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수가 한일 협상 조약을 맺은 대신들을 처벌하라고 상소하다
전 내부 주사(前內部主事) 노봉수(盧鳳洙)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삼가 듣건대 정부에서 체결한 조약은 역적들의 사사로운 처사에서 나온 것으로서 하룻밤 사이에 나랏일을 망쳐놓은 것이건만 아직 이들이 편안하게 목숨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도성 안이 소란하고 분위기가 흉흉하며, 관리들과 유생들의 상소문이 날마다 꼬리를 물고 올라가건만 형식적인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로 대신들이 모든 관리들을 거느리고 정청(庭請)한 지 여러 날이 되었지만, 아직 큰 호령을 널리 선포하여 역적들의 머리를 거리에 효수하고 천하에 포고하여 이 조약을 도로 회수해 없앤다는 말은 듣지 못하고, 도리어 정청한 두 원로에게 문출(門黜)하는 벌이 시행되었습니다.
삼가 폐하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선왕의 판도(版圖)를 일본의 영역으로 넘겨주고 조종(祖宗)이 남겨주신 백성들을 일본인의 포로로 모두 넘기려고 그러시는 것입니까? 이 판도와 백성으로 말하면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가 비바람을 맞으며 힘들게 마련한 것이지 폐하의 개인 소유가 아니니, 어찌 티끌 하나인들 헛되이 던져버릴 수 있겠습니까?
삼천리 강산을 한밤중에 도둑맞고 그저 궁내부(宮內府)에서 헛된 자리를 끼고 앉아서 이제 메가타〔目賀田〕가 제공하는 황실비(皇室費)를 가지고 유족하면 폐하의 마음이 편안하시겠습니까? 이 역시 한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없어질 것인데, 무엇을 꺼려 역적들을 섬멸하지 않고 도리어 총애와 영예를 안겨줌으로써 역적들이 외국인에게 아양을 부리며 득의양양해하는 꼴을 참고 보아야겠습니까?
신은 진실로 오늘 올린 글로 인해 내일은 죄를 받고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는 것은 순간의 고통일 뿐이니 일본인들의 노예가 되어 구차히 살기보다 차라리 폐하의 법에 죽어 고황제의 능에 절을 올리게 된다면 죽어도 영광일 것입니다. 오직 폐하께서 헤아려 처리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그대의 말이 공공의 울분에서 나왔다는 것을 안다."
하였다.
- 【원본】 50책 46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0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외교-일본(日本)
前內部主事盧鳳洙疏略: "竊伏聞政府締約出於諸賊之私式, 而誤國事於一夜之間, 尙此偃然保其首領, 都下鼎沸, 爻象洶洶, 搢紳疏儒生疏, 式日交奉, 而歸之文具。 元老大臣率百官廷請者屢日, 而迄未聞大號渙發, 懸諸賊之頭於藁街, 布告天下, 繳銷此約, 而友此廷請之兩元老, 施以門黜之典。 伏未知聖衷之可居, 而抑將先王版圖, 交讓於日本幅圓, 祖宗遺民, 掃付於日人俘獲而然歟? 此版圖此人民, 乃太祖高皇帝櫛風沐雨, 辛勤辦得之物也, 非陛下之私有也。 何可一芥而虛擲也哉? 三千里江山, 已失於夜半壑舟, 徒擁虛位於宮內府, 乃以目賀田所供皇室費爲稔足, 則聖衷安乎否乎? 此亦不過一二年事也, 等是亡耳。 何憚而不之殲賊, 反加以榮寵, 忍見賊臣輩之狐媚外人, 揚揚自得乎? 臣固知今日奉章, 明日伏法死者, 片時痛與, 其爲日人奴隷而苟生, 寧死於陛下之法, 拜高皇帝於珠邱之下, 死亦榮焉。 惟陛下, 裁處焉。" 批曰: "爾言, 諒出公憤矣。"
- 【원본】 50책 46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0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외교-일본(日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