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김약채 등의 상소로 종친과 부마로 하여금 직사를 맡지 못하도록 명하다
종친과 부마로 하여금 직사(職事)를 맡지 못하도록 명령하였다. 대사헌 권근(權近)과 좌산기(左散騎) 김약채(金若采) 등이 다시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였다.
"전일에 신 등이 교장하여 고려의 옛 제도에 따라서 종친(宗親) 부마(駙馬)의 부귀하고 안전한 도리와 출입할 때의 의위(儀衛)의 제도를 청하였는데, 과인은 부마가 없다고 하신 왕지(王旨)를 공경히 받자왔습니다. 신 등이 가만히 고전(古典)을 상고하여 보니, 부마(駙馬)라는 것은 여러 신하의 아들이 종실의 딸에게 장가든 자의 통칭(通稱)이요, 당대(當代) 제왕(帝王)의 친딸이 하가(下嫁)한 사람만을 이르는 데 그친 것은 아닙니다. 하물며, 신 등이 전일에 아뢴 것은 대개 종친(宗親)·종녀(宗女)도 고루 다 조종(祖宗)의 자손이니, 마땅히 왕자(王者)와 더불어 함께 부귀를 누려 안전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만일 영광스럽게 하고자 하여 일과 권세를 맡기었다가 혹 법을 범하여 견책(譴責)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면, 그 총애하는 것이 도리어 화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부귀를 극진하게 하고, 일과 그 권세를 맡기지 아니하여, 안전한 복(福)을 누리게 하기를 청한 것입니다. 이것은 일시의 권의(權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상은 만세(萬歲)의 종친을 보전하는 아름다운 법전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이제부터 여러 신하 중에 임금의 친딸이나 친자매에게 장가든 자는 작(爵)을 봉(封)하기를 차서(次序)대로 하고, 아울러 종친과 똑같이 하여 후(侯)를 봉해서 귀하게 하고, 녹(祿)을 후하게 하여 부(富)하게 하되, 군국(軍國)의 일을 책임지우지 말아서 안전(安全)한 복(福)을 보전하게 하시면, 전하는 친척을 화목하게 하는 덕이 있고, 종친은 존영(尊榮)을 누리게 되어, 나라와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하여 영구히 근심이 없을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출입하는 의위(儀衛)도 여러 신하와 분별이 없을 수 없으니, 마땅히 제택(第宅)과 의위가 있어 그 귀함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원하건대, 예관으로 하여금 고금(古今)을 참작하여 그 의위를 상정(詳定)하게 하소서."
소(疏)를 무릇 세 번이나 올리었는데, 이때에 이저(李佇)가 태상왕(太上王)의 부마로서 판삼군부사(判三軍府事)가 되어 군정(軍政)을 총할(總轄)해서 횡포가 심했기 때문에, 대간(臺諫)이 극론(極論)한 것이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부마는 동성 종친(同姓宗親)의 예와 같이 논할 수 없고, 또 그 의위도 뒤에 마땅히 거행하겠으니, 지금 우선 정지하라."
하였다. 이날에 대간이 다시 교장(交章)하여 말하였다.
"신 등이 여러 차례 교장(交章)하여 종친과 부마가 길이 존영(尊榮)을 누리고 보전되어 근심이 없는 도를 청하였습니다. 역대 이래 스스로 이루어진 법규가 있는데, 태상왕이 개국하시던 처음에 법제가 갖춰지지 못하여 종친 부마를 대접하는 도가 다 적의(適宜)함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무인년 이래로 능히 보전하지 못한 사단(事端)을 이미 두 번이나 경험하였습니다. 신 등이 이를 생각하면, 매양 마음 아픈 것이 간절합니다. 이제서야 옛날 어진 왕(王)들이 법을 세우고 제도를 정하여 종친·부마로 하여금 부귀를 누리게 하고, 일을 맡기지 않아서 길이 존영을 보전하게 한 것이, 그 생각이 원대한 것을 알겠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멀리 예전 어진 왕들의 뜻을 본받고, 가까이 무인년 이래의 일을 경계하여, 되도록 종친·부마로 하여금 편안히 부귀를 누리게 하고, 일 때문에 번거롭게 하지 마시어 한가롭게 놀고 즐기어서 길이 근심이 없게 하여, 존영의 극진함을 보전하고, 보전의 도를 두텁게 할 것입니다. 출입하는 의위(儀衛)도 지난번에 교장(交章)에서 아뢴 바에 의하여 제도를 세워서 성헌(成憲)을 만드소서."
임금이 그 소(疏)를 옳게 여겼으나, 의위의 제도는 다시 논하지 말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7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乙丑〕 /令宗親、駙馬不任以事。 大司憲權近、左散騎金若采等, 復交章上言曰:
前日臣等交章, 請依前朝舊制, 以立宗親、駙馬富貴安全之道, 與其出入儀衛之制, 敬奉王旨, 以爲: "寡人無駙馬。" 臣等竊稽古典, 駙馬者, 諸臣之子, 得尙宗女之通稱, 非止謂當代帝王親女下嫁之人而已。 況臣等前日所申, 蓋謂宗親宗女, 均是祖宗之子孫, 當與王者, 共享富貴, 而安全之者也。 苟欲寵之, 任以事權, 而或犯法難逃譴責, 其所以寵之者, 乃所以禍之也。 故請極其富貴, 而不任事權, 以享安全之福。 此非爲一時之權宜, 實欲永爲萬世保全宗親之令典也。 願自今, 諸臣得尙親女及親姊妹者, 封爵例秩, 竝同宗親, 貴以封侯, 富以厚祿, 不責以軍國之事, 以保其安全之福, 則殿下有睦親之德, 宗親享尊榮, 而與國咸休, 永世無患, 豈不美哉? 出入儀衛, 亦不可與諸臣無別, 當有第儀, 以彰其貴。 願令禮官, 參酌古今, 詳定其儀。
疏凡三上。 時李佇以太上駙馬, 爲判三軍府事, 總軍政橫甚, 故臺諫極論之。 上曰: "駙馬不可與同姓宗親例論。 且其儀衛, 後當擧行, 今姑停之。" 是日, 臺諫復交章曰:
臣等累次交章, 上請宗親、駙馬, 長享尊榮, 保全無患之道。 歷代以來, 自有成規, 太上王開國之初, 法制未備, 其所以待宗親駙馬之道, 未盡得宜, 故自戊寅以來, 不能保全之端, 已再驗矣。 臣等念此, 每切痛心, 乃知古先哲王, 立法定制, 所以使宗親駙馬, 享有富貴, 而不任以事, 永保尊榮, 其慮遠矣。 伏惟遠法古先哲王之意, 近戒戊寅以來之事, 務令宗親駙馬, 安享富貴, 不煩以事, 優游以樂, 永世無患, 以保尊榮之極, 以篤保全之道。 其出入儀衛, 亦依前章所申, 以立制度, 以爲成憲。
上可其疏, 儀衛之制, 勿復論。
- 【태백산사고본】 1책 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7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