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학 여이징이 묘호 문제를 다시 의논할 것을 아뢰었으나 허락치 않다
부제학 여이징(呂爾徵)이 차자를 올리기를,
"지난번에 심대부(沈大孚)와 유계(兪棨)가 묘호(廟號)의 의리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 아뢴 것이 그 설이 매우 분명하였는데도 전하께서는 이미 그들의 기를 꺾으셨고, 김경여(金慶餘)와 김집(金集)의 상소 안에서 논의한 바는 그 의리가 더욱 분명하여 가납(嘉納)하겠다는 비답을 내리셨는데 오직 이 한가지 일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으시어 이미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다시 의논하라는 분부를 들을 수 없으니, 신은 삼가 의혹스럽습니다. 전하께서 정성을 다해 현자를 구하고 마음을 비우고서 남의 말을 받아들이시어 초치하기를 날로 서두르시고 대우하기를 날로 돈독히 하신 것은 장차 그들과 더불어 예법에 맞는 상제(喪制)의 전례(典禮)를 의논해 결정하기 위함이었는데, 지금 그들의 말을 소홀히 여겨 살피지 않고 버려 채용하지 않으신다면 현자를 초빙하여 나라를 함께 다스리겠다는 뜻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까.
이름을 바꾸어 죽은 분을 높이는 전례는 신중을 다하여 천하 후세에 명시(明示)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행 대왕의 성스러운 덕과 신묘한 공은 세상에 드물 정도로 탁월하시니 귀미(歸美)126) 의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묘호를 의논해 결정할 때에 이미 식자들의 의심이 있었고, 번갈아가며 올린 소장의 의리가 믿을 만한데도, 이미 결정하였으므로 경솔히 고치기 어렵다고 하신다면 아마도 후인들의 비난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빨리 여러 사람이 올린 소를 유사(有司)에게 내리시어 널리 의논하고 충분히 강론하게 하여 조금이라도 미진함을 남겨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식자들이 의심한다는 경의 이 말은 귀를 현혹시키고자 해서인가? 어떤 근거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의도를 헤아리기 어려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선뜩해진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7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궁관(宮官)
- [註 126]귀미(歸美) : 아름다운 이름이 돌아가게 함.
○副提學呂爾徵上箚曰:
頃者, 沈大孚、兪棨疏陳廟號之義, 其說甚明, 而殿下旣摧折之, 金慶餘、金集疏中所論, 其義愈明, 聖批嘉納, 而唯此一事, 闕然不報, 已經累日, 未聞更議之敎, 臣竊惑焉。 殿下竭誠求賢, 虛心受言, 致之日急, 待之日篤, 將與論定喪制典禮之宜, 而乃今忽而不察, 置而不用, 則烏在其賓賢共國之意乎? 夫易名崇終之典, 不可不極其愼重, 用昭於天下後世。 大行大王聖德神功, 超軼曠代, 歸美之誠, 宜無所不用其極。 而廟號議定之時, 已有識者之疑, 章疏交進, 義理可信, 若以爲已定而難於輕改, 則或不無後來之譏議。 伏願殿下, 亟下諸疏於有司, 使之廣議熟講, 毋致有一毫未盡之悔。
答曰: "卿發此識者疑之等語, 欲爲眩惑聽聞, 未知何所據而言也。 難測其意之所在, 不覺寒心矣。"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7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궁관(宮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