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가 창덕궁으로 옮기는 날짜를 정하여 아뢰니 다시 택일하도록 하다
예조가 계청하기를,
"3월 12일에 창덕궁(昌德宮)으로 거처를 옮기소서."
하니, 왕이 답하기를,
"법궁(法宮)에 영원히 옮기는데 좋은 날을 잘 가리지 않을 수 없다. 각전(各殿)과 모두 날짜를 협의하여 다시 별도로 택일하여 아뢰라."
하였다. 【왕이 일찍이 지관(地官) 이의신(李懿信)에게 몰래 묻기를 "창덕궁은 큰일을 두 번 겪었으니 내 거처하고 싶지 않다." 하였는데, 이는 노산(魯山)과 연산(燕山)이 폐치되었던 일을 가리키는 것이다. 의신이 답하기를 "이는 고금의 제왕가(帝王家)에서 피할 수 없었던 변고입니다. 궁전의 길흉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도성의 기운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빨리 옮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였다. 왕이 이로 말미암아 창덕궁에 거처하지 않았는데, 군신들이 거처를 옮기기를 여러 차례 청하였으나 왕이 따르지 않았다. 그 후 행궁에 변괴가 나타나자 비로소 창덕궁에 거처하면서 더욱 꽃과 돌 같은 물건으로 꾸몄지만, 오래 있을 뜻이 없었다. 이에 창경궁(昌慶宮)을 짓도록 재촉하고는 궁이 완성되자 또 거처하지 않고, 드디어 두 채의 새 궁을 짓도록 하였다. 완성시킨 후에 거처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경덕궁(慶德宮)을 먼저 완성하였는데, 인경궁(仁慶宮)이 채 완성되지 않아 왕이 폐위되었으니, 모두가 의신이 유도한 것이다. 】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150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禮曹啓: "請以三月十二日, 移御昌德宮。" 王曰: "法宮永移, 不可不極擇吉日。 各殿皆協日月, 更爲另擇以啓。" 【王嘗密問地官李懿信曰: "昌德宮再經大事, 余不欲居之。" 蓋指魯山、燕山廢置事也。 懿信曰: "此古今帝王家所不免之變, 不繫於宮殿吉凶, 惟都城氣歇, 宜速遷卜。" 王由是, 不居昌慶 德宮, 群臣累請移御, 王不從。 其後行宮見怪, 始居昌德, 而益加修飾花石之供, 而然無久志。 乃促治昌慶宮, 而宮成又不居, 遂營兩新宮。 欲畢成後居之, 故 慶德宮先成, 仁慶宮未成而王廢, 皆懿信啓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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