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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 33권, 광해 2년 9월 14일 병진 4번째기사 1610년 명 만력(萬曆) 38년

비변사에서 곽재우가 올린 상소문의 내용을 들어서 논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곽재우(郭再祐)가 산골에서 와서 알아주는 은혜에 감격하며 현재의 병폐를 목격하고 소를 올려 경계하는 말씀을 진달드렸는데, 충의로운 선비가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지성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가 요역을 경감하고 부세(賦稅)를 적게 부과할 것을 청하고, 웅장하고 화려하게 건물을 짓는 것을 경계하고, 은(銀)의 폐단이 나라의 큰 화근이 되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언자(言者)가 번번이 소외되어 버림받는 것을 염려하면서, 인심과 떨어지고 합치됨에 따라 천명(天命)이 떠나가고 나온다는 설을 전후로 정성스럽게 개진한 그 말들이 통절하여 그야말로 현재의 병폐를 맞추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오직 성상께서 얼마나 더 깊이 마음에 새기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선혜법(宣惠法)119) 을 확대 적용하여 더욱 이익을 끼치게 하라는 주장은 곽재우의 소에만 나온 것이 아니고, 조정 신하들 역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대체로 기전(畿甸)에 일단 시행한 결과 기전의 백성들이 편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면, 각도에 두루 시행해서 온 나라의 백성들이 균등하게 혜택을 입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급선무라 할 것입니다. 장세철(張世哲) 【이때 장세철이 선혜청 법을 팔도에 두루 시행하자고 청했었다. 】 말한바 그 시행한 곡절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선혜청에서는 필시 각도의 이해 관계를 이미 다 헤아려 보았을 텐데, 만약 두루 시행하는 것이 무방하다고 생각된다면, 세철을 불러들여 규획(規劃)할 때 참여시키고 그의 의견 중에 온당한 점을 참작해 편리한 방향으로 시행토록 하는 것이 또한 타당한 듯싶습니다.

장오(贓汚)와 군율(軍律)과 살인에 관계된 이 세 가지 죄는 법률상 용서할 수 없는 것인데, 한번 난리를 겪고 난 뒤부터 법의 기강이 여지없이 무너지더니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심한 형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기강이 확립되지 않았으니 무슨 일을 해 보고 싶어도 어떻게 하겠는가.’라고들 하고 있습니다. 기강이 확립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여부는 오직 공적으로 하느냐 사적으로 하느냐의 차이에 달려 있을 뿐이니, 공적으로 하면 법대로 행해져 기강이 확립되겠지만 사적으로 하면 법이 유명무실해져 기강이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이 점이야말로 오늘날 당면한 폐해 중에서도 맹성(猛省)해야 할 것으로서 곽재우가 거듭거듭 규계를 올리는 의도가 우연한 것이 아닌데, 오직 성명께서 유념하시어 받아들이시기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랫사람들을 엄히 단속하시어 형식적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고 고식적으로 답습하게 하지 않으시면 그런 대로 지극한 정치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사(冊使)의 차비 통사(差備通事)들은 처음부터 스스로 주선을 잘 하지 못했고, 급기야 서로 떨어지면서 폐단이 더 불어나게 되었을 때에도 또 제대로 성의를 가지고 정사(情事)를 통하게 하지 못했으며, 혹 이해 관계가 크게 걸린 국면을 당해도 자기와는 상관이 없는 일처럼 방관하면서 느긋하게 세월만 보내려는 자세로 일관하였습니다. 상께서 막차(幕次)에 도착하셨을 때 통사들이 느릿느릿 행동하고 답변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꼴을 재우(再祐)가 보고는 통분스러운 심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그들의 죄를 청한 것이니, 이번의 통사들의 경우 모두 자기네들이 지은 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한번 징계를 받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뒤에야 뒷날 중국 사신의 차비(差備)가 된 자들이 근신하며 부지런히 할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니, 적당히 벌을 주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그러나 빈접(儐接)한 제신(諸臣)이 이익을 추구했다고 논한 소는 너무나도 사실과는 다른데, 이는 재우가 소박하고 직선적인 사람이라서 곡절을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충분(忠憤)에 격발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말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니, 사정을 참작해서 온당하게 조처해야 할 것입니다. 상께서 재결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윤허하고 차비 통사 등은 잡아다 국문하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566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인물(人物) / 재정-역(役) / 재정-공물(貢物) / 외교-명(明)

  • [註 119]
    선혜법(宣惠法) : 대동법(大同法).

○備邊司啓曰: "郭再祐來自山野, 感激恩遇, 目擊時弊, 抗疏陳戒, 可見忠義之士, 愛君憂國, 出於至誠。 其以輕徭薄賦爲請, 營建宏麗爲戒, 知銀弊之爲國大禍, 而慮言者之輒見疎棄爲憂, 而前後惓惓於人心離合天命去就之說, 言言痛切, 正中時病, 唯在聖上, 深加體念而已。 至於宣惠之法, 推演增益之說, 非但(再佑)[再祐] 之疏, 在朝諸臣, 亦多以此爲言。 蓋旣試于畿甸, 而畿民便之, 則通行於諸道, 使一國之民, 均蒙其惠, 此誠今日之急務。 未知張世哲【時, 張世哲, 請以宣惠廳法, 通行於八道。】所言, 其施措曲折, 果何如也? 宣惠廳必已揣摩諸道利害, 如以爲通行不妨, 則召致世哲, 俾參規劃之時, 酌宜得便而行之, 亦似爲當。 贓汚、軍律、殺人等三罪, 在法罔赦, 而一自亂離以來, 法綱陵夷, 到今猶甚。 今世之人皆曰: ‘紀綱不擧, 雖欲爲某事, 何以爲乎?’ 紀綱之擧不擧, 唯在乎公私之間而已, 公則法行而紀綱擧, 私則法廢而紀綱墜。 此正今日時弊猛省處, (再佑)[再祐] 之反覆獻規, 意非偶然, 唯在聖明, 留神採納。 嚴飭群下, 毋事文具, 毋踵姑息, 庶有補於至治矣。 冊使差備通事等, 初頭不能善自周旋, 及其相隔而滋弊也, 又不能以誠意導達情事, 或遇利害大關之機, 而秦越相視, 悠漫度遣。 自上到幕次之時, (再佑)[再祐] 見通事等, 安行徐答, 而無奔走之狀, 痛惋請罪, 至於累次, 今次通事輩, 雖盡非自己造作之罪, 而一被懲戒, 然後他日之爲天使差備者, 必有愼勉之心, 量施罪罰爲當。 至以接諸臣, 論征利之迹, 則太不近情, 此則(再佑)[再祐] 以樸直之人, 未詳曲折, 而忠憤所激, 自不知其言之過, 參酌情事處之得宜。 上裁何如?" 啓依允。 差備通事等, 拿鞫。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31책 566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인물(人物) / 재정-역(役) / 재정-공물(貢物)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