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병력 동원과 대마도 정벌에 중국 품의를 기다리자고 건의하다
비변사가 【호조 판서 한응인(韓應寅), 이조 판서 이기(李墍), 예조 참판 이준(李準), 호조 참판 유영길(柳永吉), 행 부제학 홍이상(洪履祥)이다. 】 아뢰기를,
"7년 동안 대치하고 있던 적에게 한 번의 싸움도 이기지 못하고 한 명의 적추도 생포하지 못했을 뿐더러, 끝내 바다에 가득하던 적선으로 하여금 돛을 펴고 돌아가게 했습니다. 노량 싸움에서의 한 차례 승리가 다소나마 사람들의 의기를 북돋우기는 했지만 만세토록 잊을 수 없는 치욕에 있어서는 털끝만큼도 씻을 수 없습니다. 곧바로 적의 소굴을 쳐부수어 군부의 원수에 보복하고 싶은 것이 신하들의 지극한 심정이니 이 점에 대해 어느 누가 이의(異義)를 제기하겠습니까. 그러나 제왕의 군사는 동병(動兵)하는데 반드시 만전을 기하는 것이니, 동병하여 후회가 있게 된다면 아예 동병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신들은 오늘날의 거사가 과연 만전에서 나와 후회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저 세상사의 기미란 무궁한 것으로 전진(戰陣)에 임했을 때에는 촌각 사이에도 천변 만화(千變萬化)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뛰어난 지혜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성패(成敗)와 이둔(利鈍)에 대해서 미리 살피기란 어려운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옛사람들이 거사할 적에는 그 형세가 만전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더라도 오히려 더 신중을 기하여 경솔히 동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위로 천문을 살펴보기도 하고 공경한 마음으로 점을 쳐서 길흉을 판단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들은 오늘날의 거사가 과연 길한지 흉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마도는 외부의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절해 고도가 아닙니다. 일기도(一岐島)와 낭고도(郞古島)가 멀다고는 하지만 나란히 서로 바라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만약 격전할 때에 천둥이나 바람처럼 순식간에 공격한다면 쳐부술 수 있지만, 혹시라도 배의 닻을 내려 정박하면서 육지에 올라가 포위하여 습격한다면 저 교활한 적의 간사한 계략을 헤아릴 수 없으니 뜻밖의 변란이 생길까 염려스럽습니다. 설사 일거에 성공하여 뜻대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적들은 분심을 품고 독살을 부려 못하는 짓이 없을 것이니, 한번 공격을 받았다고 그들이 두려워하거나 넋이 빠져 다시는 넘볼 생각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거사로 인하여 10년 동안 무사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신들로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피로한 군사로서는 결코 성공하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형세상 중국군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 장수도 자기가 독단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반드시 중국 조정에 품의(稟議)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왕복하는 사이에 반드시 오랜 세월이 지체될 것입니다. 이 또한 신들의 지나친 생각입니다.
신들의 우매한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전함을 수리하고 우리의 수병을 증강시키며 우리의 성루(城壘)를 튼튼히 하고 우리의 무기를 예리하게 하며 장수를 선발하여 병사들을 훈련시켜 변란에 대비한다면 목전에 시원한 설욕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만전의 계책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전에 의논드릴 적에 이미 그 대강을 진언하였습니다. 이번에 황신(黃愼)이 직접 이곳을 지나면서 산속에 기억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이러한 상소를 올린 것이니 신들처럼 겁만 내는 부유(腐儒)들의 말로써 어찌 저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군문·경리에게 알리고, 한편으로는 다방면으로 간첩을 보내 정탐을 계속한 뒤에 시세를 헤아려 살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일을 과연 이룰 수 있다면 위대한 공적을 남겨 천하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이니 어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관계되는 일이 매우 중대하여 신들이 독단할 수 없으니, 널리 조정에 수의(收議)하여 처리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대신과 비변사 당상은 각자 헌의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107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49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명(明)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군사(軍事) / 정론-정론(政論)
○備邊司 【戶曹判書韓應寅、吏曹判書李墍、禮曹參判李準、戶曹參判柳永吉, 行副提學洪履祥。】 啓曰: "七年對壘之賊, 不得勝一戰擒一酋, 終使蔽海賊船, 張帆歸去。 露梁一捷, 雖或差强人意, 而其於萬世難忘之恥, 不足以灑其毫髮矣。 其欲直擣巢穴, 少復君父之讎者, 固臣子之至情, 豈容他議於其間? 第以帝王之師, 動必萬全, 動而有悔, 則莫如不動。 臣等未知今日之擧, 果出萬全而無悔乎。 大抵天下之事機無窮, 而臨陣頃刻之間, 千變萬化。 雖以高世之智, 成敗利鈍, 有難逆覩。 是以, 古人之擧事也, 雖知其勢之出於萬全, 而猶復愼重, 不敢輕動。 或仰觀天文, 或齋心卜筮, 以決其吉凶。 臣等未知今日之擧果吉乎。 凼乎? 抑對馬爲島, 非孤絶懸夐, 聲援不相及之地。 一歧、郞古, 雖曰相去不邇, 次第相望。 進攻之際, 若雷厲風飛於一瞬息之頃, 則固得矣。 如或碇船留泊, 下陸圍襲, 則凶狡之賊, 作謀叵測, 意外之變, 殊可慮也。 設或一擧得志, 隨意所欲, 而賊之懷憤肆毒, 終無所不至, 一番受兵之後, 安保其畏威褫魄, 不復生凱覦之計也? 因此一擧, 而望其十年無事者, 亦非臣等之所喩也。 且以我國疲頓之兵, 決難望其成功。 其勢不得不有賴於天兵, 而天將亦難於自擅, 必待稟議於朝廷, 則往復之間, 必至遲延歲月。 此又臣等之過慮也。 以臣等愚見言之, 莫如修我戰艦, 添我水卒, 固我城壘, 利我器械, 選將鍊卒, 以待其變, 則雖未必取快於目前, 而策之萬全, 恐無過此。 前之獻議, 已陳其梗槪。 今者黃愼, 親歷其地, 其於山川形勢之險夷, 醜類部落之多寡, 無不目覩而心領, 明知其保無他疑, 故有是疏, 豈以如臣等腐儒恇怯之說, 有所沮抑乎? 一邊通軍門、經理, 一邊多般間諜, 偵探相續, 然後量時審勢, 事果得成, 則鴻功偉績, 足以有辭於天下, 豈不幸歟? 事係關重, 非臣等所敢獨斷, 請廣收廷議而處之。" 傳曰: "大臣、備邊司堂上, 各自獻議。"
- 【태백산사고본】 67책 107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49면
- 【분류】외교-왜(倭) / 외교-명(明)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군사(軍事) / 정론-정론(政論)