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찰사 윤두수가 거제의 왜적을 이기지 못하자 양사가 탄핵하여 파직시키다
체찰사(體察使) 윤두수(尹斗壽)가 장수를 보내 거제(巨濟)에 주둔한 왜적을 공격했으나 이기지 못했다. 양사가 윤두수를 탄핵하여 파직시켰다.
당시 왜적은 해상의 8읍(邑)을 점거한 채 깊이 침입하지 않고 화평(和平)하려는 의사만 비치고 있었다. 두수는 군사가 피로하고 군량이 떨어진 데다가 화평은 기필코 이룰 수 없다 하여 매양 공전(攻戰)하자는 의논을 내세웠으나 조정에서는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 때에 이르러 중국 장수가 병력을 철수하여 견제(牽制)하는 바가 없자 두수는 우선 거제에 주둔한 적을 토벌하자고 청했는데, 그 장계에,
"승전하면 황천(皇天)이 우리 나라를 도운 것이요, 이기지 못하더라도 마땅히 조종(祖宗)에 떳떳히 할 말이 있습니다."
하니, 상이 그의 계책을 따를 것을 명했다. 이에 두수는 남원(南原)에 주둔하고 있으면서 휘하의 병사 수천 명을 선거이(宣居怡)에게 주어 거느리고 고성(固城)에 나아가 주둔하게 하는 한편, 도원수(都元帥)·통제사(統制使)·충용장(忠勇將)에게 거제의 왜적을 수륙(水陸)으로 협공하라고 전령하였다. 산의 요새지에 웅거하고 있는 적에 대해 제군(諸軍)이 배를 타고 거제도(巨濟島)에 들어갔는데, 김덕령(金德齡) 등이 용사(勇士)를 거느리고 선봉이 되었다. 적이 높은 위치에서 총을 쏘아대니 덕령의 군사가 위를 향해 공격하다가 많이 탄환에 맞았다. 이에 선거이를 포함한 제장(諸將)이 모두 퇴각하니, 덕령이 대열을 수습하여 돌아왔다.
이에 앞서 국인(國人)들이 말하기를,
"덕령은 신용(神勇)이 있으니 싸우지 않으면 몰라도 싸우기만 하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하였는데, 이때 와서 한 차례 시험에 공이 없자 변경 사람들이 실망하였다. 제군(諸軍)이 진격할 무렵 진주 목사(晋州牧使) 곽재우(郭再祐)가 덕령에게 말하기를,
"장군은 정말 바다를 건너 적을 섬멸할 수 있겠소?"
하니, 덕령이 말하기를,
"이번 일은 나의 계책이 아니오. 굴(窟)을 점거하고 버티는 적을 난들 무슨 수로 제압하겠소."
하자, 재우가 말하기를,
"장군의 명성이 온통 적경(賊境)에 퍼져 있으므로 적이 움츠러들어 감히 제멋대로 하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소. 만일 지금 경솔하게 진격하다가 약세를 보이기라도 하면 위엄을 잃어 실책함이 클 것이오."
하였다. 그리고 이내 원수(元帥)에게 치보(馳報)하여 그 계책이 옳지 않음을 말했으나 원수는 체부(體府)에서 이미 결정한 것이라고 하여 따르지 않았다.
두수가 결국 실패하자 대간(臺諫)이 그를 경거실률(輕擧失律)의 죄로 논핵하여 파직시켰는데, 이로부터는 감히 싸우자고 말하는 자가 없게 되었다. 두수는 구상(舊相)으로서 중궁(中宮)을 해주(海州)로 호종(扈從)하였고 다시는 군국(軍國)의 일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에 대론(臺論)이 한편으로는 화의(和議)를 공박하고 한편으로는 두수의 전의(戰議)를 공박하였으니, 논의에 확고한 논거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8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5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朔丙子/體察使尹斗壽遣將攻巨濟屯倭, 不克。 兩司劾尹斗壽罷之。 時, 倭據海上八邑, 惟不深入, 示欲和之意而已。 斗壽以師老糧盡, 和必不成, 每持攻戰之議, 朝廷不許。 至是, 天將撤兵, 無所牽制, 斗壽請先討巨濟屯賊, 其狀云:
勝則皇天佑宋, 不勝猶當有辭于祖宗。
命從其計。 斗壽駐南原, 以麾下兵數千付宣居怡, 領率進屯固城。 傳令都元帥、統制使、忠勇將, 水陸夾攻巨濟賊。 賊依山設險, 諸軍乘舟入島, 金德齡等率勇士居前。 賊乘高放丸, 德齡軍仰攻, 多中丸。 居怡等諸將皆退, 德齡收隊而歸。 先是, 國人謂: "德齡有神勇, 有不戰, 戰必克。" 至是, 一試無功, 邊人失望。 諸軍之進也, 晋州牧使郭再祐謂德齡曰: "將軍果能跨海滅賊耶?" 德齡曰: "此非吾計也。 據窟之賊, 吾何以制之?" 再祐曰: "將軍之名, 布滿賊境, 賊畏縮, 不敢肆久矣。 倘今輕進示弱, 則喪威失策大矣。" 仍馳報元帥言: "其計非是," 元帥以體府已決策而不從。 斗壽竟失勢, 臺諫論其輕擧失律, 罷之, 自是無敢言戰者。 斗壽以舊相, 扈從中宮于海州, 不復預軍國事矣。 【時, 臺論一則攻和議; 一則攻斗壽戰議, 論議無所據。】
- 【태백산사고본】 7책 28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5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