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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1권, 총서 14번째기사

세조가 밤에 퉁소 소리를 듣고 귀신이 부는 ‘음려’ 곡조임을 알아 맞추다

신유년024) 10월에 문종세조 및 여러 아우들과 같이 밤에 앉아 있는데 퉁소[嘯] 소리가 나더니 바람결에 삽연(颯然)025) 히 두 번이나 들려 왔다. 세조가 말하기를,

"협종(夾鍾)026) 의 청조(淸調)이다."

하니, 문종이 말하기를,

"누구일까?"

하였다. 세조가 대답하기를,

"귀신의 소리입니다."

하니, 문종이 말하기를,

"어찌 아느냐?"

하니, 이에 세조가 말하기를,

"나는 천하의 극(極)을 부는 터인데도 유빈(蕤賓)의 청조(淸調)를 감히 넘지 못하는데, 이는 협종(夾鍾)의 청조이면서도 상이(上二)에서 또 여유가 있으니 【세종이 새로 악보(樂譜)를 제정하고 그 조(調)마다 각기 상·하(上下) 1개의 등급을 두었으니, 상일(上一)·상이(上二)·상삼(上三)·상사(上四)·상오(上五)가 그것이다. 상일로부터 그 소리가 점차 맑아지기 시작하여 상오에 이르러 극(極)에 달하고, 하일(下一)로부터 점점 탁(濁)하기 시작하여 하오(下五)에 이르러 극에 달한다.】 이는 임종(林鍾)의 청조입니다. 또 그 소리가 어지럽지 않고 떨리는 것이 더디지 않으며, 풍자(諷刺)를 용납하지 않으면서도 불평스런 뜻이 있으니, 이는 아마 와서 섬기려는 귀신일 것입니다."

하니, 광평 대군(廣平大君) 이여(李璵)가 말하기를,

"그렇다고 한다면 귀신이 어찌 정대(正大)한 데를 범한단 말입니까?"

하니, 세조가 말하기를,

"요귀(妖鬼)가 간혹 사람에게 의지하여 다니기도 한다. 지난 갑인년027) 여름에 성상께서 헌릉(獻陵)에 제사하실 때, 귀신 불[鬼火]이 밤나무 언덕에 보인 적이 있었는데, 이는 삼군(三軍)의 위엄과 성덕(聖德)의 고명하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그러나 이를 나타내는 것은 곧 사랑함일 것이다. 이날 감로(甘露)028) 가 내리고, 또 그 달에 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이 출생하였으니, 대개 좋은 징조였다. 귀신의 정상(情狀)을 잘 알기 때문에 감히 작란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6면
  • 【분류】
    인물(人物) / 예술-음악(音樂) / 왕실(王室) / 역사-편사(編史)

  • [註 024]
    신유년 : 1441 세종 23년.
  • [註 025]
    삽연(颯然) : 가볍고 시원스러운 모양.
  • [註 026]
    협종(夾鍾) : 십이율(十二律)의 하나인 음려(音呂).
  • [註 027]
    갑인년 : 1434 세종 16년.
  • [註 028]
    감로(甘露) : 임금이 정치를 잘할 때 하늘에서 상서(祥瑞)로서 내려 준다는 단이슬.

○辛酉十月, 文宗世祖及諸弟夜坐, 有嘯聲風颯然再吹。 世祖曰: "夾鍾淸調。" 文宗曰: "誰也?" 世祖曰: "鬼也。" 文宗曰: "何以知之?" 世祖曰: "我天下之極嘯也, 而不敢越蕤賓淸, 此則夾鍾淸調, 而上二又裕, 【世宗新定樂譜, 每調各有上下五等, 如上一上二上三上四上五是也。 有上一其聲漸淸, 至五而極, 自下一漸濁, 至五而極。】 是則林鍾淸也。 且其聲不困而振不舒、風不容而志不平, 殆來事之鬼也。" 廣平大君 曰: "然則鬼豈得干正大乎?" 世祖曰: "妖鬼或依人而行。 昔甲寅夏上祭于獻陵, 鬼火見于栗丘, 非不畏三軍之威、聖德之明, 然見之者, 愛之也。 是日甘露降, 其月永膺大君 生, 蓋盛兆也。 以知鬼神之情狀, 故不敢亂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6면
  • 【분류】
    인물(人物) / 예술-음악(音樂) / 왕실(王室)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