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잠저의 가마솥이 스스로 울다. 세조가 매일 기록한 글을 간추리다
8월에 세조 잠저(潛邸)048) 의 가마솥이 스스로 소리내어 울었다. 잠저의 사람들이 모두 이를 의혹하였다. 세조가 말하기를,
"옛 글에도 있으니 이는 잔치를 베풀 징조이다."
하였다. 무당에 비파(琵琶)라고 부르는 자가 있었는데, 급히 달려와서 청하여 대왕 대비(大王大妃)049) 를 알현하고 말하기를,
"이는 대군(大君)050) 께서 39세에 등극(登極)하실 징조입니다."
하였다. 대비가 놀라서 물으려고 할 때 무당은 더 고하지 않고 가버렸다. 세조는 혹은 스스로 반성한 것이나, 혹은 남을 경계하는 것이나, 혹은 남으로 인해 문난(問難)051) 한 것 등, 무릇 논설한 바가 있으면 모두 그날그날 손수 이를 기록하였는데, 이제 그것을 간추려 기록하여 본다. 세조가 일찍이 말하기를,
"문학에 조예가 깊은 자는 의기가 쇠하고, 악(樂)에 흘러 버린 자는 마음이 연약하고, 재예(才藝)가 많은 자는 실상이 없으며, 극히 총명한 자는 낙(樂)이 없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진실로 선(善)한 일이 있다면 비록 작더라도 반드시 힘써야 할 것이며, 진실로 효도하려면 자신의 무엇을 돌아보겠는가? 군자가 착한 일을 하는 데 힘쓰는 것은 명예를 구하는 것이 아니며, 살신 성인(殺身成仁)하는 것은 사세의 핍박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충(忠)과 의(義)는 감격에서 오는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사람이 이 세상에 나서 그 재질이 출중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그 덕이 어진 이와 비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그 재능은 있고도 공훈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므로 부끄러워하지도 아니하고 착하지도 않으면 사람이라 한들 어찌 사람이라 하겠는가? 만약 부끄러움이 있다면 인(仁)을 행함만 같지 못할 것이니, 인(仁)한 자는 한 터럭만큼의 인욕(人慾)의 사심도 없어야 한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마음은 항상 정(靜)하려고 하나 기(氣)는 펴려고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가 처신(處身)함에 있어 충성을 그 바탕으로 하고 신의를 이행하여 그 덕을 쌓아 나가고, 문사(文詞)를 닦고 성(誠)을 이루어서 그 업을 지킨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그 뜻[志]을 세우는 것은 오로지 한결같아야 하고, 그 학문은 오로지 정(精)하여야 한다. 대저 이와 같이 하여 그 근원이 맑으면 흐름 또한 맑을 것이니, 어진 자는 본시 그 근본에 힘쓰는 법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자기 몸을 바로하고 남들끼리 바로잡아 주는 자는 상등이요, 자기 몸은 바로하나 남을 바로잡지 못하는 자는 중등이요, 자기 몸도 바로 하지 못하면서 남을 바로잡아 주려는 자와 자기 몸도 바로 하지 못하고 남도 바로잡아 주지 못하면 이는 곧 하등이다. 상등은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는 자이고, 중등은 스스로 그 선(善)을 지키는 자이며, 하등은 천화(天禍)를 재촉하는 자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나는 사람을 가르칠 때, 반드시 겸손(謙遜)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저 물이 가득 차면 넘치게 되고, 불이 치성(熾盛)하면 꺼지며, 해가 중천에 이르면 옮기는 법이고, 달이 둥글게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또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해가 가면 달이 오며, 누(累)가 오면 위태롭고, 물건이 오래되면 파손하는 법이며, 숨을 내쉬면 들이마시고, 누워서 자면 일어나야 하며, 웃음도 극도에 이르면 그 웃음이 끊어지게 되고, 즐거움도 극도에 이르면 그 즐거움이 쇠퇴하게 마련인데, 이는 천지의 정한 이치인 것이다. 또한 극도에 도달하면 뒤집히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사람이란 언제나 검약하여 궁한 속에 처하면 복(福)이 따르고, 마냥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면 화(禍)가 이르게 마련이며, 내가 남을 이기려고 하면 남도 역시 나를 이기려 든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낮추어 그 덕을 기른다고 한 것은 성인의 뜻깊은 교훈(敎訓)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사람이 악을 내게 가하여 오거든 이를 달게 받는 것이 스스로 겸손하여 내 몸을 보전하는 길이나, 진실로 충효(忠孝)에 관계되는 일이면 사생간에 단독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이니, 본시 도(道)에 순응하는 길이다."
하였다. 혹자가 기(氣)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으니, 말하기를,
"먼저 그 마음을 다스리면 기(氣)는 스스로 다스려진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바르게 한다는 것뿐이니, 바르게 하면 망령되게 움직이지 않으며, 사람의 요사(夭死)와 장수(長壽)도 또한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관직에 처하여서는 임금을 속이지 않는 것으로써 그 으뜸을 삼는데, 엄중하면서도 온화를 유지하고, 근면히 해나가면서 공평·정직·확고하여야 하고, 아무리 미세한 사물도 빠뜨리지 않으며, 아무리 강대한 적의 방어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겸양 공경하여 자기의 몸을 잊고 날마다 그 자리에서 충성과 효도를 돈독히 하여야 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남들은 사람을 이긴다는 것을 이미 다투고 난 뒤에 그 결과(結果)에서 구하지만, 내가 남을 이기는 방법은 다투기 전에 먼저 정(定)하며, 많은 사물이 착잡(錯雜)하게 엉켜 있을 때는 오직 그 마음을 지키는 것이 곧 수습과 해결의 첩경(捷徑)이 되는 것이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강과 바다는 한 잔의 물로써 그 손실을 가져오지 않고, 태산은 한덩이의 돌과 흙으로써 그 감손을 운위하지 않는다. 그 근원이 견고한 자는 끝이 동요되지 않고, 그 의지가 정하여진 자에게는 다른 사물이 능히 이간(離間)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기에 단단하면 풀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하였고, 또 말하기를,
"생각이 일에 앞서지 않으면 이를 일러 후회를 남긴다 하고, 급하지 않은 데 힘을 기울이면 이를 일러 자삭(自削)052) 한다고 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인(仁)을 좋아하는 데도 폐단(弊端)이 있으니 그 폐단이 임금을 속이게 되고, 의(義)를 좋아하는 데도 역시 폐단이 있으니 그 폐단이 갑자기 반역(反逆)을 일으키기도 한다. 폐단이 되지 않는 일이란 오직 극히 높은 덕을 갖춘 사람만이 능히 할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그 업을 가졌기 때문에 능히 컸고, 그 마음을 가졌던 까닭에 능히 오랫동안 지탱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공을 높이 세우는 것은 오직 그 의지에 달려 있고, 업을 넓히는 것은 오직 그 부지런함에 있다는 것은 학문상의 절실한 말이어서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는다. 그러나 그 행하는 길이란 곤궁(困窮)한 속에 처해 보아야 한다. 사람이 능히 지극히 곤궁했을 때의 일들을 꺼리지 않는다면, 위대(偉大)한 공(功)인들 어찌 어렵다 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곤궁한 속에 처하지 않으면 공을 이룰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내가 남보다 지나치게 나은 것은 없다. 다만 책임 받은 일에 있어서는 혹시 조그마한 실수라도 있으면 마음 속에 이를 숨길 수가 없고, 또 어떤 크게 욕심나는 일을 당하였을 때는 반드시 의리(義理)에 합당한가를 살펴보고, 만일에 비리(非理)임을 알면 결연히 이를 끊어 버린다. 몸이 수고로우면 마음이 편하고 몸이 편안하면 마음이 병든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모든 일은 되돌아 오지 않는 법이 없으므로, 내가 남들에게 착하게 하면 남도 역시 나에게 착하게 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나는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게 나은 것이 없다. 다만 어릴 때의 그 뜻이 변하지 않았고, 금옥(金玉) 등의 재산을 멸시하여 왔으며, 술과 여색을 좋아하지 않았고, 사람과 더불어 충신(忠信)으로 사귀어 왔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길흉 간에 어떤 일이 오려면 반드시 먼저 보이는 것이 있는데, 덕이 높은 사람은 비록 이를 보더라도 더욱 힘써서 덕을 닦는다. 이는 곧 전화 위복(轉禍爲福)의 길인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사람이 나를 기리거든 반드시 그의 아첨 여부를 살피고, 사람이 나를 헐뜯으면 반드시 그의 충직 여부를 살펴야 한다. 좋아하는 자에게 편사(偏私)하지 않으며, 미워하는 자를 굴복(屈服)시키는 것은, 만맥(蠻貊)의 나라에서도 가히 행할 수 있는 길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일이라는 것은 모두 세(勢)의 흐름이 있는데, 세란 것도 역시 하늘의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 더욱 중하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는 하늘에 미루고 지혜로운 자는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살핀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군자(君子)가 뜻을 얻으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베풀고, 소인(小人)이 뜻을 얻으면 그 몸을 망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그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몽조(夢兆)053) 에서도 편사(偏邪)한 일들이 많은 법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마음에 아는 바를 굳게 행하는 것은 성인(聖人)이 되는 첩경(捷徑)이다. 군자(君子)의 도(道)는 평탄하고 쉬우며 험하지 않다는 것은 가장 비근(卑近)한 일들을 용이하게 행할 뿐이요, 달리 어떤 이상한 공효(功效)를 구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사람은 다만 자기 공만을 쌓을 따름이고, 남보다 많이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남보다 많이 하려고 하는 자는 몸에 재앙이 따른다. 진실로 대절(大節)에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욕을 받아도 좋다. 덕을 입었다면 잊지 말아야 하며, 원한은 없었던 것처럼 괘의(掛意)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으면 하늘도 반드시 돕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이겠느냐?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항상 군부(君父)를 생각하면 되고, 덕을 닦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언제나 곤궁할 때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내가 남보다 지나치게 나은 것이 없다. 무릇 어떤 사물이 왔을 때, 반드시 그 옳은 것을 본 연후에 행하고, 옳지 않은 것이 보이면 결단코 하지 않으며, 오직 의로운 것만을 좇고, 이해에는 전혀 동요되지 않는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사람의 착한 행실을 발굴함보다 큰 덕이 없고, 남의 악한 행동을 제어함보다 성대한 재능이 없는 것이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부드럽고 겸손한 덕은 많은 사람들의 꺼리는 데에서도 누릴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기리는 데에서도 처할 수 있으니, 자기 몸을 보전하는 것을 충효(忠孝)라고 이른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물(人物)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48]잠저(潛邸) : 임금이 되기 전에 살던 집.
- [註 049]
대왕 대비(大王大妃) : 자성 왕후(慈聖王后) 윤씨(尹氏).- [註 050]
대군(大君) : 수양 대군(首陽大君).- [註 051]
○八月, 世祖邸釜自鳴, 邸人惑之。 世祖曰: "古文有之, 享宴之兆也。" 有巫號琵琶者奔來, 請見大王大妃曰: "是大君三十九歲登極之兆也。" 大妃驚欲問之, 巫不告而去。 世祖或自省、或警人、或因人問難, 凡有論說, 皆逐日手書, 今記其略。 世祖嘗曰: "深於文者氣衰, 流於樂者心弱, 多才藝者無實, 極聰明者無樂。" 又曰: "苟有善, 雖小必勉, 苟於孝, 身之何顧? 君子强於爲善, 非求名也, 殺身成仁, 非逼勢也, 忠義激也。" 又曰: "人之生斯世也, 才不出衆恥也, 德不比賢恥也, 有其才無其功恥也。 故曰不恥不若人, 何若人有? 如恥之, 莫如爲仁, 仁者無一毫人欲之私也。" 又曰: "心欲靜而氣欲張。 是以君子之處己, 資忠履信, 以進德焉, 修辭立誠, 以居業也。" 又曰: "立志惟一, 爲學惟精。 夫如是源淸則流淸, 賢者務其本也。" 又曰: "正(氣)〔己〕而正人者上也, 正己而不正人者中也, 不正己而正人與不正己不正人, 斯爲下矣。 上事君忠者也, 中自守善者也, 下貪天禍者也。" 又曰: "吾誨人, 必曰在謙。 夫水盈則溢, 火熾則滅, 日中則移, 月滿則虧。 寒往則暑來, 日往則月來, 累至則危, 物久則破, 息出則入, 臥寢則起, 笑極則其笑絶, 樂極則其樂衰, 此天地之定理也, 亦無不極而後反。 故曰人常約以處窮則福延, 快以適樂則禍至, 我欲勝人, 則人亦欲勝我矣。 故曰卑以自牧, 聖人之深敎也。"又曰: "人以惡加我, 甘受之, 謙保之道也, 苟干忠孝, 死生獨步, 固所畜也。" 或問治氣之道曰: ‘先治其心, 則氣自治矣。 治心之道, 正而已, 正則不妄動, 人之夭壽在其中。’" 又曰: "處官以不欺君爲上, 嚴溫勤邁, 平正確固, 不遺細物, 不畏强禦, 謙恭而不自有, 日所而篤忠孝。" 又曰: "人之勝人, 求於旣爭之後, 我之勝人, 定於未爭之前, 百物交紛錯, 惟守心乃捷逕。" 又曰: "江海不以一盞而損, 太山不爲一塊而減。 固其原者, 末不能動矣, 定其志者, 物不能間矣。 故曰固而不弛。" 又曰: "慮思不先, 是謂貽悔, 當務不急, 是謂自削。" 又曰: "好仁之弊, 其弊也欺君, 好義之弊, 其弊也(勃逆)〔悖逆〕 。 無不弊之事, 至人惟能處之。" 又曰: "有其業故能大, 存其心故能久。" 又曰: "功崇惟志, 業廣惟勤者, 學問之切言也, 吾常念而不忘。 然行之之道, 在處乎困窮也。 人能不忘困窮之至, 聖功豈難? 故曰, 不處困窮, 無以成功。" 又曰: "我無大過人者。 但受任之事, 或有小闕, 則心不能忘, 又雖當大欲, 必顧諸義理, 知其非則決然絶之。 身勞則心安, 身逸則心病。" 又曰: "事無不反, 我善於人, 人亦善於我。" 又曰: "吾無甚過於人者。 但幼志不變, 蔑視金玉, 不好酒色, 與人忠信耳。" 又曰: "吉凶之來, 必先見, 至人雖見而益强, 轉禍爲福之道也。" 又曰: "人有譽己, 必求諸諂, 人有毁己, 必求諸直。 好之者不阿, 惡之者屈之, 行蠻貊之道也。" 又曰: "事皆勢而勢亦天, 然人事重。 愚者推之於天, 智者審之於人。" 又曰: "君子得志, 則善其人, 小人得志, 則敗其身。" 又曰: "不正其心, 則夢兆多辟。" 又曰: "果行心所知者, 爲聖之捷(洛)〔路〕也。 君子之道, 平易而不險, 言易行近事而已, 不可他求於異常之效也。" 又曰: "人但自功而已, 不可多於人。 欲多於人者, 身之災也。 苟不大節, 受辱可也。 德莫善於不忘, 怨莫善於不有。 正心修德, 天必佑之, 而況於人乎? 正心不難, 思君父耳, 修德不難, 思困窮耳。" 又曰: "我無過人者。 凡事之來, 必先見可而後行之, 見不可則決不爲矣。 惟義是從, 莫或利動。" 又曰: "德莫大於拔人之善, 才莫盛於制人之惡。" 又曰: "柔謙之德, 可以享乎衆忌, 可以處乎衆譽, 保身之謂忠孝。"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물(人物)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