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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50권, 인조 대왕 애책문(哀冊文)

인조 대왕 애책문(哀冊文)

애책문(哀冊文)은 다음과 같다.

"인조 헌문 열무 명숙 순효 대왕(仁祖憲文烈武明肅純孝大王)께서 창덕궁(昌德宮)의 정침(正寢)에서 승하하시어 이해 9월 11일 정묘에 능소(陵所)로 천좌(遷座)하고 같은 달 20일 병자에 장릉(長陵)으로 영천(永遷)하시니 예(禮)이다. 용순(龍輴)108) 을 이미 채비하였으므로 봉악(鳳幄)109) 은 장차 비워질 것이니, 이 단위(丹闈)를 등지고 저 현궁(玄宮)으로 가시는 것이다. 예정(霓旌)은 팔랑팔랑 바람에 나부끼고 해곡(薤曲)110) 은 처량하게 달에 울리니, 천관(千官)이 천둥처럼 곡하며 상여줄을 잡고 백성이 구름처럼 따르며 호위합니다. 우리 주상전하께서는 속이 상하고 슬픈 모습으로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흘리며, 하루 세 번 문안을 길이 못하게 된 것을 통곡하고 다섯 달 지나 장사해야 하는 제도가 있는 것을 개탄하십니다. 위안(威顔)을 모신 듯이 황홀하나 갑작스런 승하에 따르지 못함을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에 대궐에서 분부를 내려 훌륭한 명성을 억대에 전파하게 하시니, 그 사(詞)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이 대동(大東)을 돌보아 성자 신손(聖子神孫)이 이어 나시니, 혁혁(赫赫)한 중광(重光)111) 이요 면면(綿綿)한 보력(寶曆)112) 이셨습니다. 아아, 우리 선왕께서는 운을 타고 탄생하시니, 옥처럼 윤택하고 아름다우며 쇠처럼 굳세고 단단하며 용동(龍童)이요 봉질(鳳質)이셨습니다. 요(堯)처럼 어질고 순(舜)처럼 밝으시니, 영명(英明)이 밖에 빛나고 효우(孝友)가 안에 굳건하셨습니다. 서운(瑞雲)을 숨기시고 현덕(玄德)을 오랫동안 갈무리하셨습니다. 때는 비운(否運)을 만나 모후를 폐위한 화(禍)는 금용(金墉)보다 심하였고, 골육을 상해하고 간사한 자를 숭장(崇奬)하니, 삼강(三綱)이 사라지고 국세가 무너져 갔습니다. 천심(天心)이 생각을 고쳐 신기(神器)를 부탁하니, 뭇 준걸이 의리를 분발하여 신손(神孫)을 받들어 추대하였습니다. 서궁(西宮)의 자물쇠가 열리어 모의(母儀)는 다시 높아지니, 윤리가 비로소 펴지고 태양이 다시 중천하였습니다.

선왕(宣王)광무제(光武帝)가 명철하여 주(周)와 한(漢)이 중흥하니, 흉도(兇徒)가 제거되고 기로(耆老)가 공경받았습니다. 숲에는 침체된 재목이 없어지고 바다에는 버려진 보배가 없어졌으며, 검소를 숭상하고 사치를 없애고 충성을 표창하고 억울한 죄를 풀어 주고 가혹한 공부(貢賦)를 감면하고 백성의 고통을 돌보고 죄인을 불쌍히 여겨 눈물 흘리고 인정(仁政)을 드리우시니, 이 쇠퇴해진 풍속이 지극히 순박해졌습니다. 예묘(禰廟)113) 를 높여 공경스럽고 깨끗하게 섬기시니, 무너진 법도가 닦여지고 이지러진 예절이 온전해졌습니다. 효성은 조종을 본받는 데에 깊고 정성은 하늘을 두려워하는 데에 극진하시니, 바닷길이 멀더라도 제후(諸侯)의 법도를 어기지 않으셨습니다. 북쪽 군사가 갑자기 근기(近畿)에 미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위태롭기가 칠일(七日)114) 보다 심하고 형세가 삼판(三板)115) 보다 급박하였습니다.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러 임시방편이 아니면 구제할 수 없었으니, 뜻을 굽혀 어려움을 푸신 것은 종묘사직을 위한 계책이셨습니다. 전성(前星)이 빛을 감추니 제사를 누가 맡아야 하겠습니까. 후사를 어진이로 택하시어 감히 저희가 간여하지 못하게 하시니, 일국이 희망을 걸어 만세의 기틀을 넓혔다고 여겼습니다. 또 문손(文孫)을 책봉하여 길이 종묘를 튼튼히 하셨습니다.

2기(紀)116) 를 임어하신 동안에 온갖 법도가 오직 바르니, 교화가 팔방에 미치고 덕이 삼왕(三王)에 짝하셨습니다. 바야흐로 강릉(岡陵)처럼 장수하시기를 비는데 갑자기 하늘이 흉해(凶害)를 내리시니, 옥의(玉衣)가 멀리 떠남을 통탄하면서 다행히 길일을 택해 장례지내옵니다. 아, 애통합니다. 천도(天道)는 아득하여 이치를 밝힐 수 없는데 누가 대덕(大德)은 반드시 장수를 얻는다고 하였습니까. 반염(攀髥)117) 한들 어찌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포궁(抱弓)118) 하고 상심을 더할 뿐입니다. 만물이 놀라서 빛이 없고 삼광(三光)119) 이 어두워 빛을 잃었습니다. 아, 애통합니다.

보좌(黼座)는 처량하고 영악(靈刷)은 적막한데, 부질없이 곤면(袞冕)과 궤석(几舃)을 진설하였습니다. 엄연한 평소의 위의를 오히려 엊그제 조알(朝謁)하는 것 같으니, 슬퍼하는 유모(孺慕)120) 가 애달프고 흔들리는 마질(麻絰)121) 이 애통합니다. 문안할 날은 이미 없어지고 부질없이 하늘에 호소하여도 뒤미치지 못합니다. 아, 애통합니다. 몇 달이 흘러 추위와 더위가 철을 바꾸니, 이슬은 송알송알 맺고 가을바람은 스산합니다. 대궐 뜰은 고요하고 계수나무 그림자는 앙상한데 초막(綃幕)은 적막하고 벌레소리는 시끄럽습니다. 장례 나갈 때 무너뜨린 담이 쉽게 막힌 것에 놀라고 넋이 노니는 길이 이미 막힌 것을 슬퍼합니다. 옥잔을 저녁에 올림에 빈궁(殯宮)을 새벽에 떠나니, 어느 곳으로 돌아가십니까. 영결보다 슬픈 슬픔이 없으니 아, 애통합니다.


  • 【태백산사고본】 50책 50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61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08]
    용순(龍輴) : 용을 그린 상여. 발인 때에 빈전(殯殿)에서 상여까지 재궁(梓宮)을 모셔 옮기거나 산릉(山陵)에 가서 상여에서 현궁(玄宮)까지 재궁을 모셔 옮길 때 쓰이는 기구. 《예기(禮記)》 단궁(檀弓) 상(上), 《오례의(五禮儀)》 흉례(凶禮) 발인(發引).
  • [註 109]
    봉악(鳳幄) : 빈궁(殯宮).
  • [註 110]
    해곡(薤曲) : 만가.
  • [註 111]
    중광(重光) : 덕이 있는 임금이 잇따라 나서 거듭 빛을 냄.
  • [註 112]
    보력(寶曆) : 임금의 나이. 또 국운(國運)·왕위(王位) 등의 뜻으로 쓰인다.
  • [註 113]
    예묘(禰廟) : 아버지를 모신 사당.
  • [註 114]
    칠일(七日) : 공자가 이레 동안 절량(絶糧)의 고난을 당한 일.
  • [註 115]
    삼판(三板) : 춘추 전국 시대 진(晉)의 지백(知伯)이 한(韓)·위(魏)를 거느리고 조(趙)를 공격하자, 조양자(趙襄子)가 진양(晋陽)으로 달아나 지켰다. 이때 삼국이 진양을 포위하고서 분수(汾水)를 이끌어 성에 물을 대었는데, 성이 3판을 남기고 모두 잠겼다. 여기서는 청병에게 남한 산성에서 포위당한 일을 말함. 《사기(史記)》 권42 조세가(趙世家)’.
  • [註 116]
    기(紀) : 1기는 12년.
  • [註 117]
    반염(攀髥) : 수염을 잡음.
  • [註 118]
    포궁(抱弓) : 활을 안음.
  • [註 119]
    삼광(三光) : 해와 달과 별.
  • [註 120]
    유모(孺慕) : 어린아이가 어버이를 따르듯이 사모함.
  • [註 121]
    마질(麻絰) : 상복에 갖추어 베포로 만들어 머리와 허리에 두르는 것.

〔○〕其哀冊文曰:

仁祖憲文烈武明肅純孝大王薨于昌德宮之正寢, 是年九月十一日丁卯, 遷座于陵所, 同月二十日丙子, 永遷于長陵, 禮也。 龍輴旣駕, 鳳幄將空, 背此丹闈, 卽彼玄宮。 霓旌颯兮颺風, 薤曲凄兮響月。 千官雷哭兮擁紼, 百靈雲從兮扈蹕。 惟我主上殿下, 崩腸戚容, 叩心血涕, 慟三朝之永違, 慨五月之有制。 怳威顔之若侍, 奈颷馭之靡逮? 降綸音於九閽, 播令聞於億代, 其詞曰: 天眷大東, 聖神繼作, 赫赫重光, 綿綿寶曆。 猗歟我后, 應運誕出, 玉潤金剛, 龍章鳳質。 如之仁, 如之哲, 英明炳外, 孝友植內。 瑞雲潛鬱, 玄德久晦。 時丁否運, 禍劇金墉, 骨肉是夷, 憸侫是崇, 三綱墜地, 國勢將覆。 天心改圖, 神器有托, 群髦奮義, 奉戴神孫。 西宮啓鑰, 母儀重尊, 彝倫廼敍, 太陽再中。 明哲, 興隆, 兇徒就芟, 耆老是賓。 林無滯材, 海無遺珍, 尙儉祛侈, 旌忠雪冤, 蠲苛恤瘼, 泣辜垂仁, 化此敝俗, 歸之至淳。 尊崇禰廟, 肅恭明禋, 墜章克擧, 缺禮斯全。 孝深率祖, 誠竭畏天, 重溟雖遠, 侯度罔愆。 誰知北哨, 奄及近甸? 危甚七日, 勢迫三版。 事已至此, 非權莫濟, 屈志紓艱, 宗社之計。 前星晦彩, 主鬯其誰? 擇嗣惟賢, 非我敢私, 一國係望, 萬世恢基。 又冊文孫, 永固宗祊。 二紀端臨, 百度惟貞, 化被八方, 德侔三王。 方祝算於岡陵, 忽蒼穹之降割, 痛玉衣之遐擧, 幸因山之襲吉。 嗚呼哀哉! 天道冥冥理不可究, 誰謂大德必得其壽? 欲攀髯而何從? 徒抱弓而增傷。 萬品錯愕兮無色, 三光闇夢兮失晶。 嗚呼哀哉! 黼座兮凄涼, 靈帷兮寂寞, 虛陳袞冕, 徒設几舃。 儼平昔之威儀, 尙朝謁之如昨。 哀孺慕之戚戚, 慘麻絰之纍纍。 旣問寢之無日, 空叫天而莫追。 嗚呼哀哉! 階蓂累變, 寒暑換節。 玉露兮團團, 金颷兮淅淅。 彤庭闃兮桂影寒, 縿幕寂兮蟲聲苦。 驚頹序之易闌, 悵眞遊之已阻。 瓊斝兮夕薦, 畫攅兮晨發。 去復去兮何所, 悲莫悲兮長訣。 嗚呼哀哉! 眷彼長陵, 佳氣鬱葱, 牛眠象設, 水複山重。 是珠丘之福地, 盍遵命於今日? 聯玄隧於一麓, 共香火於寢室。 肆陵號之仍舊, 作萬古之眞宅, 知幽明之一理, 儻精靈之不隔。 嗚呼哀哉! 流景無停, 大名不昧, 勛華雖逝, 二典尙在。 惟蕩蕩之盛德與巍巍之韙烈, 託琬琰而長留, 竝天地而罔缺。 嗚呼哀哉!

仁祖大王實錄卷之五十


  • 【태백산사고본】 50책 50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61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역사-편사(編史)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