳, 眺蜃儀之終逝, 哀瓊斝之夕薦, 忍綃幕之晨啓。 臨石馬之冥途, 顧綺城之舊轍, 平原萋兮逶迤, 遙渚澹兮嗚咽。 閟宮兮晝扃, 旟旐兮空還, 隧坎兮沈沈, 厚夜兮曼曼。 嗚呼, 哀哉! 物皆泳於聖涯, 人自迷於帝力。 巍巍冠古之行, 蕩蕩難名之烈, 後黃壤而長存, 際蒼穹而無缺。 嗚呼, 哀哉! 【知事申欽製進, 京畿監司沈悅書寫。】
- 【태백산사고본】 116책 22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39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