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암 앞바다에 미국 배가 정박하다
경상 감사(京尙監司) 이근필(李根弼)이, ‘동래 부사(東萊府使) 심동신(沈東臣)의 등보(謄報)에, 「서양 사람들이 탄 낯선 배 1척(隻)이 흑암(黑巖) 앞바다에 정박하였습니다. 이어 이달 27일 사시(巳時)에 일본(日本)의 영사(領事) 곤도 모토스케[近藤眞鋤]가 종인(從人) 5명(名)을 데리고 본부(本府)에 왔습니다. 그래서 그 사유를 물어보니, 영사가 이르기를, 『흑암도(黑巖島) 앞바다에 정박한 낯선 배 1척은 바로 미국의 배인데 그 나라 사람들이 귀국과 우호 관계를 맺으려고 편지를 써가지고 와서는, 우리나라가 귀국과 친선 관계를 가진 지 매우 오래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먼저 동래부(東萊府)에 가서 사유를 상세히 알리고 서계(書契)를 정납(呈納)하여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없이 이렇게 와서 알리니 먼저 본 부에서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보고 가져온 서계를 봉납(捧納)하여 귀 조정에 전달하여 두 나라가 우호 관계를 열었으면 한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대답하기를, 『우리나라는 미국과 말이 통하지 않고 거리도 대단히 멀기에 그들이 우호 관계를 맺으려고 편지를 써가지고 왔다는 것은 천만 번 당치 않은 말이며, 더구나 일본 사람들도 역시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만나는 대로 없애버린다고 알고 있을 터인데 지금 그 나라가 우호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등의 말로써 이와 같이 와서 간청하는 것은 이웃 나라와 사귀는 두터운 정의에 흠이 될 것이니 다시는 번거롭게 굴지 말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영사가 이르기를, 『이번에 온 미국의 배는 서양의 여러 나라들과는 원래 다르기 때문에 전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우호 관계를 맺게 하기 위해서 이와 같이 와서 말하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대답하기를, 『무릇 외국 사람들의 배가 우리나라에 와서 정박하면 만나보지도 말며 편지를 받지도 말라는 우리 조정의 명령이 이미 있으므로 그 서계는 봉납할 수 없다. 곧바로 영사관에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단단히 타일러서 빨리 돌아가도록 하라.』고 하자, 그 영사도 이미 사체를 알아차려서 강압적으로 시끄럽게 요구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술과 안주를 넉넉히 갖추어 전례대로 대접하였더니 신시(申時)에 관소(館所)로 돌아갔습니다.」 하였습니다.
낯선 배가 우호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하면서 동래(東萊) 앞바다에 어슬렁거리니 정상이 매우 추측하기 어려우므로 동래 부사(東萊府使)에게 거듭 신칙하여 그로 하여금 특별히 정탐하고 각별히 방비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아뢰었다.
- 【원본】 21책 1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12면
- 【분류】외교-미국(美) / 외교-일본(日本) / 교통-수운(水運)
初十日。 慶尙監司李根弼以"東萊府使沈東臣謄報‘洋人所騎異樣船一隻, 下碇黑巖前洋矣。 乃於本月二十七日巳時, 日本領事近藤眞鋤, 率從人五名, 來抵本府。 故問其事由, 則領事言內: 「黑巖前洋下碇異樣船一隻, 卽亞米利加國之船也。 該國人欲爲通和於貴國, 裁書以來。 而敝邦與貴國交隣, 厥惟久矣。 要我以先往萊府, 詳告事由, 呈納書契」云。 故俺等不得已有此來告: 「先自本府, 接見該國人, 捧納其所䝴書契。 轉達于貴朝廷, 俾爲兩國通好」云。 故答以爲: 「我國之於亞米利加國, 聲氣不通, 風馬不及, 則渠所云通和修書以來者, 萬不近理。 況日本人, 亦知其洋人之在我, 遇輒剿滅。 而今以該國通和等說, 如是來懇者, 有欠交隣厚誼, 更勿煩聒」云。 則同領事言: 「今來亞米利加國之船, 與西洋所屬諸國, 自有別焉。 故專爲兩國通好, 有此告達」云。 故更答以爲: 「凡於外國人之來泊我境者, 不接面不捧書, 已有我朝廷命令, 同書契不當捧納矣。 直自館中, 飭諭於該國人處, 卽速回棹」云。 則同領事旣知事體之所在, 似無强聒底意。 故優備酒饌, 依前饋給後, 申時還入館所’云矣。 異國船之稱以通和, 逗留萊洋者, 情甚叵測。 連飭該府, 使之另加偵探, 各別備虞。" 啓。
- 【원본】 21책 1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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