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손에게 《맹자》의 우산장을 강하게 하다
임금이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였다. 왕세손(王世孫)을 시좌(侍坐)하도록 명하고 《맹자(孟子)》의 우산장(牛山章)을 강하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산(山)도 성품[性]이 있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장차 사람의 성품을 말하려 했기 때문에 먼저 산의 성품을 말한 것입니다."
하였다. 이때 관동(關東)의 네 고을의 가장 극심한 수재(水災)를 입었으므로 도신(道臣)이 새 환곡(還穀)을 절반을 감하여 대봉(代捧)하게 해줄 것을 장청(狀請)하니, 임금이 먼저 구포(舊逋)를 모두 견감(蠲減)시킬 것을 허락하고, 왕세손을 돌아보면서 이르기를,
"구포를 정지하는 것은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경용(經用)을 잇대지 못할 경우에는 장차 어떻게 하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백성이 넉넉하게 되면 임금이 어찌 넉넉하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매우 기뻐하여 말하기를,
"요순(堯舜) 이후에 다시 요순 같은 임금이 없었던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사욕(私慾)이 〈본성(本性)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하자, 임금이 잘한다고 칭찬하고서 말하기를,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니, 너는 힘쓸지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9책 102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14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재정(財政) / 구휼(救恤) / 역사-고사(故事)
○丙辰/上引見大臣備堂。 命王世孫侍坐, 講《孟子》 《牛山章》。 上曰: "山亦有性乎?" 對曰: "將言人之性, 故先言山之性矣。" 時以關東四邑, 被水災最酷, 道臣狀請新還減半代捧, 上先許盡蠲舊逋, 顧謂世孫曰: "停逋爲民惠也。 若經用不繼, 則將如之何?" 對曰: "百姓足, 君孰與不足?" 上甚悅曰: "堯 舜之後, 更未有堯 舜何也?" 對曰: "私欲害之也。" 上稱善曰: "非知之艱, 行之惟艱, 爾其勉之。"
- 【태백산사고본】 69책 102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1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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