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로가 유 제독을 맞이하여 위로하고 담소하다
상이 강가로 나아가 유 제독(劉提督)을 【유정(劉綎). 】 맞이하여 위로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평행장(平行長)은 적의 괴수 가운데에서도 흉악하고 교활한 자입니다. 대인의 병위(兵威)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패하여 달아나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니, 도독이 말하기를,
"지난 9월 20일의 싸움에서 제가 적책(賊柵)으로 육박하여 들어가 거의 승첩을 거둘 상황까지 되었었는데 하늘이 우리를 돕지 아니하여 마침내 불리하게 되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처음에는 비록 불리하였으나 끝내는 대첩을 거두게 되었으니 우리 나라가 재조(再造)된 것은 대인의 공입니다."
하니, 도독이 말하기를,
"제게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모두 진야(陳爺)의 공입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과인이 멀리 해외에 있으면서 오랫동안 대인의 높은 명성을 우러르며 늘 경모(景慕)하는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대인이 전에 우리 나라를 위하여 남쪽 변경으로 와 주둔하시자, 흉적들이 두려워하여 감히 움직이지 못하였으므로 우리 나라가 호남(湖南)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대인이 서쪽으로 돌아가시자 흉적들은 다시 발호하여 우리 나라는 날마다 대인이 동원(東援)하기만을 바랬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대인이 다시 오시어 끝내 흉적들을 도망치게 하셨으니 대인께서 시종 구제하여 주신 은혜에 대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도독이 말하기를,
"감사합니다. 재차 나와서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습니다. 이순신(李舜臣) 같은 자들은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쳤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저의 군사가 대첩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하늘의 뜻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길을 잘못 들어 마침내 적추로 하여금 전군(全軍)을 철수하여 건너가게 하였으니, 한스럽습니다. 대개 대소 장관들이 각자 생각이 다르고 호령이 여러 곳에서 나와 제동(制動)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었으므로 성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조금도 자랑할 만한 공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인의 덕택으로 우리 나라가 오늘날까지 보존되었습니다. 장래를 위한 계책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하니, 제독이 말하기를,
"군문(軍門)·경리(經理)·안찰(按察)이 직접 처치할 것입니다. 관백(關白)은 비록 죽었으나 나라 안에는 사대신(四大臣)이 있는데, 바로 덕천가강(德川家康)·엽여사(葉汝斯)·회원사(會元斯)·모리전(牟利殿)입니다. 만약 내란이 있게 되면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쳐들어 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겠습니까."
하였다. 제독이 작별 인사를 하자 예단(禮單)을 올리고는 읍을 하고 헤어졌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108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6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
○上幸江上, 迎慰劉提督。 【綎。】 上曰: "平行長, 賊酋中兇狡者也。 非大人兵威, 豈其敗遁?" 提督曰: "去九月二十日之戰, 俺進迫賊柵, 庶幾勝捷, 天不助順, 竟致不利。" 上曰: "始雖垂趐, 終能大捷。 小邦再造, 大人之功也。" 提督曰: "俺有何功? 都是陳爺之功矣。" 上曰: "不穀邈在海外, 久仰大人高名, 常懷景慕之心。 大人前日爲小邦, 來駐南邊, 兇賊畏戢, 不敢動, 小邦得保湖南。 大人西歸, 兇賊更肆, 小邦日望大人之東援, 而適大人復來, 終致兇賊退遁。 大人終始拯濟之恩, 無以爲喩。" 提督曰: "多謝。 再度出來, 皆無所成。 李舜臣等爲國捐軀, 深所痛惜。 俺軍可以大捷, 天意難知, 誤入道路, 竟使賊酋, 全軍撤渡, 恨恨。 大槪大小將官, 各自以心, 號令多門, 多有掣肘之患, 以此難以成功矣。 俺則小無伐功言矣。" 上曰: "以大人之德, 保有今日矣。 且善後之策, 幸賜指敎。" 提督曰: "軍門、經理、按察, 自爲處置矣。 關白雖死, 國中有四大臣, 卽家康、葉汝斯、會元斯、牟利殿也。 若有內亂, 則必不更來, 不然則安保其不爲更來也?" 提督告辭, 呈禮單, 作揖而罷。
- 【태백산사고본】 68책 108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6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