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배에서 보낸 글
〈불란서 배에서 보낸 글에 이르기를〉,
"대불란서국(大佛蘭西國) 수사 총병관(水師總兵官) 납별이(拉別耳)는 조회(照會)할 일 때문에 알립니다. 살피건대, 전 수사 제독(水師提督) 슬서이(瑟西耳)는 본국(本國)에서 보내어 이 바다에 온 각전선(各戰船)을 거느리는 원수(元帥)이었는데 지난해에 이 곳에 와서 귀국의 보상 대인(輔相大人)에게 공문을 바치고 이듬해에 배를 보내어 와서 회문(回文)을 받기로 하였다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본총병(本總兵)이 이 임무를 맡게 되어서는 불란서국과 대청국(大淸國)이 이미 만년(萬年)의 화호(和好)를 정한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본총병이 배 두 척이 곧 영광스럽게 개선할 때에 호의(好意)로 와서 회문을 받아 본국에 복명하려고 전 수사 제독이 갔던 곳으로 가다가 뜻밖에 어귀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찍이 사나운 바람에 부수어졌으므로, 본총병이 어쩔 수 없이 이 곳 가까운 섬의 민가에서 떨어진 곳의 바닷가에 잠시 수수(水手)·사졸(仕卒)과 아랫사람을 다스리는 인원을 두고서 구제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지금 사람은 많고 물은 모자라며 양식은 태반이 죄다 바닷물에 침괴(浸壞)되었는데, 귀국에서 늘 너그러이 예대(禮待)하여 먼 나라의 파괴된 배에 탄 사람을 구제하여 주는 것을 절실히 생각하고 물과 양식을 도와 주기를 절실히 바라서 살펴 주시기를 거듭 빕니다. 배 두 척을 삯내어 본총병의 차원(差員)을 시켜 곧 대청국 상해(上海)에 가서 다른 배를 삯내어 와서 이 곳의 부수어진 배들에 탔던 인원들을 싣고 일찍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고마운 은덕이 그지없을 것이고, 삯낸 배와 도와 준 먹을 것의 값은 절로 공도(公道)로 보내어 갚을 것입니다. 혹 귀국에서 지금 배를 많이 삯내어 이 어려움을 당한 뭇사람을 싣고 일제히 상해로 간다면 더욱 편리하겠습니다. 하루라도 일찍 삯낼 수 있으면 하루라도 덜 머물러 귀국에 누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불란서 황제가 반드시 귀국에서 그 나라의 인원을 환난 가운데에서 구조한 은혜를 생각할 것이고, 본총병도 귀국과 영구한 화호를 맺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바라 마지않습니다. 이 때문에 귀도사(貴道使)에게 조회하니 살피시기 바랍니다. 위와 같이 고려국(高麗國) 전라도사 대인(全羅道使大人)에게 조회합니다. 구세(救世) 1천 8백 47년 8월 13일, 도광(道光) 27년 7월 3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1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523면
- 【분류】외교-구미(歐美)
○大佛蘭西國水師總兵官拉別耳爲照會事。 竊照前水師提督瑟西耳, 領本國派來此海各戰船, (元師)〔元帥〕 去歲至此, 曾有公文進呈貴國輔相大人許, 以次年派船來領回文。 不期本總應署此任, 悉査佛蘭西國, 與大淸國, 旣定萬年和好, 本總兵故領船二隻, 卽光榮凱旋, 好意前來, 領文奏覆本國, 以踐前水師提督所許, 不料未得入口, 早爲暴風損壞, 本總兵不得已於此近島, 離民僻處海濱上, 暫置水手仕卒, 治下人員, 以望救濟。 玆今人多水乏, 糧食太半, 盡爲海水浸壞, 切念貴國, 常優禮以濟遠鄕, 壞船之人, 切望濟助, 水糧食用, 再祈體照。 慨僱船二號, 俾本總兵差員卽去大淸 上海, 請僱別號船隻前來, 載此衆壞船人員等, 早得回國, 則感德不盡, 僱船及濟助食用價銀, 自必公道送覆。 倘或貴國, 此時多能僱船, 載此衆難人, 一齊去上海, 則更是妥便也。 若早僱得一日, 則少留停一日, 以免累貴國。 且我佛蘭西皇帝, 必有以懷貴國濟助其國人員於患難中之惠, 本總兵, 亦切願與貴國, 結永久和好。 臨池不勝切望之至。 爲此照會貴道使, 祈爲體照, 須至照會者。 右照會高麗國 全羅道使大人。 救世一千八百四十七年八月十三日, 道光二十七年七月初三日。
- 【태백산사고본】 8책 1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523면
- 【분류】외교-구미(歐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