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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201권, 선조 39년 7월 14일 신사 4번째기사 1606년 명 만력(萬曆) 34년

호조에서 양주 은광의 민간 채굴을 허용하자고 건의하다

호조의 계목에,

"판하(判下)를 점련합니다. 나라의 재정이 바닥났고 경상비를 계속 이어대기가 어려운 형편이 지금보다 심한 때는 없었습니다. 관아이든 민간이든 텅텅 비어 있고 중앙과 지방이 모두 고갈되어 마땅히 별다른 변통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갓 옛날 방식대로만 하였을 뿐, 나라의 살림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라도 있었음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군사나 식량이 헛된 명목으로만 있는데, 속수무책이어서 매우 한심스럽습니다. 신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호조에 있는데, 재물을 생산하여 국용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마땅히 서둘러 강구하고 건의하여 조치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맡은 바 임무입니다.

양주 은광은 서울과 가까운 곳에서 나왔고, 한 말의 흙에서 걸려낸 은이 무려 닷돈이나 나왔고, 그 은의 품질도 단천의 것과 다름이 없어서, 법을 만들어 캐낸다면 나라에 이로움이 굉장할 것입니다. 다만 생각건대, 경기도의 민력이 고단하고 약하여 채취하는 즈음에 백성에게 끼치는 폐단이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처음에 계획을 주밀하게 세우지 않으면 끝판에 생기는 폐단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은광을 열어 관아에서 캐내는 데 대해서 신들도 감히 가볍게 의논할 수 없습니다. 이익을 다투어 탐내는 근원을 막는다 하여 쓸만한 물건을 무용지물로 돌려버리고 한결같이 굳게 은광을 닫아 놓는 것도 재물을 생산하는 도리에 어긋납니다. 잠시 관아에서 채취하는 것을 멈추고 백성들이 채취하게 하고 대신 세금을 바치게 한다면 공사간에 이익이 많을 것이니 편리하고 마땅할 듯합니다. 다만 백성들에게 채취를 허락한 뒤에 세도가나 권력가들이 앞을 다투어 차지하고 이익을 독점하려고 할 것이므로 도리어 사가의 이익 독점의 물건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일들이 늘 이러하니 또한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오직 어떻게 법을 세워 잘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신들의 뜻은 이와 같습니다. 상께서 재량하여 시행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백성들이 채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관아에서 채취할 수 있으면 관아에서 채취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쓸만한 물건이 쓰이지 않고 있으니, 우리 나라의 재물을 생산하는 길이 참으로 좁다. 다만 권력가가 앞을 다투어 차지하고 이익을 독점하려고 할 것이라는 호조의 아룀은 실로 시대의 폐단을 적중시켰다. 해수(海水)나 천곡(川曲)도 모두 입안(立案)을 받았으므로 백성들이 감히 그 사이에서 고기잡이를 못한다. 더구나 은이 생산되는 은광을 민간이 채취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 【태백산사고본】 110책 20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235면
  • 【분류】
    광업-광산(鑛山) / 광업-채광(採鑛) / 재정-국용(國用) / 역사-사학(史學)

○戶曹啓目: "粘連判下。 國計之板蕩, 經用之難繼, 莫今時若也。 公私赤立, 中外俱竭, 似當有別樣變通之擧。 而至于今日, 徒循舊轍, 未聞有一策, 可以裕國用、(是)〔足〕 兵食, 徒擁虛器, 束手無策, 極爲寒心。 臣等俱以無狀, 待罪度支如有生財足用之道, 所當急急講究, 建白措治, 乃其職任。 楊州銀穴, 出於近京之地, 一斗之土, 所吹之銀, 多至五錢, 其銀之品, 無異於端川, 設法採取, 其爲有利於國, 不啻千萬。 第念, 畿甸民力單薄, 採取之際, 民弊必多。 謀始不周, 末流難防。 開礦官採, 臣等亦不敢輕議。 防塞利源, 使有用之物, 歸於無用, 一向牢閉, 亦乖於生財之道。 姑停官採, 許民採取, 而納其稅, 則於公於私, 利益弘多, 似爲便當。 但許民採取之後, 豪勢貴近之家, 爭占權利, 反爲私家壠斷之物。 我國之事, 每每如此, 亦甚可慮。 然, 此則惟在立法善處之如何。 臣等之意如此, 上裁施行何如? 啓。" 傳曰: "私採爲難。 可以官採則官採。"

【史臣曰: "有用之物, 不得爲有用: 我國生財之道, 固狹矣。 但貴近之家, 爭占擁利, 該部之啓, 實中時弊。 海水、川曲, 亦皆立案, 小民莫敢漁採於其間, 況此産銀之穴? 私採固爲難矣。"】


  • 【태백산사고본】 110책 20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235면
  • 【분류】
    광업-광산(鑛山) / 광업-채광(採鑛) / 재정-국용(國用)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